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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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마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달라도 하고자 하는 말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1. 결혼이란 제도로 사람의 욕망은 끝나는가?
'아니오'일 것이다.

욕망의 대상은 다양하다.
사람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고 규율의 파괴일 수도 있다.

감정이 고조에 이르고 줄어드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뜨거웠던 애정은 언젠가 식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감정의 모양은 달라져도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친구처럼 지내거나 동지(!)처럼 지내게 된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옆사람에게 묻곤 한다.
"10년 전 내게 가졌던 감정을 지금도 가져야 하는 거 아냐?" 나 좀 봐달라는 애두른 표현이지만 딱 잘라 말한다. "지금도 그렇다면 병이야."
결혼하고보니 막상 내가 원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마음이 떠나 그 사람을 보기 싫어졌다면?
일부는 취미 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해서 다른 방향으로 마음을 돌릴 수도 있겠다. 일부는 외도를 하겠지.
규율에 대한 욕망은 항시 존재할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이것을 해야 하고 이것을 조심해야 하고 격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회의 지침(!)이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이렇게 지키는 사람도 가끔 그 구속에서 벗어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무채색의 양말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실크스타킹을 사 신는다. 스타킹에 걸맞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백화점 1층에 가서 뷰티 서비스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낼 겸 영화나 공연을 본다.
이럴 때의 욕망은 자유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것조차 지탄을 한다면 기혼 여성의 욕망의 범위는 거의 없는 것이 아닌지 싶어 갑갑해진다.


2.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아니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든 폭력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집에서 폭력을 경험했을 때 '사람은 왜 사람을 때리는가' 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항변하는 경우도 보았다. "말을 안 듣는데 어떻게 폭력을 안 쓰냐?" 그렇다고 해도 나의 분노를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이런 경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역시 경험이 없으므로 답을 할 수 없다.
소설 속에서 폭언과 폭력을 서슴치 않고 행하는 남편이 있다. 심지어는 만나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이런 사람 옆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갖고 살 수 있느냔 말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어떤 남자는 여자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핑계를 대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아주 최근까지 정신병원으로 가는지 『여성과 광기』를 통해서도 본 일이 있지만 짧은 이야기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3. 가부장제와의 결별(?)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단편이 있었다. 죽음이란 상실이기만 할까. 여러 감정이 조금씩 아니면 한꺼번에 밀려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정한 규율이 있고 그에 위반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가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 딸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자까지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위적으로 결정되고 그에 순응하며 살던 딸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어떠했을까.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축이기도 하다는 면에서 그의 죽음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했다. 딸들의 마음은 후련함에 가까운 해방일까. 아니면 그러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에 더 가까울까.


4. 연대
현대 사회에서 연대라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주변 소식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서 빛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전에 여성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사람이 빛을 보며 태어났는데 어떤 이유로도 갑작스런 죽음은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의 비극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 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례에 걸맞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기존에 19세기 고전 소설을 읽었을 때는 나와 맞지 않는 상황들과 인물들의 태도 등으로 거리감을 느꼈었다.
헌데 여기 단편들은 그렇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들이 놀랍도록 지금에 견주어도 비슷해서 읽는데 수월했으나 그만큼 아팠다.
지금도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아프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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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0-13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폭력에 반대하고 경험때문에 타인에게 소리치는 것도 심각한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여 피해자에 쉬이 감정이입되고 가해자를 미워하게 되더라구요.
(무채색의 양말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실크스타킹을 사 신는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낼 겸 영화나 공연을 본다.)
화가님 써주신 요 부분 읽는것만으로도 이미 힐링되는 느낌입니다.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0-13 10:02   좋아요 2 | URL
폭언과 폭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을 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ㅠㅠ 그런 경험이 있다면 더더군다나 피해자는 두려움을 갖게 되겠죠.
ㅎㅎㅎ 저도 그 상황 자체가 힐링이더라구요. 저는 심심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편인데요(편해서). 처음에 여행 다닐때는 평소와 마찬가지의 옷차림을 했어요. 그랬더니 사진들이 죄다 우중충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차려입은듯한 복장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밝게 입어야 사진이 좀 더 잘 나오는 듯한~? 게다가 기분 전환 효과도 있더군요^^

