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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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3회를 맞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어느 하나 비슷하거나 포개지는 게 없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마다 수상작품집의 소설을 읽는 편이다. 점점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 많아진다. 나와 접점이 없는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어떤 것이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가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상 수상작인 「초파리 돌보기」는 평생을 자신이 아닌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엄마 원영의 삶을 소설가가 된 딸 지유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과거 실험실에서 초파리 돌보는 일을 했던 시절을 원영은 그곳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자신의 공간이 있었고 자신에게 지급된 것들이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원이 끊겨 일을 그만두었고 그 일이 원영의 마지막 일이었다. 원영은 이후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다. 지유는 원영의 건강 악화를 실험실에서 찾으려 하고 원영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질문한다. 소설에 등장할 거라는 질문에 원영은 적극적을 대답하고 지유의 소설에 자신의 의견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행복한 결말 같은 것 말이다.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는 소재 면에서는 독특하지만 뭔가 아쉽게 다가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도 가지 못하며 살아온 원영과 원영의 돌봄으로 살아온 딸 지유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애쓰며 할 수 있는 일이 그녀의 소설 결말을 엄마의 바람대로 끝내는 것이라는 게 말이다. 내가 품었던 임솔아의 이미지보다 약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지유의 선택이야말로 한 사람의 삶을 위로하기에 충분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멜라의 「저녁 놀」은 두 번 읽은 단편으로 여전히 좋았다. 서로의 이름이 아닌 ‘눈점’과 ‘먹점’이라 부르며 함께 살아가는 여성 커플이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보편적인 관계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더 이상 ‘눈점’과 ‘먹점’이라 말을 사용하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그들의 사랑을 그려내는 김멜아의 의도는 멋지다.


김병운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소설 보다 : 봄 2022』에서 만난 「윤광호」가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발표 순서로 보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 먼저다. 이 소설의 화자 역시 게이 소설가로 소설 속 인물인 주호를 인권단체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주호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 도착한 ‘나’는 주호의 연인 인주와 함께 주호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무성애자 주호와 인주의 만남 과정과 과거 ‘나’와 주호의 사이를 추억하다 ‘나’는 주호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주호를 안다고 여기고 함부로 내뱉은 말들, ‘나’는 주호의 개별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에 대해 생각한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얼마나 작고 편협한 틀에 갇혔는지 말이다. 나와는 전혀 닿을 일 없는 다른 세계의 삶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던가. 무지의 판단이다. 해서 김병운의 작가노트의 이런 구절이 오래 남는다.


소설과 삶이 서로에게 무용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소설과 삶이 서로를 외면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 요즘 내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이런 일들인 것 같다. (139쪽, 김병운 작가노트 「더 중요해지는 것」, 중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공격에서도 피해자에게 기우는 책임을 일갈하는 김지연의 「공원에서」나 독서 모임에서 자신이 소유한 것들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옳은 선행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 엄마들과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약자다움을 강요받는 미애와 해민 모녀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김혜진의 「미애」는 가장 현실적인 소설처럼 보인다.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행해지는 폭력에서 보호받을 없는 약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 복지의 안과 밖의 경계에 누가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이다.


빛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의 무게는 언제나 그림자에 속하는 현실은 서수진의 「골드러시」에서도 있다. 호주에서 보다 멋진 삶을 선택한 진우와 서인은 점점 더 늪에 빠지는 듯하다. 호주 정착에 필요한 비자를 획득하면서 꿈꾸던 황금빛 미래는 자꾸만 미뤄진다. 진우와 서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결혼 7주년의 여행에서 둘의 간극은 극심해진다. 그들의 바랐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붉은 햇빛이 차 안에 가득 들어찼다. 진우는 온통 붉기만 한 세계를 바라보았다. (서수진 「골드러시」, 253쪽)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무척 실험적이 소설로 다가온다. 새의 개체수가 급증한 미래에서 인간과 새의 관계를 상상하는 일은 섬뜩하다. 그동안 인간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살처분을 당한 동물들, 그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까. 소설 속 새의 목소리는 서글프면서도 참담하다. 하지만 내게 파격적인 형식의 소설이 강렬하게 다가온 건 아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작가의 몫이고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한 권으로 다양한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이런 수상작품집에서 독자가 선택한 대상은 다를 수 있다. 그런 이야기의 장을 열어주는 일, 젊은작가상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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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멜라 작품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결국 완독을 못했어요...올해 작품들이 유난히 저는 어렵더라고요.

