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밤늦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희미하다가 점점 커졌고, 그게 엄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걷잡을 수 없는 부모님의 싸움을 또 한차례 말리기 위해 안방으로 뛰어갔다.
이튿날 학교에 갔을 때 11월 햇볕이 따스했던 것과 석류나무에 석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것이 유독 기억에남는다. 나는 점심시간에 거기에 앉았다. 같은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찍이 들렸고, 잠을 못 자서 귀가 물 들어간 것처럼 멍멍했다. 만약 현실이 하나의 부조 작품이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모두 양각이고 나는 다른 모든 사람을 돋보이게하는 음각처럼 느껴졌다. - P99

그러나 그 특권 의식보다도, 나는 홀든이 어린 시절에 집착하는 것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어린 시절이 가능하면 빨리 끝나기를 원했다. 홀든은 왜 성장하기 싫었을까?
열쇠로 신발에 고정시켜야 했던 옛날식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순수하고 조숙한 저 아이들은 누구였나? 대체 어떤 10대 소년이 호밀밭에서 노는 꼬마들이 혹시 절벽에서 떨어져 어른이 될까 봐안 떨어지게 붙잡아주는 상상을 한단 말인가? - P102

번스틴은 백인 순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 에바를 예로 든다. 금발의 곱슬머리와 파란 눈이라는 후광에 휩싸인 에바는 톰 아저씨의 눈에 고결하게 비치지만, 노예 소녀 톱시는 엄마 없는 짓궂고 삐딱한 아이로 보인다. 에바가 톱시를 포옹하며 애정을 표하자 비로소 톱시는 순수한 아이로 거듭난다.
어린 에바가 이상화된 아이라면, 톱시는 "문제아, 검은 피부,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스울 정도로 고통에 무감각한 상태"에 의해 규정되는 그야말로 궁극의 "꼬마 검둥이"(pickaninny)이다. - P107

번스틴에 따르면 인종적 순수란 단순히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아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상태"로서 "음, 나는 인종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데"와 같은 언급속에 엉켜 있으며, 여기서 ‘나‘는 보는 일을 가로막고 있다. 순수는하나의 특권이자 인지 장애, 즉 잘 보호된 무지의 상태이며, 일단 이것이 성인기까지 오래 이어지면 당연히 누려야 할권리로 굳어진다. 순수는 성적인 것만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굳이 특정해서 "표시되지 않으며"(unmarked) "자유롭게본연의 너와 나가 될 수 있다"라는 신념에 기대 사회경제적위계 속에 놓인 자신의 지위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순수가초래한 아이러니한 결과는 백인이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를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학자 찰스 밀스는 말한다. - P108

수치심은 나 자신을 1인칭과 3인칭으로 분리하는 능력을부여한다. 사르트르가 쓴 대로 "타자가 나를 보는 대로" 나를인식하는 능력이다. 다 자란 지금에야 나는 어렸던 내가 의도치않게 저지른 불복종에서 유머를 발견한다. 양반다리를 하고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야기에 열중하는 여섯 살짜리들에게교사가 책을 읽어주는데 얌전하고 어린 아시아 소녀가 난데없이이야기 중간에 태연하게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이듬해, 그얌전하고 어린 아시아 소녀는 포르노 티셔츠를 입고 등교한다. - P111

걔들이 할머니의 손을 조금 지나치게세게 잡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헬로"라고 하자, 아이들이 "헤로" 하고 응수했다. 그중 한 아이가 할머니 얼굴에다대고 엉터리 수화 동작을 흉내 냈다. 그러더니 갈색 머리카락을축 늘어뜨린 키 크고 마른 여자애가 슬그머니 할머니 뒤로 가서온 힘을 다해 할머니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할머니가 땅에넘어졌다. 애들이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 P115

쇼핑몰에 갔다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내가 열세 살일 때였다. 백인 부부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유리문을 열었다. 나는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줄 알고 남자가 마지못해 문을붙잡고 있는 동안 재빨리 그리로 나왔다. 문이 닫히기 전에 그가고함쳤다. "난 중국놈들한테는 문 안 열어줘!"
동생이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 남자가 왜 그렇게 못되게구는지 동생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처음 당해봐." 동생이울었다. - P116

2011년 새뮤얼 R. 서머스와 마이클 I. 노턴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인지된 반흑인 편견이 감소했다고 대답한 백인응답자들은 반백인 편견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인종주의를제로섬 게임처럼 여기는 것이다. 이 관점은 너에 대한 적대감이줄어들면 나에 대한 적대감이 늘어난다는 제프 세션스법무장관의 말에 잘 압축되어 있다. - P119

