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보석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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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으로는 두번째 읽게 된 책이다.

첫번째 읽었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는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동안 그 느낌이 잔상이 오래 갔었기에 좀 시간을 두고는 읽게 된 책이다.

작가는 두 책 모두 주인공들의 불명확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가게끔 살며시 등을 떠민다.

물론 읽는 독자도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함께 안개처럼 겹겹히 쌓여 있는 그 시공간을 헤치고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명확하냐면은 꼭 그렇지는 않아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 또한 그리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기운이 빠지지는 않는다.

작은 보석의 주인공 테레즈는 어둡고 황페했던 어린시절을 보내고 그 기억들을 꽁꽁 싸매어 놓고 되도록이면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십대 후반의 소녀이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존재감이 부족하고 항상 불안해하는 소녀 테레즈는 십이년전에 모로코에서 죽었다고 알고 있는 엄마와 꼭 닮은 낡고 빛바랜 노란자켓을 입고 있는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녀를 무작정 따라나서면서 이야기는 원치않는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어젯밤에 책 후반부를 읽으면서 한참을 뒤척었다. 또다시 혼자로 남게 될 공간인 좁은 방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 시간을 최대한 끄는 테레즈의 모습에서...

그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십이개국 언어를 아는 모로 바드마에브와 그녀의 건강을 염려하는 약사여인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어릴 적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쉽게 다가서지를 못하는 테레즈의 흔드리는 모습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항상 혼자서 모든 일을 헤쳐나가야만 했던 테레즈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고 싶었다.

손을 잡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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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악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아르날 바예스테르 그림,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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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침대 밑에 악어가 살기 시작했다.

당황한 주인공은 어찌할바를 모르고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만 받게 된다. 그 이유는 악어가 주인공 눈에만 보인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들이 악몽 그자체로 변해버렸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회사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제 2의 집으로 생각하게 될 정도이다.

그는 고민고민끝에 병원에 가게 되고 진단을 받게 된다.

병명은 '크로커다일 병'

증상은.. 버려진 느낌, 심한 소외감, 고립된 상황과 자위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절박함,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환각장애, 잠재적 공격성, 적응 장애등...인간이 자연과의 교류, 사람들과의 교류를 잊고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병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자꾸만 힘들어지고 슬퍼지고 있을 때 구원의 천사가 다가오게 된다.

그는 크로커다일 병에서 헤어나게 되었을까....

 가끔은 나도 크로커다일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아니, 어쩌면 그 증세를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외롭다고 생각하고 혼자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고...그래서 괜히 폼잡고...ㅋㅋ

그러다 어느 날 밤 내 맘 속에 자리를 잡으려는 악어를 몰아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주아주 가끔만 찾아온다.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마리아순 란다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역시 주인공이 흘린 눈물만큼 울어내고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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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규칙 뫼비우스 서재
리즈 젠슨 지음, 오현수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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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규칙'이라는 책에 대한 정보가 없이 욕심을 부려 친구에게 빌려서 읽게 된 책이었고, 제목만 보고 연애소설인데 비밀규칙이 있군하는 단순한 예상을 했었다.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그 예상은 빗나가기 시작했고 정말 비밀규칙다운 비밀이 시작되었다.

아홉살을 갓 넘은 루이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영특한 꼬마이다.

그에게는 비련의 여주인공같으면서도 아들 루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매력적인 엄마 나탈리가 있고, 그들에게서 조금 빗겨있는 아빠 피에르가 있다.

그들은 이런 소원한 관계를 해결하고자 피크닉을 떠나게 되고...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탈리에게는 남자들에게서 연민과 동정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고, 남편 피에르와 또 다른 주인공인 파스칼에게는 영웅이 되고자하는 구세주 컴플렉스가 있었으니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다만 그 상황에 외롭게 서있는 우리의 꼬마 루이가 있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

루이는 그 상황들 속에서 비밀규칙을 철저히 지켜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려 한다.

 나탈리를 다 이해할 수 있다고는 못하지만 그녀의 심리상태는 이해가 가려한다.

자신이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나탈리의 모습에서 애절함이 묻어난다.

끝까지 자신을 파괴하는 그녀에게 나 또한 연민이 생긴다.

피에르와 파스칼은 나탈리를 사랑한 죄(?)가 너무 가혹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직접 읽어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사랑과 증오를...