자목련 2022-05-24 09:59   좋아요 0 | URL
점점 더 젊은작가상을 읽는 일이 버겁게 느껴져요. 나와의 그들의 거리가 멀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서이제의 소설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ㅎ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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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소개하는 일은 좀 어렵다. 어떤 시든 독자의 마음에 닿는 부분과 감동을 주는 부분이 다르니까. 저마다의 감성을 하나로 통일할 수 없고 그건 통일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시집을 읽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 시집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뭐랄까 어쩔 수 없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박노해 시인의 12년 만에 선보인 시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다. ‘박노해’란 이름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존재일 것이고 누군가는 하나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를 모르는 이들도 존재할 터, 그런 의미로 이 시집은 그저 시로 다가갈 것이다.


그의 시는 평온함을 바라고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자신을 비롯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평온에 이르기를 바라는 기도와 다르지 않다. 삶이라는 인생길을 먼저 걷는 이가 들려줄 수 있는 담백하면서도 담담한 이야기다. 어쩌면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닮았을지도 모르는 이런 시에 눈과 마음이 머문다.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정작 그 순간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모르는 모든 젊음에게 고하는 시처럼 들린다.


젊은 날의 고결한 이상과

젊은 날의 탐험의 열정과

젊은 날의 투쟁과 상처가

얼마나 위대한 걸 심어나가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오늘의 젊음은

젊은 육체에서 추방당해

밤이 오면 그의 꿈길에 헤매다

그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으니 (「젊음은 좋은 것이다」, 일부)


누구나 사는 일은 고단하고 고단하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지키려고 애쓰는 마음도 같다. 그게 정의고 가치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양심과 진리를 향한 몸부림이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 그걸 아는 이는 오직 자신뿐이기에 이런 시는 너는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묻는 것만 같다.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나아기만 하다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살다 보면 위선할 때가 있죠

권력과 다수 앞에 그럴 때가 있죠

그래도 우리 정직하기로 해요

나 자신에게 진실하기로 해요


나 지금 위선하고 있다

나 지금 타협하고 있다

비겁함과 두려움에 끌려가고 있다


홀로 울며 직시하고

부끄러운 치욕을 삼키며

절대로 익숙해지지 마요

절대로 길들여지지 마요 (「살다 보면 그래요」, 일부)


돌아보면 모든 게 부질없고 모든 게 아쉬운 게 우리네 삶이다. 수많은 관계에 허덕이고 잘못을 되뇌며 후회를 반복한다. 무엇이 중요하지도 모르고 중심을 잃고 살아간다. 그러다 간절한 무언가를 갈구할 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신을 찾는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정말 무엇일까. 욕망을 내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인의 노래처럼 우리가 구할 것도 시와 같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늘이여 저에게

최대한의 것을 허락하지 마시고

최소한의 것만을 허락하소서


최소한의 물질에서

최대한의 기쁨을 누리는 능력을


최소한의 지식에서

최대한의 지혜를 구하는 능력을


최소한의 관계에서

최대한의 우애를 가꾸는 능력을


그리하여 하늘이여

저에게 적은 소유로 기품 있는 삶 속에

오로지 최대한의 사랑만을 허락하소서 (「최소한의 것만을」, 전문)


시인의 생각과 삶이 하나하나 쌓여 301편의 시로 남았다. 그 모든 시가 우리에게 말한다. 삶을 용서하라고, 더 집중하라고, 마음을 다스리라고, 사랑이 되라고, 사랑으로 살아가라고 말이다. 어떤 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만 같고, 어떤 시는 시인의 마음이 이랬을까 혼자 상상하게 만든다. 시를 읽으며 그가 지나온 굴곡진 삶을 생각하고 그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가 조금 알 것도 같다.


짐 보따리는 단단히 묶어라

매듭은 너무 꽉 묶지 말아라

풀 때를 생각해 날캉히 묶어라


사람살이가 그런 거다


다신 안 볼 것처럼

인연 줄 모질게 자르지 마라

언제 어디서 마주할지 누가 알 것이냐


인생살이가 그런 거다


그때그때야 일이 목숨 같다지만

지나고 나면 일은 끝이 없는 일들이고

결국은 사람, 사람과 사랑만 남은 것이니 (「매듭을 묶으며」, 전문)


모든 걸 놓아야 할 때가 있다고 깨닫는 순간 삶이 조금 편안해질까 싶다가도 여전히 움켜진 것들이 많다는 걸 발견한다. 주어진 것들을 노래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는 언제 깨우치게 될까. 영영 알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나는 그래서 이렇게 시를 읽으며 잠시나마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는지도 모른다.


