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과 이하
어제 마이 도러와 남자친구의 통화내용을 듣고 내심 놀랐다.
남자친구가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조르는 모양인데 그게 귀찮았나 보다.
"어제 내가 너희 집에 한 번 놀러갔잖아?"
"......"
"하루에 한 번이면 됐지. 한 번 이상이라니, 그런 말이 어딨어.
하루에 한 번 이하라고 해!"
초등 2학년 아이들이 벌써 '이상'과 '이하'를 대화 속에 구사하다니,
난 지금도 이상과 이하가 헷갈리는데......
호, 혹시 수학자가 될려나? 그럴 리가 없는데.
백일홍 씨앗 심은 지 열흘째
2. "몇 날째 사는 거야?"
아이는 걸핏하면 내게 묻는다.
가령 며칠 전.
"나는 오늘 몇 날째 사는 거야?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서 몇 날을 살았어?"
"한번 보자 가설라무네, 계산기 가지고 와봐라.
너는 8 x 365 +3 x 30 + 오늘이 4월 10일이니까 10을 더해.
그러니까 3천 날을 좀 더 살았네."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았어? 이제 엄마 날도 계산해봐!"
"싫어, 골치 아파! 너가 몇 날째 사는지 알았으면 됐지, 엄마는 몇 날 살았는지 하나도 안 궁금해."
안 궁금한 게 아니라 그걸 아는 게 두려운 거다.
지난주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 1권을 다 읽었는데 선생께서는 살아 생전 그렇게
자신이 산 날수를 헤아리고 계셨다 한다.
친한 친구들의 산 날수도 꼼꼼하게 기록해 놓으시고.
인생은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오늘'이라고 늘 생각하셨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자신이 산 날수를 헤아리다니, 마이 도러도 철학자가 될 소질이 다분한가?
아님, 아이들은 다 그런가?
패랭이꽃 심은 지 열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