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녀네 선물가게 5
이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책은 한국판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과 같다. 물건이 사람을 고른다는 점에서나, 무정물인 물건들로 인해 사건이 일어나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은 오래된 골동품만을 취급하지 않고 현대적인 물품들까지 아우른다. 그리고 지극히 토속적이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 지극히 일본적이듯이...
주인공인 선물가게 주인 '분녀'는 비과학적인 것을 부정하고 오직 이 세상은 과학만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물리학도다. 그야말로 과학적인 것만이 현실이라 믿는 전형적인 요즘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녀에겐 '신기'가 있다. 당연히 과학의 신봉자인 그녀가 무속인의 길을 걸어갈리 없다.
결코 무당은 될 수 없다 발악하는 분녀에게 그녀의 할머니가 제시한 것이 바로 선물가게의 물건들을 전부 처분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것. 그렇게 분녀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투 아닌 분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닥 착실한 성격이 못 되는 그녀는 전부 남자 직원인 'Mr. 양' 에게 떠맡기는 형태다.
'Mr. 양' 또는 '양군'이라 불리는 그는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인물로 긴머리를 휘날리며(?) 분녀를 대신해 물건을 판다. 인간이 아닌 건 확실한데 그렇다고 귀신도 아닌 듯하다. 실체가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무언가 있는 게 분명하긴 한데 현재까진 짐작할 수조차 없다.
이처럼 분녀네 선물가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우리의 무속신앙을 결코 무겁지 않고 쉽게 다루고 있다. 죽부인이라든가, 보쌈(약탈혼)의 의미, 저승사자에 이르기까지...다양하게 접근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게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용이 끊어져 다음 권으로 이어지기에 오랜만에 이 책을 읽을 경우 앞 줄거리를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흠잡을데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