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얼마전 문학계에 흥미진진한 논쟁이 하나 있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소셜네트워크(SNS) 사회 답게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논쟁이 진행되었지만 나는 카페, 블로그를 통해서 이 사실을 알았다. 물론 이런 논쟁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논쟁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끝나버렸지만,  논쟁이 끝나고 열흘이 넘어서야 이 논쟁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논쟁의 주역은 소설가 김영하와 비평가 조영일이다. 김영하는 2000년대 주목받던 신인작가였고, 지금은 중견작가라 할 만큼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조영일의 이름은 덜 알려져 있지만 고수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비평고원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소조라는 닉네임으로 훨씬 더 유명하다. 독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중적인 독자들에게는 김영하가 인문학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소조가 더 친근할 것이다.

 

논쟁의 시작은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김영하의 신춘문예 비판에서 발단이 되었다. 김영하는 작가란 '타인이 아닌 자기자신의 긍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조영일은 작가세계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신춘문예에 목메기 보다 차라리 영민한 한 명의 독자가 되라고 권한다. 그리고 현 문학권력 제도내에서의 작가로써의 긍지는 불가능하다가 말한다. http://cafe.daum.net/9876/ExU/10234

 

이런 논쟁 와중에 최고은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둘의 논쟁은 조금 더 구체화된다. 본격적인 작가론, 작가와 세계와의 관계가 드러나게 된다. 김영하는 '작가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조영일은 예술가들의 실제적인 참여를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김영하는 조영일을 '예술을 사회변혁의 수단으로 삼으라고 선동하는 비평가'라고, 조영일은 김영하를 '낭만적 예술론에 빠져 배부른 소리'라고 비판한다.

http://cafe.daum.net/9876/ExU/10264

 

결국 김영하가 트위터와 블로그를 그만두고 집필에 전념하겠다며 이 논쟁은 끝났다. http://cafe.daum.net/9876/ExU/10265

 

 - 논쟁의 과정을 아주 잘 설명한 한국일보 기사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02/h2011021418362284210.htm  )

 - 트위터리안과 조영일의 인터뷰 : http://cafe.daum.net/9876/ExU/10271

 - 기타 기사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63516.html

 

이번 논쟁은 어떻게 애초부터 성립하기 힘들었다. 모호한 언어를 쓰는 작가와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비평가의 싸움은 언제나 비평가가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작가와 비평가의 논쟁이라는 점에서 작가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작가는 언제나 꿈을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대중 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논쟁의 주제이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예술론에 입각했던 낭만주의 문학론과 한국문학권력 비판에서 시작한 현실주의 예술론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문학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이 문제는 사실 많은 문인들이 달려들만한 논제였다. 그러나 문학논쟁은 곧 막을 내렸고 내노라 하는 작가, 비평가들은 그 논쟁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다. 여기에는 21세기 소셜네트워트 사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기존 문인(비평가 포함)들은 트위터나 블로그에 취약했을 테니까...

 

개인적으로 이번 논쟁은 의미가 있었다. 20세기 후반 불었던 문학권력 논쟁이후 처음 문학에 대한 논쟁 다운 논쟁이었으니까. 재미있는 사실은 문학권력 논쟁 당시 문학권력 비판이 문학 밖에서 이루어졌던 점이고(강준만에서 시작) 이후 비주류 비평가들의 참여(이명원 등)가 있었을 뿐이다. 주류 문단에서 김정란이 유일하게 참여했었는데 김정란에 대한 사이버폭력까지 이루어졌었다. 

 

비평가 조영일은 한국문학비판을 계속 해 오고 있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그의 비평을 손에 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게 될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목표 중에 하나가 신인작가들의 소설집(혹은 시집)을 매월 한권씩 사는 것이었다. 이는 독서보다는 독자로써 한국문학의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실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못했다. 항상 몰려드는 독서목록 때문이었다.

한국문인들의 년간 평균 인세수입은 30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영일의 분석을 빌리지만 문학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 내외라는 것이다. 하루키의 IQ84의 선인세가 10억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문학에 대한 한국출판사는 너무 인색하다.  이런 현실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독서 이외의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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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괜찮은 책들이 있었다. 위키리크스 2권, 동물과 관련된 3권의 책이 소개되었는데 함께 묶어 읽어볼 만 하다. 

 
2000년대 지식인으로 꼽히기도 한 우석훈의 책이 출간되었다. 1990년대 박노자, 홍세화, 진중권, 강준만 등에 의해 이루어진 논쟁과 비판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조국, 장하준, 우석훈 등으로 대변된다. 
 

<88만원 세대> 현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온 우석훈은 근래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토건주의가 바로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이야기한다.

 

디버블링
우석훈 지음/개마고원•2만7000원


 

"뭔가를 계속 짓고 부수면서 돈을 돌게 하고 경제를 지탱하겠다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요란한 포클레인 소리는 지금도 어디서나 들리는 익숙한 소음이다. 경제가 결국 먹고사는 문제, 집을 따뜻하게 하는 문제라면 대규모 공사만큼 방을 빨리 데우는 방식도 없다. 역사가 그랬다.
그러나 더는 삽이나 콘크리트 앞에서 경제란 놈이 꿈적도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토목공사 벌인다고 수백만명의 백성들이 벽돌을 지어 나르고 품삯을 받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는 여전히 온통 공사판이다. 토건주의, 공사주의라는 두툼한 옷을 벗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제 그것이 거품만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아도 멈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국 토건 경제의 풍경은 애처롭다. ‘거품붕괴’(디버블링)의 공포를 안고서도 계속 거품 유지용 ‘군불’을 때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은 <디버블링>에서 “어렵더라도 빨리 탈토건 경제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거품이 터져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민경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그가 제안하는 구체적 처방부터 보면, 이런 것들이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재택근무 그리고 완전 연봉제 도입 △사교육 폐지 △주 4일제 수업 도입 △등록금 100만원.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방안은 이른바 ‘워크 셰어링’(work sharing) 개념이다. 삶이 불안하고 팍팍한 것은 버는 돈이 적어서가 아니라 미래의 막연한 불안 때문이다. 하여 종신고용을 약속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깎는 방안을 제안한다면 여러분은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직원들이 죽어라 일해야 직성이 풀리는 토건 경제 시각으론 납득할 수 없겠지만, 발랄한 창의력의 시대에서 일주일에 5일 일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또 공장 일은 기계가 다 하고 그나마 있는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채워 쥐어짜는 방식이 토건 경제라면, 생태 경제는 숙련가를 키우는 방식이다. 생산과 혁신의 바탕인 지식의 축적을, 언제 잘릴지 모를 비정규직에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67.html

