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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처음 애니메이션을 통해 알게 되고, 책을 접한 후 다시 이 책을 읽기까지 무려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2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때보다 나는 키가 자랐고, 고집 쎄고 철없던 행동도 다소 누그러졌으며, 현실이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걸 배웠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다.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다소 겁이 났다. 어릴 때 읽었던 그때의 그 감동을 느끼지 못 할까봐...내가 그때의 때묻지 않았던 순수함과 내 속의 앤을 잃어버렸을까봐...
그러나 좋은 책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감동을 준다. 그렇게 주근깨 투성이에 빼빼 마른 체형을 가진 빨간 머리 앤은 12년이란 지난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나를 다시 찾아왔다. 여전히 실수투성이에 수다쟁이인 모습으로...변함없이 낭만을 꿈꾸는 몽상가로...내게 다가왔다.
고아이면서 남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으면서도 앤은 늘 밝고 긍정적이었다. 또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어떻게 된 사고구조를 가졌는지 매번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그래도 같은 실수는 다신 하지 않는다며 늘 당당하고,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나 일들이 벌어져도 슬기롭게 극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것들을 사랑하고 아낄 줄도 안다. 그 모든 것들이 예쁘지도 않은 그녀를 사랑스럽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매슈아저씨, 마릴라 아주머니 등)을 행복하게 만드는 앤만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더 큰 것을 바라기 보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원하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앤이 불행해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앤이라면 어떤 불행이라도 기꺼이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어른이 되어 메말라 버린 내 감성에 다시금 낭만과 상상이라는 비를 촉촉히 뿌려주는 앤의 이야기...언젠가 나는 다시 이 책을 집어 펼치리라. 그때에도 앤은 지금과 같이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게 더 많은 것을 안겨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