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상태나 그에 뒤따르는 모든 환경은 새롭고 확고하고 대담하며 어쩌면 필사적이기까지 한 행동을 하기에 알맞았다. 내겐 잃을 것이 없었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싫은 과거의 황량한 삶으로는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하려는 일에서 실패한들 나 말고 고통을 당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내가 먼 곳에서
‘집에서 먼 곳에서‘라고 말하려 했으나 내게는 집이 없었다―잉글랜드에서 먼 곳에서 죽은들 누가 울어줄 것인가?
고통이야 따르겠지만 나는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죽음 자체에 대해서도 나는 곱게 자란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이 없었고, 차분히 죽음을 지켜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계획을 세웠다. - P75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 P85

아주 쉬운 영어로 말하자 그녀가 통역을 했다. 나는 지식을 넓히고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조국을 떠났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나쁜 일이나 비열한 일만 아니면 쓸모 있는 일은 어떤 것이라도 할 준비가되어 있으며, 유모나 하녀 일이라도 좋고, 내 기운으로 할 수 있다면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베끄 부인의 표정을 살펴보니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었다.
"영국 여자들은 모두 모험심이 대단하군요." 그녀가 프랑스어로말했다. "여기 이 여자분처럼 영국 여자들은 모두 대담한가봐요!" - P99

감시라는 방법으로 학교를 다스리는 만큼 베끄 부인은 당연하게도 감시원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이런 도구들의 자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가장 더러운 일에 가장 더러운 도구를 거리낌없이 쓰고는, 그런 인간들을 즙을 다 짜고 난 오렌지 껍질을 버리듯이 내던졌다. 반면에 깨끗한 용도를 위해서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가장 순수한 금속을 찾아냈다. 그리고 일단 녹이 슬지않은 흠없는 도구를 발견하면 비단과 솜에 싸서 소중히 보관했다.
그러나 그녀의 믿을 만한 도구가 이해관계에 들어맞는 지점을 한치라도 넘어서서 그녀에게 의지하려고 든다면, 남녀 불문하고 큰화를 당할 것이었다. 이해관계야말로 베끄 부인의 성격의 핵심이자 동기의 주요 원천이었고, 삶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 P112

"앞으로 갈 거예요, 뒤돌아 갈 거예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처음에는 사택과 통하는 작은 문을 가리키고 다음에는 교실로 통하는커다란 이중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앞으로 가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런데," 내가 상기되자 오히려 그녀가 냉정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적대감에 부딪히자 나는 도리어 힘이 나고 결심이 확고해졌다. "학생들을 대할 수 있겠어요? 너무 흥분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약간 빈정대는 투였다. 과민한 흥분을 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돌처럼 차분해요." 나는 발끝으로 판석을 치며 말했다. "그리고 부인처럼요."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 P118

나는 그 첫 수업과, 그 수업에서 시작된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나란 인물에 대한 모든 암시를 잊을 수 없다. 그때 처음으로 소설가나 시인의 이상인 ‘소녀‘와 실제 ‘소녀‘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나는POTE앞줄에 앉은 세명의 귀족자제들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하녀" 따위에게는 영어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결의에 차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전에도 싫어하는 선생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베끄 부인이 학생들 사이에 인기 없는 선생은 언제라도 내쫓 - P120

고 시원찮은 선생은 자리보전하는 걸 도와주지 않으며, 싸울 힘이나 이길 재주가 없는 선생은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노우 선생님‘을 보며 그들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 P121

빌레뜨는 국제적인 도시였고, 이 학교에는 유럽의거의 모든 나라에서 온 각계각층의 소녀들이 있었다. 라바스꾸르는 국가의 형태는 공화국이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공화국이나 다름없어서 전반적으로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 베끄 부인의 학교책상에는 백작의 딸과 부르주아의 딸이 나란히 앉았다. 겉모습만보고는 누가 귀족이고 누가 평민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귀족들은 오만과 기만이 교묘하게 균형을 이룬 태도를 보이는 반면, 평민들은 훨씬 더 솔직하고 깍듯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 P124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베끄 부인은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호감을 살 만한 역할은 독차지하고, 성가신 위기가 닥치면 선생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고 신속하게대응해봐야 인기만 떨어질 뿐인 걸 부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믿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 P126

