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장

수치 ->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사회 존재로서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
임신 중지는 수치 유발 요인도 변화시켜, 임신중지가 그 자체로 수치의 근원이 되는 것은 아님
임신중지 수치가 임신중지 자유 법제화 이후에도 계속된 것은 여전히 임신중지가 여성 규범의 정반대에 놓여있기 때문
개별화, 탈정치화를 통한 수치
침묵은 수치 최소화의 전략

모성의 젠더화된 역할은 인종주의적이고 인종화된 국가주의 열망과 연결됨.
여성의 정체성은 가족으로, 백인 여성의 신체는 국가로 돌아감

수치는 누군가가 사회적 존재로서 처참히 실패했음을 나타내며,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감정이다. 수치스러워하는 주체는, 스스로 인지하는 자기와 이상적 타자, 즉 되고 싶은 자아상 사이의 단절을 겪는다. 그는 그 자아상을 향해 가려는 한편, 자기를 거기에 반한다고 평가한다.

수치를 느끼는 주체는 스스로 실패한 이상이나 규범에 다시 통합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모방하는 데 실패한 사회적 이상에 대한 애착이 곧 수치이기 때문이다. 모든 비규범적(백인ㆍ이성애자ㆍ중산층ㆍ남성이라는 비가시적 기준에 반하는) 신체는 수치를 통과한다. 여자아이는 수치를 거쳐 성인이 되며, 규범적 여성다움에 실패(임신했으나 임신중지를 원하는 등)하면 이후 수치를 겪게 된다. 여성은 수치에 ‘영속적으로 조율’된다. 여성 신체가 비규범적이어서만이 아니라, 여성 신체가 육체성ㆍ섹슈얼리티ㆍ섹스라는, 수치를 주기 특히 쉬운 것들을 통해 규범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죄책감의 원인은 여성의 임신중지다. 이는 자아의 일탈을 알리는 신호다. 반면 수치 안에서 여성은 스스로 책임감을 붙든다. 이때 임신중지라는 일탈은 결점 많고, 부적절하고, 비도덕적이거나 병리적인 자아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수치는 여성적인 감정이다. 비규범적 신체, 특히 섹스와 여성 신체에 들러붙어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의 실패감을 드러낸다.

수치는 죄책감보다 더 ‘강렬하고 혐오스러운 경험’이어서, 주체가 원인을 더 감추려 들고 고립감과 열등감을 더 크게 느낀다. 또 수치를 설명하는 것은 죄책감을 설명하는 것보다 덜 자유롭다. 수치는 주체의 자아를 반영하는 반면, 죄책감은 주체의 행동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1975년, 멜버른 최초의 합법적 임신중지 진료소에서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독신 여성은 임신한 사실에, 기혼 여성은 임신중지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죄책감의 근원은 독신 여성의 경우 임신, 더 정확히는 임신으로 이어진 섹스였고, 기혼 여성의 경우 아이를 원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임신중지에는 죄책감이 불가피하다는 통념과 반대로, 겨우 3분의 1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응답자만이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여성이 임신중지에 죄책감과 수치를 느끼리라는 강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이 이 감정을 내면화하지 않음을 보여 줬다.

결혼한 여성이 그저 아이를 원치 않아 임신중지를 한다는 생각은 사실상 임신중지에 대한 공적 논의에 오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공적 논의상 임신중지 여성은 독신으로 정형화되었다.

피임에 대한 책임이라는 체제 아래, 여성은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임신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여성은 아이에게 재정적ㆍ감정적 안녕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임신은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프레이밍되며, 그런 방지는 책임감 있고 성공적인 여성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n43n 따라서 피임 영역에서 여성에게 ‘선택’이란, 피임할지 말지가 아니라 피임법을 선택하는 개념으로 설정된다.

임신중지에 대한 법이 1970년대 전환기를 맞아 자유화되면서 프로초이스 활동은 임신중지 비범죄화 요구를 기조로 삼았다. 이때 임신중지 절차는, 원치 않은 아이의 출생을 막는 방법으로 더 권장되던 피임에 필수적인 ‘최후의 보루’로 재현되었다. ALRA의 주요 슬로건은 "임신중지는 권리, 피임은 책임"이었다. 피임기구 사용이 늘면 임신중지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리라는 가정과 더불어, 임신중지는 프로초이스 활동의 흐름 안에서 흔히 문화적 후진성의 기호로 프레이밍됐다. 여성해방론자들은 "책임감 있는 피임에 대한 프로파간다"가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고했다.

여성은 단지 원치 않은 임신을 막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피임을 한다. 그럼에도 타인 혹은 자기 스스로가 피임을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피임하는 경우가 많다. 피임 효과가 높아지고 이용도가 늘어나 여성이 임신 여부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증진되면서, 여성은 효과적ㆍ효율적으로 피임할 규범적 의무를 갖게 됐다. 따라서 섹슈얼리티의 재생산 규범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진 동시에 제약조건(피임기구를 쓰라는 문화적 의무의 형태)도 따랐다. 그러나 피임기구 확산에 동반되는 훈육 제도는 질문되지 않은 채로 있거나, 숨겨진 측면도 있다. 왜냐하면 피임기구 사용 및 확산은 20세기 서방 여성의 자유와 가장 긴밀히 연결된 발전이었기 때문이다.

피임할 책임이라는 규범은 피임과 그 이용을 사회관계와 권력의 영역 바깥에 놓는다. 남녀의 친밀한 성적 관계는 젠더화된 권력관계의 그물에서 일어난다. 예컨대 여성이 남성 파트너와 안전한 섹스를 협상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피임기구의 엄격한 사용이란, 제약 없는 즉흥적 섹스 등 보다 광범위한 섹스 이데올로기와 불일치하기도 한다.n62n 이때 피임기구 사용에 대한 젠더화된 책임이 덧씌워져,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에게 재생산 능력을 통제하라고 하는 것이 남성에게는 같은 정도로 적용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여전히 재생산과 모성에 결합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남성의 성적 신체에서 재생산을 지우는 한편 쾌락을 특권화함으로써 가능해졌다.