 

2월에 소개된 책들 중에는 방대한 작업이 돋보이는 책이 있다. 철학자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와 역사문제연구소의 한국사 작업이 있다.

 

세계철학사1-지중해 세계의 철학


이정우 지음/길•3만8000원 


"철학자 이정우(52•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가 <세계철학사1-지중해 세계의 철학>을 펴냈다. 전체 3권으로 기획된 대작의 제1권이다. 지은이는 2000년 철학연구공동체인 철학아카데미를 세운 이래 줄곧 철학사 강의를 해 왔는데, 그 강의록이 이 저작의 바탕이 됐다. 전체 3권의 첫 권이라고는 해도, 이 한 권만으로도 200자 원고지 4000장, 840쪽에 이르는 분량이다. 지은이는 앞으로 2년에 한 권씩 ‘아시아 세계의 철학’(제2권)과 ‘근현대 세계의 철학’(제3권)을 펴낼 계획이다. 이 세 권이 모두 출간되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철학사 전체를 포괄하는 저작이 등장하게 된다. 지은이는 초국적 기업 중심의 비인간적 세계화를 넘어 보편성을 지닌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 과제를 해결할 비전을 찾아내려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를 역으로 음미한 뒤 현재로 돌아오는 거시적인 지적 성찰이 필수적이다. 세계철학사 집필은 과거를 경유해 새로운 비전을 찾으려는 노력인 셈이다.


이 저작은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에 진정으로 어울리는 기획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서구에서 나왔던 세계철학사 저작들은 사실상 서양철학사를 몸통으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도와 중국의 철학 전통에 지면을 할애하더라도, 서구 철학사의 ‘전사’(前史)로 배치할 뿐이었다. 이런 식의 구도는 옛소련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의 <세계철학사>에서도 반복됐는데, 지은이는 이런 배치가 ‘헤겔적 편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철학사 강의>에서 비서구 지역 철학 전통을 철학사의 전사(프리히스토리)로 보았으며, 그런 전통은 오늘날 탈근대철학의 기수인 들뢰즈 철학에서조차 엿보인다는 것이다. “근대 서구인들에게 비서구 지역들은 반드시 ‘전그리스적’이어야 했다.” 지은이는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인도와 동아시아 철학 전통을 제2권에서 ‘아시아 세계의 철학’으로 따로 서술한 뒤, 제3권 ‘근현대 세계의 철학’에서 다시 종합할 계획이다.

 

......

그런데 세계철학사를 그리스에서 시작하는 것도 서구적 편견의 소산은 아닐까? 지은이는 그리스에서 철학사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그렇듯이 ‘철학’이라는 말도 그리스에서 출현했기 때문이다. “민주정과 철학이야말로 그리스 문명이 인류에게 선사한 두 가지 아름다운 선물이다.” 지은이는 철학이라는 독특한 사유양식이 민주주의와 일정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전제군주와 일부 귀족계층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회에서는 철학이 탄생할 수 없다.” 그리스가 일찍이 민주주의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 그리스 문명이 바다를 중심으로 한 해양 문명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육지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조그만 나라들로 쪼개진 곳에서는 거대권력이 나타나기 어렵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72.html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1~5
역사문제연구소 기획/웅진하우스•각 권 1만8000원
  
 
"제대로 된 역사책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사책엔 어느 쪽에서든 보는 자의 눈높이와 시선의 각도가 담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린 최소한 불리하다고 비틀고, 불편하다고 눈감지 않은 ‘착한 역사책’을 늘 만나고 싶어한다. 
 

역사문제연구소가 그런 책을 내보자고 기획을 했고, 17명의 학자가 뜻을 함께했다. 원시시대에서 남북국시대까지, 고려시대, 조선시대, 개항에서 강제병합까지, 일제강점기 등 우리 역사를 다섯 권에 담았다. 전문 분야별로 팀을 쪼개 공동 작업을 했지만, 책을 완성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만큼 공이 많이 들어갔다. 
 

우선 시각의 건강성을 유지하려는 일관된 긴장이 책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신라 우위의 한국사 체계를 이어온 남한에서는 주저 없이 그 시대를 통일신라로 정의했고, 발해를 강조하는 북한에서는 발해와 후기신라시대로 구분했다. 발해와 신라가 200년 넘게 땅을 맞대고 융성하며 경쟁했던 시대는 당연히 남북국시대로 부르는 것이 온당한 시각일 것이라는 게 지은이들의 생각이다.

 

또 우리는 발해를 지배계급인 고구려 유민이 피지배 계급 말갈족을 복속시켜 세운 나라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고구려는 이미 말갈, 선비와 거란 같은 여러 유목민을 거느린 다민족국가였다. 발해 시조 대조영은 말갈족 출신으로 일찍 고구려 중앙정부에 진출해 무장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는 고구려인이었고 또 말갈족이었던 것이다. 발해를 세운 고구려 지배계층엔 고구려 왕족인 고씨 외에도, 말갈족 출신 관료, 말갈족 추장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발해는 지배층, 피지배층 모두에 고구려계와 말갈계가 공존했던 다민족 융합국가였다. “한민족 형성사 속에서 말갈족이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때 고구려문화를 계승발전시킨 말갈족의 발해는 한국사의 일원으로 올바르게 자리잡을 것이다.” 

