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니 참 좋았다
박완서 지음, 김점선 그림 / 이가서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박완서씨를 보면 참 대단하다란 생각이 먼저 든다. 나이 40이 넘어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고, 이제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원로 작가 중 한사람이라니...존경할 수밖에 없다. 제법 다작을 하신 분이라 [그 많던 싱아...]와 [그여자네집] 이렇게 두권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동화를(그것도 단편을) 쓰셨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기에 이 책을 접하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한편으론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즐겁기도 했다.

서문에서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은 청소년과 젊은 엄마들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쓴 글의 일부라고 한 것처럼 그 내용은 쉽고 재밌었다. 그러나 정반대로 내게 많은 생각할 꺼리들을 주었다. 총 8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편의 이야기들을 짤막하게나마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다. 

우선 [찌랍디다] 는 조선시대라는 배경 속에서 일찍 조혼(어린신랑&어른신부)하는 풍습에 대해 한 신부의 시댁에 대한 통쾌하고 재치있는 행동이었는데 이것은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제도' 에 대한 여성의 소리없는 반항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와 같은 재주가 있음에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그릇된 풍습에 일생을 저당 잡힐 수밖에 없는 그 시대의 여성들을 생각하며 마음 한편으로는 못내 씁쓸했다.

[굴비 한번 쳐다보고] 는 지독한 자린고비의 세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는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 주었지만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주지 못해 그 아들들의 인생을 헛되게 낭비하게 만들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려해도 그들은 모자람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큰 실패를 경험했다. 그렇게 세상엔 물질(돈)보다 더 중요한 것(경험, 감정 등등)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 은 한 고장의 산이 관광객과 산을 보호하잔 사람들로 인해 큰 몸살을 앓고 한 선생과 제자가 그에 대해 논의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사람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과 대적해야만 하지만 결국 사람과 자연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햐 한다고. 그러나 자연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호라는 목적으로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그렇게 사람이 살기 위해선 제대로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작가는 8편의 짧은 동화를 통해 내게 참으로 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난 작지만 아주 소중하고도 중요한 삶의 이치들을 깨닫게 됐다. 보시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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