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잊혀졌던 과거를 현재에 되살려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대혁명을 통해 인권을 처음(?)으로 주창했던 프랑스의 부끄러운 반인륜적 행위의 한면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살려냈다.

이야기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모리스 파퐁의 재판장으로 들어가려는 어릿광대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모리스 파퐁이란 인물은 나치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비시 정권하에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16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법정에 세워 결국 그 죄를 끝까지 물게한 프랑스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또한 비슷한 행위를 저지른 친일파 인사들의 청산이 여지껏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더욱 그것이 크게 다가오는건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인공 '나' 는 교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주말마다 어릿광대 분장을 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럽고도 싫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무언가 자신의 알지 못하는 진실이 있다는 사실만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고 난 뒤 아버지에 대한 그의 생각은 바뀐다. 그렇게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희망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아버진 왜 어릿광대의 삶을 살았을까? 그의 과거사를 알면 그가 인격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어릿광대를 함으로써 자기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려 했고, 인류가 저지른 죄를 용서받으려 했다. 그를 통해 엄청난 죄를 짓고도 자신은 "공복으로서 명령을 따랐을 뿐" 이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모리스 파퐁의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준다. 세상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사죄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죄를 지어 놓고도 그 사실조차 덮어버리려는 사람도 있으니 이 얼마나 이분법적인 모습인가!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극적인 대반전이라 할 수 있다. 삼촌이 알려준 가족사의 비밀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이처럼 운명이란 누구도 짐작할 수 없고, 때론 얼마나 큰 의미를 시사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과 진실은 아프고 참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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