국가 보건 정책은 번번이 임신중지를 "피임에 관한 건강관리를 제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보았다. 임신중지를 겪은 여성은 임신중지 절차에 정례화된 피임 상담을 통해 실패자로 묘사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약 40퍼센트의 임신이 ‘계획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질 때는 여성이 죄책감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임신중지에 관한 의학 연구에서 "임신중지의 불가피한 결과인 ‘죄책감’"을 우려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학 연구에는 임신중지의 ‘심리적 후유증’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반면에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지속하는 여성의 경험은 비슷한 정도의 연구를 요하는 ‘문제’로 구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효과적 피임에 실패했다는 감각에서 생겨난 수치는 여성이 임신중지를 선택할 때만 활성화된다. 임신중지란 그 이상의 실패, ‘모성적이지 않고 이기적인 존재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임신중지는 무아성(여성이 타인중심적 규범에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기호)에 붙어서 수치를 일으킨다. 수치는 임신중지 여성의 자기평가를 (적어도 남들이 인지하는 한에서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신경질적인 것으로 나타낸다. 잠재적 아이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어렵사리 임신중지를 한다는 서사가 여기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임신중지를 겪은 여성은 수치를 통해 실패를 드러내고 인지한 다음, 자신을 무아적 모성이라는 이상과 동일시함으로써 복구를 시도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실패했던 가치와 규범에 스스로를 재배치한다.

임신중지 수치를 가장 잘 가늠하게 하는 것은 남들에게 임신중지를 숨기는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여성 대부분은 임신중지 사실이 알려지면 타인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으리라 예상한다. 그래서 수치당할 두려움과 내면화된 수치감을 거쳐 임신중지를 선택적으로만 알리며, 보통은 친구나 가족에게도 숨긴다. 임신중지를 비밀에 부치면서 여성에게 그 일은 더욱더 고립되고 외롭고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한다. 임신중지를 겪은 여성의 목소리는 임신중지에 대한 공적 토론에서도 흔히 부재하다.

임신중지를 가득 채우는 수치는 이를 비밀에 부치도록 부추기며, 사실상 자주 위반되는 규범(‘의도된 임신’과 ‘태아적 모성’)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 이로써 임신중지는 일상적이기보다 예외적인 일이 된다. 수치 침묵 예외성 수치의 순환은 규범적 여성성과 임신중지 담론(감정의 기록 등)이 서로를 영속시키는 또 다른 순환을 만들어 낸다. 모성적 여성성은 애통함과 수치가 뒤따르는 어려운 임신중지라는 서사를 유도하고, 애통함과 수치는 모성적 여성성을 자연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 자기영속적 순환고리는 왜 똑같은 감정이 다양한 담론장을 가로질러 임신중지에 자꾸만 들러붙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임신중지의 비규범성이 만든 은폐와 비밀에 부치기는 애통함과 수치가 유연하게 이동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한다.

1970년대부터 ‘십 대 엄마’라는 인물형은 유독 ‘과도한 재생산적 신체’로 비난받았다. 십 대 엄마는 성적 미성숙이나 무책임과 연결되며, 특히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확산됨에 따라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화된 몸이 되었다. 임신중지 법의 자유화가 진행된 이래 십 대 임신중지ㆍ모성이라는 국가적 ‘수치’를 해결할 방책으로는 성적 억제라든지 피임기구 사용을 다루는 도덕교육이 제안됐다.

‘이십 대 이상 백인 중산층 여성’은 아이를 너무 적게 낳고 임신중지를 너무 많이 한다며 수치를 당하고, 이 기준 바깥의 여성은 반대로 아이를 너무 많이 낳는다며 수치를 당한다.

‘의도된 임신’이라는 이상은 무척 세속적이며 근대성ㆍ교육ㆍ여성의 자유와 결합된 서방 담론으로 나타난다. 서방 사회에서 출생률 감소와 더불어, ‘의도된 임신’이 규범화됨에 따라 ‘잘못된 여성’, 즉 종교적이고, 인간 본성을 그대로 갖고 있고, 교육받지 못하고, 억압되었으며, 사적 영역과 영속적 재생산에 틀어박힌 여성이 아이를 너무 많이 낳는다는 공포가 생겼다.

임신중지 수치와 수치 주기는 법 같은 외부 규제력 없이도 품행을 단속한다. 그 방법은 개별화와 탈정치화를 통해 규범적 가치ㆍ실천ㆍ신념을 강력하게 자연화하는 것이다. 수치가 법 바깥에서 일어나긴 하지만, 수치와 수치 주기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임신중지를 겪은 여성을 범죄자로 나타내는 사법 관할구역 안에서 강화된다. 법이 규범적 도덕성을 성문화하고, 따라서 범죄화는 수치 주기의 강화된 양식으로서 작동한다. 그러나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임신중지를 한 여성은 계속 국외자로 지목됐다. 그 이유는 재생산과 계속 결부된 여성의 섹슈얼리티, 임신한 여성에 대한 모성적 정체성, 인종ㆍ연령ㆍ계급 같은 축을 따라 여성의 재생산 선택의 가치를 다르게 매기는 다양한 벡터 때문이다. 수치를 통해 임신중지의 비규범성이 개인적 실패감으로 변환되면서, 임신중지 여성은 실패한 개인으로 체현된다.

임신중지를 하는 백인 여성은 ‘백인의 취약성’이라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포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이 취약성은, 국가적 이상으로서 백인 이성애 가족을 증진하는 일, 그리고 그 이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젠더화ㆍ인종화된 일련의 특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와 불가분 관계를 맺는다.

‘국민’은 정치체에 누가 속하며 누가 배제되는지를 끊임없이 경계 짓는 과정에서 주조되는 사회ㆍ역사적 구성물이다. 그런 포섭과 배제의 기술은 여러 가지다. 공식적으로는 어떤 이들이 법적 권리를 갖고 시민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데서부터, 비공식적으로는 공유되는 가치ㆍ전통ㆍ역사ㆍ미래를 설정해 국민성을 규범적으로 구성하는 데까지 아우른다. 이때 공식적인 기술과 비공식적인 기술은 함께 작동한다.

인종은 원래 생물학적 용어였다. 20세기 후반부터 백인성은 ‘앵글로색슨다움Anglo-ness’을 통해 이야기되는 일종의 문화자본으로서 작동했다. 지금은 생물학적 특성이 아니라(흰 피부는 분명 백인성의 중요한 표식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 관용, 언론 자유’가 본질이 됐다. 문화적 인종주의는 어떤 공동체를 병리적이라든지 역기능적이라고 지목하며 작동한다.

인종은 재생산과 결부된다. 흔히 인종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본질’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때 본질은 생물학적인 것으로서, 피부색 같은 표식을 통해 전해진다. 또한 문화적 가치(종교 등)와 행동 패턴 등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고 하는 것들을 형성하기도 한다.