2022-10-13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10-13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의 정리된 글 잘 읽었어요.
적어주신 1번에서 4번까지가 우리가 항상 생각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고요.
결혼 생활하다보면 남편은 이제 동지에 가깝고, 폭력 사용하면 안되는데 어제 그만 화가나서 아이 등짝 세게 한 대 쳤어요 ㅎㅎ
그리고 친구 만났는데 세상이 발전해도 여성에 관련해서는 별로 바뀐 것 없다고 얘기했고요.
고전 읽으면 언제나 여성에 대한 견해가 안타까운데 잠시 무시하고 읽게 되더라고요. 잃.시.찾도 마찬가지예요^^

거리의화가 2022-10-13 15:46   좋아요 1 | URL
저도 아이가 있으신 분들의 입장을 듣기만 하는지라 조심스러운데 부모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맞아요. 남편은 설레는 기간 초반에 길어야 5년 간다고 봅니다ㅋㅋㅋㅋㅋ 이제는 뭐 친구나 동료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이 책 읽으면서 19,20세기 여성 단편선인데 작품이 길게는 100년 전, 짧게는 몇 십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좀 허하더라구요.
제인 오스틴 소설들을 읽을 때는 이렇게 이입이 좀 안 되었던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오스틴이 당시 중상류층 이상의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전 읽을 때는 잠시 여성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아야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매번 스트레스 받을듯합니다ㅎㅎㅎ

새파랑 2022-10-13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습니다!! 다양한 작가의 좋은 단편들이 섞여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욕망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10-13 21:09   좋아요 1 | URL
역시 새파랑님 읽으셨군요^^ 저도 몰랐던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욕망은 문제없다는 말씀에 저도 동의해요ㅎㅎㅎ

희선 2022-10-14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뀌는 것도 있지만, 바뀌지 않고 여전한 것도 있겠습니다 그런 것도 바뀔 날이 오리라고 믿어야겠지요 폭언 폭력은 안 좋지요 그러고 보니 아주 옛날이 아닌 때도 여자를 정신병원에 넣었다는 거 봤군요 그게 19세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니...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욕망은 괜찮겠지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4 09:34   좋아요 0 | URL
네. 요즘에도 여전한 것들이 많아서 쉽게 읽혀서 오히려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현실에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바꿀 수 있다 희망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다른 두 사람

여성 배심원단

벽의 자국


그는 벽난로에 기대서서 그녀가 커피 주전자를 들어올리는 모습을지켜보았다. 팔찌에 램프 불빛이 반사되어 부드러운 머리칼끝이 환히빛났다. 어쩌면 저렇게 호리호리하고 경쾌한지. 어쩌면 저렇게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조화로움으로 똘똘 뭉친 존재같았다. 해스킷에 대한 생각이 물러나면서 웨이손은 다시금 그녀를 소유했다는 기쁨에 빠져들었다. 모두 그의 것이었다. 가볍게 움직이는 ‘
하얀 손과 밝은 머리칼, 저 입술과 눈・・・・ - P150

해스킷과의 결혼이 함축하는 삶의 단계를 허물 벗듯 벗어버린 방식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녀의 모든 면모가, 몸짓과 억양과 암시 하나하나가 그 시기를 의도적으로 면밀하게 부정한결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예 해스킷과의 결혼 자체를 부정했다 한들그의 부인이던 자아가 싹 사라진 지금의 모습보다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 같았다. - P157

그녀는 ‘오래된 신발처럼 편안한 사람인 것이다. 여러 발이 그 신발을 거쳐갔으므로, 그녀의 유연함은 서로 다른 갈래의 긴장을 수없이 거쳐온 결과물이었다. 앨리스 해스킷, 앨리스 배릭, 앨리스 웨이손. 그녀는 연이어 각각의 인물이 되며 그 이름들에 자신의 사생활, 자신의 인성, 그리고 미지의 신이거주하는 자기 내면의 자아를 조금씩 떼어두고 온 것이다. - P164

