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 검색 이용 >

방앗간에 가서 어무이가 가래떡을 뽑아 오셨다.

긴 가래떡 하나 들고 먹는데 어무이가 어묵 넣어 떡볶이를 만들어 먹자길래 두서없이 그러자 했다.

이것이 나의 수난의 시작이 될 줄이야. ㅜㅜ

떡볶이 양념을 만들던 어무이는 결국 제주도 이모와 통화를 하신다고 뒤로 물러나시더니 나보고 나머지는 하란다.

음...결국 떡 썰고, 어묵 썰고, 남은 케찹 뿌리고 열심이 볶아 완성.

그리고 어무이, 뺀쭉이, 나 이렇게 둘러앉아 시식했다.

어무이: 딸아...

나: 넹~

어무이: 떡하고 어묵 모양이 왜 이러냐.

떡...? 썰줄 몰라 그냥 떡국에 넣는 것처럼 썰었다. 어묵...? 크기가 큰거부터 중간, 작은거까지 전혀 일정하지 않고 내멋대로 썰었다. --;

뺀쭉: 누나...

나: 응?

뺀쭉: 맛이 좀 시다. 뭐 넣은 거야?

난 매운거 잘 못 먹는다. 그래서 케찹을 좀(?) 넣었을 뿐...나중에 알았다. 양념을 만들때 어무이가 미리 넣었다는 걸. 거기다 더 부었으니...맛이 요상하다. (알고 싶으면 한번 케찹을 잔뜩 부어봐라)

어무이: 에휴~ 이걸 누가 데려갈지 참 걱정된다.

나: 그깟 요리쯤이야 좀 못하면 어때서?

어무이: 네가 할 줄 아는게 있긴 해? 겨우 밥, 계란 후라이, 라면뿐...하여간 내가 바꿔서 낳아야 했던 건데.

그렇다. 이상하게 남동생인 뺀쭉이는 진짜 요리를 잘한다. 별로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김치찌개부터 온갖 국종류와 삼계탕, 갈비에 이르기까지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딸인 나는??

뺀쭉: 어쩌겠어, 엄마. 누나, 손재주 꽝이잖아. 내가 전에 부침개 부칠 때랑 동그랑땡을 빙자한 이상한 거 내놓을 때부터 알아봤어.

나: 내가 뭘...

뺀쭉: 부침개는 설 익어서 밀가루 맛에다 모양은 봐주기가 참 민망하더라.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넘겨서 갈기갈기 헤집어 놓냐? 동그랑땡 비슷한 건 모양은 진짜 그럴싸한데 맛은 어땠는지 기억해?

나: 어땠더라...(창밖을 보는 중)

뺀쭉: 만든 본인도 달랑 1개 먹고 느끼하다고 일하느라 고생하시고 돌아오신 아빠한테 다 넘겼지.

나: 아빤 맛있댔어!!

뺀쭉: 나도 먹어봤는데 인간이 먹을 게 아니더라. 그거 김치랑 같이 드시고, 내가 소화제 챙겨드렸어. 그런 아빠의 노력이 가상하지도 않디?

나: .......ㅠ_ㅠ

내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요리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기억력 좋고 한마디도 안 지는 남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자!" 가 될 듯 싶다.

누가 내게 요리 좀 가르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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