"현재 내 관심사는 약속이나 맹세를 해서 이런저런 남자에게 매이는 게 아니라 젊음을 즐기는 거야. 이지도르를 처음 만났을 때, - P139

첫눈에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 그 역시 내가 예쁘기만 하만족하리라고 생각했지. 우리가 두마리 나비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날갯짓을 하며 행복해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하, 그런데 이것 봐! 그는 때로 판사처럼 엄숙한데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남자더라고. 쳇! 난 그런 사색가나 진지하고 열정적인 남자는 밥맛이야!"
나한테는 알프레드 드 아말 대령이 훨씬 더 잘 맞아. 잘생긴 멋쟁이에다 근사한 바람둥이면 돼! 즐거움과 쾌락 만세! 위대한 열정과엄격한 정조 따위 물러가라!"
그녀는 장광설을 늘어놓고 대답을 기다렸으나 나는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멋쟁이 대령이 난 좋아." 그녀가 계속 말했다. "그의 라이벌을좋아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난 부르주아의 부인 따위 되고 싶지 않아!" - P140

이 아이는 연기를 잘했으며 그 어머니의 연기는 그보다 한수 위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뻔히 알면서도 베끄 부인은 놀랄 정도로 뻔뻔스럽게 그 말을 믿고 걱정하는 시늉을 해냈다.
내게 놀라운 일은 존 선생―젊은 의사는 피핀더러 자기를 그렇게 부르라고 가르쳤고, 우리 모두 그녀를 따라 이렇게 불러서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으며, 포세뜨가에서는 그 이름만 알고 있었다―이 암암리에 베끄 부인의 술수를 받아들이고 동조했다는이었다. 사실 그는 잠시 우스꽝스럽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딸과어머니를 번갈아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자문하더니 마침내 기꺼이 이 소극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역할을 맡기로 결심했다. 데지레는 아귀처럼 먹어대면서 밤낮으로 침대에서 겅중대고 시트와담요로 텐트를 치고 베개를 쌓아놓고 터키인처럼 길게 눕거나, 심심하면 하녀에게 신발을 던지거나 동생들에게 인상을 쓰는 것으로 기분전환을 했다. - P148

수녀원과 고해성사가 있는 이 나라에서 ‘여자기숙학교‘에 그렇게 젊은 남자가뻔뻔스럽게 드나드는 것은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온 학교가 쑤군대고 부엌에서 속삭이며 시내에 소문이 퍼졌고, 부모들의 비난 편지와 방문이 쇄도했다. 베끄 부인이 심약한 사람이었다면 분명히물러섰을 것이다. 십수군데의 경쟁 학교들에서는 이 잘못 만일이것이 잘못된 조치였다면을 이용해 그녀를 파멸시킬 태세였다. 그러나 베끄 부인은 심약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어느정도는음흉한 구석이 있었음에도, 그녀의 유능한 태도와 숙련된 솜씨, 강인한 성격, 확고한 결의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마음속으로 "브라보!"를 외쳤다. - P153

"베끄 부인에게 젊은 의사에 대해 충고하는 게 낫지.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베끄 부인은 스스로에게 충고한 듯했다. 그녀는 나약하게 행동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실 극복해야 할 정도로 강한 감정도, 비참하게 고통에 빠질애정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시간을 채워주고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관심을 분산시켜줄 진정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가 평범한 여자나 남자가 가지지 못한, 진정으로 훌륭한감각을 지닌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여러 장점들이 결합되어 그녀는 현명하게 행동했다. 다시 한번, 베끄 부인 브라보! 당신은 편애라는 아바돈"에 맞서서 아주 잘 싸웠고, 그리고 이겼군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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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중드를 보기 시작했다. <성한찬란>


캡쳐 이미지에 보이는 두 주인공은 인기 있는 배우들이고 많은 작품에 출연하므로 어느새 나도 익숙하다.

배경은 당연히 CG인듯하지만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던 장면이라 나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보고 있다 캡쳐를 했다^^;

둘은 연인 관계도 아니고 현재는 남주가 여주를 짝사랑중이다. 다만 여주는 다른 남자와 약혼하기로 되어 있는 상황.

남주는 이때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에 나가게 되었다. 스토리는 참 뻔한데 두 배우의 안타까운 듯한 표정과 연기가 좋아서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당연하듯 이 둘이 커플이 될텐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총 56부작인데 이제 20부 정도 본지라 다 보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초반에 캐릭터가 너무 붕붕 뜨나 싶어 주저했는데 가면 갈수록 볼만하다.