일상은 일상으로 두라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말라

일상이 일상으로 흐를 때

여정의 놀라움이 찾아오리니


결여는 결여대로 두라

결여를 억지로 채우지 마라

결여는 결여된 채 품어갈 때

사무치는 그 마음에서 꽃이 피리니


상처는 상처대로 두라

상처를 감추지도 내세우지도 마라

상처가 상처대로 아파올 때

상처 속의 숨은 빛이 길이 되리니 (「그대로 두라」, 전문)


세상의 끝에

오지가 있다


아니다


오지의 끝에

세상이 있다


오지가 사라지면

세상 또한 무너진다


내 안의 시원의 오지가 사라지면

이 땅의 순수한 이들이 무너지면 (「세상의 끝에」, 전문)


시를 읽으면 조금 단단해지는 것 같다. 얼마나 물렀는지 차마 설명할 수 없다.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물기가 조금씩 사라지고 형체를 알 수 없던 마음이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할까. 박노해의 시를 천천히 읽고 조금 멈추고 다시 읽어 나가는 시간이 그러하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주먹을 쥐고 자세를 바르게 고친다. 뿌듯하고 시원한 마음으로 채워진다.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을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게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네가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너의 하늘을 보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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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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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필요한 생활용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택배 배송 안내 문자를 받을 때마다 조금 불편한 게 있다. 언제부터 주문한 물건의 목록이 상세하게 문자로 안내를 받기 때문이다. 분실의 책임 여부를 가리고 배송 물건의 정확성을 알리기 위해 방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생활정보가 노출되는 게 내키지 않는다. 택배 기사님이 그걸 기억하고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지만 관음증까지는 아니더라도 호기심 많은 누군가 그럴 수도 있으니까. 생각과 상상은 충분히 소설로 이어질 수 있고 강지영의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제작이자 드라마로 방영 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할인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나’가 손님이 구매한 물건을 관찰하면서 시작한다. 주기적으로 마트를 방문하는 이들의 구매하는 물건을 통해 상대의 직업과 습관을 유추한다. 나름 적중했다고 확인할 때 희열을 느낀다. 그런 ‘나’ 앞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수첩에 메모를 하고 다른 손님과 다르게 ‘나’에게 질문을 하는 그를 ‘나’는 소설가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구매한 물건들이 도구로 사용된 것 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그가 살인자라고 확신하며 추적한다. 배달 시스템을 이용해 주소와 이름을 알아내고 잠복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동료 캐셔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급기야 둘은 사귀는 사이로 발전한다. ‘나’는 동료를 그에게서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가 정말 범인일까. 흥미롭고 신선한 소재의 섬뜩한 스릴러인 단편은 CCTV로 가득한 세상을 생각한다. 어디서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작정만 하면 알 수 있는 세상. 한편으로는 모든 게 공개된 세상에서 일어나는 완전한 범죄를 있을 수 없다는 게 작은 위안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일상의 공포가 피부로 전해지는 오싹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나머지 6개의 단편도 일상 미스터리라 할 수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속 대학교수인 ‘나’는 실종된 제자를 찾아다닌다. 그러다 우연히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는 향낭 주머니를 얻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영혼과의 만남은 저마다 죽은 자의 사연을 듣다가 무서운 악귀와 만나게 된다.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 귀신을 보거나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어떤 기운을 느낀다는데 어쩌면 그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길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운 「덤덤한 식사」와 환생을 다룬 「용서」는 안타깝고도 먹먹한 판타지로 다가온다. 「덤덤한 식사」 속 고양이는 병으로 형제와 어미를 잃고 우연히 동물 병원 직원에게 발견되었다. 사람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고양이는 수의사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장수라는 이름을 갖는다. 장수는 자신의 B형 혈액을 필요한 고양이에게 수혈해 주고 수의사와 파트너가 된다. 평생을 교사로 지낸 「용서」의 ‘나’는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있다. 죽음을 기다리던 그는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아기로 환생한다. 자신을 돌보는 부모의 얼굴에서 과거 자신의 제자의 모습을 본다. 첫 부임지에서 만난 아이들, 수학여행에서 교통사고로 모두 죽은 아이들 중에 있었다. 새로운 생에서 그는 평생 죄의식에 시달렸던 일의 용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게임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의 「러닝패밀리」는 게임을 좋아하거나 즐겨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낯설고 기묘하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다영’은 학생들이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게임 ‘러닝패밀리’에서 캐릭터가 죽으면 현실에서도 그 숫자만큼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있어야 게임을 할 수 있기에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세계이다. 아이들이 믿는 것처럼 캐릭터가 죽으면 사라지는 이들이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이나 가난한 이들이라는 설정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강지영이 보여주는 미스터리는 현실적 상상에서 바탕이 된 이야기로 터무니없는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다. 죽은 누군가 그리워하고 꿈에서 만나는 일, 심각한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어려움,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간절함,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세계를 꿈꾸며 즐기는 게임까지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상한 일은 어디나 일어나고 우리는 그것을 아주 늦게 발견하기도 하니까. 그러니 판타지나 스릴러 영화와 드라마로 만나면 재미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발 그만 만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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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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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설정은 익숙하다. 죽음과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기니까. 혼수상태의 경우 영혼은 기적처럼 육체로 돌아가거나 죽음을 맞이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봐온 이야기다. 이희영의 장편소설 『나나』도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했다.


