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학사 - 남북조 시대 현학

왕충 이후 남북조시대에 이르러 도가의 학은 더욱 흥성했다. 도가의 학은 당시에 현학(玄學)으로 일컬어졌다. - P145

주목할 점은 이런 사람들이 비록 도가를 신봉하기는 했지만, 그중의 일부는 여전히 공자를 최대의 성인으로 받들었고 그의 학설을사상의 정통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 P146

『노자』20장의 "학문을 단절하면 근심이 없다"라는 구절의 왕필주는 말한다.
제비와 참새도 짝이 있고 비둘기와 할미새도 짝이 있으며, 추운 지방 사람들은 틀림없이 솜옷과 가죽옷을 지어 입을 줄 안다. 스스로 그러하게 맡겨두면 이미 족하니 그 상태에 다시 무엇을 보태면 근심만 생긴다.
『노자』 29장의 "억지로 작위하는 자는 그르치고, 한사고 집착하는자는 상실한다"라는 구절의 왕필 주는 말한다.
만물의 본성은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함, 자발성)이다. 따라서 따를 수는있어도 억지로 작위할 수는 없고, 소통시킬 수는 있어도 집착할 수는 없다. 사물에는 일정한 본성이 있는데 억지로 작위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르치고, 사물은 오고가는데 한사코 집착하기 때문에 반드시 상실한다. - P159

무릇 군자란 향락을 추구할 수는 없으므로 수신(修己 :修身)이란 자기의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신이란 다만 안으로 자기 몸을 공경스럽게 하고 밖으로 자기와 동일한 위치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일 뿐이니,
어떻게 모든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는가? 갖가지 사람들의 갖가지 품성과 만국의 상이한 풍속은 불치(不治 : 억지로 다스리지 않고 자연에 맡김)의 원리로써 다스리면 정치의 정도는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수신하여그 모든 사람과 풍속을 다스리려고 할 경우 요순 임금도 어려워했는데 하물며 군자의 경우에랴? 이제 요순 임금도 그것은 다스리려고 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겠거니와, 만물이 도모하지 않고 다스려짐(無爲而治)은 마치 하늘은스스로 높고 땅은 스스로 두터우며 해와 달은 빛나고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성대하게 창성하고 사방으로 펼쳐져서 두루 빠짐없이성취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이 없다. - P163

세상 사람은 대체로 개체에 집착하여 "나"라고 여기지만 이는 마치 사람의 손이스스로 자기를 몸이라고 여기며, 사람의 발이 스스로 자기를 몸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다. 즉 "세상의 구별주의자들은 이런 본질을살피지 않고 각자 ‘나는 나이니 내가 저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말하며, 생명을 손상하고 본성을 해쳐 서로 원수처럼 대적하여 지체를 잘라내면서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완적의 이런 주장은 장자학과는 다르다. - P166

욕망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만이 마음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명교를 초월하여 자연에 따를(越名敎而任自然) 수 있고, 정감이 욕망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귀천의 본질을 헤아려 물정에 통달할(貴賤而通物情) 수 있다. 물정에 완전히 통달하기(物情順通) 때문에 대도에 어긋나지 않고, 이름(명분)을넘어서 마음에 맡기기 때문에 시비의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다(無措). - P169

대인 선생이 있었는데 천지를 하루아침으로, 백년을 순간으로, 해와 달을 창문으로, 광활한 대지를 뜰로 여겼다. 지나다녀도 흔적이 없었고, 거처는 집도 오두막도 없었다. 하늘을 천막으로, 땅을 자리로 삼아 마음 내키는대로 행했다. 머무를 때는 술병을 잡고 술잔을 들었으며, 거동할 때는 술통을휴대하고 술병을 쥐었으니, 오직 술에만 힘썼고 그밖의 일은 개의치 않았다. - P171

"우선 현재의 삶을 즐기면 되지 무슨 겨를에 죽은 뒤를 생각하랴?"
이것이 바로 「양주편」의 인생철학의 전부이다. 인생 가운데 쾌락의향수만이 가치가 있으며 인생의 목적 또는 의미도 바로 거기에 있다. - P176