2.


어느덧 단풍철이다. 

사실 아주 화려한 빨강, 노랑보다는 물들기 시작하여 다층적 색감을 자랑할 때가 나는 좋다^^

요즘이 딱 그래서 산책할 때마다 황홀하다.

실물은 훨씬 예쁜데 사진에 다 담기질 않아서 아쉽지만 어쨌든 요즘은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맛이 참 좋다.

이 시기를 충분히 누리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조금 더 지나면 추워서 돌아다니기 어려운 계절이 되니~^^




3.


어제 저녁 뜬금없이 옆지기가 라이언 술잔 세트를 들이밀었다.

역시 산 건 아니고 어디서 얻었다는데 과연~?

요새 카카오가 말이 많아서 떨이로 파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술잔은 실용적이라 버릴 일은 없을 것 같다^^




4.


맥북 프로를 사려고 몇 년째 고민을 하고 있다가 겨우 결심이 섰지만 환율이 너무 올라서 포기해야할 것 같다.

400에 살 수 있는 것이 이제 500은 주어야 살 수 있게 되버렸으니.

결심이 너무 늦었다.



5. 


샬롯 브론테의 책으로 몇 년전 <제인에어>는 읽었다.

그래서 주문한 <빌레뜨>를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렇게 주관을 가지고 나아가는 인물을 좋아하는데 내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다.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

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리처드 러블레이스의 시 「감옥에서 앨시아에게」(To Althea, from Prison)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 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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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21 13: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단풍이 들었네요 오매 ^^
빌레트 표지는 아무리 봐도 근사합니다
라이언 술잔 귀여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0-21 13:49   좋아요 4 | URL
네. 남쪽은 11월초쯤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더군요^^ 위쪽 동네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ㅎㅎ
빌레트 표지 덕분에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라이언 캐릭터는 저도 좋아해서 집에 이것저것 있는데 술잔은 처음이라 좋습니다. 아마도 자주 홀짝이지 않을까 싶어요~ㅋㅋㅋ

mini74 2022-10-21 14: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중드. ㅎㅎ 랑야방 좋아했던 ~ 최근엔 중국웹소설 조카 추천으로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폐후의 귀환? 여장성 ~ 라이언 귀엽습니다. 남편은 코스트코에서 맥북에어 싸게 판다고 문자를 ㅎㅎ 모른척 했습니다 ~ 단풍 좋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10-21 14:08   좋아요 3 | URL
오 미니님 랑야방 보셨다니^^ 전 아직 못봤는데 이 작품이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다고 칭찬이 자자하길래 보려고 합니다ㅎㅎㅎ
ㅋㅋㅋㅋ 남편분맘 제맘이네요^^; 옆지기는 맥북프로 비싸져서 어쩌냐며 신나하는듯한 반응ㅠㅠ
단풍 예쁘죠^^

건수하 2022-10-21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제 주변에 중드 좋아하시는 분 한 분 있는데... 거리의화가님도 보시는군요.

라이언 도꾸리 세트 넘 예쁜데요? :)

거리의화가 2022-10-21 14:19   좋아요 2 | URL
오 중드를 보시는 분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제 주변은 하나도 없습니다ㅋㅋㅋ
중드 보다가 중국어 들리면 좋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새 작품 나오면 찾아보고 있어요 물론 현대물은 잘 안보고 고전물만 좋아해요^^*
라이언 귀엽죠^^ 제가 이 캐릭을 좋아하니 가져온 것 같아요^^

건수하 2022-10-21 15:17   좋아요 3 | URL
제 주변에도 많진 않습니다 ㅎㅎ 서재활동도 하시는 분 한 분 계시고 한 분이 더 계신데 그 분은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 무협채널에서 보시더란…

거리의화가 2022-10-21 17:03   좋아요 1 | URL
앗 서재활동 하시는 분 중에 계신다구요? 누구신지 제가 잘...ㅠㅠ 아마도 친구로 등록안되어있을수도 있을듯합니다. 무협채널이라면 많지는 않아서 중화TV, AsiaN 등등 그쪽일 것 같고요ㅋㅋ

건수하 2022-10-21 17:19   좋아요 1 | URL
여성주의책같이읽기는 안하시고..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시진 않아서 모르실 수 있어요 :) 그래도 저를 서재로 이끌어준 감사한 분이에요.

