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뜨겁지 않고 따뜻한 커피다. 한낮에도 얼음을 넣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 기가 꺾인 더위는 상냥해지고 부드러워졌다. 활짝 열렸던 창문은 닫힌다. 완전히 닫히지는 않고 조금 열린다. 가을이다. 이제 가을이라 말할 수 있다. 선풍기는 아직 내 곁에 있지만 그 바람을 쐬지는 않는다. 저녁에는 된장찌개를 끓였다. 뭔가를 끓이는 것, 그 뜨거운 국물을 한 술 떠 식혀가면 밥을 먹는 일, 가을인 것이다.


가을이라고 말해도 될까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그런 마음은 이제 없다. 가을이 되었다. 아직 짧은 소매의 옷을 입고 있지만 여름의 옷차림이 아닌 가을의 옷차림이다. 작은언니의 가방에는 말아 쥐어 밀어 얇은 카디건이 있다. 가을인 것이다.


그런 가을이라서 그런 가을이 시작되어서 조금은 계획적이면서도 충동적인 책을 샀다. 모두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게 제일 좋으니까. 가을엔 소설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렇다. 네 권 가운데 두 권은 계획적이고 나머지 두 권은 충동적이었다.






계절의 소설로 소개할 수 있는 『소설 보다 가을 2023』은 이주혜의 단편이 궁금해서 샀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을 읽기 전 짧은 단편을 먼저 만나려고. 사실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책장에 몇 년째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근데 받고 보니 진짜 진짜 짧은 단편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마음산책 짧은 소설 같은 거라고 할까.


문지혁의 소설은 충동적인 구매였다. 적립금이 없었다면, 기대평과 편집장의 퀴즈 같은 이벤트 적립금이 없었다면 나중에 구매했을지도 모를 소설이다. 근데, 문지혁의 소설이 자꾸 궁금한 거다. 그래서 먼저 읽은 리뷰도 꼼꼼하게 읽을 수가 없다. 계획적인 충동구매가 맞겠다.


비가 온다. 가을비다. 기상 캐스터는 가을장마라고 했다. 비가 오는데도 습한 정도가 약하다. 친구의 말처럼 여름비와 가을비는 다른 것 같다. 더위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매몰찬 기운이 아니라 상냥하고 부드러워졌다. 한 번에 등을 돌리며 떠나는 여름이 아니라 천천히 등을 돌리며 여름이 떠나고 있다. 가을이 그 여름을 배웅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고 2023-09-1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름을 좋아해서 선선해 지니까 막 섭섭하고 그래요...근데 천천히 등을 돌리는 여름에 배웅하는 가을...자목련님 표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감동ㅜㅜ

자목련 2023-09-14 17:29   좋아요 1 | URL
망고 님은 여름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추운 걸 조금 더 견딜 수 있어요.
망고 님의 댓글이야말로 감동입니다. 남은 여름 안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물감 2023-09-1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쌀쌀해졌어요. 이번 장마 지나가면 본격 가을 날씨올 듯! 건강 조심하셔요🙂

자목련 2023-09-14 17:29   좋아요 1 | URL
주말 지나면 여름의 흔적은 찾기 어려울 것 같아요.물감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

독서괭 2023-09-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가 꺾인 더위는 상냥해지고” 라니 넘 멋진 제목입니다!! 비와 함께 정녕 가을이 왔네요^^

자목련 2023-09-14 17:32   좋아요 0 | URL
가을이 왔어요. 와락 달려든 가을이에요. 얼마나 빠르게 지날지 모르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9-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은 정말 가을이란 느낌이 확연하네요! 주말쯤 비가 다시 온다고 하더군요. 그 후엔 정말 가을일 듯합니다^^* 자목련님의 문장 표현은 언제 봐도 아름다워요^^

자목련 2023-09-14 17:33   좋아요 0 | URL
내일부터 비가 내리고 주말이 지나면 완연한 가을과 만나겠지 싶어요. 긴 소매 옷도 챙겨야 하고. 이불 정리도 해야 하고, 계절 맞이 쉽지 않아요 ㅎ
 

한정현의 산문집 『환승 인간』 은 여행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환승’이란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소와 공간을 이동하는 뻔한 여행을 기대한 건 아니다. 경험하는 인간, 다른 나로 이동할 수 있는 삶 같은 그런 의미의 환승이었다. 갈아탈 수 있는 삶은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 수 없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어쩔 수 없이 갈아타야만 하는 삶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삶에 대해 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한정현의 소설은 단편 한두 개 정도가 전부였다.