 

역사의 장면 장면은 스스로 다면적이고 중층적일 때가 많다. 그것을 잡아내느냐 마느냐는 보는 이의 몫일 것이다. 대한제국 시기 외국자본이 경쟁적으로 한국에 진출해 광산, 철도, 전기 등 각종 사업을 벌였다. 국사 교과서는 이권침탈로만 보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대한제국의 대외정책 전반을 놓고 볼 때 투자유치 방법으로 열강간 세력균형을 유도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4158.html 

 

 

 

 

 

 

 

 

2월에 소개된 책 중에 가장 관심있는 책은 바로 <음식과 요리>이다. 그러나 7만8천원이라는 가격대가 아무래도 걸린다. 하지만 책장 한쪽에 꼽아 두고 싶은 책이다. 

 

음식과 요리

해럴드 맥기 지음•이희건 옮김/백년후•7만8000원


"이 책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매력적이었을까? 이씨는 “음식과 요리에 대해 우리가 빠뜨리고 있던, ‘왜’와 ‘어떻게’를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통 과학자들은 요리를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고 요리사들은 과학적 이해 없이 음식을 만든다. 그러나 ‘왜’와 ‘어떻게’를 통해 그 둘은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다. 이를테면, ‘왜 어떤 고기는 흰색인데, 어떤 고기는 붉은색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해답은 근섬유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에 있다. 갑작스럽고 빠른 운동을 하는 근섬유와 달리, 오랫동안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근섬유는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소를 전달해주는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그 단백질이 고기를 붉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음식을 ‘어떻게’ 만드느냐와 연결되게 된다. 결국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의 맛과 영양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인간 아기의 몸무게가 갑절로 늘어나는 데에는 100일이 걸린다. 그러나 송아지의 경우엔 50일 걸린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뭘까? “소젖은 모유보다 단백질과 미네랄 비중이 갑절 이상 높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세상의 음식들을 들여다본 이 책에는 이러한 깨달음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과학적 사실들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보편성을 근거로 한 ‘통찰’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역사•문화 등에 대한 인문학적인 지식이 깔려 있어, 음식과 요리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좋은 고기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마블링’ 기준에 대해, 지은이는 “미국 소농장주협회가 농무성에 로비를 펼쳐 도입된 기준이며, 다량의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밝힌다. 또 그 뒤에는 경제적 요구에 따라 고기의 맛을 단순•표준화하는 ‘도시형 대량생산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것을 먹기 위한 유럽의 사탕수수 대량재배는 식민지 경영과 노예노동 없이는 불가능했으며, 농장 소유주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부는 산업혁명 초기의 돈줄이 됐다. 농업혁명은 관개시스템을 장악한 극소수가 다수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위계사회의 시작이었으며, 곡물을 중심으로 한 식단의 단순화를 낳은 “편식의 주범”이기도 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64.html 

 

번역가로 유명한 이윤기의 유고집이 두권 출간되었다. 번역가로 유명하지만 실력있는 소설가였던 만큼 그의 소설집과 산문집은 반가운 일이다. 

 
유리 그림자 이윤기 지음/민음사•1만원
위대한 침묵 이윤기 지음/민음사•1만원 

 

"지난해 8월 예순넷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뜬 이윤기의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이 나왔다. 소설집 <유리 그림자>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단편 넷이 실렸고, 산문집 <위대한 침묵>에는 다섯 묶음에 모두 37편이 수습됐다.

 

이윤기(사진)의 소설은 교양과 지혜를 큰 특징으로 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교양과 지혜를 갖춘 현자이거나 그것들을 좇는 ‘학생’이기 십상이다. <‘소리’와 ‘하리’>라는 작품에는 “우리 사는 데가 온통 학교가 아니냐”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말은 삶과 세계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  이윤기의 소설은 유머와 지성으로 무장한 에세이적 특성을 강하게 내비친다. 유고 소설집 속 작품들에서 그런 면모는 한결 두드러지는데, 네 작품 모두에서 작가 자신이 실물대로 등장한다는 사실과 그 점은 무관하지 않다. 소설 <‘소리’와 ‘하리’>의 뒷이야기가 산문집 <위대한 침묵>에 실린 ‘오, 소리’에 나오는 데에서 보듯 소설과 산문의 구분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 산문집은 양평 시골집 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얻은 자연의 지혜,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던 그의 주변 인물들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개인사, 그리고 그의 전공인 신화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미시간주립대 학장이었던 고 임길진 박사를 기리는 작가의 추모글을 작가 자신에게 되돌려준다.


“죽음은 죽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렇듯 잊히지 않고 있으니, 그 떠난 자리가 참 아름답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3002.html



이외에도 가짜논리와 정치의발견 역시 읽어봄직하다.

 

가짜 논리
줄리언 바지니•강수정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붕어빵 장사도, 뻥튀기 장사도, 청소부도, 막일도 모두 해봤다고 말한다. 노점상도, 실업청년도 열심히 살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통령의 대표적 화법이다. 이는 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권위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내 경우엔 그랬으니까…’라며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는 매우 흔하다.