바람돌이 2022-10-21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악 라이언이닷. 심지어 술잔이닷! 에코 탐나라. 왜 울 남편은 저런걸 안가져오는것인가? ㅎㅎ
제가 발사믹소스를 직구로 사서 먹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가격이 다 많이 올라있더라구요. 왜 이렇지 하고 고민했는데 환율 오른 생각을 못햇었군요. 화가님 맥북 얘기 들으니 알겠네요. ㅠ.ㅠ 지난번 주문할 때 싸다고 막 좋아하지만 말고 좀 많이 사놓을걸....ㅠ.ㅠ

거리의화가 2022-10-21 17:05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남편분께 이 글을 전달해드려야하는데~ㅎㅎㅎ 술잔 귀엽네요. 청하나 백세주 이런거 먹을 때 좋을듯합니다ㅋㅋ
아... 직구 가격 어마무시합니다. 비타민 등도 다 올라서 이제 국내것만 먹어야할것 같아요ㅜㅜ

단발머리 2022-10-21 17: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풍이 예쁘네요. 가을이 저 모르게 ㅋㅋㅋㅋㅋ 살금살금 왔다갔나요. 저 혼자 겨울이라 저는 춥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빌레뜨> 너무 예뻐요. 저도 책이 있거든요. 진짜.... 실물이 더 예쁜 ㅋㅋㅋㅋㅋ 아름다운 빌레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0-21 17:07   좋아요 3 | URL
그쵸. 요 며칠 날이 춥더니 단풍이 그새 올라왔습니다. 저도 추위는 많이 타서 나갈 때 목도리 칭칭 매고 다녀요. 남편이 오버한다고 하지만 안 추운게 장땡입니다^^;
단발머리님도 빌레뜨 사놓으셨군요^^ 이 달안에 일단 빌레뜨는 읽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아무래도 읽기 힘들 것 같아요ㅠㅠ 다미여 읽을땐 그것만 읽는 것도 힘들듯해서~ㅎㅎ 암튼 이뻐서 더 만족스러운 빌레뜨입니다! 내용도 재미나네요~ㅋㅋ

서곡 2022-10-21 17: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드화면과 단풍이 너무나 잘 어우러집니다 북플 말고 서재로 들어오니 신비로운 스킨도 함께요 킬포는 귀여운 라이언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0-21 17:27   좋아요 2 | URL
네. pc로 들어오면 스킨 보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가을 느낌의 배경이라 더 몰입이 된 것도 있는 듯합니다~ㅎㅎㅎ
다들 라이언을 좋아해주시네요!ㅋㅋ

scott 2022-10-21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드 기본이 오십 부작이여서 멀티 플레이어 인 저도 보다가 어느 순간에 이탈을 ㅎㅎ
술병도 깜찍한걸 안고 오시는
옆지기
가을 단풍 보다 멋져요 ^^

거리의화가 2022-10-21 17:47   좋아요 2 | URL
ㅎㅎㅎ 요즘엔 중드도 웹드나 숏드가 올라오는데 영 제 취향이 아니더라구요 이야기를 강제로 자르니 뭔가 엉성한ㅋㅋㅋ 무협이 특히 긴 것 같아요^^; ㅎㅎ 옆지기에게 칭찬 마니해줘야겠어요*^^*

희선 2022-10-22 0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영상도 가을 같네요 바닥에 가랑잎 떨어진 걸 보니... 저런 곳 실제 걸으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이 걷기에 좋고 단풍도 예쁘죠 시월이 지나고 십일월이 오면 좀 쓸쓸한 느낌입니다 아직 시월 한주 남았습니다 술잔 예쁘네요 거리의화가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23 08:19   좋아요 2 | URL
저렇게 낙엽이 가득 쌓인 길을 걸어본지 오래되었습니다. 아파트라 쌓이기 전에 다 치워버려서ㅎㅎㅎ
지금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걷기 딱인 듯싶습니다~ 어제도 도서관 왔다갔다하면서 만걸음 넘게 걸었어요ㅋㅋ
희선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Caesar