백인성을 인종적 범주로 인식하지 못하는 백인평론가들과는 달리 나는 백인성이 보인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얀 공간을 인지하는 내 습관이 다른 즐거움을전부 망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중이다. 나는 자명한 것, 또는자명해야 하는 것을 끝없이 지적하는 잔소리꾼이 되고 말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등장인물들의눈이 멀 때, 시야가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을 뜬채로 우유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하얗게 변한다. 나는 어디를가든 백색을 본다. 나는 그 백색의 간계를 감지한다. 심지어 내생각마저도 엑스선 찍을 때 쓰는 방사선 불투과성 조영제를주입한 것마냥 백색으로 얼룩졌다는 것을 안다. 그 얼룩은 나의삶을 남한테 끊임없이 사과하도록 만든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을기대에 못 미치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과반대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삶을 백인성과 결부시켜 바라본다. - P121

‘내가 백인성 문제를 거론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아시아계미국인들이 이 나라의 자본주의적 백인우월주의 위계질서 속어디쯤에 위치하는지 명명백백하게 따져봐야 하는데 여태그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꼼꼼히 따져보기는커녕, 일부아시아인은 인종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고 "문제되지" 않는다고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백인들이 하는 똑같은 소리 못지않게잘못된 것인데,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의 인종 정체성 때문에차별만 받은 것이 아니라 혜택도 누렸기 때문이다. 인종을나와 무관하게 여기는 이 아시아인들이 바로 내 사촌이고, 내옛 남자친구이며, 브루클린에 안락하게 틀어박혀 맑고 포근한날 불현듯 나는 인종에 영향받지 않아도 되고 그저 자진해서 그문제를 생각할 뿐이라고 여기는 나 자신이다. 나 또한 오로지나와 내 직계 가족만을 위해서 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전부 누르고 앞서가라는 이 나라의 신자유주의 정신과 일치된생존 본능을 갖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자신을 옥죄는수치심은 묻어버린 채 말이다. 정도는 조금씩 달라도 미국에서자란 아시아인은 모두 내가 묘사한 수치심을 익히 알고 있으며, 그 기름진 불길을 느껴봤다. - P122

서투른 영어는 한때 부끄러움의 원천이었지만, 이제 나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서투른 영어는 나의 유산이다.
나는 완벽한 영어에서 일부러 멀어질 것을 외치는 작가들과-영어를 탈취해 도망자의 언어로 비듦으로써 영어를 어지럽히고,
뒤흔들고, 난도질하고, 괴랄하게 만들고, 타자화하는 작가들과-문학적 계보를 공유한다. 영어를 타자화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 그언어에 박힌 제국주의 권력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며, 영어를절개하여 그 어두운 역사가 비어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 P136

가엾은 아시아 억양. 아시아 억양은 심하게 굴욕당하는억양이며, 돌려도 되는 최후의 억양에 속한다. 아시아 억양으로의사를 전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부끄럽지만 나도 때때로그 백인 여자처럼 행동한다. 중국 식당에 전화로 주문할 때종업원이 못 알아들으면, 참을성 없이 주문을 되풀이한다.
타임워너사에 전화할 때 인도 억양을 지닌 상담원과 연결되면,
인도 콜센터들이 직원을 거의 훈련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때문에 미리부터 짜증이 솟는다.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업체
‘심리스‘가 생긴 것도 미국인들이 귀찮게 이민자 억양을 알아들을필요가 없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바로 그래서 앞으로 자동화가 인도 콜센터를 대체할 것이다.
이미 영어에 의해 납작해진 각국 출신들의 억양을 기계가 더욱납작하게 눌러버릴 것이다. - P138

우리 중에 흠 없는 피해자는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우리가 다 똑같은 처지였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렇기때문에 내가 그저 ‘너의 서투른 영어 곁에서 나의 서투른 영어에관해 쓰기만 할 수는 없다. 근처에서 말하고자 노력할 때는 우리사이의 간격도 직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일단 나 자신을 연루시키면, 그렇게 연루시키는 일을 도저히적정한 선에서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의 간격은계급이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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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0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1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동안 여성들의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진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기원전 4천년 이상부터 주로 고대 서양(메소포타미아, 히브리, 유대)의 현장에서 가부장제가 어떻게 정착되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한다.
무엇보다 역사 속에서 여성 불평등의 기원을 살펴본다는 것 때문에 더 눈여겨보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대인들의 세계관이 담겨진 신화에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
따라서 고대 시기 고전을 읽거나 공부하려면 역시 신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고대 시기 관심이 없어서 신화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신화 속에 표현된 은유나 상징, 개념들이 작가의 문장만으로는 곧바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나 같은 초보자 독자를 위해서 작가는 다양한 역사 속 사례를 통해서 개념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처음 3장까지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느낌이다가 4장부터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더니 5장부터는 쏙쏙 머릿속으로 책 속의 문장들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문장에서는 공감이 가서 소름이 끼친 반면 반대로 분노해서 끓어오른 적도 있었다.