"아, 여자들이야 원래 사소한 문제를 두고 한걱정하니까." 헤일 씨가비타사람 좋은 말투로 우월감을 내비치며 말했다.
두 여자가 좀더 가까이 붙어섰다. 어느 쪽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방검사가 문득 예의에 어긋났다는 느낌이 든 모양이었다. 자기 앞날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젊은 정치인처럼 정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이 한가득인 마나님들이 없다면 우리가 뭘 할수 있겠어요?"
여자들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고,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도 않았다. - P183

여자들이란, 하며 남자들이 큰 소리로 웃고 화덕에 손을 쬐더니 검사가 씩씩하게 말했다.
"자, 이제 헛간으로 가서 그곳도 살펴봅시다."
"그게 뭐가 어쨌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네." 세 남자가 나간 뒤로 문이닫히자 헤일 부인이 분하다는 투로 말했다. "자기들이 증거 찾고 있을때 우리는 우리대로 소소한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뭐 그렇게 비웃을일이라고."
"아무래도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보안관 부인이 변명하듯이 말했다. - P192

"수년 동안 마음 둘 곳 없이 공허한삶을 살다가 이제 새 한 마리가 노래를 해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그 노래가 그치고 적막만 남는다면 정말 끔찍하겠죠."
그 말은 그녀가 아니라 내면의 다른 존재가 하는 말 같았고, 피터스부인은 스스로도 깨우치지 못했던 어떤 생각에 가닿았다. - P201

그 젊은 날의 모습이, 그리고 이십 년 동안 이웃해 살면서도 삶을 갈구하다 죽을 지경에 처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사실이 불현듯 감당하기힘들만치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아, 가끔이라도 이 집에 찾아왔어야 했는데!" 그녀가 외쳤다. "그게죄야! 그게 죄라고요! 그건 누가 처벌하나요?"
"너무 큰 소리 내면 안 돼요." 피터스 부인이 겁에 질린 얼굴로 위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 나도 알았을 거라고요! 정말 이상해요피터스 부인. 이렇게 가까이 살면서도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우리 모두 똑같은 일을 겪으며 사는데 조금씩 다를 뿐이지 사실 다 똑같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과 내가 어떻게 이해를 하겠어요? 지금 알게 된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차렸겠어요?" - P202

만사에 규칙이 있으니까. 그 특정한 시기에 식탁보는 왕궁의 복도에 깔린 카펫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작은 노란색 구획이 지어진 태피스트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그와 다르게 생긴 식탁보는 진짜 식탁보가 아니었다. 이 진짜라는것들이, 일요일 오찬과 일요일 산책과 별장과 식탁보가 오롯이 진짜가아니고 사실 반은 허깨비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쏟아진 저주가 법을 어긴 데서 오는 자유로움뿐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얼마나 충격적이고 멋진 일이었나. 그 진짜 기준이되는 존재라는 자리는 이제 무엇이 차지하고 있을까? 여자의 경우라면남자겠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기준을 세우고 휘터커의 우위표"를세운 남성적 시각. - P214

그녀는 애처로울정도로 왜소한 몸에 마디가 불거진 맨손으로 앞에 선 건장한 거구의남자에게 용감하게 맞섰다.
"이봐, 사이크스,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제 뵈는 게 없나본데. 내가 너랑 결혼한 지가 십오 년이고 그 십오 년 동안 세탁 일을 했어. 땀흘려죽어라 일만 했다고! 땀흘리며 일하고, 울면서도 땀흘리고, 기도하면서도 땀흘리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가 야비하게 물었다.
"무슨 상관이냐고, 사이크스? 네 뱃속에 들어간 밥도 네 손으로 벌어들인 것보다 비누 거품 가득한 내 세탁통으로 벌어들인 게 더 많아. 이집도 내 땀으로 장만한 거니까 이 집에서 내가 내 맘대로 일할 권리는있어." - P300