한정현의 소설이 궁금하지 않았다. 적어도 『환승 인간』이란 산문집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그가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소설 속에 자기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도, 그러니까 점점 더 나는 그가 쓴 소설이 궁금해지는 거다. 그는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 것일까. 이 산문집은 한정현이라는 인간의 삶의 이동경로인 셈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고 공부하는지, 그 모든 걸 그는 ‘환승’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자신을 설명하고 소설에 대해 말하는 방법, 하나의 관심사에서 다른 관심사로 이동하고 확장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앞으로의 이동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뒷면이 궁금해 파고드는 사람. 그래서 하나가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한 줄의 기사에 숨겨진 이면을 보는 사람, 국가나 사회의 폭력으로 아픈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 결국 그것을 소설로 써야만 하는 사람.


산문집을 읽으면서 좋아서 좋구나 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니, 말하지 말아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알려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프롤로그가 아닌 프롤로그 더하기의 이런 부분이 그랬다. 우리는 우리가 환승하고자 원하는 것들에만 관심을 둔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회 속 일원으로 혼자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므로 다른 삶의 환승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정현은 바깥의 삶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환승하는 삶.

환승할 수밖에 없는 삶.

좋아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환승할 수 있지만, 사실은 좋아해야만 하는 것을 만들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살아지는 삶도 있다. 마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손쉽게 쓰지만 사실 요즘은 그런 것마저 만들어내야만 견딜 수 있는 삶도 많다고 느낀다. 그런 삶의 환승의 수가 빈번하게 높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무수한 환승을 경험하면서도 순간 나 자신의 바깥에 놓은 삶에는 또 한 번 무감했던 것 같다. (「프롤로그 더하기」, 18~19쪽)


그러다 또 이런 구절에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사랑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한다.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이라는 말. 가만 생각하고 돌이켜보니 사랑의 시작은 과연 그러하다. 사랑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도 한 되는 것, 그건 사랑의 끝이 이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가 남는 것. 헤어짐의 슬픔이든 실연의 아픔이든 감당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이다. 정말 좋은 사랑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온전한 ‘나’가 남는 것이다. 오롯이 나로 환승하는 것이다. (69쪽)


감당하기 어려운 일,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삶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름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 이름으로 환승하여 다른 이름 뒤에 숨어 버리는 일은 재미있다. 소위 부캐라고 할까. 여려 명의 나로 존재하여,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면 비대한 하나로 힘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다운 발상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다른 우리로 환승하면 조금 쉽고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작가의 산문집은 작가의 생각과 관심사, 가족, 친구에 대한 개인적인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는 무척 좋아할 것이고 누군가는 별로 일 것이다. 나는 경계에 있다고 해두겠다. 한정현 작가가 뉴질랜드에 갔다가 그곳에서 더 공부하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의 우정이 그를 살리고 위로가 되었다는 건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너는 한국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외국인 친구의 질문. 그것은 그의 소설과도 연결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 그러니가 이 산문집을 읽고 그의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과 훨씬 더 가까워질 거라는 말이다.


영자원(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본 영화 이야기, 아빠와 함께 비디오테이프로 본 히치콕의 영화 <새>로 인해 생긴 조류 공포증부터 다양한 영화 리뷰도 흥미롭다. 그가 소개하는 영화는 제목도 낯선 영화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이다>, <마스터>,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무척 궁금한 영화로 남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 어쩌면 나만 몰랐던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영화를 통해 보고 전하려는 건 약자의 삶, 전쟁의 상흔, 진정한 자유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 다수의 목소리에 가려진 소수의 삶, 잊힌 개인의 이야기.


『환승 인간』에 대한 글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게 내가 원하던 바일 수도 있다. 나처럼 조금 더 한정현이 궁금해지기를, 한정현의 소설이 궁금해지기를 바라니까. 나는 읽지 않은 그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더 좋은 나로 환승하는, 더 좋은 쪽으로 나가는 그의 소설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이다. 『마고』, 『줄리아나 도쿄』,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서 들려줄 한정현이 궁금해졌다. 그의 할아버지 ‘주희’가 어떻게 등장하는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월이 되었고 책을 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책을 사고 책을 쌓아두고 책을 읽는 일 말이다. 8월에는 더위가 책 읽기를 이겨버렸다. 그러니 당연 기록하는 일도 진 것이다. 9월의 셋 째 날이지만 실내 온도는 30도다. 가을이 오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언제쯤 진짜 가을과 마주할까.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얼음을 넣은 커피를 마신다.