Today, when someone has to make an important decision, people "You‘re about to cross the Rubicon." Crossing the Rubiconmeans that you‘re about to do something that you can‘t undo. We getthis expression from the story of Julius Caesar‘s return to Rome. - P267

So they gathered together an army and marched downtowards Egypt, ready to attack Caesar. Caesar hadn‘t forgot-ten how to fight, though. He got his own soldiers together anddefeated the Senate army in record time.
Caesar was known for his fast victories. In fact, after one vic-tory, when a friend asked him to describe the battle, he answered,
"I can do it in three words: Veni, Vidi, Vici." In Latin, the languageof the Romans, this meant, "I came, I saw, I conquered!"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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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라고 했지만 그것은적절한 말도 그녀를 제대로 묘사해주는 말도 아니다. 커다란 인형에게도 꼭 맞을 흰 레이스 속옷과 상복 드레스를 입은 얌전한 꼬마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 아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리는 이제 작은 탁자 옆에 있는 높은 의자에 앉아서, 희게 칠한 목제 장난감 반짇고리를 그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감침질을 한답시고손수건을 한장 들고 있었다. 그녀는 참을성 있게 계속 바느질을 했는데, 그녀가 들고 있으니 꼭 꼬챙이 같은 바늘에 가끔 찔려서 흰케임브릭 천 손수건에 작고 빨간 피가 점점이 찍혔다. 그 심술궂은무기가 말을 듣지 않고 평소보다 더 깊이 찌를 때면 그녀는 움찔하면서도 여전히 조용하고 부지런히 바느질을 했고, 그 모습은 열성적이고 여자다웠다. - P24

"자, 우리 아가, 이리 와서 차 마셔야지. 뭘 좀 먹어야지."
그레이엄이 간식을 먹는 동안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너무나 희극적이었다. 그가 없을 때는 조용하던 아이는 그가 오기만 하면 안달하는 꼬마 참견꾼으로 변했다. 나는 종종 그 아이가 차분히 자기 일이나 챙겼으면 했지만 결코 그러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그레이엄 안에서 자신을 잊었다. 아무리 시중을들고 아무리 정성껏 보살펴도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그를터키 황제 이상으로 떠받들었다. 그녀는 온갖 접시들을 하나씩 그의 앞에 가져다놓았고, 그가 먹고 싶어할 만한 음식들이 모두 손닿는 곳에 있는데도 무언가 다른 것을 찾곤 했다. - P37

"쉬운 일은 아닐 거야."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내게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거의 갇혀 있다시피 지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최근의 네 생활에 비하면 견딜만할지도 모르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물론 그만하면 견딜 만해 보이는 게 마땅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어쩌면 견딜 수 없을지도 몰랐다. 여기 이 방에 갇혀 살면서 남은 청춘을 다 바쳐 남의 고통을 지켜보고 때로는 신경질도 받아주어야하다니!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이미 사라진 추억들도 그다지 행복한건 아닌데! 한순간 가슴이 무너져내렸지만 곧 괜찮아졌다. 불운을현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는 원래 상황을 이상화하기엔너무 무미건조한 성격이라 불운을 과장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 P55

런던으로 떠나면서 나는 독자들의 예상만큼 모험심에 차 있거나 대단한 계획이 있진 않았다. 사실 50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런던까지 가고 거기 며칠 머물다가 더 머물러야 할 이유를찾지 못하면 돌아올 돈이 충분히 있었다. 그 여행은 목숨을 건 모험이라기보다는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한 한번의 짧은 휴가였다.
어떤 일을 하든 별로 대단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하면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거창한 계획은몸과 마음을 열에 들뜨게 하는 법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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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 - 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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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내가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내가 온 세상을 통틀어 쳐다보고 있는 거라곤 나 자신인 것처럼요." - P88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홀로서기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대부분은 독립을 하면서이지만 큰 상실을 경험할 때도 그렇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찾아와도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토베는 그런 사람이였나. 그의 작품은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의 마음은 불안에 흔들리고 끊임없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방황이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토베는 비고가 자신보다 배 이상 나이가 많은 남자인데 자신의 나이는 한창이라는 걸 결혼을 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비고가 출근하고 나면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 매일이 똑같이 느껴지고 지루하게 느껴질 뿐 결혼 이전 자신의 존재가 아득하게 멀리 있다.
결혼 생활이 불만족스러운 토베는 그제서야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과 두 살 밖에 차이 안나는 사위를 보고서 어머니도 난감했을 것 같다. 결혼 생활을 하고 나서야 어린 시절이 행복한 것이었나를 떠올리는 토베가 안쓰러웠다.