그녀는 누워서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이라는 여정에 잔뜩 널린 잔해들을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여정에서 멀쩡히 남아 있는 건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꽃 같은 것은 그녀의 가슴에서 배어나온 짜디짠 물줄기에 진즉 다 잠겨버렸다. 그녀의 눈물, 그녀의 땀, 그녀의 피.
자신은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그에게는 육체적인 욕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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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 수녀

아카디아 무도회에서
폭풍우
실크 스타킹 한 켤레

감상적이지 않은 토미

약혼자가 길고도 불확실한 길을 떠나겠다고 하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절대 그녀에게서 떠나는 법이 없는 평온함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말을 듣고 수긍했다. 자신의 확고한 결심을 내보이며 들떠 있던 조는떠날 순간이 되자 마음이 조금 약해졌는데, 오히려 루이자는 연한 홍조를 띤 채 그에게 입을 맞추며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조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는데, 십사 년이걸리고 말았다. - P45

두 사람으로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미묘하면서도 가장 대단한사건은 루이자의 발걸음이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는 사실이었다. 차분하고 평온한 하늘 아래 평탄한 길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무덤 외에 다른 어떤 곳으로도 벗어나지 않을 곧게 뻗은 길이자 곁에 누구도 둘 수없을 만큼 좁은 길이었다. - P46

바깥은 화창하고 활기찬 오후였다. 대기는 수확하느라 바쁜 남자들과 새와 벌의 소리로 가득했다. 소리 높여 부르는 소리, 금속 기구가 덜컹거리는 소리, 감미로운 새 울음과 길게 윙윙거리는 벌 소리. 창가에 앉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앞날을 헤아려보는루이자는 수녀원에 있지 않지만 수녀나 다름없었다. - P56

"보비노, 너 옛날부터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그랬지. 그래, 네가 원한다면 난 상관없어."
젊은 아카디아인의 그을고 다부진 얼굴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엄청난 행복감으로 달아올랐다. 그는 너무 기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뭐, 싫으면 말고." 칼릭스타는 그가 아무 대꾸를 안 해서 자존심이상한 척을 하며 되는 대로 툭 내뱉었다.
"맙소사! 지금 네가 한 말에 내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거 알잖아.
진심이야, 칼릭스타? 또 마음 바뀌는 거 아니지?" - P102

당신이 지금 당장, 오늘밤에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견디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어, 또다시 말이야."
그녀는 안장에 팔을 걸치고 그 팔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그는 이 말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그렇게 말해야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 말을 하자, 그로서는 세상 전체가 달라진 듯했다. - P103

그렇게 폭풍우는 지나갔고 모두가 행복했다. - P113

그녀 자신은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불건전한 일을 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에 빠져 있을 시간이라고는 일분일초도 없었다. 지금 사는 일에 온 힘을 다 쏟아야 했다. 미래가 흐릿하고수척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간혹 질겁하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일은 오지 않았다. - P115

그곳의 구석진 곳으로 가서 면 스타킹을 벗고 방금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 신었다. 그녀의 예리한 정신이 작동하지도 않았고, 사리를 따져보거나 그러한 행동의 동기를 만족스럽게 설명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그 고되고 피곤한 작용에서 벗어나,
그녀의 행위를 지휘하며 그녀의 책임을 덜어주는 어떤 기계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살에 닿는 실크의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부드러운 소파에 누워 그호사스러움을 만끽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잠시 그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신발을 신고 면 스타킹을 돌돌 말아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 - P117

"자, 내 말 들어봐, 제이 엘링턴. 우리는 멋진 게임을 즐기고 있었던거고 이제 끝낼 때가 된 거야. 사람이 때가 되면 철이 들어야 하잖아.
제시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면서 왜 그걸 부정해? 제시는 너랑 비슷한 사람이고 너한테 빠져 있는 게 분명하니까 해야 할 일은 딱 하나지. 그런 거야."
제이 엘링턴은 이 상황이 감당이 안 되는지 연신 이마를 훔쳤다. 어쩌면 지금껏 살면서 자신의 알량한 내면으로 그나마 가장 깊이 내려가는 중인지도 몰랐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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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2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올려주신 짧은 문구들....