9월의 첫 책은 세 권이다. 최은미의 장편소설 『마주』, 단편에서 확장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했던 삶을 고스란히 마주할 것 같다. 더 멀어지고 소원해지거나 더 가깝고 밀접해진 우리의 관계. 『마주』의 표지는 평온하고 나른한 오후의 연상시킨다. 평화로움, 그러나 소설이 마냥 평화로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읽은 최은미의 소설에서 평화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 이즘』은 가장 흔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에세이에 대한 고찰이 아닐까 기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그것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장르가 달라진다. 소설이 되거나 산문, 시가 된다. 진정한 에세이란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도 같고. 아직 읽지 않았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첫사랑의 기억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이꽃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쁘지 않았고 이 소설도 그렇다. 문득 이꽃님이라는 이름은 필명일까, 본명일까 궁금하다. 필명 쪽으로 기우는데 본명이라면 더 좋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


9의 책이 아닌 9월의 첫 책인 이유는 주문하고 싶은 책이 또 생겨서다. 소설 보다 : 가을 2023』과 아코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 어쩌면 오후에 주문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 책들은 또 그 책들의 이야기가 있을 터. 9월에는 8월 보다 조금 알차고 촘촘한 책 읽기를 하고 싶다. 독서의 달이라고 하니, 나만의 독서의 달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책과 나른한 오후를 꿈꾸지만 덥다. 선풍기나 에어컨과 함께 가능한 나른한 오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3-09-0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꽃님 작가의 연애소설이라니... 좋을 것 같긴 하네요.

자목련 2023-09-05 08:55   좋아요 1 | URL
완벽한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풋풋하고 소중한 감성이 담긴 소설이라 말씀드려요^^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위가 한풀 꺾길 거라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낮의 뜨거운 열기는 밤에도 쉬이 식지 않는다. 그래도 밤에 잠들 때 침대를 내려오는 일은 없다. 대신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이미 다 본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다. 3~4년에 방영된 드라마, 여름에 걸맞은 스릴러 쪽인데 분명 봤는데 줄거리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아 처음 본처럼 집중해서 보느라 새벽까지 시청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넷플릭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다른 채널을 구독하지 않은 걸 나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알림은 받지 않기, 이게 중요하다. 배달 앱도 자꾸 쿠폰을 준다는 알림에 그 쿠폰이 아까워서 자꾸 뭔가 배달시킨 음식을 찾게 된다. 이러려고 앱을 설치한 게 아닌데. 지금도 어느 앱에서 알림이 왔다. 이 기회에 알람 설정 정리를 해야겠다. 알림을 받아야 할 것과 받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하기. 언제나 좋아하는 것들에서 주저한다. 온라인 서점의 알림이다. 알림을 받지 않으니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도 놓치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모두 구매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책이 나왔는지 알아야 그 책에 대해서 살펴보고 내가 읽고 싶은지, 아닌지 판단한다.


알림과 상관없이 그냥 산 책들은 이렇다. 정은 작가의 에세이 『커피와 담배』는 중고로 샀다. 중고 알림을 설정한 덕분에 구매한 것이므로 알림 받기를 유지해야 하는 쪽으로 기운다. 아, 이런. 알림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아, 이런 생각은 멈춰야 한다. M 과의 통화에 생각난 박시하의 시집은 무려 제목이 『8월의 빛』이다. 표제와 같은 제목의 시는 아버지의 기일에 관한 것으로 공교롭게 오늘은 큰언니의 기일이다.





마지막 그냥 산 책은 김화진의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경로』다. 신춘문예 등단작이었던 「나주에 대하여」가 좋았다. 편집자로 소설을 쓰는 작가, 등단 이후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책을 구매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 문장 때문이다. “사람은 주머니 같다. 나는 그 안이 궁금해.” 아직 소설을 읽기 전이라 어떤 문장인지 알 수 없다. 편집자, 마케팅 담당자, 누군가 이 문장을 선택했고 그 문장에 나 같은 독자는 소설을 선택했다.