“그 얘길 또 해야겠습니까?” 이 역시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토론회에서 여야당을 막론하고 과거의 잘못을 들추면 이 말을 한다. “논쟁을 흘러간 옛 노래 수준으로 전락시켜 피로를 유발하는 전략”이다. “선거 때는 이걸 하고 저걸 하겠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설로 일관하면서, 자기가 곤란할 땐 가설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활발하게 글을 쓰는 줄리언 바지니는 <가짜 논리>에서 부제처럼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을 풀어놨다. 터무니없이 공포를 부풀리는 언론 기사, 책임을 회피하거나 입에 발린 말을 주로 하는 정치인의 말, 통계의 오류를 범하는 국책기관의 분석 등을 실례로 들고 논리의 약점을 짚었다. 지은이는 “부실한 논리를 들먹이는 건 적들만이 아니며, 우리가 찬성하는 주장의 근거 역시 함량미달일 때가 있다”며 “부지런히 묻고 의심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강수정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2993.html

 


정치의 발견
박상훈 지음/폴리테이아•1만1000원


"이 책은 꼭 정치에 입문할 사람만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정치혐오증을 버리지 못한 사람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념적 선명성이나 순결성을 외치면서 정치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에게 이 답답한 양반들아 제발 제대로 알고서 말하라는 심정으로 쓰인 듯한 책이라는 뜻이다. “운동이 강조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정당과 정당체제가 나쁘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는 되겠지만 운동으로 정치제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라든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싼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상훈의 정치학은 다분히 최장집의 이론적 자장권에 머물러 있다. 정당과 갈등의 중요성을 표나게 강조하는 대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장집의 글을 꾸준히 읽어왔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정치학 고전에 드는 책을 인용해 정치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는지라 설득력도 높다. 그 가운데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며 논리를 펼치는 ‘정치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가 가장 호소력 높다. “선한 목적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면서도 그 수단으로서 강제력이라는 ‘악마적 수단’을 회피할 수 없는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 정치의 길을 나서기는 어렵다”라는 말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빈민운동가인 사울 알린스키의 말들이 많이 인용되고 있는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익히 예상하겠지만,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체제 내부에서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운동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오바마에 관한 내용도 많이 나오는데, 집권 과정에서는 배울 바가 두루 있겠지만, 최근의 통치 내용으로 보건대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의 평균적 한계 위에서 서로 협력하고 나날이 진보하는 것의 가치와 보람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말이다. 이 한 구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이만이 참된 정치가가 될 터다.

 

얇은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여전히 운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라면 상당히 논쟁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정치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싶은 이라면 든든한 이론적 지원군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을 성싶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대에 정치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공부하는 차원에서 읽어보자는 것이다. 술자리에서야 누구나 정치를 알고 있는 듯 호기를 부리지만, 정작 이 정도 수준의 학습도 없이 함부로 정치를 말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30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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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소개된 책 들 중에 별도로 묶어볼 만한 책들이 있다.)
 

음식과 관련해 곤란한 질문은 바로 개고기와 관련된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묻는다면 더 곤혹스럽다. 그런데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개고기에 반대하면서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다. 개와 소, 돼지가 무슨 차이가 있지? 개는 깨끗하고 돼지는 더럽다? 집단식 사육방식 때문에 그렇지 돼지는 개처럼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똥,오줌을 잘 가린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간혹 '개 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들은 사람보다 개를 더 우위에 놓는 경향이 있고, 기득권층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이분법으로 놓기는 그렇지만 개를 사랑하지만 사람은 차별하는 사람, 개를 먹지만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도덕적으로 옳을까?


하여간 2월에는 동물과 관련해 3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지음•노순옥 옮김/모멘토•1만2000원.

<동물 권리선언>
마크 베코프 지음•윤성호 옮김/미래의창•1만2000원


 

"사람은 다른 동물과 얼마나 다를까?
미국 콜로라도대학 명예교수(생태학•진화생물학)로 제인 구달 등과도 오래 협력해온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가 2010년에 낸 <동물 권리 선언>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건 분명하지만 결코 그들보다 더 우월한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다른 동물들도 사람처럼 인지능력이 있고 온정•사랑•연민•배려•존경•존엄•평화를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존재라는 걸 베코프는 숱한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베코프는 낙관주의자요 현실주의자지만, 인간이 이 사실을 깨닫고 동물들을 지구라는 같은 집에 사는 대등한 동료요 벗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 자신의 ‘인간다운’ 삶과 미래도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은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이 철학적인 주제를 쉽고 잔잔하게 풀어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


보츠와나의 사파리에서 새끼 코끼리가 굶주린 사자들 밥이 됐다. 그때 100여마리의 코끼리들이 몰려오더니 사자들을 내쫓고 피투성이의 사체를 코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훌쩍이면서 차례차례 예를 표하고 순서대로 물러섰다. 코끼리떼가 인간의 총에 죽임을 당한 코뿔소를 애도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2008년 12월 중국의 한 서커스 공연장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미니자전거에 올라타기를 거부했다. 조련사가 회초리로 원숭이를 때리자 분노한 다른 원숭이 두 마리가 조련사를 공격했다. 한 원숭이는 조련사의 귀를 잡아 비틀고 다른 원숭이는 그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목을 물었다. 조련사가 회초리를 떨어뜨리자, 한 마리가 그것을 집어들고 부러질 때까지 조련사를 계속 때렸다. 레버를 누르면 음식이 나오게 돼 있는 실험실에서 우리에 갇힌 쥐가 처음엔 열심히 레버를 누르다가 그렇게 하면 다른 쥐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레버 누르기를 거부했다. 토큰을 넣으면 음식이 나오는 원숭이 실험실에서 수컷 다이아나 원숭이는 아직 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암컷을 위해 자신의 토큰을 넣어 먹게 해주었다.