여성은 아이를 길러 문화적 가치와 사회 풍습을 세대 간에 전수하는 데 주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이란 ‘재생산 가능한 인종 구성’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여성의 재생산노동은 국가 자원이며, 인종화된 국가 공동체를 만들어 가족 기획의 동력이 된다.

2015년에 시작된 ‘이민 위기’와 이로써 가시화된 ‘구멍 뚫린 국경’은 지구화의 징후이자, 그 증상의 악화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이 주권국가의 통합성에 도전하자, 국경안보를 다시 강화하고,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국가적 동질성이라는 이상을 구체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브렉시트Brexit,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유럽ㆍ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부흥한 국가주의적 정당은, ‘재국가화re-nationalisation’를 더 폭넓게 시도하려는 (부분적인) 징후다.

배제(국민으로부터 특정 신체를 배제), 재생산(백인 중산층 여성의 재생산), 부인(식민화 내지는 선주민 주권의 부인)은 국가적 불안을 관리하는 교차적 기술이다. 국민은 바로 그 구성 자체 때문에 불안을 준다. 국민은 한 번도 ‘만들어진’ 바 없기에, 이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계속된다. ‘국민 만들기’의 과정은 결코 끝이 없다. 그리고 여기서 국가 주권의 취약함이 드러난다.

불안은 고정된 대상이 없다. 따라서 ‘관리’에는 국민이라는 것의 일반화되고 근본적인 불안을, 특정한 공포의 대상으로 변환하는 일이 포함된다. 이 변환은 모종의 봉쇄를 유지한다는 환상을 가능케 한다.

1979년 ‘러셔 발의안’은 1970년대를 통틀어 일어난 임신중지에 관한 공적 토론을 더 격하게 부채질한 것이다. 2000년대 중반의 도덕적 공황은 2004년 연방정부 토론에서 최고조에 달하긴 했지만, 2008년 빅토리아 주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토론에서 ‘너무 많은 임신중지’ 담론이 다시 떠올랐다. 사실상 임신중지 통계 수치는 부정확하기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임신중지가 법적으로 자유화된 이후, 임신중지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두 차례 공황이 일어난 것이다.

통계는 도덕적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임신중지를 수치로 전환함으로써, 해마다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 수만 명, 또 그들이 임신중지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맥락이 규격화ㆍ수량화됐으며, 관리와 통제에 딱 알맞게 되었다. 임신중지의 수량화는 임신중지를 정부가 해결할 ‘문제’로 만드는 한편, 정치적 문제와 열망을 객관적ㆍ기술적 측정으로 변환해 이 과정을 탈정치화했다. 이 과정은, 수가 ‘너무 많다’고 재현될 때 심해졌다.

국가안보에 대한 공황은, 외부 세력 침투에 취약해 보이는 땅(여성성)을 보호(남성성)한다는 식으로 젠더화되었다. 따라서 9ㆍ11로 촉발된 전 지구적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은, 남성적ㆍ군사주의적 국가주의가 강화된 상황에 조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이와 관련한 대중적이고 정치적인 서사도 함께 등장했다. 바로 ‘남성성의 위기’에 관한 서사로, 1990년대 초 이래 발달해 왔다.

(백인) 여성에게 재생산을 함으로써 국가를 선택하라는 요청은 매우 명백했다. 그리하여 임신중지 여성은 백인 인구 재생산이라는 사회적 선을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임신중지는 아주 중대한 국가적 사망 사건들과 연결됐다. 임신중지 반대론자들은 임신중지로 사라진 생명과 가장 칭송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순교자, 즉 전쟁에서 사망한 오스트레일리아 군인을 비교했다.

몇 가지 서로 연관된 현상이 위기의식에 불을 지폈다. 이를테면 한부모 혹은 퀴어 가정이 대중적으로 점점 가시화된 것(남자아이들이 더 이상 영속적인 이성애자 ‘아버지 상’을 보며 자라나지 않으리라는 우려와 함께), 여자아이들의 교육성취 수준이 남자아이들을 모든 면에서 능가한다는 것, 남성이 가정법원에 서는 경험을 하며 ‘남성운동’이 성장한 것, 오스트레일리아 사회ㆍ정치 영역에 비백인 남성의 참여가 늘어난 것 등을 들 수 있다.

두 차례 도덕적 공황을 겪는 동안 언론인과 정치인 등 공인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임신중지율을 ‘우리’에게 속하는 문제, 그리고 ‘손을 떠나기는’ 했지만 통제할 수 있는 문제로 봤다. 2000년대 중반 토론을 예로 들면, 입법자들은 "우리 사회는 더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 주의 임신중지 건수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인들과 광범위한 공동체는 임신중지를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관리할 수 있는 사회문제로 프레이밍하면서, 임신중지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었다. 임신중지에 대해 토론하는 행위는,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임신한 여성을, 그들을 걱정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통제 대상으로 바꿔 놓는다.

공포는 임신중지 여성이라는 상을 만들어 내는 한편 그 주위를 감돈다. 공포는 백인 여성을 위한 모성적 시민권의 역사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백인 국가라는 환상과 그 핵심 제도인 ‘가족’의 안정을 위협하는 다른 인물형이 임신중지 여성과 환유적으로 연결될 때, 공포는 더 강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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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사 - 남북조 시대 현학

왕충 이후 남북조시대에 이르러 도가의 학은 더욱 흥성했다. 도가의 학은 당시에 현학(玄學)으로 일컬어졌다. - P145

주목할 점은 이런 사람들이 비록 도가를 신봉하기는 했지만, 그중의 일부는 여전히 공자를 최대의 성인으로 받들었고 그의 학설을사상의 정통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 P146

『노자』20장의 "학문을 단절하면 근심이 없다"라는 구절의 왕필주는 말한다.
제비와 참새도 짝이 있고 비둘기와 할미새도 짝이 있으며, 추운 지방 사람들은 틀림없이 솜옷과 가죽옷을 지어 입을 줄 안다. 스스로 그러하게 맡겨두면 이미 족하니 그 상태에 다시 무엇을 보태면 근심만 생긴다.
『노자』 29장의 "억지로 작위하는 자는 그르치고, 한사고 집착하는자는 상실한다"라는 구절의 왕필 주는 말한다.
만물의 본성은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함, 자발성)이다. 따라서 따를 수는있어도 억지로 작위할 수는 없고, 소통시킬 수는 있어도 집착할 수는 없다. 사물에는 일정한 본성이 있는데 억지로 작위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르치고, 사물은 오고가는데 한사코 집착하기 때문에 반드시 상실한다. - P159