그냥 책을 사고 그냥 살고 있다. 그냥 사는 게 이상한가. 그냥 사는 게 좋다. 요즘은 그런 날들이다. 그냥 사는 날들,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도 여름이 지나면 더 이상 더위를 핑계 삼을 수 없으 조금 더 이어졌으면 하는 이상한 마음이다. 그냥 산 책을 그냥 읽어야 하고 그냥 사는 날도 이렇게 쓰여야 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08-17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지요.저는 넷플릭스 끊고 왓챠를 구독하는데 넷플릭스에 비해 볼 게 별로 없어 시간이 좀 절약되더라고요.
날씨가 너무 더워요.
그래도 자목련님의 책읽기는 끝이 없으시네요~~

자목련 2023-08-18 13:32   좋아요 1 | URL
<더 글로리>때문에 가입했는데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오늘도 고현정 드라마 오픈한다고 알림이 ㅋㅋ
막바지 더위의 날들, 시원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blanca 2023-08-1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언니의 기일이었군요. 얼마나 그리우실지...그냥 사는 게 좋다,는 말씀이 그냥 좋네요. 저도 요새 스마트폰, 유튜브 중독이라 걱정이에요.

자목련 2023-08-18 13:31   좋아요 0 | URL
작은언니가 있지만, 큰언니라 부를 일이 없다는 게 가끔 슬퍼요. 작은언니에게는 언니가 없다는 것도.
여름은 그래서 좀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해요. 저는 유튜브 중독은 아니라 다행이네요 ㅎ

독서괭 2023-08-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산 책이 그냥 좋기를!^^ 자목련님, 언니분 기일이군요.. 8월의 빛 시가 위로가 되셨기를요!

자목련 2023-08-18 13:29   좋아요 1 | URL
그냥 좋은 책, 그냥 좋은 날!
독서괭 님께도 그러하기를 바라요~

그레이스 2023-08-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사는 것만으로 족한 때가 있죠.
이유 없이 힘든 시간들도 있구요. 근데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시원한 계절이 와서 밖으로 걸어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자목련 2023-08-18 13:29   좋아요 0 | URL
맞아요,돌아보고 살펴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지요.
곧 시원한 계절이 우리를 감싸고 이 여름이 그립기도 하겠지요^^
 

태풍 ‘카눈’이 오고 있다. 아주 느리게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지켜내며 오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뜨거운 열기가 태풍에게 힘을 더해줄 거라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아직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지만 밤부터는 다를 것이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위를 사라질까, 그런 기대보다는 이 태풍이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태풍이 오기 전에 책을 주문했다. 태풍 핑계로 냉큼 주문한 게 맞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아구아 비바』는 서재나 이웃이 올려주는 문장이 좋아서 궁금했다. 실은 표지가 예뻐서, 책 만듦새가 예쁜 이유도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읽은 게 없어서 이 작품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줄까 기대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은 신간 알림을 받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극히 낮으신』은 13세기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삶을 그려낸 책으로 2008년에 마음산책에서 나온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읽은 이라면 새로운 신간이 아니다. 나 같은 독자만이 새로운 신간이 되겠다. 물론 나는 아직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지 않았다. 마지막 한 권은 정용준의 산문집 『소설 만세』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블랑카 님이 좋다고 하시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 아닐까 싶다.






더위에 지쳐서 아주 천천히 책을 읽고 있어서 조만간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누그러지면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맘대로 살짝 소개하자면 이렇다. 대답의 책처럼 펼쳐서 나온 구절이다. 『아구아 비바』의 이런 구절, 이 소설 대체 뭘까.


고백할 게 있다. 나는 조금 겁이 난다. 자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 자체는 독단적이지 않으며 제멋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 엮여 있지 않다. (『아구아 비바』 중에서)


그녀는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움 이상이다. 그녀는 더없이 부드러운 새벽빛을 띤 생명 자체다. 우리는 그녀를 알지 못한다. 그녀의 초상화 한 점도 본 적이 없다. (『지극히 낮으신』 중에서) 크리스티앙 보뱅의 문장이다. 그녀는 누구일까. 가톨릭 신자라면 이 책이 더 아름답게 다가올까.


소설을 쓰기 위해 혹은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음과 욕망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 아니다. 가만히 두면 언젠가는 사라지는 평범한 불꽃이다. (『소설 만세』중에서)


정용준의 조언처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잘 키우고 싶다. 달아나지 않도록 잘 붙잡고 싶다. 책에 대한 마음도 읽는 마음도 쓰고 기록하는 마음도 달아나지 않도록 말이다. 태풍이 가까이 왔고 곧 실체를 확인하겠지만 우선은 아름다운 하늘이 좋다. 아이스크림 같은 구름이 정말 예쁘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8-0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어제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구름도 예쁘더군요.
이게 실은 폭풍전야겠지만.
아마 태풍 지나고나면 하늘이 높아질 겁니다.