.....
하지만 인간은 아직도 철저한 ‘종(種)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2009년 1월 지은이가 사는 마을에 코요테 한 마리가 나타나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던 여인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떴다. 달려온 콜로라도주 야생동물관리국 직원들은 코요테를 사살했다. 그 전에도 지은이가 애완견 제스로와 원반 물어오기 놀이를 할 때 종종 인근 붉은여우들도 함께 놀고 싶어했다. 문제의 코요테는 여인을 물지도 않았고 난폭하게 굴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관리들은 사전 예방 조처라는 명목으로 다섯 마리의 코요테를 추가로 사살하기까지 했다. 그해 6월에는 얼어붙을 듯이 찬 바다를 160㎞ 이상 헤엄쳐 아이슬란드 스카가피외르뒤르 해안에 간신히 도착한 북극곰 한 마리를 현지인들이 사살해버렸다. 인간에게 위험하다는 일방적 이유만으로.


멀리 갈 것도 없다. 곳곳에 덫을 놓아 멸종위기의 산양이나 방사한 반달곰들을 죽이고, 먹이를 찾으러 민가로 내려온 멧돼지를 사살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돼지만 300만마리를 넘고 오리•닭 등을 합하면 무려 1000만마리가 넘는다는 구제역 생매장 참극도 현재진행형이다.


...
“이 세상이 모두 우리의 집이고 모든 살아 있는 존재가 이를 공유하고 있으며, 모든 존재는 서로를 보살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대로는 우리 삶이 존엄할 수도 풍요로울 수도 없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베코프는 말한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지향점은 선명하되 설득방식은 온건하고 현실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베코프는 일거에 실험실을 폐쇄하자거나 모두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먼저 생각을 바꾸고 일상의 가능한 일부터 하나하나 바꿔가보자고 권한다. 예컨대 우리가 먹는 고기 양을 조금 줄이기만 해도 산업구조가 바뀌고 온난화 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단다. 그걸 위해 베코프는 반대자들에게도 온정적으로 접근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온정이 온정을 낳고 세상을 가속적으로 밝고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효과를 동물한테만이 아니라 인간끼리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74.html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를 쓴 멜라니 조이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교수는 해마다 학생들에게 개와 돼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수업을 한다. 학생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개는 귀엽고 다정하지만, 돼지는 더럽고 멍청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은이는 이런 편견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면서 학생들에게 “왜 우리는 돼지는 먹고 개는 먹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학생들은 “먹기 위해 돼지를 키운다. 왜 그런지는 생각 안 해봤다”고 답한다.

 

지은이는 소나 돼지를 당연히 고기로 소비할 수 있다는 생각 뒤에는 육식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처럼 육식주의도 확고한 이데올로기이지만, 육식주의는 채식주의와 달리 현실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 부정을 통해 지탱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이를 육식주의의 비가시적 특성이라고 이름 붙인다. 현실에서 돼지는 태어난 지 2~3주 뒤부터 더러운 우리에 쑤셔 넣어지고, 6개월 뒤에는 도축장으로 향한다. 돼지는 도축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때로는 산 채로 사지가 절단되고 분리되며,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른다.

 

지은이가 한국의 개고기 소비에 대해 적은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지은이는 “계몽된 서양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후진적인 사회에서는 그걸 본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은이의 논리대로라면 소고기나 돼지고기, 개고기 소비 모두가 잘못된 육식주의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4146.html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할 헤르조그 지음•김선영 옮김/살림•1만8000원
 
"매일 쇠고기를 먹으면서 개고기 먹는 걸 혐오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60%의 “미국인이 동물들은 살 권리가 있다”와 “우리는 고기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데에 모두 동의한단다. 어시장 연례행사에서 상인들의 죽은 생선 던지기를 보고 즐기면서도 죽은 고양이 시체를 그렇게 주고받는다면 기겁을 할 사람들이 많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키스까지 퍼붓는 사람이 모피 생산을 위해 밍크 항문에 전기충격을 가하거나 바다표범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치는 잔혹에는 어떻게 그토록 무감각할 수 있는지.


그뿐인가. 모피코트를 입고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안고 가는 여성, 돼지고기는 거부하지만 고등어는 먹는 자칭 ‘채식주의자’, 훨씬 많이 자행되는 쥐 실험엔 침묵하면서 원숭이 실험 연구자에게만 테러를 가하는 과격 동물보호운동가, 투계를 잔인하다 비난하면서 닭튀김이나 치킨버거는 맛있게 먹는 사람, 7만마리의 닭을 희생시키느니 차라리 같은 고기양을 지닌 대왕고래 한 마리를 희생시키는 게 낫다며 고래를 먹자는 캠페인을 펴는 동물보호단체….

 

인간과 동물 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할 헤르조그 웨스턴캐롤라이나대학 심리학과 교수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은 동물에 대한 인간 사고와 행동방식에서 드러나는 이런 비일관성과 역설 뒤의 심리학, 동물 애호가나 보호론자들이 자신의 신조에 집착하면 할수록 일상생활에서 더 첨예하게 부닥치게 되는 도덕적 난관들을 흥미로운 사례들을 동원해 현란하게 파헤친다.


....


지은이가 드는 인류동물학의 뜨거운 쟁점 세 가지. 첫째, 돌고래 등 동물과 함께 놀고 교감하면 우울증이 치료되고 자폐증이 낫는다는 얘기가 옳은가? 둘째,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는 개를 닮아간다는 얘기는 정말인가? 셋째, 어려서 동물을 학대한 아이는 결국 폭력적인 성인으로 자랄까? 첫째는 아니고 둘째는 맞고 셋째 또한 아니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53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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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소개된 책 들 중에 별도로 묶어볼 만한 책들이 있다.)

 

어산지는 누구인가? 현재 그는 성폭행혐의로 기소되어 런던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경찰의 감시하에 있다. 전세계의 정보를 뒤흔든 그는 파렴치한 성폭행범인가? 아무래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려는 듯 하다.