줄거리를 요약하기 보다는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발췌하는 것으로 소감을 정리하려 한다.

나는 여성노예와 부인-첩, 성서 속 여성,  그리스 철학 속의 상징들의 모습에 대해서 특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여성노예들은 남성 노예와 달리 주인에게 성적 서비스를 해야 했다.
남성노예는 7년이 지나면 노예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는데 여성노예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상업적 매춘이 여성들의 노예화의 기원이나 강화에 영향을 미쳤고 부족(국가) 간의 싸움이 포로(특히 여성)를 낳아 성적 학대로 이어지며 매춘과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의 시작이 되었다.

후대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대문명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종속과 부자유가 공존하였다. 바빌로니아 ·중국·이집트를 비롯하여 그밖의 다른지역에서도 가부장적 가족관계와 축첩제도, 그리고 외지인의 노예화가 공존하였다. 그러나 위계와 강요된 부자유의 개념이나 영구적 노예의 신분으로 대변되는 영구적 부자유(permanent unfreedom)의 관념이 발전 진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역사의 후반기에 모든 인간존재가 갖는 불가분의 권리로서 자유의 개념이 발달하는데 수세기가 걸렸을 것이다. 고대국가와 도시국가들에서 노예는 재산의 일종으로 간주되었지만, 동시에 일정 정도 보호받을 자격을 갖는 가구의 구성원으로 생각되었다. 노예제가 지배체계로 됨에 따라 노예신분은 점차 열등한 서열의 인간을 표시하게 되었고 노예 지위의 영구적 낙인은 미래세대까지 이어졌다. 만일 이런 유의 노예를 점진적으로 발전된 계층화 과정의 최종산물로 보고 또 가부장적 지배·보호 아래에 있는 부인을 이 과정의 최초 형태로 간주한다면, 첩은 이 두 형태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될 것이다. - P166

성서의 여성 차별에 관해서는 창세기의 히브리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본다. 왜 하필 창세기일까. 창세기에서 드러나는 위계 질서와 차별의 상징성 때문이다.
여기에서 모계혈통적인 가족 형태가 부계혈통적인 가족조직으로 변천되는 징후를 사례를 통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기혼 유대 여성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강조한다. 바빌로니아 여성은 재산을 소유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남편 유산에 대한 지분을 처분할 권리를 가질 수 있었기에 비교가 된다.
히브리 남성은 자유로운 성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반면 여성들은 순결을 강요받았고 모성의 중요성을 세뇌시켰다.

창세기에 있는 가부장들에 관한 이야기는 일부 부족들에서 모처거주적(matrilocal)이고 모계혈통적(matrilineal)인 가족조직이, 부처거주적(patrilocal)이고 부계혈통적(patrilineal)인 가족조직으로 변천되는 몇 가지 징후를 제시해 준다(레아와 라헬의 결혼 참조 한 남자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그의 아내와 결합하는 것에 대한 창세기 2:24 의 언급도 그렇게 해석될수 있다). - P294

조선시대 양반집 여성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아내가 되어 본인의 뜻을 펼칠 수도 없고 아들 낳는 것을 강요받았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냉대를 받고 소박을 맞았다. 첩을 들이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이것이 불과 몇 십년전까지 벌어지던 일이니 말 다했다.
과거 아들을 낳기 위해 많은 희생을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플라톤 사상의 비교는 볼수록 섬뜩함이 일었다.
서양 철학의 기원이 여성 불평등과 연관된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비단 여성 문제 아니다. 서구 문명의 사상적 실체가 지극히 남성중심적이고 다양성에 대한 고려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이렇게나 오래된 역사인 것이구나 생각하면서 이 틀을 깬다는 것이 왜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다며 여성에게 강요되는 것들을 앞으로도 얼마나 더 견뎌내야 할까 생각하면 갑갑해진다.
그래도 과거의 역사가 결코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여성들의 요구와 노력으로 지금까지 왔다. 우리는 가부장적 사고와 관습에서 해방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페미니스트 세계관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정신을 가부장적 사고와 관습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며, 마침내 지배와 위계가 없는 세상, 진정으로 인간적인 세상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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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20 18: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3장 읽는 중인데 너무 책장 안넘어가요. 저는 역사나 신화 모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3장 넘어가면 저도 쑥쑥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느라 고생하셨고 이렇게 리뷰 쓰시느라 또 고생하셨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그리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분발할게요. 아자!!

청아 2022-06-20 19:26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저도 3장까지 재미없었는데^^; 4장부터 흥미진진합니다(4,5,6장 확실히👍)-6장은 매춘

책읽는나무 2022-06-20 22:18   좋아요 4 | URL
저도 화가님이 3장 이후부터 좀 흥미로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다 보니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3 장 까지는 확실히 진도가 좀 더디긴 했습니다.