[기생충]

일리노이, ... 요 부분 대사를 갑자기 생각나게 햇어요^^ 즐독하시어요. 화가님 134면 반 넘게 오신 건가요?^^

거리의화가 2022-10-12 10:07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에 좀 더 읽어서 이제 절반 좀 안되게 남은 듯 싶습니다^^ 과거라고 해도 지금의 현실도 바뀌지 않은 것들이 많아 요즘 소설 읽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ㅎㅎㅎ
 
[전자책] 왜 읽을 수 없는가 - 인문학자들의 문장을 돌아보다 메멘토 문고·나의 독법 1
지비원 지음 / 메멘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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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스, 방송 등에서 알고 있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기원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자고도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공부에 한 번이라도 좌절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봤을 고민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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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2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번 좌절해본 제가 픽해갑니다. ^^

거리의화가 2022-10-13 09:34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ㅎㅎㅎ 누구나 어떤 책에서든 좌절의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여러운 용어와 이론들에 무릎을 꿇게 되는!^^ 저도 그런 경험들이 많아서 내용에 공감했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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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이 부는 오늘 아침 쉼 없이 단숨에 읽었다. 이 소설은 추억, 상실, 용서, 사랑, 이어진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평범한 일상이 이야기로 구성되었을 때 나 같은 독자들은 반갑다.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면 이렇게 공감하기 어렵다. 딴 세상 같은 이야기는 잡히지 않기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소설은 이래야 해, 벅차오름을 느꼈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어느 단편에서 울먹거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몇 차례 그랬다. 유독 추억과 시간이라는 단어를 붙잡았다. 그 중 1999년과 2014년도로 시계 바늘을 되돌린 순간 그 시절의 추억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음에도 선택을 할 수 없기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그 사람의 기억이란 영원 속에 잠잔다. 그러다 어느 노래를 들을 때,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누군가를 만날 때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먼 훗날이 되면 씨랜드 화재 사고와 영화 <매트릭스>와 신이 내놓은 몇 가지 대답과 기나긴 사랑의 시작으로 기억될 여름이 될 테지만, 그때는 어느 여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여름이었다. - P12

1999년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학교 사무실, 카페, PC방 등에서 3중 알바를 뛰었고, 돈이 없어 선배에게 술을 얻어 먹으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다.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그것을 사치라 느꼈다. 이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친구들과 미친 듯 놀 수 있을까, 마음은 그렇지만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어떤 사건이든 평범한 일에서 시작한다. 돌아보면 그것이 내게 특별한 사건인 것이다. 만약 어떤 일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줄 안다면 사람들은 그 시간을 조금 더 절실하게 보내지 않을까.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알 수 없기에 흘려보내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많다고 여긴다.
만약,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과거를 만나게 된다. 좋을까, 나쁠까. 아프게 헤어진 사람이 있다면 과거의 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할 때를 다시 만나겠지. 무던하게 이별했든 나쁜 감정만 남은채 이별했든 시작을 다시 경험한다면 어떤 감정일지 생각했다.

시간의 끝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그렇게 시간은 거꾸로 흘러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마지막 순간에 이르고 그들은 그 순간을 한번 더 경험한다. 그리고 놀란다. 이토록 놀랍고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만났던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은 오랜 잠에서 번쩍 눈을 뜬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처음 서로를 마주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시간은 다시 원래대로 흐르고, 이제 세 번째 삶이 시작된다. - P23

내가 가는 장소는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내가 남긴 방명록 페이지를 누군가가 본다면? 실의에 빠진 사람이 우연히 들른 곳에서 희망을 발견한다면?
문득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 같아서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그럴 때는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같은 고독감이 밀려들 때는 결국 주변을 보아야 한다 생각한다. 어떤 것이든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안간힘을 쓰면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 P181