무릇 군자란 향락을 추구할 수는 없으므로 수신(修己 :修身)이란 자기의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신이란 다만 안으로 자기 몸을 공경스럽게 하고 밖으로 자기와 동일한 위치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일 뿐이니,
어떻게 모든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는가? 갖가지 사람들의 갖가지 품성과 만국의 상이한 풍속은 불치(不治 : 억지로 다스리지 않고 자연에 맡김)의 원리로써 다스리면 정치의 정도는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수신하여그 모든 사람과 풍속을 다스리려고 할 경우 요순 임금도 어려워했는데 하물며 군자의 경우에랴? 이제 요순 임금도 그것은 다스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겠거니와, 만물이 도모하지 않고 다스려짐(無爲而治)은 마치 하늘은스스로 높고 땅은 스스로 두터우며 해와 달은 빛나고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성대하게 창성하고 사방으로 펼쳐져서 두루 빠짐없이성취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이 없다. - P163

세상 사람은 대체로 개체에 집착하여 "나"라고 여기지만 이는 마치 사람의 손이스스로 자기를 몸이라고 여기며, 사람의 발이 스스로 자기를 몸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다. 즉 "세상의 구별주의자들은 이런 본질을살피지 않고 각자 ‘나는 나이니 내가 저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말하며, 생명을 손상하고 본성을 해쳐 서로 원수처럼 대적하여 지체를 잘라내면서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완적의 이런 주장은 장자학과는 다르다. - P166

욕망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만이 마음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명교를 초월하여 자연에 따를(越名敎而任自然) 수 있고, 정감이 욕망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귀천의 본질을 헤아려 물정에 통달할(貴賤而通物情) 수 있다. 물정에 완전히 통달하기(物情順通) 때문에 대도에 어긋나지 않고, 이름(명분)을넘어서 마음에 맡기기 때문에 시비의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다(無措). - P169

대인 선생이 있었는데 천지를 하루아침으로, 백년을 순간으로, 해와 달을 창문으로, 광활한 대지를 뜰로 여겼다. 지나다녀도 흔적이 없었고, 거처는 집도 오두막도 없었다. 하늘을 천막으로, 땅을 자리로 삼아 마음 내키는대로 행했다. 머무를 때는 술병을 잡고 술잔을 들었으며, 거동할 때는 술통을휴대하고 술병을 쥐었으니, 오직 술에만 힘썼고 그밖의 일은 개의치 않았다. - P171

"우선 현재의 삶을 즐기면 되지 무슨 겨를에 죽은 뒤를 생각하랴?"
이것이 바로 「양주편」의 인생철학의 전부이다. 인생 가운데 쾌락의향수만이 가치가 있으며 인생의 목적 또는 의미도 바로 거기에 있다. - P176

자유분방한(放情肄志) 인생관은 도가(道家)의 분파로 볼 수도 있지만 도가의 노자학과 장자학에는 그런 주장이 없다. 또 노자학과장자학에 자연주의가 있지만 『열자(列子)』일부의 주장처럼 극단적으로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인 면은 없다. 『장자(莊子)』에는 또 신비주의 성분이 있다. 자연주의와 신비주의가 일관된 철학으로 결합한 것이 서양철학사 중의 스피노자이고 바로 장자학의 특색이다.
위진시대(魏晋時)에는 도가 학설이 성행했다. 이 시기의 곽상(郭象, 252-312)의 『장자(莊子)』는 아주 가치 있는 저작이다. 이주는 『장자』사상의 부연 발전일 뿐만 아니라 곽상의 새로운 견해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된 저작이고 도가 철학의 중요한 전적이다. - P189

무(無)는 이미 무이므로 유(有)를 낳을 수 없다. 유는 생기지 않으니 무엇을 낳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만물은 누가 낳은 것인가? 홀로 스스로 생길 뿐이다." 스스로 생길 뿐 내가 낳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물을 낳을 수 없고 사물도 나를 - P193

낳을 수 없으니 자기 스스로 그러하다. 자기 스스로 그러한 것은 곧 천연(天然)이다. 천연이니 인위가 아니다.……… 따라서 사물은 저마다 스스로 생길 뿐어떤 것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천도(天道)이다. - P194

사람이 이러이러한 까닭은 우주가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다. 엄격히말하면 우주간의 어떤 사물도 그 안의 여타의 모든 사물과 관계가있다. 따라서 "미미한 몸도 온 천지가 받들기 때문에 천지만물의모든 존재는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즉 인간사 가운데 "치", "란"이 교체하는 것 역시 스스로 그러한것(自然的)이고 반드시 그러한 것(必然的)이다. - P197

세속의 우상도 때에 따라 천해지기도 하고, 사물의 위대함도 세상에 따라무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물에 순응한 자취는 부득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제(五帝)와 삼왕三王)의 통치방식은 서로 달랐던 것이다. - P202

무위(無爲 : 억지로 꾀하지 않음)란 조용히 침묵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각자 스스로 꾀하게(自爲) 맡겨두면 성명(性命)은 평안해진다는 말이다. 부득이(不得已)함이란 위협적인 형벌로 핍박한다는 것이 아니고 오직 도의 순수함을 견지하고 필연의 법칙에 맡기면 천하는 저절로 복종한다는 말이다. - P203

무릇 소리와 색깔에서 이주와 사광은 만인의 우상이다. 태어날 때 각자의분수가 있는데도 세상의 우상에 따라 휩쓸리면 성명(性命)이 상실된다. 만약안으로 세상의 우상을 파괴하고 남의 기준을 폐기하여 주체에 맡기면 저마다눈과 귀의 총명은 바르게 되고 사람들은 진심을 보유하게 된다. - P208

본성에 따른 행위란 본분을 벗어나지 않은 행위이니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자신이 드는 것을 들고 자신이 싣는 것을 싣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가볍다.……………본성의 한계 내의 물건을 들 경우 만 근을 짊어져도 그 무게를 느끼지 않지만, 본성의 한계를 넘어설 경우 100그램이 못 되는 무게도 감당하기힘들다. 자기의 본분 내에서 도모하는 것이 복이므로 복은 지극히 가볍고, 본분 밖의 것을 도모하는 것이 재앙이므로 재앙은 지극히 무겁다. 재앙은 지극히 무겁건만 아무도 피할 줄 모르니 이것이 세상의 크나큰 미혹이다. - P211