다락방 2022-06-21 07:53   좋아요 4 | URL
저 4장 노예 분노하며 읽는 중입니다.. 이 새끼들!! 이러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6-21 08:32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고대 시기 공부를 하려면 확실히 신화나 전설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 안 들어요. 믿음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 같고;;;ㅋㅋ 3장까진 좀 난해하고 어려우셨지만 4장 읽자마자 분노 지수 오르신 걸 보니 앞으로는 수월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징조입니다ㅋㅋ 화이팅이에요!

@미미님
ㅎㅎ 역시 미미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저도 4-6장 특히 재밌게 읽었어요.

@책읽는나무
나무님~도 비슷하게 느끼셨다니 동지애를 느낍니다ㅋㅋ 저만 어려운 게 아니었군요~ㅎㅎ

mini74 2022-06-20 2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서속 아버지들이 불한당들이 요구하는 손님 대신 딸을 강간하도록 내주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조선도 임난때 보여준 실망스런 양반이나 권력층에 대한 이미지개선을 위해 여성의 정절을 더 강조했다는 글 읽은 기억납니다. 화가님 글 👍 넘 잘 읽었어요 ~~

거리의화가 2022-06-21 08:35   좋아요 2 | URL
오~ 저도 그 부분 밑줄긋기한 부분이었어요. 자식 팔아 넘기는 아버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들 있었나봐요ㅠㅠ 조선 시기 여성의 정절은 말씀하신 대로 유교 사상이 강화되면서 특히 피해가 심해졌죠.

너무 날림 리뷰라 민망합니다. 그냥 소감 정도로 썼어요. 뭐 쥐어짠다고 더 나올 것 같지도 않아서요. 미니님이 워낙 리뷰로 줄거리 요약 잘 정리해주셔서 저는 이걸로 대체~ㅋㅋ 감사합니다.

- 2022-06-20 2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일 빨리 끝내고 가부장제 읽겠어요 ㅠㅠㅠㅠㅠ 왜 20일인고얌 ㅠㅠㅠ

얄라알라 2022-06-20 22:11   좋아요 3 | URL
저는 오늘 실수로 살짝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제 2022년도 열흘만 남겨두고 있다고.....흑흑....1분기가 열흘 남은 건데

마음만 급한가봐요

6월 20일 흑

거리의화가 2022-06-21 08:36   좋아요 4 | URL
ㅎㅎㅎ 공쟝쟝님 화이팅! 저보다 훨씬 더 잘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얄라알라님ㅋㅋ 시간이 너무 빨리 갑니다. 저도 마음이 급한지~ 날씨도 더워지고 정신이 없네요.ㅎㅎㅎ

- 2022-07-07 12:07   좋아요 2 | URL
저 다 읽었어요! 헤헤헤헤헤헤헤헤!! (6월안에 다 읽었어야지!!!!) 근데 진짜 열심히 읽었거든ㅇ...(평소에 다른 건 열심히 안 읽는 다는 말인가?ㅋㅋㅋㅋ) 아무튼 다 읽었고.. 이거 댓글달려고 들어왔다가 거화님 서재에서 엉덩이 붙이고 한동안 앉아있었네요... ^^
역사에 조예가 깊으신 분 (크... 왤케 멋있는 여성 많은거야 ㅜㅜ) 근데.. 이 페이퍼 양쪽에 둥둥 떠다니는 소주잔들은....? (내적 친밀감) 오.. 거리의 화가님도 애주가...?

거리의화가 2022-07-07 13:07   좋아요 1 | URL
랜덤스킨인데 소주가 픽된 모양인데요~ㅎㅎㅎ
한때 애주가였는데 요즘은 나이도 들고 술도 줄어서 금방 취하니까 적당히 먹고 있습니다ㅋㅋ

암튼 완독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 댓글달려고 생각했는데 뭔가 정리가 안되서~ㅎㅎ
여기 알라딘 서재에 멋진 여성들 천지인듯요ㅎㅎㅎㅎㅎ

얄라알라 2022-06-20 2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 저는 이번 달 책만 모셔놓고 완전 게으름인데
거리의화가님 리뷰 저 같은 책 안 읽은 사람에게도 쏙 쏙 들어오게 써주셨네요. 화악 들어옵니다 쏘옥 박힙니다.