하지만 그가 성폭행범으로 몰리는 과정은 너무나 이상하다. 두 명의 여성에게서 성폭행으로 신고되었는데 두 명의 여자 모두 그와의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성관계 도중 콘돔이 찢어진 상황에서 성관계를 거부할 수 있고 이 때 성폭행이 성립된다고 하는데 문제는 두 건 모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 여성 중 한명은 스웨덴 출신 미국 공무원인데 CIA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사건에 미국 정부가 깊숙히 관련되었다고 의심되는 이유이다.


위키리크스는 한동안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대한민국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중국을 비하하거나 중국 관료를 비하한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2월에 위크리크스에 관한 책이 두권 출판되었다. 한권은 독일 <슈피겔>지의 기자들에 의해, 다른 한권은 위크리크스 설립에 관여했던 위키리크스2인자에 의해 씌여졌다.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등 지음•박규호 옮김/21세기북스•1만5000원

"그리하여 “아날로그 세상과 디지털 세상, 현실 정치와 인터넷 속 도전자들 사이의 한판” 거대한 싸움은 권력 쪽의 승리로 끝난 듯이 보인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를 ‘국가의 적’ ‘초국가적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 주류사회는 사이버 세계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을 정비하는 한편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집중 공격해 접속 불능의 마비상태에 빠뜨렸다. 서버를 임대해주고 있던 아마존도 정치적 압박 때문에 임대를 철회했다. 머니부커스와 스위스 우체국 자회사 포스트파이낸스 등이 위키리크스 계좌를 정지시켰고 지불서비스업체 페이팔도 협력 해지를 통보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 역시 위키리크스로 들어가는 돈의 송금업무를 중단했다. 이제 남은 자금조달원은 독일 헤센주 국스하겐의 비영리단체 ‘바우 홀란트 재단’ 하나뿐이다.

 

백악관은 정부 부처와 기관, 하원 도서관 컴퓨터의 위키리크스 및 폭로협력 매체 사이트 접속을 원천 차단했다. 위키리크스 활동 중에 ‘불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도. 지은이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없는 위키리크스에 대해 무죄추정주의를 적용하지 않겠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개인신상 정보와 외교관들 아이티(IT) 정보까지 수집하는 명백한 불법 ‘간첩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계좌는 왜 정지시키지 않고, 꼭같이 기밀문서를 보도한 <뉴욕 타임스> 등 유력 매체들은 왜 그냥 두느냐고 힐난한다.

하지만 대다수 기성 언론들은 위키리크스 활동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면서 “새로 밝혀진 건 거의 없다”는 권력의 김빼기 작전을 재빨리 수용하고 비아냥거렸으며, 미국 동맹국들 역시 워싱턴이 제시한 모범답안을 그대로 따랐다. 친미로 올인한 한국 언론들한테서 예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서방의 대중매체와 정치권의 이런 굴종적인 자세를 두고, 지은이들은 만일 모스크바나 베이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기밀문서가 유출되었을 때도 과연 그런 논조를 취할까 하고 되묻는다.

 

기성 매체들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사회가 자신의 실존적인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위키리크스의 파격적인 도전이 이미 자신들이 기득권자인 기성체제의 안전성을 깨뜨릴까 두려워 정부를 편드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어산지는 이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뿐,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최초의 진짜 정보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터는 위키리크스이고 당신들은 전투병력이다.” 디지털인권운동 ‘전자프런티어재단’ 공동설립자이자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 작성자인 존 페리 발로는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탄압자 못지않게 저항자들도 나름 군대와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탄압이 시작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지지자와 팔로어 숫자가 가파르게 치솟는 거대한 국제연대 물결이 일어나고 바우 홀란트 재단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청난 기부금이 몰려들었다.


베트남전 개입 구실을 조작한 정부 문서를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는 공개적으로 “아마존의 비굴함에 구역질이 난다”며 아마존을 탈퇴했고 정부 조처를 수용한 다른 기업들에 대한 계약 해지와 불매운동도 거세졌다. 위키리크스의 ‘콘텐츠 미러링’ 호소에 발맞춰 불과 며칠 만에 세계 곳곳에 1200개 이상의 미러 서버가 생겨나기도 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사이트가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공격으로 다운되고, 공화당 리더 세라 페일린과, 어산지를 기소하려던 스웨덴 검찰청 사이트 등이 디지털 집중포격을 당했다. 사상 최대의 사이버 국제봉기가 벌어진 것이다.
....
그 한편에선 중국 인권운동가들이 ‘거번먼트리크스’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만들고 있고, 돔샤이트 베르크는 위키리크스 비판자들과 함께 ‘오픈리크스’를 만들고 있다. 발칸리크스, 인도리크스, 브뤼셀스리크스, 트레이드리크스 등 지역적 내용적으로 특화된 많은 대안들은 이미 떴다. 민주주의와 인터넷 주권의 미래는 이런 수천 수만의 위키리크스들이 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분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4157.html

 

<위키리크스-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 지음•배명자 옮김/지식갤러리•1만3800원