“우리 죽은 거냐?”

“그럴지도.”

“그런데 멀쩡히 숨 쉬고 말하고, 저렇게 주스도 마시잖아.”

“그럼 안 죽었네.”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는데? 우리가 하는 말도 못 듣잖아.”

“그럼 죽었나 보지.” (프롤로그, 7쪽)


프롤로그는 분명 영혼이 나누는 대화처럼 보인다. 버스 사고가 난 것뿐인데 열여덟 수리와 열일곱 류는 죽은 게 아닌데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었다. 수리와 류 앞에는 영혼 사냥꾼 선령(獮靈)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자신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멀쩡하게 자고 일어나서 할 일을 다 하는 수리의 육체는 영혼이 사라진 줄도 모른다. 영혼이 육체에게 다가가면 벽 같은 게 생겨서 차단한다. 육체가 자신의 영혼을 거부하기 때문이란다.


로사여고 2학년 ‘한수리’는 모범생이며 친구와 관계도 좋고 누구에게나 인기 많은 완벽한 학생이다. 그런데 영혼을 거부한다. 영혼은 납득할 수 없다. 육체 가까이에서 어떻게든 돌아가려고 애쓴다. 류는 다르다. 고등학교 1학년인 ‘은류’는 육체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부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고 모두에게 착하고 친절한 류는 영혼이 없어도 괜찮은 걸까.


소설은 수리와 류를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준다. 사고가 나기 전 어떻게 살았는지 수리와 류의 일상을 보여준다. 수리는 뭐든지 다 잘하고 싶은 아이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놀기도 잘 놀고 SNS 활동까지. 계획한 대로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아야 했다. 명상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영어 단어를 외우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영혼은 마음이 복잡하다.


삶의 의미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믿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쌓아 올리고, 손에 잡히는 성취를 얻어 내는 것. 그 밖의 것들은 나중에 고민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생각하니 우스웠다. 나중은 정확히 언제일까? 쌓아 올릴 수도, 붙잡아 둘 수도 없는 시간을 참 가볍게 여겼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텐데. (27쪽)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지금이 편하다는 류는 예스맨이었다. 두 살 아래의 동생 완이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아픈 완이를 돌보느라 엄마와 아빠는 류를 챙길 수 없었다. 일찍 철이 든 류는 말 잘 듣는 아들, 착한 형이어야 했다. 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활에 적응하고 만족했다. 완이가 죽고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여전히 완이만 생각했고 류는 자신을 봐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수리의 영혼은 육체에 가까이 가지 못해 속상하고 류는 아예 육체에 관심도 없었다. 수리와 류에게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게 필요했다. 또래였기에 그랬을까. 수리와 류의 영혼은 서로의 마음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칭찬을 받을 때마다 불안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힘들었던 수리, 엄마가 혹시 자신을 버린 게 아닐까 두려웠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사는 류.