지금 제가 읽는 파친코도 ‘가부장제‘코드로 읽으면 새롭게 보이던데
신화를 그 관점에서 눈에 불켜고 읽어볼 필요도 있겠네요

거리의화가 2022-06-21 08:39   좋아요 4 | URL
얄라알라님~ 쏙 들어온다니 저 너무 날림 리뷰 쓴 것 같아 창피한 중이었는데요^^;;; 간단한 소감 정도로 쓴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페미니즘 시각으로 읽으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성교 장면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눈에 들어오고 불편해졌어요. 신화 속에 상징이나 은유들이 많이 있어서 여성이 그 세계에서는 어떻게 묘사되는지 눈여겨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6-20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화가님!!
저도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주말 놀러 갔다 오느라, 그동안 모든 걸 손 놓았더니 순간 깜빡하고 있었던 느낌이네요ㅋㅋ
다시 뒷편 남은 장들 박차를 가해야 겠어요.
완독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6-21 08:40   좋아요 4 | URL
인상적인 장면만 몇 개 꼽았습니다^^; 밑줄긋기한 거 다 옮기기도 그렇고 줄거리 요약하기도 자신 없고 그래서요^^;
주말에 어디 놀러오셨을까요?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ㅎㅎ
완독 축하 감사드립니다. 나무님도 남은 분량 힘내세요!

바람돌이 2022-06-21 06: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검사때문에 다시 병원 입원해서 마지막 남은 장들을 못읽고 있네요. 오늘 퇴원해서 집에 가면 저도 빨리 읽어야지요. 전 앞장 재밌던데 신화도 역사도 역시 사람들의 관심은 참 다양해서 호불호가 이렇게 단락으로도 나뉘는게 재밌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6-21 08:43   좋아요 4 | URL
바람돌이님 검사 힘든데~ 저는 어렸을 때도 병원이 무서웠는데 점점 가면 갈수록 더 무서워집니다ㅠㅠ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하던데 말이죠. 몸조리 잘하시고요~ㅎㅎ
1장부터 재밌으셨다니 역시!!! 저는 번역투 문장 같은 것도 어색한 게 있었고 해서 앞 부분은 잘 안 들어왔던 것 같아요. 4장 이후부터는 좀 그나마 수월했구요~ 저자 문체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내용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ㅋㅋ 남은 분량도 화이팅하세요!
 


책이 술술 잘 읽혀서 하루 만에 완독했다. 읽고 난 뒤 다시 들여다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들.


- 조선 공산당의 역사 -> 팟캐스트 청취 or <조선 공산당 평전> 재독

- 민생단 사건의 전개와 결과

- 러일 전쟁 때 러시아와 일본의 한반도 분할에 대한 입장 확인

- 1950년 1월 스탈린과 마오 쩌둥의 주문 사항: 코민포름 비판

랑군 사건



완독하였는데 리뷰를 어찌 쓸까 고민이 된다. 시간 지나면 정리가 안 되니 간단하게라도 금주 내로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그나마 읽으면서 밑줄 열심히 그어 놓았는데 문제는 너무 많아서;;; 플래그 천지임.




오래도록 읽어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된 책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작가의 생각과 감정에 오롯이 공감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래도 글발이 좋다라는 생각은 단 번에 든다. 



지난 주말도 어김 없이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해 걸었다. 습도는 높았지만 날이 흐려서 운동하기 좋았다. 그러고 보니 6월도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상반기 마감이 코앞이라니ㅠㅠ 슬슬 상반기 좋은 책들을 골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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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20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확실히 바로 쓰지 않으면 나중엔 안쓰게 되더라고요. 읽고 바로 쓰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아침에 가부장제의 창조 읽으면서 왔는데 왜 하나도 모르겠죠 ㅠㅠ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용어도 낯설고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6-20 09:31   좋아요 1 | URL
근데 저는 리뷰 쓸 때 몇 시간씩 걸려서 다 쓰고 나면 진이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ㅠㅠ 주중엔 도저히 못 쓰겠더라고요. 휴일 때나 쓸 수 있는~ㅎㅎ
가부장제의 창조 작가의 문체가 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있어요. 전 그래서 사례를 통해 이해가 더 잘 되었어요.

독서괭 2022-06-20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20일이길래 화들짝 놀라서 가부장제의창조 가방에 넣어 왔어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완독한 화가님 부럽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6-20 10:37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시간 왜 이리 빠르죠^^; 가부장제의 창조 미리 읽어두길 잘한듯요. 저도 이번 달 읽을 책들 많이 남아서 마음이 급하네요~ㅎㅎㅎ 괭님 화이팅!

레삭매냐 2022-06-20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공평전 빌리긴 했는데
완독하지 못한 기억이 납니다.

팟캐로 있다고 하시니, 한 번
찾아서 들어봐야겠습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06-20 10:53   좋아요 2 | URL
조공 평전은 빌려서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처음 읽을 때 저도 오래 걸렸던 기억 나서요. 재독할 시간이 될 것 같지 않아서 저도 아마 팟캐스트 듣는 걸로 대신할 것 같습니다.

현 정권 들어오면서 북한과의 관계가 급냉하여서 걱정이 큽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해서 전 세계의 나라들이 재무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북한도 예외는 아니니.