"가끔씩 당신은 아주 아득해져서 닿을 수 없게 느껴져요. 당신은 너무 매력적이고, 난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이어서 그는 묻는다. "내가 편지를 써도 될까요? 우편물이 그 사람이 집을 나가고 난 다음에 배달되나요? " 다음날 나는 피에트에게서 러브레터 한통을 받는다. '내 소중한 아기 고양이에게. 당신은 내가 결혼하고 싶다는 상상을 해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여자예요.' 불안해진 나는 비고 F.에게 전화를 건다. "무슨 일이에요?" 나는 약간 퉁명스러운 그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그냥 좀 많이 외로워서요." "알았어요. 오늘밤에는 집에 있을게요. 됐죠?" - P30~31

비고에게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온 토베는 피에트라는 남자를 만났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으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순간 비고를 떠올린다. 불현듯 떠오르는 불안과 공포, 자신을 붙잡아 달라고 외치는 듯한 토베의 말이 귓가에 울려퍼진다. 그는 사람을 만나도 사랑을 해도 외롭다고 느낄 뿐이다.

"얼마 전에 어떤 젊은 여자를 만났는데, 굉장히 예쁘고 굉장히 돈이 많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곧바로 사랑에 빠졌는데, 이제 그 사람이 윌란으로 나를 초대했어요. 맨션으로요. 그 사람 가족이 소유한 집이래요. 내일 떠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요."
현기증이 난다. 내 집세는, 내 미래는 어떡하라고?
"눈물 금지." 피에트가 단호하게 두 손을 펴 들며 말한다. "제발, 윗입술에 힘 딱 주고 버텨요. 우리 관계에는 어떤 의무도 없었어요. 그렇죠?" - P50

피에트는 이런 말을 던지고 토베를 떠난다.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아... 세상에는 역시 미친 놈들이 많아 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토베는 무너지고 만다. 저렇게 의무 운운하며 떠나버리면 그만인가 죄책감이란 없고 욕망대로 살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에베는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들을 사랑한다. 예를 들자면 그는 흑인들의 피부가 왜 검은지, 유대인들의 코는 왜 매부리코인지 같은 질문에 관한 자신만의 가설을 세워 놓았다. 한 번은 그가 한쪽 팔로 머리를 괸 채 옆으로 누워서는, 매우 도덕적인 고뇌를 담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 적이 있다. "나 지하 저항 조직에 합류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프랑스가 함락된 뒤로 상황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요." 그때 나는 그런 일은 신경 써야 할 아내와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이제 그는 그 생각은 잊어버리기로 한 것 같다. - P71~72

피에트와 헤어지고 난 뒤 토베는 에베라는 남자를 만났다. 그를 만나고 나서야 자신이 아직 비고와 이혼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토베는 비고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에베는 질문을 사랑하고 외부 세계에만 관심이 많은 듯한데 토베는 피에트와는 다른 그가 좋았던 걸까.

독주가 시작되기 전에 조용히 울리는 드럼 롤 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나는 임신과 어머니 되기, 그리고 아기 돌보기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왜 에베는 이 모든 것에 나만큼 관심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한다. 그는 자기가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을 거의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는 신문에 실린 내 이름을 볼 때도 믿을 수 없어 한다. 그는 자기가 유명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가 그 점을 좋아하는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 P76

"아주 토실토실하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기분이 상해 투덜거린다. "할 말이 그게 다예요? 스물네 시간이나 걸려서 낳으면서, 난 아이는 다시는 안 낳겠다고 맹세했는데, 난 아파서 소리를 치고 비명을 질렀는데, 당신이 할 말이라곤 애가 토실토실하다는 것밖에 없어요?" 에베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지만, 아이가 자라면 아마 더 예뻐질 거라고 말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러더니 내게 언제 집에 오느냐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요람 위로 몸을 굽히고 조그만 손가락들을 만지며 말한다. "이제 우리는 아버지고, 어머니고, 아이고, 그렇네요. 정상적인 보통 가족이 됐어요." 그러자 에베가 묻는다. "왜 정상적인 보통 사람이 되고 싶어해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데." - P80~81

하지만 에베는 토베를 이해하려는 생각이 없다. 임신은 혼자 한 게 아닌데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고독하고 외로웠을 토베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지금 이 순간 남자들은 내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이질적인 생명체들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몸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종양처럼 달라붙은 점액 덩어리가 몸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가기 시작할 수도 있는 말랑하고 부드러운 장기 같은 건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 P113

또 다시 임신을 해버린 토베는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맨다. 이미 딸이 하나 있는 자신이 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지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베는 그냥 낳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하면 그만은 아니지 않나. 책임 의식이라고는 없는 그들에게 화가 난다.

