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었고 책을 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책을 사고 책을 쌓아두고 책을 읽는 일 말이다. 8월에는 더위가 책 읽기를 이겨버렸다. 그러니 당연 기록하는 일도 진 것이다. 9월의 셋 째 날이지만 실내 온도는 30도다. 가을이 오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언제쯤 진짜 가을과 마주할까.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얼음을 넣은 커피를 마신다.
9월의 첫 책은 세 권이다. 최은미의 장편소설 『마주』, 단편에서 확장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했던 삶을 고스란히 마주할 것 같다. 더 멀어지고 소원해지거나 더 가깝고 밀접해진 우리의 관계. 『마주』의 표지는 평온하고 나른한 오후의 연상시킨다. 평화로움, 그러나 소설이 마냥 평화로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읽은 최은미의 소설에서 평화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 이즘』은 가장 흔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에세이에 대한 고찰이 아닐까 기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그것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장르가 달라진다. 소설이 되거나 산문, 시가 된다. 진정한 에세이란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도 같고. 아직 읽지 않았으니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첫사랑의 기억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다. 이꽃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쁘지 않았고 이 소설도 그렇다. 문득 이꽃님이라는 이름은 필명일까, 본명일까 궁금하다. 필명 쪽으로 기우는데 본명이라면 더 좋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
9의 책이 아닌 9월의 첫 책인 이유는 주문하고 싶은 책이 또 생겨서다. 『소설 보다 : 가을 2023』과 아코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 어쩌면 오후에 주문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 책들은 또 그 책들의 이야기가 있을 터. 9월에는 8월 보다 조금 알차고 촘촘한 책 읽기를 하고 싶다. 독서의 달이라고 하니, 나만의 독서의 달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책과 나른한 오후를 꿈꾸지만 덥다. 선풍기나 에어컨과 함께 가능한 나른한 오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