프레이야 2022-06-20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미루다 안 쓰고 넘어간 게 너무 많더라고요. 주말 독서도 알차게 하셨네요. 진짜 어느새 상반기가 훌쩍 지나갑니다. 정산하는 느낌이랄지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요 ^^
습도도 있고 좀 더워지네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06-20 10:55   좋아요 2 | URL
저도 리뷰가 밀리면 결국 안 쓰게 되더군요. 근데 리뷰를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의 차이가 분명 있어서 최근에는 가능하면 짧게라도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습도 탓인지 기온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더 더운 느낌이죠~ 건강 유의하시길*^^*

NamGiKim 2022-06-20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끼의 북 현대사는 김일성 항일무장투쟁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김일성이 만주사변 시점부터 제2차 세계대전 시점까지 독립운동가로써 보인 행적은 분명 재평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리의화가 2022-06-20 11:06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분명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은 재평가 받아야함에도 남한에서는 비하한 측면이 크죠. 반공의 뿌리 깊은 역사가 계속 되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수구 세력들은 북한 관련한 이야기만으로 경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보이니-_-;

NamGiKim 2022-06-20 11:10   좋아요 2 | URL
브루스 커밍스의 인터뷰 자료를 보니 딘 애친슨(그 애친슨 라인의 주인공 맞음)은 ˝호치민에 대한 모든 것이 김일성에게도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죠. 즉 그 말은 김일성이 독립운동가로써 명망이 높았다는 겁니다. 아직도 반공주의의 뿌리가 깊은 곳에서, 이러한 얘기를 하긴 힘들죠.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려면 진실의 눈으로 바라봐야하겠죠.

mini74 2022-06-20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일성은 북한에선 나름 존경의 대상. 그 자식들은 좀 더 많은 우상화가 필요했을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06-20 13:55   좋아요 1 | URL
전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미지 평가가 다른 것이 흥미로웠어요ㅋㅋ 김정일과 김정은은 우상화를 하기에는 명분이 약하죠^^;
 
파푸아뉴기니 쿠아 마운틴 #4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향은 고소하면서 균형감이 돋보이는 맛이다. 음미할수록 상큼한 산미가 올라오는 것이 특징. 산미가 강하면 아침에 먹기 부담스러운데 산미가 적당한 편이라 좋았다. 내겐 이 정도의 산미가 딱 좋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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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
와다 하루키 지음, 남기정 옮김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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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전부터 김정은 정권이 들어올 때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의 역사를 300여페이지의 분량으로 담아냈는데도 빈 구석 없이 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문장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세밀한 역사는 사료를 통해 보충해야겠지만 북한사를 처음 경험하기에 충분한 책이라 보여진다.

북한은 사회 구조상 자료 접근이 쉽지 않아 연구자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종식되고 나서야 비로소 내부자료를 입수할 수 있게 되면서 북한의 과거 시대 조명의 기회가 확대되었다. 때문에 현재는 1945년 이후부터 북한 체제가 국가사회주의체제로 확립되는 1961년까지의 역사는 거의 완전하게 복원 가능해졌다. 다만 1960년대 이후가 되면 소련도 북한의 내부사정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었고 1970년대 이후는 내부자료조차 얻을 수 없는 시기가 되어 망명자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저자도 1961년까지는 공식자료에 의해 검증할 수 있었으나 이후는 망명자 증언이나 다른 책이나 논문, 증언 등에 도움을 받았다.

나는 기존에 북한사 책으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현대사(개정판)', '북한의 역사'(총 2권) 요렇게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이 셋 중 가장 최근 책이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현대사'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지만 사진과 그림 자료들이 컬러로 들어가있고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와다 하루끼의 책은 정치사 분야로 치중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다루는 기간이 가장 길다. '북한의 역사'도 정치사 분야에 입각하여 기술하였지만 1994년 김일성 시기까지만 다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판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책에 대한 서술을 확인해보자.

지도자들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흥미로웠다.

김일성은 해방 이전부터 항일운동 이력으로 인해 이미 유명했다. 1933년 5월부터 민생단(조선인 당간부와 부대간부가 일본이 꾸며낸 모략단체) 단원으로 몰려 구속 처형되는 민생단 사건이 벌어졌다. 이 때 동만주에서도 일본에 맞서기 위한 유격대가 조직되어 있었는데 김일성도 여기에 구성원이었다.
김일성은 적극적이고 용감했으며 대원들 사이 신뢰와 존경을 얻고 있다고 진술되어 있다.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눈에 띄는 반면 정치문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이 시점에서 동만주의 군사간부에 대해 평가한 중국공산당의 자료에 김일성이 나온다. 동만주 당의 지도자 웨이 정민(魏拯民)이 코민테른 제7회 대회 참가를 위해 모스끄바에 가서 핑 캉(馮康)이라는 필명으로 코민테른 중공당 대표부에 제출한 보고서다.
김일성. 고려인. 1931년 입당. 학생. 23세. 용감적극. 중국어를 할 수 있음. 유격대원 출신이다. 민생단이라는 진술이 대단히 많다. 대원들 가운데서 말하기를 좋아하고, 대원들 사이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구국군 속에서도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다.(『동북지구혁명문헌회집 乙一』) - P29