"나 임신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아요." "알겠어요." 그는 그에게서 유일하게 호감 가는 부분인 진중한 회색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이야기한다.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내일 저녁에 오면 내가 소파술을 해 줄게요." 마치 그 일이 평소 일과라도 되는 둥 말하는 그는 세상 어떤 일에도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 부류의 사람 같다. 안심한 나는 미소를 짓는다. "마취도 해 주실 수 있나요?" "내가 주사를 놓을 텐데, 그럼 당신은 아무것도 못 느낄 거예요." 그가 말한다. "주사요? 무슨 주사죠?" "모르핀 아니면 데메롤이에요." 그가 말한다. "데메롤이 제일 좋죠. 모르핀은 토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 P144~145

나는 임신을 하면 늘 잠자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카를은 턱을 문지르며 그 말에 대해 생각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그가 말했다. "내가 클로랄 수화물을 좀 줄게요. 좋은 진정제고 부작용도 거의 없거든요. 맛은 좀 끔찍하지만, 그냥 우유에 타서 마시면 돼요." - P173

"통증이 계속되면 수술을 해줄 다른 의사를 찾아보면 돼요." 아마도 의사와의 대화가 그에게 정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우리가 집에 도착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메타돈이라는 알약 처방전을 써 줄게요. 강력한 진통제인데, 그게 있으면 내가 집에 있으나 없으나 크게 상관없을 거예요." 그는 내 타자 용지를 한 장 꺼내 처방전을 쓴 다음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오렸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 P175

내가 에베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할 때마다 카를은 주사기를 꺼냈고 그 특유의 거칠고 무신경한 방식으로 나와 관계를 가졌다. "난 수동적인 여자가 좋아요." - P181~182

토베는 위험한 남자 카를을 만나 점점 약물에 빠진다. 그는 토베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 전공 말고는 관심도 없는 남자다. 게다가 알고 보니 카를은 정신병자였다. 토베가 이 남자에게서 탈출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친다.

진열장 속의 수은제 용기와 온갖 결정들을 담은 비커에서 부드러운 빛이 퍼져 나왔다. 나는 계속 거기 서 있었고, 그동안 내 안에서는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작은 흰색 알약들에 대한 갈망이 시커먼 액체처럼 솟아올랐다. 그렇게 나는 섬뜩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갈망은 나무줄기 속의 부패병처럼, 혹은 모체가 아무런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아도 자기 혼자 자라나는 태아처럼 내 안에 있었다. - P226

토베는 약물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병원에서 한동안 지낸다. 하지만 병원에서 빠져 나와도 수시로 찾아오는 약물의 충동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그런 그에게 빅토르가 찾아온다.

그의 전체적인 자태는 살짝 흐트러진 듯하면서도 어딘가 악마적인 생명력을 발산하면서 나를 완전히 매혹시켰다. (...) 나는 헬레에게 잠깐만 동생들을 봐 달라고 하고는 빅토르를 내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의자에 앉은 내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 나는 행복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으로 가득 찼다. (...) 빅토르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발목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당신을 사랑해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쓴 시들을 사랑해요. 오랫동안 당신을 만나 보고 싶었어요." 나는 그의 얼굴을 들어 올려 내 얼굴을 향하게 하고는 말했다. "첫눈에 반한다는 얘기들은 다 거짓말이라고 항상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요." 나는 그의 머리를 내 두 손으로 감싸고 그 아름다운 입술에 키스했다. - P238~239

"한 200년쯤 너무 늦게 태어난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그때 태어났더라면 당신을 만나지 못했겠죠." 그는 나를 품에 안았고, 우리의 욕망은 충족되자마자 또 다시 되살아났고, 아이들은 다시금 야베의 보살핌에 맡겨졌다. "사랑에 있어서 끔찍한 점이 있다면 그거예요." 내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는 거요." "맞아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항상 엄청나게 고통스러워지죠." - P243

빅토르를 만나도 한동안 토베는 약물에 손을 댄다. 결국 특단의 조치로 도시를 떠나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시골로 터전을 옮긴다. 토베는 그곳에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수년간 빠져 있었던 약물 중독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수시로 찾아오는 약물 충동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지만 그럴 때마다 빅토르와 아이들이 의지가 되었다.

