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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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로미와와 줄리엣'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춘기가 되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알게 될 무렵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연극을 한편 보게 되어 마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던 고전문학이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읽기 시작했다.

세상사람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로미오, 줄리엣이 된 듯한 착각을 하였을테니, 그들의 사랑을 응원도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면서 몰입하고자 하였다.

허나, 사실 십대시절에 보았던 영화나 연극만큼 강한 몰입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에는 세월이 흘러버려 내 감정이 예전만큼 느껴지기가 않았다. 아...슬프다.

그러나, 다행히 워낙 알려진 내용을 감칠맛나게 우리말로 바꾸어주신 역자의 노력이 돋보이고 우리의 여주인공 줄리엣을 새롭게 만나게 된 점에 감탄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1595년에 2007년에도 감탄할만한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예쁘고 어린 소녀가 사랑의 감정에 휘말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구나로만 생각했던 그 소녀가 아니었다.

어찌보면 열네살소녀가 그리 당돌할 수 있을까 싶으리만큼 당차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책임지려고 하는 점이 곳곳에 보이는 데 놀라웠다.

오히려 로미오는 변덕스럽고 가벼워보이는 점에 눈에 들어와 줄리엣보다도 더 어린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도회장에서 첫눈에 반해버린 어린 그들은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들의 집안이 앙숙이라는 점이 사랑에 감정에 더함을 주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수가 없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보이는 길에도 망설임없이 용감할 수 있었고, 죽음도 갈라서지 못할 믿음을 가지고 아마도 결의에 차서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점이 로미와 줄리엣 결말의 묘미인것 같다.

그럼 감탄할 만한 줄리엣의 대사.

로잘린을 쫒아다니며 사랑의 열병을 앓던 로미오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하면서 맹세하려고 할 때...

줄리엣은

"아니, 맹세하지 마세요. 그대를 좋아하지만, 오늘 밤 이런 약속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지나치게 성급하고 경솔하고 갑작스러워요. "번개가 친다'라고 말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번개를 지나치게 닮았어요. 잘가요, 내사랑.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무엇이든 무르익게 만드는 여름의 숨기운이 우리 사랑의 봉오리를 아름다운 꽃으로 피우길 바라요. 잘가요, 잘가세요. 내 속에 있는 것과 같은 감미로운 휴식이 그대의 마음속에도 찾아가기를."

(p100)

로미와 줄리엣에는 고전적인 아름다운 대사들이 많은데, 읽으면서 따라하고 싶어지는 즐거움이 있다.

제대로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들을 차례대로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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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의 성모마리아
데브라 딘 지음, 송정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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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전쟁의 고통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개인이 겪게 된 크나큰 상처와 고통의 무게는 얼마나 크고 깊은지 짐작만 할뿐이다.

데브라 딘의 '레닌그라드의 성모마리아'에서는 지옥같은 전쟁 속에서 가족들의 해체와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전쟁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일어난다.

그러한 와중에도 자신의 존엄성을 잃지않으려는 노력들이 보이고 그래서 또다른 희망을 갖게 되는 모습들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마리나는 나치 치하의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900일동안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지켜낸 여성이다.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미술관의 미술품들을 나무상자 담아 포장을 하는 일을 하면서 점점 텅비어가는 미술관의 예술작품들을 잊지않고 기억하고자 기억의 왕국순례를 시작하게 되고 그러한 일들을 자신의 소명으로 인지하게 된다.

전쟁의 안겨 준 굶주림의 고통과 점점 삭막해져가는 정신과 육체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마리나는 예술품을 최대한 많이 정확히 기억하고자 노력한다.

그녀는 텅빈 미술관을 다니면서 기억 속의 예술작품들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가게 된다.

그러한 장면들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모습에 끈을 이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연결되어 보여지는데,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텅빈 액자를 바라보며 기억 속의 예술작품을 기억해내어 마리나는 설명을 하고 듣는 사람들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마리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만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이, 듣는 이에게 경이로운 세계로 초대를 하는 것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반복적으로 드나들면서 마리나의 심경을 보여준다.

현재의 마리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82세의 할머니가 되어 자꾸만 기억의 공간들이 비어만가고 평생을 함께 하다시피한 남편 드미트리에게 마음의 짐을 주게 되는 것을 슬퍼하는 모습으로, 과거의 모습에서 마리나는 전쟁 중에 미술관을 지키며 뱃속에 새생명을 잉태하고 견디어 내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엄마 마리나에 대해서 새로이 알게 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겪게 되는 딸 헬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헬렌은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서 낡은 사진 속에서 아련한 모습으로 있던 열정의 눈빛을 지닌 소녀 마리나를 만나게 되고 마음 속 화해를 하게 된다.

전쟁은 무수한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앗아갔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어낸 많은 사람들의 집념과 생명력으로 세상은 다시금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마리나와 수많은 드미트리의 모습으로 전쟁을 이겨낸 그들에게 따뜻한 햇살과 말없는 미소를 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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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여인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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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비틀거리는 여인'은 공상적인 연애를 꿈꾸는 여인 세쓰코이다.

그녀는 가정교육이 엄한 집에서 자란 조신한 여자답게 부모님이 정해주신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사이에 아들도 한명 두었다.