"조선인 부대를 중국인 부대와 구별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장래에는 단독으로 조선인민혁명군을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분할을 강행하면 항일 무장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현대동북사』, 『세기와 더불어』 제4권). - P30

올브라이트 장관이 기술한 김정일에 대한 인상은 김일성의 용감성과는 거리가 있다. 정보전에 능하고 수싸움에 능한 이미지가 엿보인다. 그는 김일성 사후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전군을 돌며 군인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또 고난의 행군 시기 사람들이 공식 선전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보이자 자신이 우대한 군대를 경제면에서도 전위로 삼아 다른 인민의 본보기로 활용하겠다고 생각한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정일이 "지적인 인물"이고 "고립되어 있지만 정보에 통해 있으며" "절망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가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였다"라고 회상했다. - P269

김정은은 아직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이는데 저자는 이전 두 지도자들의 스타일과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이 엿보인다고 평가한다.

표현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며 위협을 가하거나, 제재에 대해 더 강경한 조치로 대항하는 것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어진 북한의 전통적인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김정은의 새로운 스타일이 선보이기도 했다. 위성발사장을 외국의 기자에게 공개한 것, 발사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즉각 발표한 것 등이다. 나아가 김정은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열병식에서 육성으로 연설했다. 이 최초의 연설에서 그가 "새 세기 산업혁명"을 목표로 삼겠다고 한 것도 새로웠다. - P310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명의 정치인이 북한을 이끄는 동안 북한의 체제는 변함이 없어 보이지만 내외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주체정치 -> 선군정치 -> 보통국가' 가 될 것이다.

1970년에 국가의 새로운 상부구조가 완성되었다. 유격대 모델을 전국가로 확대하고, 사령관 김일성을 전인민이 받드는 유격대국가다. 이 구조는 국가사회주의체제 위에 구축된 2차적 구조물이었다. 이 국가체제는 베트남전쟁에 호응하여 남조선혁명을 일으키고, 이를 지원하여 혁명적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구축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목표는 백일몽으로 끝났다. 목표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강력한 국가체제가 나타났다는 것은 커다란 역설이었다. - P176
국가디자인 측면에서는 이즈음 새롭게 가족국가론이 제창되어, 유격대국가라는 건물 위에 간판처럼 내걸렸다.
중심이 된 것은 "어머니 당"이라는 새로운 말이었다. 지금까지는 수령을 '부모님 같은 수령'이라는 의미로 '어버이 수령'이라 불러웠지만, 이즈음에 와서는 그 의미가 '아버지인 수령'으로 변화했다. 수령이 아버지이고 당이 어머니라면 대중은 그 자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로써 가족에 비유한 국가디자인이 완성된 것이었다. - P198

1999년 6월 16일에는 논설 「우리 당의 선군정치는 필승불패이다」가 게재되었다. 이는 김정일의 체제, 즉 필자가 '정규군국가'라고 부른 것을 북한 스스로 '선군정치'라고 명명한 것이었다.
오늘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가 혁명과 건설에서 구현해나가시는 기본적 정치방식은 선군정치다. 이 위대한 정치는 최악의 역경 속에서 사회주의 보루를 지키고 강성부흥의 새 시대를 열어놓은 전화위복의 기적을 창조했다. 현실은 선군정치야말로 현대 사회주의정치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불패의 정치라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 P262

2011년 12월 30일 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회의를 열고, 김정은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높이 모시었다"라고 선포했음을 발표했다. 국방위원장과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관여하지 않고 당 상무위원, 당 정치국원과 정치국 후보위원들만이 모인 가운데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겸무해야 할 최고사령관 인사를 결정했다는 사실은 당의 국가지배, 당 정치국의 지배도, 당 집단지도의 개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규군국가체제는 최고사령관인 후계자를 머리로 받아들이기는 하겠지만 '당==국가체제'로 이행해나갈 것이다. 정규군국가로부터 당국가체제로의 이행은 보통의 국가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정치국의 정치는 합의의 정치이며, 전문성 있는 사람이 책임을 분담하는 정치이기도 하다. 이렇게 김일성의 시대에 이어 김정일의 시대도 끝났다. 북한 현대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된 것이다. - P304