혹여 완이는 알고 있었을까. 허물어진 것들은 다시 쌓으면 된다는 사실을. 삶은 콘크리트 건물처럼 견고하지 못하다. 쉽게 흔들리고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리는 상자 탑과 같다. 그렇기에 또다시 쌓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오래전 완이가 그랬듯이 말이다. ‘형아, 상자. 상자 줘’. 쌓아 올린 것이 무너질 때 오히려 박수를 치던 녀석이었다. 완이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한 번쯤은 힘없이 무너져 내리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시 쌓으면 된다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귓가에 머물렀다. (202쪽)


기발하고 신선한 설정에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십 대와 선령이 나누는 재치 넘치는 대화에 함께 웃다가도 영혼 없는 삶을 사는 게 어디 수리와 류뿐일까 싶은 생각에 마음에 무언가 쿵 하고 내려앉는 걸 느낀다. 어디선가 나의 영혼이 나를 따라다니는 건 아닐까 두리번거린다. 초조하고 불안해서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수리처럼, 이미 체념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류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영혼을 마주하고 돌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소설을 만나보면 좋겠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영혼이 바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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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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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학창 시절 원리도 모른 채 무조건 외우기만 했던 수학공식이나 원자번호와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을 딴 법칙도 그러하다. 이해보다는 숙지가 먼저였다. 어떤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왜’라는 생각과 질문은 하지 않았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의 별빛이 헤아릴 수 없는 수 없을 정도로 머나먼 과거의 빛이라는 걸 익히는 데 급급했다. 그 하나하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이란 부제의 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짐 알칼릴리의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는 무척 남다르게 다가온다.


하나의 과학 이론이 등장할 때 무수한 가설이 등장한다. 하나의 가설은 증명되기까지 실험적 관찰과 검증을 거친다. 이제껏 등장하지 않았던 가설이 여러 사람의 찬반과 연구를 거쳐 실제로 증명되었을 때 세상은 환호한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놀랍고 대단한 일이지만 그저 과학자의 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짐 알칼릴리의 이 책을 읽고 물리학으로 통해 이 세상이 조금 더 신비롭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과학이라는 게 특히 물리학이라는 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기는 이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책은 10장으로 나누어 물리학에 대해 설명한다. 물리학을 대하는 태도로 시작하여 물리학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과 공간의 구분과 정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우리가 암기한 에너지 법칙, 양자역학과 열역학, 암흑에너지, 급팽창과 다중우주, 양자컴퓨터와 물리학자로 잊지 말아야 할 본분까지 십 대부터 시작된 물리학의 열정을 온전히 다 소모하려는 듯 열심히 설명한다. 얼핏 봐도 머리가 아프거나 어려울 것 같은 물리학의 세계, 그러나 사실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깊이 있게 심층적으로 다루는 건 아니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건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이니까. 현재 물리학이 이렇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며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의 본연의 임무는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하고, 그 설명을 뒷받침할 근거와 메커니즘을 찾아내는 것이죠. (36쪽)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실재를 가장 심오하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죠. (192쪽)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가장 기본단위가 원자로 원자핵, 중성자, 양성자까지 알고 있던 나의 지식은 ‘쿼크’로 확대되었고 우주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힉스장’과 ‘우주 배경복사’를 통해 우주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접근하였으며 ‘블랙홀’의 촬영도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다. 현재 우주론에서 유행하는 ‘영원한 급팽창’이라는 흥미로운 개념도 알게 되었다. 우리 우주가 다중우주라는 무한한 고차원 공간 속에 있는 작은 거품에 불과하는 것,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할 거라는 기대도 비슷한 생각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양자 컴퓨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수학, 화학, 의학, 인공지능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삶을 얼마나 달라지게 만들까.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건 사실이다. 과학 서적의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점이다. 내가 읽고 느낀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식과 법칙이 어떻게 발견되고 시작되었는지 누가 그것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우리의 삶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 이 책은 기존의 도서보다 친절하고 쉽지만 말이다. 일상에서 다뤄지는 일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하는 저자의 노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가 영국 BBC TV와 라디오에서 다수의 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학의 진정한 가치는 확실성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개방성으로부터 나옵니다. 과학은 현재의 지식에 의문을 품고, 더 나은 것이 등장하면 언제든 더 깊은 지식으로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죠. (273~274쪽)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우주에 대한 모든 ‘왜’와 ‘어떻게’를 알고자 한다면, 물리학이야말로 실재의 진정한 이해로 가는 길입니다. (287쪽)


짐 알칼릴리의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는 물리학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전에 물리학에 대해 무관심이었던 이들에게 물리학이 무엇인가, 우리의 물리학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불러온다. 나가아 누군가에게는 물리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물리학이라는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준 좋은 책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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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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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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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2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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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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