한때 위키리크스 2인자로도 불리던 초창기 핵심멤버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가 줄리언 어산지와 결별한 뒤 쓴 책.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를 잘 아는 비판자의 시선으로 본, 아직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위키리크스의 속내와 실체. 원래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 일렉트로닉 데이터시스템(EDS) 독일지사에서 보안전문가•프로그래머로 근무하던 그는 2007년 어산지와 의기투합해 이후 3년 동안 위키리크스의 토대를 구축해간다. 세상을 뒤흔든 비밀문서들의 입수와 사실 확인, 폭로 과정과 제보자(정보원)의 신변보장 방법 등이 구체적인 일화들과 함께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아울러 그들이 왜 헤어지게 되는지, 두 사람의 견해 차이와 결별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돔샤이트 베르크는 어산지를 “그렇게 극단적인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를 지녔다. 극단적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극단적으로 천재적이다. 극단적으로 권력에 사로잡혀 있다. 극단적인 편집증이다. 극단적인 과대망상이다.” 돔샤이트 베르크는 어산지와의 결별 뒤에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한 세월을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보람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어산지에 대해서도 부정으로 일관하진 않는다. 기밀문서 폭로를 이유로 그를 간첩법 위반으로 처벌하거나 미국으로 송환하는 데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일련의 대형 폭로 작업을 통해 위키리크스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어산지의 존재감도 커가는데, 그 과정에서 돔샤이트 베르크는 어산지가 “독재자라고, 항상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린다고, 나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자주 비판하게 된다. 수학에 능한 해커 출신의 어산지는 뛰어난 머리를 지녔으나 대인관계는 원활하지 못했고, 조직을 자신의 아이디어대로, 자기 중심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지가 강했다. 위키리크스 운영전략을 두고서도 둘은 충돌했다. 돔샤이트 베르크는 어산지가 대형 폭로에만 몰두하면서 다른 많은 작은 프로젝트들을 소홀히 하는 걸 못마땅해했고, 권력과도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는 쪽이었다. 그는 어산지 1인체제로의 권력집중이 초래한 폐해, 미디어 스타로서의 처신, 재정 운용상의 불투명성 등을 특히 문제삼았다. 그는 위키리크스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점들을 보완한 새로운 폭로 인터넷 매체 ‘오픈리크스’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41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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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핀란드가 유행이었다. 세계 학습능력 평가에서 핀란드가 1위, 대한민국이 2위를 차지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핀란드의 학습방법 및 교육정책이 대한민국과 정반대에 있다는 점이다. 경쟁을 우선시하는 대한민국에 비해 핀란드는 협력을 우선시한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본 핀란드의 시험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시험을 마치고 답안지를 제출한 학생에게 선생은 몇 번 문제를 다시 풀어보라고 한다. 그러자 먼저 시험을 마친 학생이 ‘도와줄까’라며 옆에 앉는 장면이었는데 한국식 시험에 익숙한 나로서는 상당히 낯선 장면이었다. 이어지는 교사의 말은 시험은 이 학생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지 서열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스웨덴이 유행을 타려나 보다. 무상급식 논란에서 시작된 복지논쟁이 스웨덴을 우리사회로 끌고 들어왔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방송을 타고 있다.

복지국가 스웨덴
신필균 지음/ 후마니타스•1만7000원


“스웨덴식 보편복지는 예컨대 이런 것이다. 18살까지의 아동•청소년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다. 기초교육과정에는 점수나 등급에 의한 성적평가가 아예 없다. 성적평가는 좋음, 더 좋음, 아주 좋음 세 종류뿐이고 정해진 과목의 90% 이상에서 ‘좋음’ 이상만 받으면 누구나 어느 대학이든 갈 수 있다. 그런데도 고교 졸업생 중 대학에 진학하는 건 43% 정도밖에 안 된다. 가지 않아도 사회적 차별과 불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 공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사회평생교육 시설들도 모두 무료다.   
 

육아 지원도 탁월하다. 출산 6개월 뒤 또는 부모 출산휴가(480일) 뒤부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각종 유치원과 탁아소 등 다양한 아동센터들이 존재한다. 임신휴가 급여로 월평균 소득의 80%를 최대 50일까지 받을 수 있다. 출산휴가는 480일이고 부와 모 양쪽이 나눠서 쓸 수 있되 어느 한쪽도 60일 미만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역시 평균 소득의 80%를 받는다. 자녀가 아파도 부모가 연간 120일까지(60일까지만 간병 급여 지급) 간병휴가를 받을 수 있다. 16살까지 아동수당도 나온다.


스웨덴에서는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관념이 일반화돼 있다. 어릴 때부터 그런 공감대 속에서 그런 사고훈련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남을 딛고 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교육 전쟁을 벌일 까닭이 없다. 유럽에 드문 속도로 스웨덴 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65살 이후부터 누구나 보장연금을 받는다. 고용과 소득수준에 비례한 부가연금제도도 마련돼 있는데, 급여액은 소득의 60% 수준이다. 아파서 쉬면 병가급여로 소득의 80%를 받는데, 산업재해를 빼고 최장 550일까지 병가를 받을 수 있고 1년을 넘기면 소득의 75%로 줄어든다. 개인이 부담하는 병원비와 약값은 아무리 큰 수술을 받더라도 연간 45만원 수준을 넘지 않게 돼 있다.

실업급여도 이전 소득의 80%를 14개월간 받을 수 있고 18살 아래 자녀가 있으면 그 기간이 150일 더 늘어난다. 실업자 채용 회사엔 정부가 6개월간 임금의 50~65%를, 장기실업 고령자나 이민자에겐 12개월간 임금 총액의 최대 75%까지 지원한다. 18살이 되면 임대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는데, 원룸 학생아파트, 결혼이나 동거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생가족아파트, 노인들이나 장애인을 위한 특수아파트, 호텔형아파트, 맞춤형아파트 등이 즐비하고 임대료도 건물 소유자와 세입자조합 간에 단체협상을 통해 정하게 돼 있다.

19세기 말의 가난에 허덕이던 농업국가 스웨덴을 비교적 단기간에 일류 산업국가로 바꾼 건 절차적 민주주의 쟁취뿐만 아니라 이런 보편 복지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까지 이룬 덕이었다. <복지국가 스웨덴>은 어려운 시절 나라의 기틀을 바꾸려는 웅대한 장기 비전을 갖고 역경을 헤쳐온 사민주의세력의 혜안과 철학, 가치관, 그리고 토론과 협의를 통해 폭넓은 참여•존중•합의를 끌어낸 그들의 정치적 리더십에 더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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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의 확대, 소득 수준과 무관”
신필균 사회투자재단 이사장

……………………….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고 해서 받는 쪽이 주눅들게 해선 안 되며 모두에게 꼭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선별•시혜적 복지론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스웨덴식 사고가 사회구성원 경쟁력 차원에서도 우월하다고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 자신들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현 체제의 모순을 은폐하고 정당화해서 결국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자들이 자신의 비리의혹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남들은 더 하지 않느냐고 얘기할 때 제일 화가 난다”고 했다. 거기엔 아무런 비전도 없다.