취향이 다르지만 각각 그 차이를 의식하고 일부러 다르게된 것은 결코 아니다. 모두 그 까닭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그럴 뿐이다.
스스로 그럴 뿐 억지로 도모하지 않는 것, 이것이 소요(逍遙)의 핵심이다. - P214

지인은 움직일 때는 하늘과 같고, 고요할 때는 땅과 같고, 그 행동은 물의 흐름과 같고, 정지할 때는 연못처럼 조용하다. 연못처럼 조용하든, 물의 흐름과 같든, 하늘처럼 움직이든, 땅처럼 정지하든 각 경우마다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저절로 그렇게 한다는 점은 똑같다.…………참으로 선입견(마음)을 통해서 반응하지 않고 이치가 저절로 현부(玄符 : 천명, 타고난 품성)에서우러나와 변화와 더불어 승강하여 세상을 기준으로 헤아리면 비로소 사물의주인이 될 수 있고 무한히 시대에 순응할 수 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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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2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사에 관심이
많아서 어려서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섭렵했는데, 정작 중국 사람
들의 정신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1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시작한 케이스인데요~ 중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역사를 공부하니 철학이 자연스레 이어지더라고요. 중국 역사에 사상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죠.
 

임신중지 3장 - 선택의 애통함

임신한 여성을 아이의 어머니로 고정시킴으로써 임신중지는 문제적이며 해로운 것으로 관철시키는 입장

태아중심적 애통함은 다양한 담론장을 가로질러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감정이 중요한 까닭은 임신한 여성을 이미 자궁 안에서부터 자율적인 ‘아이’의 어머니로 만들고, 임신중지를 여성에게 도덕적으로 문제적이며 해로운 것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태아중심적 애통함은 반임신중지의 수사가 숨어들어 그 규범적 효과를 증폭시킨 강력한 수단이다. 이때 정치는, 임신중지에 무엇이 뒤따르며 여성이 어떻게 임신중지를 경험하는지를 말해 주는 진실로 둔갑한다.

임신을 바란 여성은 모성적 정체성을 갖고서 미래의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유산에 대한 그들의 경험은 원치 않은 임신을 자발적으로 끝낸 여성의 경험과 매우 다르다.

임신중지 법이 자유화되기 전에는,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신체적으로 해를 끼친다는 문화적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임신중지 이후 재생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부 임신중지 탓으로 돌렸다. 바버라 베어드는 이런 유의 경험을 ‘체현된 일탈’이라 불렀다. 이는 "일탈적인 사회적 행위가 신체의 물성으로 나타난다는 (···) 역사적ㆍ문화적으로 구체화된 신념"을 일컫는다.

연구자들은 임신중지가 단기적ㆍ장기적으로 여성에게 불가피하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보다 대중적인 포럼에서 임신중지 심리적 영향은 계속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임신중지의 심리화는 임신중지를 임신한 여성의 건강이나 심리적 복지 차원에서 바라보는 법에서 점차 뚜렷해졌다.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긴다는 주장은,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심리적ㆍ감정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는, 법으로 공식화된 주장과 부딪혔다.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반임신중지 운동에서는 임신중지의 심리적ㆍ감정적 효과를 둘러싼 여러 주장을 PAS라는 진단명으로 집약했다. PAS는 1988년 WEBA와 RTL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반임신중지 커뮤니티에서 공동 컨퍼런스를 조직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여성의 심리적 복지를 근거로 임신중지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1980년대 초 ‘여성중심적’ 반임신중지 활동 단체가 만들어지며 탄력을 받았다. ‘임신중지 피해자Victims of Abortion’와 WEBA Women Exploited by Abortion(임신중지로 착취당한 여성)가 여기 들어간다. 미국 WEBA의 창립자가 1983년 대회를 연 뒤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RTL 구성원들이 WEBA를 설립했다. WEBA의 목표는, "임신중지가 산 사람을 죽인다는 진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기 아이를 죽게 한 여성의 마음에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진실"에 관하여 ‘침묵의 공모’를 끝낸다는 것이었다. WEBA 회원들은 임신중지를 겪었다고 주장하며, 개인적 경험에 의거해 반임신중지 정치를 정당화하려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기 있었다"고 계속 강조했다.

1991년 WEBA는 WHBA로 단체명을 바꿨다. 즉 ‘임신중지로 착취당한exploited 여성’에서 ‘임신중지로 상처 입은hurt 여성’이 된 것이다. 많은 여성이 임신중지를 자유롭게 선택하지만 반드시 그 뒤에 애통함을 느끼게 된다는 전제에서였다.

반임신중지 정치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공동체의 공감을 얻었고, 점점 더 많은 단체가 여성의 임신중지 접근권을 제한하겠다는 의제를 숨긴 채 등장했다. RTL의 태아중심 정치는 단체명에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WHBA가 초기에 세웠던, 태아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목표는 임신중지 여성에 대한 관심 뒤로 점점 숨어들었다. 그러나 WHBA는 태아중심적 의제를 겨우 감췄을 뿐이다. 아이와 엄마의 이미지는 단체 뉴스레터 곳곳에 가득했다.

‘진정한 선택Real Choices’은 2007년 설립된 반임신중지 단체의 이름이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직업교육과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이지 "로비스트나 활동가 집단이 아니"라며, "종교나 정치적 연결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단체가 표방하는 중립성은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미치는 끔찍한 효과에 대한 메시지를 승인한다. 이런 식으로 여성에게 ‘진정한 지지와 진정한 선택’을 제공한다는 이른바 ‘진정한 정보’가 구성된다.

반임신중지 활동가들은 임신중지를 다시 범죄화해 여성의 선택을 막는 대신, 임신중지를 더 제약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 법적 제약이 여성에게 ‘정보를 갖춘’ ‘진정한’ 선택을 가능케 하리라는 전제에서였다. 예를 들어 ‘고지된 동의informed consent’에 관한 법은, 임신중지 관련해 다퉈 볼 심리적ㆍ신체적 위험성을 의사가 여성에게 경고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2017년 7월, 미국 35개 주에서 여성이 임신중지 전 상담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그 가운데 29개 주에서 상담자가 여성에게 제공할 정보의 내용을 구체화했으며, 27개 주에서 상담과 임신중지 절차 사이의 시차를 명시했다. 시차는 대개 24시간이었다. 또 25개 주에서 여성이 임신중지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받게 했는데, 여기에는 의료적으로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되었다. 이를테면 임신중지가 이후 임신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4개 주), 유방암에 미치는 영향(5개 주), 그리고 여기서 가장 유의미한 증상인, 부정적인 감정적 영향(6개 주) 등이었다. 이제는 많은 주에서 여성들에게 배아나 태아의 초음파를 보게끔 하며, 2개 주에서는 의사가 초음파에서 무엇이 보이는지를 설명해야 한다.이런 법은 여성이 임신중지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배아/태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는 구실로 정당화된다.

