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사의 밤 6
타치바나 유타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내가 책을 읽게 되는 동기는 알고보면 간단하다. 다른 작품을 통해 작가를 알게 되고, 그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거나 아니면 제목이나 표지가 끌리면 무작정 읽는 것. 딱 이 두가지다. 이 책의 경우엔 그 두가지가 모두 포함된 아주 드문 케이스였지만.

[인형사의 밤]은 제목만으론 그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을만큼 아리송하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니 말 다했다.

제목처럼 인형사가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그녀가 차지하는 부분은 과연 주인공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작다. 그렇다. 그녀는 다른 책들처럼 열심히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이 아닌 단순한 매개자이다. 인형이 필요해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인형을 빌려주고 일이 다 끝난 후 그 인형을 수거하는.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누굴까?

바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일 것이다. 사람을 비롯해서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따로 특별히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다. 인형을 통해 죽은 자들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들 모두가.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자신들의 소원(미련이나 복수 등)을 이루기 위해 인형을 이용한다. 이처럼 인형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언가 간절히 이루고 싶은 사람들의.

한편, 한편에 담긴 이야기 속에는 인형을 이용해 자신과 다른 시간을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죽은자들의 걱정과 따뜻한 다독거림, 그리고 그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은근하게 전해져 읽는 내내 쉴새없이 가슴을 울린다. 그렇게 이 책을 읽고 난뒤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슬플 정도로 따스하고, 가슴 아플 정도의 애잔한 감동뿐이다.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만화가 아니다. 오히려 울면서, 그 사연에 안타까워 하면서 볼 수밖에 없는 만화다.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 아마 다 읽고 난뒤 이런 만화가 왜 계속 나오질 못하고 절판이 되어버렸는지 그 안타까움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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