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Entanglement 얽힘 4
예소연.전지영.한정현 지음 / 다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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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데, 해야 하는데, 주춤하는 말들이 있다. 당신에게 상처가 될까 봐, 관계가 끝날까 봐서. 끝내 발화가 되지 못한 어떤 말들, 마침내 터져 나오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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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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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읽는다. 한강의 글을 천천히 읽으면서 내가 처음 그의 소설을 읽으며 받았던 위로의 순간이 떠올랐다. 담담하게 누르고 눌렀던 감정들. 그때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될 줄 몰랐는데, 재작년의 감격과 환호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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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02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02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안효원 지음 / 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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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일들과 마주한다. 내가 원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바로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안효원의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는 그런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은 일상이고, 기록은 삶이다. 그러니 이 책은 살아가는 이야기,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란 제목에서 당신은 어디에 끌리는가? 아파본 사람은 아파서에 멈추고, 시골에 살거나 시골을 꿈꾸는 이들은 시골이란 단어가 그럴 것이다. 시골에 살기도 하고 튼튼하지도 않는 나는 읽기 전부터 조금 마음이 아렸다. 그렇다고 이 책이 투병기 혹은 회복기라는 착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냥 사는 이야기. 웃고, 울고, 실수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시골 농부의 이야기다.


저자가 처음부터 귀농을 결정한 건 아니다. 수업이 끝난 토요일 버스를 기다리느니 2시간 걸어서 집에 오던 아이, 고등학교부터는 집을 떠나 자취를 하고 PD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국문과에 입학한 청년은 영화주간지의 기자가 되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소개하는 분야로 이직도 했다. 왕복 다섯 시간의 출근길이 무리였을까 몸이 신호를 보내왔고 수술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회복을 위해 고향 포천으로 돌아왔다. 충천을 위한 시간은 어느덧 토박이의 삶으로 변화했다. 우연한 계기로 초등학교 인턴 국어 교사를 시작했고 도시로 가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저자의 선택은 결론적으로 귀농이었다.


농부의 딸이고 동생이기에 나는 농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래서 저자가 들려줄 농사 이야기가 시시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었다. 너무 재밌고 놀라웠다. 언제나 그렇듯 짐작은 경험이 아니니까. 초등학교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아버지를 도와 조금씩 농부가 되어가는 과정은 즐겁고 감동이었다. 저자에게는 힘겨운 과정이 더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농사는 힘겹다. 그냥 씨를 뿌리고 때 되면 수확하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살피고 자연의 영향을 받고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적절한 비와 바람과 태양 같은 건 없다. 산에 심어놓은 더덕 넝쿨을 다 뜯어내고 옥수수를 뽑는 일은 귀여운 실수다. 아버지는 논에 제초제를 주는 일도 대충 주면 된다고 하지만 그 대충은 아버지만 알 수 있다. 그러니 적당히 논을 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패하고 실수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보인다. 손을 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깨닫고 알게 된다.


오늘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일 한 시간 더 하고 망가진 거 고치면 그만이다. 고치면 논둑은 더욱 단단해진다. (69쪽)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그러하다. 어제와 똑같아서 지겨울 수도 있지만 어제와 똑같으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 수 있다.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시골이기에 도시에 가면 모든 게 맛있고 좋아 보인다. 일손이 부족해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친구와 친척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하는 날은 신나고 즐거운 날도 기억된다. 혼자 사는 이웃 할머니께 아이들과 인사를 가면 과자가 수북이 반긴다. 작은 학교, 작은 동네에 보탬이 되고자 참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한 공동체의 10년 시간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글쓰기가 된다.


저자의 하루를 상상한다. 매서운 추위로 가득한 겨울의 날들은 좋아하는 책과 둘러싸여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눈 내린 둔덕을 찾아 아이들과 눈썰매를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내 부천댁과 ‘밤나무 북스테이’ 공간을 위해 열심히 뭔가를 계획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아파서 시골에 왔지만 좋아서 시골에 살고 있다는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을지도.


어쩌면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기대하는 삶을 위해 기대하지 않았던 삶을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이는 기대하지 않았던 삶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야 할 삶은 알 수 없다. 미지의 날들이기에 희망을 꿈꾸기도 하고 반대로 불안을 버리지 못한다. 삶의 방향을 어디로 둘 것인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분명해질 것이다. 괜찮다는 위로와 함께.

봄이면 뒷산에서 상큼한 상아를 뜯어 먹고, 이제는 먹을 사람도 없어 동네 오디를 혼자 다 따 먹는다. 집 앞에 자라는 딸기는 작고 볼품없지만 제철 딸기의 향을 오롯이 품고 있어 좋다. 버드나무 꽃가루가 사방에 날리면 한상의 세계에 온 것 같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서산으로 지는 해를 보는 것도 좋다.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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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22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골에서 살기가 여전한 내 소망이지만 나이 탓에 망설여집니다. 두 딸은 절대로 안된다고 손사레를,ㅠㅠ

자목련 2026-01-27 09:55   좋아요 0 | URL
시골 살기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도 많고 이웃과의 관계도 중요하고요.
 