임신중지 결정 과정에 그 결과를 비롯한 정보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은 비교적 문제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새로운 방식의 가부장주의를 만들어 낸다. ‘고지된 동의’에 관한 법은 이미 의료 행위를 통제하고 있으며, 임신중지는 의료 절차에 추가 단서가 붙는 매우 드문 경우다. 여성이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는 여성을 취약하고, 약하고, 착취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이런 조치는 "여성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며, 여성이 임신중지를 적극적으로 바란다기보다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여성은 상담을 받고 국가에서 주는 정보를 받아야 한다, 반면 임신을 지속할 여성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런 식의 전제는 모성이 임신에서 문제없이 도출될 유일한 결과라는 규범적 관점을 반영하며, 이를 재차 말한다.

감정은 주체의 ‘진실’을 만들며, 주체에 깊이 내면화된 생각, 개인사, 미래를 향한 열망을 자동반사적으로 드러낸다고 흔히들 믿는다.

임신중지는 여성에게 감정이나 정신건강 면에서 예측할 만한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앞서 유산의 애통함을 연구한 학자들이 보여 주듯, 여성이 애통해하는 것은 곧 자율적 태아의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전제에도 문제가 있다. 애통함이 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생기는 감정은 아니다. 애통함은 이상이나 신념의 상실에서도 온다. 따라서 만일 임신중지로 애통함을 경험한 여성이 있다면, 이는 임신에 대한 환상 때문일 수 있다. 그 환상에는 (어머니로서, 혹은 사랑하는 이가 있는 공동 양육자로서) 상상하던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 환상에는 여성이 태아를 자신과 분리된 존재로 그려 보았다는, 불가피하진 않은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애통함은 임신과 모성에 관해 내면화된 이데올로기의 결과일 수 있다.

임신중지의 애통함은 태아의 사망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여성의 아이가 사망했다는 프레임으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이 경험에는 오직 하나의 각본, 하나의 설명만 제공된다. 레이스트와 임신중지 반대론자들은 ‘슬픔에 언어를 주는’ 대신, 슬픔에 거의 언어를 주지 않았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설명할 때, 임신중지는 "기억된 과거, 살고 있는 현재, 기대되는 미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진행 중이던 서사를 끊음으로써 자아를" 분열시키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모성은 임신중지가 끊어 놓은 자아감과 기대된 미래가 거주하는 공간으로서 자연화된다.

과거를 떨칠 수 없는 멜랑콜리아의 속성, 또 그게 일상생활에 자꾸만 침입하는 현상은 프로이트가 정의한 트라우마와 유사하다. 그런데 멜랑콜리아가 일상적인 상실에서 비롯할 수 있는 반면, 트라우마는 대체로 "인간 경험치를 벗어난 사건"에서 비롯한다. 임신중지는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경험하는, 예외적이기보다 일상적인 사건이다.

임신중지가 본질적으로 애통하고 트라우마적이라는 설명은 다음의 순환논리를 만든다. 임신중지 여성은 태아의 어머니다, 따라서 임신중지는 본질적으로 트라우마적이다, 임신중지의 애통함과 트라우마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임신중지 여성은 어머니일 수밖에 없다.

한쪽에는 여성의 자유에 관한 포스트페미니즘 담론이 있다. 그 자유는 ‘선택’을 통해 활성화된다. 다른 한쪽에는 엄격히 제한된 젠더규범이 있다. 그 규범은 모성을 여성의 정박지로 고정한다. 따라서 태아중심적 애통함의 주된 기능은 ‘복구’다.

애통함은, 에릭 실의 말마따나 "아기를 낙태시키는 결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만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행동에 실패한 데 대해서도 속죄 혹은 처벌로 작동한다. 따라서 "애통해하는 임신중지 여성"은 "타락한 여성"의 현대적 각색일지 모른다. 성적으로 도덕적으로 품행이 단정치 않은 결과, 끔찍한 삶을 대가로 얻은 여성 말이다.

모성적 프로초이스 지지자들은 임신한 여성에게 태아를 ‘행복의 대상’으로 구체화하고, 태아의 생명을 임신중지 정치에서 유일하게 시급한 도덕적 이슈로 보는 관점을 강화한다. 이들은 태아중심적 애통함이 임신중지에 대한 불가피한 반응일 뿐 아니라, 종종 단 하나의 윤리적 반응이라고 본다.

울프가 묘사한 임신중지는 PAS가 재현되는 방식과 유사한 데가 있다. 모성 욕망이 자연화되고, ‘태어나지 않은 존재’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임신중지의 애통함과 트라우마가 되새겨지고, 추모와 기념은 임신중지를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1995년 나오미 울프의 기고는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에서 임신중지 경험을 성찰하고 논쟁할 기회를 주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프로초이스 평론가들은 울프가 임신중지를 묘사하는 방식이 윤리적ㆍ도덕적으로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렇다고 해서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주는 이로움을 칭송하진 않았다. 대신에 이들은 울프가 단언한, 여성이 임신중지를 애통해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레슬리 캐널드의 말처럼 임신중지가 이미 그리고 피할 수 없이 ‘여성에게 크나큰 애통함과 고통’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저명한 페미니스트인 저메인 그리어와 나오미 울프가 캐널드의 『임신중지 신화』와 더불어 임신중지 이슈를 다시 꺼낸 일은, 1990년대 후반에 모성과 태아중심적 애통함이 서로를 강화하는 서사가 공적 담론과 프로초이스 정치를 지배했음을 보여 준다.

태아중심적 애통함은 프로초이스와 반임신중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1980년대부터 반임신중지 운동은 전략을 바꿔 태아에서 여성으로 중심을 옮겨 갔다. 그리하여 안티초이스와 프로초이스 지지자들은 계속되는 애통함과 트라우마를 임신중지의 불가피한 결과로 재현하는 데 골몰했다. 임신중지의 애통함과 트라우마는 뚜렷한 정치 의제 없이도 지배적인 설명이 되었고, 개중엔 경험담이 많았다. 중립성을 가장해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정말로 어떠한지’를 묘사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한 것이다.