이렇게 토베의 결혼 생활은 돌고 돌아 겨우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에 기대고 약물에 의존하는 것만이 토베를 구원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토베는 그 자신만으로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홀로서기를 꿈꾸었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가. 그 글을 펼치며 살 수는 없었던 것인가.
빅토르를 만나서 겨우 정착할 수는 있었다고 해도 찜찜함이 남았다.

'의존'이란 단어를 되뇌인다. 인간의 홀로서기는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작품 자체로는 별점 5이지만 스트레스를 주는 남자들 때문에 1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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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0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어떤 결정적 순간이라는게 있는거 같아요. 옳고 그름이 있다걸 배워야 하는 시기,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걸 자각하는 시기 이런거요.
저는 아직 이 책을 안 읽었지만 토베라는 분의 이야기를 보면 그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받지 못햇던 기억이 끊임없이 토베를 자신을 사랑해줄 누군가로 밀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건 글을 쓰고 자신의 일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못하는 어떤 근원적인 자존감의 부족 같기도 하구요.

거리의화가 2022-10-21 09:06   좋아요 2 | URL
어린 시절 부모님과 주변 환경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소중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상황에서 커오지 않았나 싶어요ㅠㅠ
충족되지 못했다는 말씀이 적절하다 여겨집니다. 결핍에서 오는 불만이 끊임없는 갈망 추구로 나아가게 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독서괭 2022-10-20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왜 3권 별 네개지? 했는데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군요^^;; 알 것 같습니다.
의존이라.. 결론이 좀 씁쓸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10-21 09:11   좋아요 2 | URL
ㅎㅎㅎ 토베 자체에는 애정이 들지만 만나는 남자들이 다 쓰레기ㅋㅋㅋ
리뷰라는게 결국 사심이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문장과 묘사는 아름답습니다~^^

청아 2022-10-20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삼부작 클리어 하셨군요!! 저도 비슷한 이유로 별하나 뺐어요ㅎㅎ 토베에게는 애정이 가득~^^♡

거리의화가 2022-10-21 09:14   좋아요 2 | URL
ㅋㅋㅋ 역시 미미님 찌찌뽕입니다!ㅎㅎ 저도 작가에 대한 애정은 샘솟지만 만나는 남자들이 다 너무했어요ㅠ 토베 디틀레우센이라는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어서 여러 모로 좋은 읽기였어요^^ 까먹지 말고 얼른 소장 들어가야겠어요~ㅎㅎ

mini74 2022-10-20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 나쁜 남자들만 ㅠㅠ 화가님 리뷰 읽는것만으로도 저도 씁쓸하네요. 화가님 별 하나 뺀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

거리의화가 2022-10-21 09:15   좋아요 3 | URL
하~~~ 만나는 남자들마다 진짜 너무 찌질해서 아주 짜증이...ㅋㅋ 그 중 카를은 용서할 수가 없어요. 직업윤리 의식도 엉망이잖아요. 의료인이 이러면 되나-_-;;; 싶어서~ㅎㅎ

페넬로페 2022-10-20 2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펜하겐 삼부작 순식간에 다 읽으셨군요.
마지막의 거리의화가님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10-21 09:17   좋아요 4 | URL
네. 시리즈라 흐름이 끊기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 단번에 읽었어요. 책도 얇고 스토리라 금방 읽힙니다^^ 마지막이 좀 허탈하더군요. 어쨌든 해피엔딩이 되긴 했으나~ 그동안 고생한걸 생각하면 어휴...ㅎㅎ

희선 2022-10-21 0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약에 의존하고 사람에 의존하기...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다가 그렇게 되는지, 어린 시절 때문일지...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 때문이었겠지요 더 나중에 태어났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 사람 많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21 09:18   좋아요 3 | URL
말씀처럼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단독자로서 실존의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희선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