드립백 소복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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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맛은 좋은 대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커피를 만나는 시간, 호기심을 불러오는 낯선 커피의 맛. 땡스투는 요정 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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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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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거리낌 없어지고 어떤 면에서는 의뭉스러워진다. 뭔가를 소유하고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이뤄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득하다. 대화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깊이는 얕아진다. 진심을 표현하는 게 어렵고 가벼운 수긍이나 농담으로 눙 치는 경우가 늘었다. 사느라 그런 거라고, 고단해서 그런 거라고 여기면서도 돌아서면 내심 서럽고 웅크러진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속 단편을 읽으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작가와 함께 나이를 들고 작가가 그려낸 소설 속 인물이 전혀 남 같지 않음이 반가우면서도 쓸쓸한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공간을 방문할 기회, 부러움의 대상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무의미한 대화 속에서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마는 「홈 파티」나 타국의 휴양지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겪는 묘하게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 소통의 부재보다는 돈의 문제로 부각되는 「숲속 작은 집」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한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홈 파티’나 ‘숲속 작은 집’이라는 제목만 보면 우리네 현실과는 다른 삶이 아닐까 싶은 기대와 다른 각도를 보여주는 것. 나의 자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삶의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이처럼 이번 단편집에서 김애란이 들려준 이야기가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냥 있을 법한 장면이나 삶의 조각이 아니라 누군가 살아내고 경험하는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가장 친숙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왔을 「좋은 이웃」이 그렇다. 층간 소음이 심각한 요즘 좋은 이웃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마찬가지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아니, 내 집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전세를 살며 독서지도사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나’는 윗집의 공사로 인해 소음과 일에 차질이 생기고 피해를 입는다. 이사를 오기 전 인테리어 공사 안내를 하고 서명을 받으며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말은 이행되지 않는다. 선의로 이해를 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전세이기에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과 가르치는 학생의 이사로 복잡하다. 장애가 있는 시우가 곧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학부모는 그곳까지 와서 수업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만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다. 좋은 이웃이자 좋은 선생님은 의지가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 (「좋은 이웃」, 142쪽)






남들처럼 사는 건 왜 이리 어려운가. 때가 되면 전세가 아닌 자가의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행운은 나만 비껴가는 것일까. 이런 마음은 「빗방울처럼」에서도 만날 수 있다. 「좋은 이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문제를 다루지만 한층 심각한 전세 사기에 대한 이야기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앞둔 ‘지수’에게 닥친 일은 뉴스에서나 들은 것이었다. 집 주인이 집을 담보도 대출을 받고 연락 두절이 된 것. 천장에선 물까지 새는 상황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새 아파트 입주가 아닌 살던 집을 경매로 낙찰받는 일이다. 그럴 수 있다 쳐도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은 감당할 수 없다. 아무리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누가 지수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자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가 단정하길 바랐던 지수는 물 새는 천장 도배를 위해 도배사를 부른다. 안방 천장 상태를 살피던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건네는 그 평범한 말을 통해 아무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그녀에게서 받는다. 생의 마지막을 결심한 그 순간에 말이다.


삶의 끝이 무엇일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언제쯤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면서. 그러니 어떤 일들은 그냥 이유 없이 다가오고 일어난다. 표제작 「안녕이라 그랬어」의 ‘은미’에게도 그랬다. 달콤한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의 간병이 길지 않을 거라고 여겼지만 현실은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연인 헌수와의 이별이야말로 예정된 수순이었고 엄마를 떠나보낸 은미는 사십 대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나이, 그러나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나이, 은미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다. 화상 영어 사이트를 통해 원어민에서 영어를 배운다. 그 과정에서 ‘안녕’이란 말이 은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 엄마와의 작별, 그리고 원어민 교사와의 이별. 왜 나만 이렇게 버겁고 힘든가 싶었던 모든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위안.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안녕이라 그랬어」, 250쪽)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준비하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다. 삶은 알려주지 않는다. 언제쯤 원하는 삶과 마주할지 알 수 없다. 좋은 삶을 살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과 비교하고 절망한다. 행복의 수치를 돈으로 헤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그들의 사정도 있고 아픔도 있을 것이다. 김애란은 그것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돈과 이웃의 이야기로 엮은 『안녕이라 그랬어』를 통해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 높은 곳, 다른 계층으로의 이동을 욕망하는 자연스러움을 포착한다. 그리고 나 혼자만 그런 삶을 사는 게 아니라고 가만히 위로를 건넨다.


앞으로도 저는 삶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삶을, 죽음이 무언지 모른 채 죽음을 그릴 테지만, 때로는 그 ‘모름’의 렌즈로 봐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새로 배워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늦은 깨달음의 형태로 다가오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316~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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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14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거노인인 나에겐 더 실감나는 내용입니다.

자목련 2026-01-22 09:33   좋아요 1 | URL
현실감 있는 이야기라,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호시우행 님, 날씨가 매섭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