겉모습에서 보여지는 평온한 주부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공상 속에서는 자유로움을 느끼며, 공상적인 연애가 주는 달콤함에 빠져들게 된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몸만 허락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는 믿음아래 9년전 첫키스를 나누었던 동갑내기 쓰치야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그녀가 원하는 도덕적인 연애, 공상 속의 연애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무던하고 잠자기를 좋아하는 남편과는 달리, 동갑인 쓰치야는 소년같은 면모를 지닌 청년이다. 그러한 점에 매력을 느낀 세쓰코는 점차 그와 몸까지 허락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서 마음 속으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너무나 진부해진 유뷰녀의 일탈이야기를 미시마 유키오는 때론 담담하게 세쓰코가 즐기는 공상적인 연애와 그의 애인 쓰치야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때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철이 없어보이는 세쓰코의 내면의 감정을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함께 헛웃음을 짓게 만들어주고 있다.

어쩌면 그녀는 실제의 쓰치야와의 사랑보다는 공상 속에서의 키워낸 쓰치야를 더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에 느끼는 흥분을 즐기고 그 즐거움에 슬퍼지는 세쓰코의 모습은여자의 심리적인 허영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상 속에서 만들어 낸 상황과 실제의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면 세쓰코가 느끼는 심리적 좌절감이 공감을 불러낸다.

또한 공들여 준비한 비련의 여주인공같은 상황을 꿈꾸었던 그녀에게 그녀가 통보한 이별을 취소할까봐 전전긍긍하던 쓰치야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옴을 막을 수 없었다.

읽는 동안 나역시 체홉의 '귀여운 여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녀들의 유치하지만 솔직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미시마 유키오의 화려한 경력과 스캔들에만 치중해서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조금은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면을 보여준 그가 써내려간 '비틀거리는 여인'은 여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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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우 여우비
이성강 원작, 하은경 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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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여우 여우비

천년을 산다는 여우세계 나이로는 백살인 여우비는 인간의 나이로는 열살먹은 소녀이다.

엄마여우를 잃고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숲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산 아랫마을에 캠프를 온 또래의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이끌리게 된다.

또래 친구가 없던 여우비는 여자아이로 변신하여 순수한 푸른 영혼을 가진 황금이를 만나게 되고 첫사랑에 빠지게 된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여우비는 금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있잖아, 널 보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방망이질하는 것처럼 막 쿵쾅거리거든...... .이럴 땐 어떻게 하면 괜찮아지는지 아니?"

하고 묻게 된다.

어찌나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인지...

그러나, 그저 황금이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비에게 구미호 사냥꾼과 악마인 그림자의 등장으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과연 영원히 여우비와 금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아홉살 조카가 읽어달라고해서 열흘동안 틈틈히 읽어주었건만 아쉽게도 다 읽지를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너무나 아쉬워하길래 고모가 다 읽고 주마...라고 했던 책이다.

아직 영화로는 보지 못했지만 '마리 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의 두번째 장편 애니매이션이라 더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깜찍한 여우비와 반항적인 눈빛을 가진 금이를 만나보고 싶다.

어린 친구들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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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 2005 페미나상 상 수상작
레지스 조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푸른숲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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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제목에서 떠올리던 모든 이미지들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지젤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6년간 함께 살고있는 다미앙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배웅을 하고 들어와 침대에 눕는다. 그녀는 18개월전부터 실직상태이다.

잠시 후, 수도꼭지를 고쳐주겠다고 나타난 다미앙의 아버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지젤의 진을 빼놓더니, 다미앙의 결별을 전하러 온 것이고 짐을 옮겨가겠다고 한다.

지젤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그의 아버지는 그동안 잘 얹혀살았으면 되었으니, 이제 다미앙곁에서 사라지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다미앙의 짐과 가구를 옮기는 것을 도우라고 재촉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사태 파악이 안되고 있는 지젤, 아버지를 시켜 무례하게 결별을 통고하는 애인 다미앙, 아들의 애인에게 결별을 통고하고 짐을 옮기도록 강요하는 아버지...

세상에...여기서 끝이 아니다.

곧이어 아들의 여자였던 지젤에게 온갖 모욕과 독설을 내뱉는,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즐기는 듯한 그의 어머니가 등장을 하면서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께끔 한다.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떠들기 시작하는 네사람의 독백으로 채워지면서 결코 멈춰지질 않을 것만 같은 공포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니, 그들의 독백이 너무나 버거워 귀를 막고 싶어지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믿으며 다미앙에게 안주하고 싶었던 지젤,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그녀, 곧 자신의 어머니와 닮아질 그녀를 떼어내고 싶은 다미앙, 볼품없고 무능력하고 무신경한 그의 아버지, 소유욕과 집착에 가득찬 위선적인 그의 어머니이가 내뱉는 독설은 더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들의 독백은 의사소통이 아닌 배설에 가깝고 그래서 텅비어 버리는 존재가 되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읽는 동안 그들의 위선적인 말과 행동에 지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더이상 희망은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감마저 들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꽁꽁 감추어진 추한 진실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일까...

그들에게 끊임없이 휘둘리면서도 아무 댓구도 없이 그림자처럼 서 있는 그녀에게 화가 치밀즈음 그녀는 또다시 이기심과 소유욕에 가득찬 그들의 부모에게 속이 시원해질 말을 마지막에 하면서 또 다른 희망의 한줄기 빛을 내어준다.

"난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나는 소파에 누웠다.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이 계단을 타고 올라와, 문 아래로 스며들더니 이제는 가을 오후 끝 무렵의 온화한 빛으로 거실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행복한 마음으로 미래를 기다렸다. 마치 멋진 기억을 되새기듯.>

작가는 평범해진 주제가 되어버린 '남녀의 결별'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쟝르라고 느껴질만큼 특별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 같다.

놓고 싶지만 결코 책을 놓을 수없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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