임신중지 뒤 끔찍하게 고통받는 여성의 이야기는 지난 30여 년간 신문에서 다뤄졌다. 임신중지에 대한 특정한 감정이 공론장에 할애되는 양상은 정치적 성격을 띤다. 태아중심적 애통함은 단연 반임신중지 정치다.

논설에서 임신중지가 부정적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에는 어떤 경우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는 함의도 있다. 그러나 임신중지에 계속 부정적 정서가 따라다니면서, ‘될 수 있다’에 깃든 불확실성은 가려졌다.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대상에게 돌리는 일은 단순히 특정 감정상태를 설명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좋은가 해로운가 하는 판단이 들어 있다.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공리주의적 윤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일상의 주문이 되었다.

임신중지의 애통함과 트라우마는 2006년과 2008년 연방의회 토론과 빅토리아 주 의회 토론에서 눈에 띄는 주제였다. 법안 지지자들은 이 감정 각본을 인용해, 입법의 맥락과 별개로 여성은 임신중지가 일으킬 끔찍한 효과 때문에 그 조치를 피할 것이므로, 임신중지에 더 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통한 임신중지’와 ‘즐거운 모성’이라는 감정경제는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을 ‘아이 없는childless’ 여성으로 부르는 식의 담론을 통해 힘을 얻는다. ‘아이로부터 자유로운childfree’이라는 대안적 명칭과 비교했을 때, ‘아이 없는’이라는 말에는 아이 없이 사는 삶이 상실과 불완전에 가깝고, 아이가 있어야 완전함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이 없는’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붙는 형용사인데, 완전함에 관한 전제가 특별히 젠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로부터 자유로운’이라는 형용사는 양육할 때 생기는 시간ㆍ돈의 제약 조건을 인지하면서, 모성을 (이를테면 이전의 독립성에 대한) 상실로 다시 상상할 여지를 준다. 단언컨대 모성에 대한 후회나 상실은 사실상 입 밖에 낼 수 없는 감정이다.

임신중지를 애통해하는 여성이 후회하지 않는 여성보다 대중적 관심을 많이 받는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가져 보지 않은 아이를 갈망하는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고 가임기를 마무리한 여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형이다. 생물학적으로, 그러니까 보편적이며 몰역사적으로 그려진 아이에 대한 욕망은 두 서사에 모두 힘을 싣는다.

오늘날 모성은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에게조차 여성이 선택한 결과가 되었다. 모성적 행복과 임신중지의 애통함이라는 감정은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에서 생겨나지 않았다. 도리어 사실(수많은 여성이 임신중지를 한다는 사실)을 이상ㆍ이데올로기(모성과 모성 욕망의 자연화)를 통해 담론적으로 복구했다. 이렇게 모성 욕망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삶과 욕망의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다.

임신중지 선택의 감정경제는 임신과 임신한 주체에 대한 특정 시각에 바탕을 둔다. 그리하여 성취 혹은 파괴를 약속하며, 임신중지에 관한 선택으로써 여성에게 모성적 정체성을 부여한다. 여성은 모성적 행복이라는 환상을 벗어날 수 없다. 그 환상은 여성에게 용인되는 척도를 타인중심적 정체성과 모성중심적 열망으로 좁게 한정한다. 임신중지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어머니가 되지 않기를 선택하는 행위인데, 이마저 규범적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는 것은 모성적 행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유연하고 강력한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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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신연식 각본집
신연식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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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먹먹함에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났다. 진하게 남은 윤동주와 송몽규의 인생이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인다. 밤하늘의 별, 그리고 용정, 연희전문대, 교토대의 풍경들이 스친다. 2016년 혼란스러웠던 정국과 두 사람의 인생이 교차된 것은 아닌지. 그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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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20 1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 친구가 우지강변 윤동주 시비 제막식에서 시낭송을 했었어요. 일본인들 중에도 윤동주시인 좋아하시는 분들 많다고 그러더라고요. 영화 참 좋았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0 11:51   좋아요 3 | URL
와~ 시낭송 장면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듭니다. 설레기도 했겠지만 슬픔도 있었을 것 같아요. 네. 일본인들에게도 윤동주 시인은 아주 특별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 이후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몇 편 없는데도 이 영화는 무척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새파랑 2022-08-20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각본집에 손이 안가긴 하지만 이 책의 각본집은 가지고 싶네요 ^^ 오늘 중고검색 들어가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0 11:52   좋아요 3 | URL
ㅎㅎ 새파랑님. 각본집은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간이라 중고검색이 금방 뜰지는 모르겠네요^^; 새파랑님 get하시면 알려주세요~ㅎㅎㅎ

새파랑 2022-08-20 12:11   좋아요 3 | URL
요게 최신출간이어서 중고는 없어서 화가님께 땡투하고 새책으로 방금 구매했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20 16:3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청아 2022-08-20 1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각본집이 나왔군요! 이 영화 보고싶었어요. 두 배우 다 연기도 매력있어서 기대됩니다. 윤동주의 서시, 별 헤는 밤 가장 좋아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0 16:31   좋아요 3 | URL
미미님 이 영화를 보지 못하셨군요^^ 종종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 나왔던 것 같은데 기회 되면 보시면 좋겠네요. 두 배우 연기 모두 잘하죠^^ 각자의 매력들도 있고요. 저는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랑 <병원>을 좋아해요.

scott 2022-08-22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윤동주의 사촌이 정말 싫었어요(중딩때 윤동주 평전 읽고 난후)


이제 미국(뉴욕)에서도 윤동주가 남긴 시들 낭송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 땅 떠날 때 오로지 윤동주 시집(한쿡말로 된 책)만 챙겨 갔어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22 09:35   좋아요 2 | URL
그의 시는 아름다워서 어디에서도 통할 것 같아요^^ 이제 세계적인 시인이 되었네요.
오!!! 외국에서 읽는 윤동주 시집 남다를 것 같습니다. 향수를 채워줄 것 같기도 하고요. 평전은 담아놓았어요. 조만간 주문해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8-22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JmA0HRUCrrs
베이스 김대영의 별헤는밤 너무 좋아요
눈물나요.

거리의화가 2022-08-22 16:49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덕분에 좋은 곡 듣게 되었습니다. 시가 그야말로 음악으로 승화된 경우군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제부터 여름 휴가가 시작되었다.

근데 벌써 이틀이 지나다니 아쉬워지려고 한다.

그래도 다음주 월요일 하루 더 쉰다고 생각하면 괜찮다.