자유분방한(放情肄志) 인생관은 도가(道家)의 분파로 볼 수도 있지만 도가의 노자학과 장자학에는 그런 주장이 없다. 또 노자학과장자학에 자연주의가 있지만 『열자(列子)』일부의 주장처럼 극단적으로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인 면은 없다. 『장자(莊子)』에는 또 신비주의 성분이 있다. 자연주의와 신비주의가 일관된 철학으로 결합한 것이 서양철학사 중의 스피노자이고 바로 장자학의 특색이다.
위진시대(魏晋時)에는 도가 학설이 성행했다. 이 시기의 곽상(郭象, 252-312)의 『장자(莊子)』는 아주 가치 있는 저작이다. 이주는 『장자』사상의 부연 발전일 뿐만 아니라 곽상의 새로운 견해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된 저작이고 도가 철학의 중요한 전적이다. - P189

무(無)는 이미 무이므로 유(有)를 낳을 수 없다. 유는 생기지 않으니 무엇을 낳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만물은 누가 낳은 것인가? 홀로 스스로 생길 뿐이다." 스스로 생길 뿐 내가 낳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물을 낳을 수 없고 사물도 나를 - P193

낳을 수 없으니 자기 스스로 그러하다. 자기 스스로 그러한 것은 곧 천연(天然)이다. 천연이니 인위가 아니다.……… 따라서 사물은 저마다 스스로 생길 뿐어떤 것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천도(天道)이다. - P194

사람이 이러이러한 까닭은 우주가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다. 엄격히말하면 우주간의 어떤 사물도 그 안의 여타의 모든 사물과 관계가있다. 따라서 "미미한 몸도 온 천지가 받들기 때문에 천지만물의모든 존재는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즉 인간사 가운데 "치", "란"이 교체하는 것 역시 스스로 그러한것(自然的)이고 반드시 그러한 것(必然的)이다. - P197

세속의 우상도 때에 따라 천해지기도 하고, 사물의 위대함도 세상에 따라무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물에 순응한 자취는 부득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제(五帝)와 삼왕三王)의 통치방식은 서로 달랐던 것이다. - P202

무위(無爲 : 억지로 꾀하지 않음)란 조용히 침묵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각자 스스로 꾀하게(自爲) 맡겨두면 성명(性命)은 평안해진다는 말이다. 부득이(不得已)함이란 위협적인 형벌로 핍박한다는 것이 아니고 오직 도의 순수함을 견지하고 필연의 법칙에 맡기면 천하는 저절로 복종한다는 말이다. - P203

무릇 소리와 색깔에서 이주와 사광은 만인의 우상이다. 태어날 때 각자의분수가 있는데도 세상의 우상에 따라 휩쓸리면 성명(性命)이 상실된다. 만약안으로 세상의 우상을 파괴하고 남의 기준을 폐기하여 주체에 맡기면 저마다눈과 귀의 총명은 바르게 되고 사람들은 진심을 보유하게 된다. - P208

본성에 따른 행위란 본분을 벗어나지 않은 행위이니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자신이 드는 것을 들고 자신이 싣는 것을 싣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가볍다.……………본성의 한계 내의 물건을 들 경우 만 근을 짊어져도 그 무게를 느끼지 않지만, 본성의 한계를 넘어설 경우 100그램이 못 되는 무게도 감당하기힘들다. 자기의 본분 내에서 도모하는 것이 복이므로 복은 지극히 가볍고, 본분 밖의 것을 도모하는 것이 재앙이므로 재앙은 지극히 무겁다. 재앙은 지극히 무겁건만 아무도 피할 줄 모르니 이것이 세상의 크나큰 미혹이다. - P211

취향이 다르지만 각각 그 차이를 의식하고 일부러 다르게된 것은 결코 아니다. 모두 그 까닭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그럴 뿐이다.
스스로 그럴 뿐 억지로 도모하지 않는 것, 이것이 소요(逍遙)의 핵심이다. - P214

지인은 움직일 때는 하늘과 같고, 고요할 때는 땅과 같고, 그 행동은 물의 흐름과 같고, 정지할 때는 연못처럼 조용하다. 연못처럼 조용하든, 물의 흐름과 같든, 하늘처럼 움직이든, 땅처럼 정지하든 각 경우마다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저절로 그렇게 한다는 점은 똑같다.…………참으로 선입견(마음)을 통해서 반응하지 않고 이치가 저절로 현부(玄符 : 천명, 타고난 품성)에서우러나와 변화와 더불어 승강하여 세상을 기준으로 헤아리면 비로소 사물의주인이 될 수 있고 무한히 시대에 순응할 수 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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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2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사에 관심이
많아서 어려서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섭렵했는데, 정작 중국 사람
들의 정신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1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시작한 케이스인데요~ 중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역사를 공부하니 철학이 자연스레 이어지더라고요. 중국 역사에 사상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