2014년은 다른 모든 일들을 덮어버릴 만큼 세월호 사건의 존재가 커서 가슴 속에 무겁게 내려 앉아 있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들, 평범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또 주책없게 눈물이 난다. 그 해는 거의 매일을 울었고 우울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덧 8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 감정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에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자신은 이제 새들이 모두 날아가고 난 뒤의 빈 나무 같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 P211

나는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과거를 붙잡는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조금도 상상할 수 없고 막연해서 미래를 두려워하기에 그려보지 않는건가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미래이구나. 먼 이상보다는 평범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는 있겠구나.'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 P29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 P34~35

이 책은 사랑. 공감과 위로. 시간의 어느 점에 자리한 기억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여전히 작가님의 따뜻하고 희망을 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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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0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수옹 꿈 꾸는 미래는 이토록 평범해도 따숩😊
화가님의 말씀처럼 사랑 공감 위로로 가득찬 작품집😊

거리의화가 2022-10-10 17:51   좋아요 2 | URL
따뜻한 미래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는 비관적인 사람이라 미래가 언제나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계속 미래로 이어진다면 그것이 행복이겠구나 싶었어요. 그것이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미래지 않을까 생각했네요.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은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2022-10-1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10-10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14년 4월 16일은 제게도 잊지 못할 날이었어요. 그리곤 한 해 동안 우울했지요. 그러면서도 자주 잊어버렸고요. 세월이 이리 또 흘러가네요. 희망적이고 따스한 시선이 좋았다는 말씀 기억하고 저도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아직 못 읽었어요 ^^

거리의화가 2022-10-10 19:10   좋아요 3 | URL
저도 자석처럼 기억에 찰싹 달라붙은 것 같은 날입니다. 이제는 8년이 지나 그때처럼 매일 우울하지는 않아도 배를 생각하고 안에 있었던 사람들, 사연들을 생각하면 또 가슴이 무너져내리곤합니다.
프레이야님께도 이 책이 좋게 다가갔으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2-10-10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을 읽으면 그 배경을 우리가 같이 겪었기에 추억과 기억이 소환되어요.
따뜻한 시선을 저도 좋아하는데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0 19:14   좋아요 3 | URL
그쵸. 아무래도 외국소설은 저와 멀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배경이나 이런걸 잘 모르면 이입이 잘 안되더군요. 페넬로페님도 이 소설 읽으시면 과거가 소환되실거라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10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집 <시절일기>에 여기 실려있는 단편소설이 하나 있어요. 말씀하신 2014년의 기억을 얘기하는 사랑의 단상 2014요. 그 때 이 짧은 단편소설 보면서 좀 울었네요. 그냥 세월호는 아직도 단어만 나와도 눈물이 먼저 나오는 기억이 돼 버려서... 사랑은 기억에 존재한다라는 생각을 했던듯합니다. 이 책도 빨리 읽고 싶은데 지금 제게로 오는 길이 좀 복잡해서 열심히 오고 있네요. ^^