이틀간 딱히 많은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완전히 상반되는 책이건만 둘다 읽기는 무척 까다로운 책이다.


임신중지는 오늘로 2장까지 읽었다. 

집중력을 발휘하여 열독을 하였지만 여러 번 난관에 부딪친다.

'무아성' 같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용어들과 ALRA, WLM, RTL 등 낯선 이름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임신과 임신중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의 무경험적 위치, 그리고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임신중지를 둘러싸고 일어난 갖은 논쟁에 대한 역사 때문인 듯하다.

그래도 1장보다는 2장이 더 읽기 수월했다. 

역시 계속 읽어가다보면 눈에 더 익겠지 생각하고 있다.


중국철학사 하는 경학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하필 시작이 음양가 사상과 역에 관련된 내용이다. 

8괘, 64괘 등 있지 않나. 나는 이게 왜 이리 눈에 안 들어오는지^^;;;

주역도 이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겠지만! 

음양의 조화를 강조하는 바가 딱히 납득이 안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도.



책들을 받았다. 2번에 걸쳐 받아서 이제야 인증샷을~ 참 소소한 책탑이다.



<동주>는 잠깐 훓어보면서 페이지 넘겨보다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중고 적립금 사용하려고 같이 포함시켰다. <링컨 하이웨이>가 붐을 일으켰었지만 나는 일단 이 책부터 읽어보려고 한다. 

<오랑캐의 역사>는 신간인데 작가가 항상 새로운 시선을 많이 던져주는 분이라 나오면 사모으고 있다^^

그와 더불어 <하얼빈>과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는 이번 휴가 때 읽을 계획이다^^




헤비타트에 독립운동가 후손 주거개선 프로젝트가 있어서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당시의 상황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하신 분들인데 그동안 정부는 이들을 위한 보상이 너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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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8-19 17: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휴가 시작하셨었군요?
하루가 지면 아쉽겠지만, 책을 읽고 나면 또 뿌듯하실 것 같은 하루 하루가 되실 수도 있으시겠어요. 요즘 아침저녁으론 꽤나 선선하던데 저녁부터 본격적인 휴가 놀이? 잠깐 하시는 것도 괜찮으시겠어요ㅋㅋㅋ
맛있는 것도 남편분과 많이 잡수시고, 재충전 많이 많이 하세요^^
책탑 사진은 영롱하군요😍

거리의화가 2022-08-19 17:46   좋아요 3 | URL
네 늦은 휴가지만 어차피 어딜 갈 게 아니라서 소소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많이 시원해져서 운동하기에도 좋아졌어요ㅋㅋ 옆지기는 먹는 것에 진심이라 휴가 내내 잘 챙겨먹을 듯하구요ㅎㅎㅎ

새파랑 2022-08-19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주> 영화 인상깊게 봤는데 책도 궁금하네요~!! 즐거운 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0 09:5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책에는 영화 대본이 들어가있고 감독의 인터뷰, 칼럼 등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스틸컷도 들어있어서 영화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조만간 한번 더 볼까 싶어요^^
휴가 잘 보내겠습니다!ㅎㅎㅎ

희선 2022-08-20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가군요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보시겠네요 벌써 이틀이 가다니... 쉴 때는 더 시간이 빨리 가지 않나 싶군요 책을 읽으면 더 빨리 갈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님 남은 날 편안하게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20 09:54   좋아요 1 | URL
네. 이번 휴가는 어디 가지 않고 집에서 소소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5일의 휴가 중 눈깜짝할 새 2일이 지나고 3일째가 되었네요. 시간이 후딱 갑니다ㅋㅋㅋ 남은 휴가도 알차게 보내야겠어요^^*

mini74 2022-08-20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스크바의 신사.ㅎㅎ 그 책 읽고 한동안 책상다리 유심히 봤습니다. ㅎㅎ 휴가 즐겁게 보내세요 화가님~ 전 오랑캐의 역사에 눈이 가네요.

거리의화가 2022-08-20 10:07   좋아요 1 | URL
ㅋㅋ 미니님^^ 모스크바의 신사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란ㅎㅎㅎ
오랑캐의 역사 재미날겁니다. 저는 작가님 블로그에서 글을 미리 몇 편 봤었어요. 남은 휴가 알차게 잘 보낼게요!

얄라알라 2022-08-20 1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임신 중지] 곧 합류하겠습니다. 꽂아두고, 눈길만 주고 있어요
정성들여 읽었던 책이지만 플친님들과 진도 맞춰 다시 읽으면 새로 배우는 게 클 것 같아 기대됩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0 16:35   좋아요 1 | URL
알라님도 시작하시는군요. 저는 역시 좀 어렵지만 그래도 읽을수록 익숙해지고는 있습니다ㅎㅎ 이번 책은 다른 분들의 소감을 통해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가가 월요일까지군요. 아 진짜 한국의 여름휴가는 너무 짧아요. 저도 예전에 중국 철학사 공부할 때 주역 나오면 뇌가 그냥 무념무상의 경지고 흘러가는.... 아 이것은 하늘의 소리구나, 어찌 인간인 내가 감히 이를 이해하려 들리오 뭐 이런 마인드로 넘겼습니다. ㅎㅎ
김기협선생 새 책이 나왔군요. 저도 이분의 해방일지와 뉴라이트 비판 같은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화가님 덕분에 새책을 놓치지않게 됐습니다. 아 그리고 저도 해비타트 후원해요. 화가님과 같은 이유로요. ^^

거리의화가 2022-08-20 21:58   좋아요 2 | URL
여름 휴가라기보다는 연차 몇개 더 쓴 휴가라고나 할까요.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리네요ㅎㅎㅎ
주역 부분 빼고는 나름 재밌게 읽고 있어요. 그 부분은 저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그래야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네. 따끈따끈한 책이에요^^ 저도 해방일지, 뉴라이트 비판으로 선생님의 책을 접했고 계속 이후에도 신간 나오면 사모으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오~ 해비타트 후원하시는군요. 동지가 생긴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은 잘만 먹고 사는데 독립운동가 후손들은...ㅠㅠ

레삭매냐 2022-08-20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랑캐의 역사 땡기네요.

<하얼빈>도 읽고 싶지만, 김훈
작가의 책은 사서 읽지 않기로
결심을 해서리... 도서관에서 빌
려서 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1 16:36   좋아요 0 | URL
김훈 작가님 저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안중근 관련 이야기라 궁금해져서^^;
기대하지 않고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