자목련 2023-08-10 08:48   좋아요 2 | URL
파랗고 맑은 하늘이 비로 가득합니다.
말씀처럼 조만간 더 놀라운 하늘과 마주하겠지 싶어요.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망고 2023-08-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비스듬하게도 아니고 한반도 전체로 바로 직진하는 예상 경로 사진을 살면서 처음 본 거 같아요 제발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근데 사실 저도 어제 하늘 보면서 파란 배경에 하얀 뭉개구름 넘 예쁘다고 생각했어요^^자목련님 태풍에 날아갈라 책 읽고 쓰는 마음 단디 붙잡으셔요😄

자목련 2023-08-10 08:49   좋아요 0 | URL
뉴스를 주목하고 있는데 제가 사는 곳은 아직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지만 무서울 정도는 아니에요.
망고 님도 피해 없으시길, 마당의 꽃들도 넘어지지 않기를~~

coolcat329 2023-08-0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용준의 <소설 만세> 저도 재미나게 읽은 책이에요. ‘소설만세‘라는 제목이 좋아서 샀답니다. 중간에 살짝 웃기기도 하구요. 자목련님처럼 우아한 책들 사셨어요~^^

자목련 2023-08-10 08:50   좋아요 0 | URL
정용준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쿨캣 님도 즐겁게 만나셨다니 기대 상승!
우아한 자목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ㅎ

독서괭 2023-08-0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폭염에 힘들었지만 하늘은 참 예뻤지요^^
소설 속 문장들이 좋네요. 보뱅 책 더 읽고 싶은데 이번 신간은 종교얘기라 해서 손이 안 갔네요~

자목련 2023-08-10 08:51   좋아요 1 | URL
낮의 하늘도 노을 가득한 하늘도 정말 예뻐요!
종교는 모르겠고 보뱅의 문장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구매했어요. ㅎ
태풍 피해 없기를 바라며,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3-08-0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가까이 오고 있어서 오늘은 계속 태풍 소식인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불안합니다.
날씨가 계속 폭염이예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3-08-10 08:52   좋아요 2 | URL
얼마나 많은 비기 내릴까 걱정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은오 2023-08-09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젤 중요한거 맞는거같아요. 🤧 제 안의 쓰고싶은 마음은 달아난걸까요....? 어디갔니.....

잠자냥 2023-08-09 22:09   좋아요 2 | URL
저기 누워있네.

은오 2023-08-09 22:11   좋아요 1 | URL
그 주인에 그 마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9 22:19   좋아요 1 | URL
눕쓰대 하나 사줘요…..

자목련 2023-08-10 08:53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말씀처럼 달아난 건 아니고 누워 있는 듯.
이제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말해주세요, 마음이 냉큼 일어나게!!

책읽는나무 2023-08-0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만세>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읽지도 못한채 그대로 반납했던 책이어서 오늘 갔었던 서점에서 눈에 띄어 사려다 또 포기했던 책입니다. 살 걸 그랬나? 지금 조금 후회가 되네요. 보뱅의 책도 아까 만지다가 다시 제자리에 꽂았었구요...저 책도 살 걸 그랬나? 또 후회를...ㅋㅋ
암튼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3-08-10 08:55   좋아요 1 | URL
소설 만세를 만날 좋은 때가 아직 오지 않았나 봐요. 책은 달아나지 않으니 언제라도 책나무 님 곁으로 올 수 있지요.
남부 지방은, 태풍과 인접했을 것 같은데, 피해 없기를 바라요.
만복이네 학교도 휴교일까 싶은데...

책읽는나무 2023-08-10 09:02   좋아요 0 | URL
쌍둥이네 둘 다 가정에서 하는 원격수업 중입니다.
늦잠 자다 일어나 부리나케 노트북 켜서 출석체크하고..전 이제 밥 안치고..한숨 돌리는데... 예전에 살던 이웃집 언니들이 그 아파트 앞에 있는 하천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산책로랑 농구장 축구장이 다 잠긴 상황을 사진 찍어 올렸더군요.
제가 있는 곳은 사방팔방 도롯가만 보여서 상황이 그런 줄 몰랐던지라...헐!!! 그러고 있네요.ㅜㅜ
빨리 태풍이 지나갔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