2022-10-11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0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또한 와 닿는 김연수님의 단편집이네요.
저도 받은지가 좀 되었어요. 얼른 읽어야 하는데....생각만 앞서고, 화가님 글 읽으니 진짜 빨리 어서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1 09:21   좋아요 2 | URL
ㅎㅎ 나무님이 먼저 읽으실줄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못 읽을 것 같아서 연휴인김에 읽어버렸습니다. 나무님은 어찌 읽으실까 궁금합니다. 저보다 작가님 책을 훨 많이 읽으셨으니 더 풍성한 감상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희선 2022-10-11 03: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간다고 잊으면 안 될 텐데... 기억해야 할 일이 많지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더 기억해야 할 텐데... 시작은 참 좋은데, 시간이 가면 그것도 잊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뭐든 바뀌겠지만, 바뀐다 해도 마음은 그대로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기도 하네요 시간이 거꾸로 가면 그걸 더 잘 느낄지...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11 09:23   좋아요 3 | URL
시간이라는 단어가 참 오묘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단어기도 하고~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흐르잖아요. 방금 전도 과거가 된다는 것이;;;
사람의 기억이란 단순한 것 같다가도 복잡하고 그렇죠. 아픈 기억은 잊는게 낫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기억해야만 하는 기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mini74 2022-10-11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잊을 수 없는 사건. 제겐 대구지하철 참사랑 세월호 ㅠㅠ 그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려 언니집에 갔었거든요 그 날. 전화가 정말 많이 욌던 기억. 세월호은 텔레비젼으로 실시간 아이들의 죽음을 함께 한 고통 ㅠㅠ 그럼에도 구하지 못한 ㅠㅠ무뎌지지가 않네요. 김연수 작가님 글 참 따뜻한 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0-11 13:36   좋아요 2 | URL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을 겪으셨군요. 삶과 죽음이 잠깐 동안에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무뎌지고 싶어도 무뎌질 수가 없죠.
작가님의 시선은 따뜻해서 위로를 받게 됩니다. 저는 소설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차가운 세상인데 소설마저 차가우면 기댈 데가 없잖아요^^;

그레이스 2022-10-12 2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세월호가 소재인 소설 못읽겠어요.
차라리 에세이나 시론은 읽겠는데...

거리의화가 2022-10-13 09:36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그렇죠^^; 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주하지 않으면 잊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scott 2022-11-09 15: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상 추카 합니다
화가님은 11월은 이토록 평범하지 않는 독서의 시간을 보내실것 같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9 15:43   좋아요 3 | URL
스콧님 매일을 평범하지 않게 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09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저 이글 못봤었는데, 지금 읽으니 이태원 사건 떄문에 더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1-09 17:01   좋아요 4 | URL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8년만에 또 이렇게 큰 아픔이 찾아올줄은...ㅠㅠ 작가님도 마음이 크게 아프시겠죠.

thkang1001 2022-11-09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21:12   좋아요 2 | URL
thkang1001님 축하 인사 고맙습니다^^ 남은 한주 행복하게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11-09 2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아 저는 이 책 앞의 단편 두개 읽고 지금 살짝 밀어놨어요. 뭔가 여운을 즐겨야 할 거 같은 느낌이랄까? ^^

거리의화가 2022-11-09 21:12   좋아요 2 | URL
단편이라 언제 읽으셔도 좋으실거에요. 생각해보니 좀 더 미루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슬픔이 아직 크니까요^^;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11-09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0년대는 유독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대구지하철 참사, 성수대교 참사, 삼풍백화점 참사, 씨랜드 참사... 2000년대 들어서는 큰 비극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비극에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이제는 비극이 끝나길 바라게 됩니다...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11-09 21:14   좋아요 3 | URL
겨울호랑이님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참사가 8년만에 또 일어나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합니다. 끊이지 않는 비극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되네요.

페넬로페 2022-11-10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추억과 시간이라는 소재가 담긴 책들은 왠지 한국 작가가 쓴 글이 더 맘에 와 닿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2-11-11 09:10   좋아요 3 | URL
네.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같은 시대를 겪어서 더 감정 이입이 되는 듯 합니다. 페넬로페님 감사드리고 저도 축하드려요!

책읽는나무 2022-11-11 0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님 소설로 리뷰상 받으셔서 좋으네요.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11-11 09:10   좋아요 2 | URL
나무님 저도 연수 작가님의 글로 상을 받아서 기분이 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14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ㅠㅠ 늦었죠 ㅠㅠ 축하드랴요 화가님 ㅎㅎ *^^*

거리의화가 2022-11-14 17:26   좋아요 0 | URL
미니님 별말씀을. 늦게라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2-11-16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어느새 십일월 반이 다 갔습니다 잊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는데, 시간이 가면 희미해지다니... 그날만이라도 기억하면 좋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16 07:06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는 형태가 달라질 뿐 오래 잊혀질 수 없는 일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희선님 남은 11월 편안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