그리고 꼬마 루이를...

리즈 젠슨이라는 작가의 다음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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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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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아주 고마운 책이고 사신 치바를 만나 즐거웠던 기억을 갖게 해주기도 한 책이기도 하다.

사신 치바는 말 그대로 '죽음의 신' 이다.

그가 일을 할 때면 항상 비가오고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음반매장에서 음악듣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는 일주일후에 죽음을 맞게 되는 사람들을 만나 일주일간 조사를 해나가고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신 치바는 인간들에 대해 특별한 애정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는 하지만 그의 행동과 말에서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 애정이 잔잔히 느껴진다.

책 속에는 6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개별적이면서도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책을 덮을 때 알게 된다.

처음 읽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많은 생각에 젖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우리의 삶도 사신 치바가 본 인간세상의 일부일테니까 말이다.

조금은 가볍고 경박스러워 보이지만 그안에는 삶의 진솔함과 애잔함이 묻어나니까 말이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이며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면...

그래서 사신을 만나야만 한다면 사신 치바를 만나고 싶다.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타입으로 설정되어 일주일전에 내 마지막 삶 속으로 들어왔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이야기 '치바 vs 노파'에서 노파는 말한다.

"인간은 말이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구요"

그말이 딱 맞는 상황이지 않은가...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당신의 삶 속에 새로이 등장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유심히 보시길 바란다.

어쩌면 그는 당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려 온 사신 치바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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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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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타 미쓰요의 따뜻한 '선물'같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여성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처음으로 받는 선물부터 마지막 순간에 받는 선물까지를 잔잔하게 물 흐르듯이 들려주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처음 받게 되는 선물 <이름>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고 주인공 하루코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이름이 싫어서 친구들에게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한 적도 있었고(그당시에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평범한 이름) 그래서 잠깐동안 동네 친구들은 내 이름이 그 이름인줄 알았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싫었는데, 지금은 흔한 이름은 아니어서 그나마 조금 좋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한다.

초등학교 1학년때 예쁘게 생긴 내 짝꿍이름이 '현주'였을 때 받은 놀라운 충격을...

어찌나 그 이름이 탐나고 부럽던지 그 아이가 하는 행동은 다 예뻐보일 정도였다.

이렇듯 작가는 그 나이, 시기때마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책가방>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빨간 책가방을 소재로 어릴 적 힘들다고 느낄 때면 빨간 책가방에 전재산을 담아 도망가자 했었던 모든 일에 어리숙했던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 그 순간을 회상한다.

<첫키스>에서는 그 아이너머로 보이던 푸른 하늘빛을...

<냄비 세트>에서는 처음으로 독립하게 된 대학 신입초년생의 엄마로부터 받게 되는 냄비 세트에 담긴 마음을 이야기하고, < 성게 전병>에서는 쪼잔하기만 한 현재의 남자친구와 반대인 모든면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갈등하게 되고 결국 편안한 옷 같은 그의 전화를 받고. <비상 열쇠>에서는 팔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아직까지도 갖고 있던 그의 집 열쇠를 소재로 가슴아픔을 보여준다.

그밖에 <베일>에서는 여자친구들간의 우정을, <기억>에서는 외도한 남편과의 여행에서 새로운 관계를 꿈꾸고, <그림>에서는 너무나 바빠 점점 더 아이에게 잔소리꾼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과 아이가 가족을 주제로 그린 신발들이 가득한 그림에서 다시금 삶을 부여잡고, <요리>에서는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면서 나를 위해 아무도 죽도 사과도 안 깍아주는 구나하는 회한에 젖어 아프면서 속이 상한 채 깨었을 때 서툰 남편의 솜씨인 죽이, 깍아 놓아 색이 변한 사과를 챙겨놓은 선머슴같은 딸아이의 마음에서, 아픈 엄마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놓은 아들의 그림에서 사랑을 느끼고, <곰 인형> 딸아이의 결혼식만 끝내면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한 부부의 회한의 삼십년을 식장에서의 눈물과 함께 이어지고, 마직막 장인 <눈물>에서는 한 아름다운 여성의 마직막 순간을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의 눈물선물로 끝을 맺는다.

 열두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모습이 그녀들의 모습에 투영되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을 할 수있었다.

 어린시절을, 사랑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선물'의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선물' 같은 이야기를 듬뿍받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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