다만 그들이 주장한 정치 형태에 대한 내부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리상조는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 양상을 기술하면서, 김일성과 그 주변에서는 당 내에 개인숭배가 없다고 억지를 쓰고 있지만 "김일성과 그 지지자들에게 20회 대회의 문서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상조는 또한 역사가 왜곡되고 있다며, 김일성의 만주 항일무장투쟁만이 조선인민의 민족해방투쟁사를 이루고 있다는 역사기술을 비판하고 있다. - P130

1월 4일자 『로동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김정일 어록이 발표되었다. "과거의 시기에 만들어진 기초 위에서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그 면목을 계속해서 일신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신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야말로 새로운 사고방식의 선두주자라고 추켜세웠다. 이러한 메시지가 북한의 간부와 인민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궁금하다. 고르바초프가 주장한 뻬레스뜨로이까의 가장 중요한 기둥은 "글라스노스찌(자유언론)"였다. 그것이 김정일의 "개건"에는 빠져 있었다. 그것 없이 신사고는 나타나기 어렵다. - P271

남한과 북한의 현대사를 읽으면 어쩔 수 없이 느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의 순간은 찾아온다. 이 책에서 꼽아보자면.

첫 번째 장면 ->
1948년 북한의 헌법이 제정된다. 헌법 제103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는 서울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전까지는 북조선만의 정권이었으나 국가 범위를 한반도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때 조선최고인민회의 선거가 8월 25일 북조선 전역과 남조선 지하에서 실시되었다. 이보다 앞서 8월 15일 서울에서는 대한민국이 전조선을 영토로 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국가임을 내세우며 정부수립을 선포했다. 이쪽도 스스로가 전조선을 영토로 하며 서울이 수도인 조선 유일의 합법 국가임을 주장했다. 북한 헌법에 명시된 대로, 서로 다른 정권이 수립된 이후 무력으로 상대방을 제거하여 국토를 통일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자리한 셈이었다.

두 번째 장면 ->
김일성은 중국의 국공내전이 진전되는 것을 호기로 여겨 결국 스탈린과 마오 쩌둥의 승인을 받은 이후 전쟁을 개시했고, 이승만은 이에 맞서 미군을 끌어들여 국지전을 세계전으로 만듦으로써 북진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쟁 후 김일성은 정치적으로 승리했지만 한반도는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낳았고 이념 전쟁은 격화되었다.

스딸린은 "변화한 국제정세를 위해" 북한의 동지들의 생각에 동의했지만 중국의 동지가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라면 결정은 연기하겠다고 전해왔다. 마오 쩌둥은 대만 해방 이후라면 충분히 도울 수 있지만, 지금 무력통일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하더라도 동의한다고 김일성 등에게 말했다. 김일성은 2만 내지 3만의 일본군이 파견될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 없다고 말했다. 마오 쩌둥은 미군이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으며, 그렇게 되면 중국은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 P88

그날 정오 직전 무초(Muccio) 주한 미대사가 대통령 관저로 방문하자, 이승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조선을 제2의 사라예보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어쩌면 현재의 위기는 조선문제를 일거에 전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미국의 여론이 공산주의의 침략에 대해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 P89

세 번째 장면 ->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고 한국은 그 전쟁에 참여했다. 박정희는 1965년 한일조약 체결을 하고 김일성은 이 기회에 혁명전쟁을 일으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때부터 우리가 잘 아는 김신조 청와대 습격을 비롯한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된다.

베트남전쟁에 호응하여 남조선혁명을 조직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혁명전쟁을 일으킬 것이며, 이를 위해 수령의 유일지도를 확립해 전인민이 항일유격대원의 정신으로 행동해달라는 것이 당시 김일성의 주장이었다. 베트남 사태와 한국의 출병에 자극을 받은 김일성은 한국에서의 혁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믿었다. - P161

네 번째 장면 ->
김일성과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협의하던 남북한의 교류가 끊어지게 된다. 남북한 관계는 북한과의 문제만이 아니고 미국, 일본, 중국 정권과도 얽혀 있어 정권이 강성하면 냉각 기류가 되고 온건하면 화해 무드가 조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북미간의 핵 관련한 문제가 그렇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오만무례하게도 우리를 선제공격하기 위한 방법이 책상 위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상대가 막대기로 때리겠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 핵을 갖게 된 것이다.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핵은 쓸모없는 물건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모른 척하면서 먼저 핵을 포기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언어 도단이다. 핵의 완전포기는 패전국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패전국이 아니다. 이는 이라크 같이 무조건 무장해제하자고 하는 것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 (...)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때린다면 그냥 맨손으로 가만히 있다가는 결국 이라크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 P281

저자는 북한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남한 등 주변의 역사도 함께 기술해줌으로써 역사적 이해에 도움을 준다.
현재 진행형인 김정은 시기에 대한 기술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역사가 강대강으로 쓰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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