그는 또 “민주주의의 핵심 요건은 참여, 존중, 연대다. 복지의 최고 가치는 자유, 평등, 연대다. 양쪽 모두에 연대가 들어 있지 않으냐” 며 “모든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사회•경제적으로 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사회복지정책, 특히 보편적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고 했다. 비록 보통선거권과 같은 민주적 제도가 확립됐다 하더라도 사회•경제적 격차가 확대되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결국 소수 엘리트가 모든 걸 좌우하는 과두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9977.html

 

미국사 산책 1~17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각권 1만4000원



1990년대 실명비판의 장을 열었던 강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역사를 둘러보는 작업을 내놓고 있다. 한국근대사, 현대사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사를 내놓았다.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강준만교수의 작업은 한국사 연구에 있어 독특한 위치에 놓인다. 자료를 중심으로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을 모두 엮어낸 솜씨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초기 저작부터 그랬지만 강준만의 작업의 특징은 방대한 자료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인데, 역사를 묶어내는데도 큰 역할을 하였다.

““왜 모든 분야와 주제들을 ‘비빔밥’처럼 요리해 통합적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시도가 이렇듯 외면받아야 한단 말인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 언론, 영화, 방송, 학술, 과학, 기술, 문학, 언어 등 모든 분야가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게 아닌가? …어느 한 분야에만 집착할 경우 포괄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놓치게 되고 그로 인해 긍정과 부정의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는 건 아닌가?” 이게 강 교수의 문제의식이고 ‘산책’ 기술 기본원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 교수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역사기술 원칙은 파편적으로 파고만 들 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상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지금 한국 사회의 이해가 어딘가 크게 잘못돼 있고,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닿아 있다.

문제는 그게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냐는 것일 터. 그 능력이 바로 강준만 역사쓰기의 비결이요 요체다. 미국 조지아대, 위스콘신대에서 미국언론사•대중문화사•커뮤니케이션사를 공부한 강 교수는 굉장한 수집가다. 국내외 전문서적, 신문, 방송 보도, 잡지, 논문 등 그가 인용하는 방대한 자료들을 보면 사료를 찾는 그의 안테나와 채집망이 얼마나 강력하고 광범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런 기성 연구나 보도자료들을 적절히 채집하고 활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적당히 나열하는 차원을 넘어서려면 수집력 못지않게 그것을 선별해내고 재조립•재해석하는 선구안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건 또 엄청난 독서력과 판단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

애초 강 교수는 이 책을 ‘미국사를 중심으로 한 세계사’로 꾸밀 작정이었고, 한국인을 위한 미국사 산책이니만큼 특히 한-미 관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장면들과 겹치는 이 책의 미국사 부분은 좀더 온전한 한국현대사 이해에도 유용하다. 강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닮은 점으로 압축성장, 평등주의, 물질주의, 각개약진, 승자독식 등을 꼽고, 한국의 반미주의와 사대주의의 정체에 대해서도 파고든다. 그는 여기서도 친미냐 반미냐, 사대주의냐 아니냐 식의 이분법적 시각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섣불리 이론화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진 않는다. 그가 말하는 ‘통섭’은 친미-반미뿐만 아니라 좌-우, 진보-보수 등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겠다는 게 대원칙이다. 편식하지 않도록 다양한 재료로 적절히 요리해서 내놓을 테니 최종판단은 독자가 하라는 것이다. 물론 사관이 없을 수 없다. 그 방대한 자료들을 가려내고 재배열할 때의 선구안 그 자체에 이미 강준만의 역사관•세계관이 작용하고 있다. 그게 이 책에 의미를 채워주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6732.html


국사의 필수과목 지정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국사가 선택과목이었나 본데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다. 나라의 근본이니 이런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국사라는 말 자체가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차라리 역사라는 과목으로 세계사 그 속의 동아시아사 그 안의 한국사를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루는 교육은 어떨지? 한국사만 강조하기엔 너무나도 깊은 관계를 맺어온 동아시아사를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작년부터 한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아시아에 대한 무지를 고민중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사는 세계사 최소한 동아시아사 속에서 같이 공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1, 2
유용태•박진우•박태균 지음/창비•1만8000원

“중국 근현대사 전공의 유용태 서울대 사범대 교수, 일본 근현대사 전공의 박진우 숙명여대 교수, 한국 근현대사 전공의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동아시아 3국 근현대사 전공자 3명이 토론과 협의를 거듭한 지난 6년간의 구상과 집필 작업 끝에 내놓은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냉전 해체 이후 등장한 동아시아 담론들을 역사서술로 심화시키면서 기왕의 각국사나 동아시아사의 한계를 돌파하려 한다. 지은이들은 국사와 세계사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분적인 역사서술은 메이지 유신 이래 제국일본이 구축한 자국중심주의와 유럽중심주의에 토대를 둔 것이라며, 탈냉전으로 일국사에 갇혀 있던 동아시아에 지역사가 등장할 조건이 갖춰졌다고 본다.

………이 책의 특징은 이 소항목들 서술부터 일국사가 아니라 다국사 또는 지역사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소재나 작은 주제를 한 나라의 얘기로 채우는 게 아니라 다국 또는 지역 얘기가 교차하는 식으로 짜는 것이다. 집필 편의상 각 장들은 전공별로 나눠 한 사람이 대표집필할 수밖에 없었지만 의견과 자료 교환을 통해 집필자 모두의 생각이 담길 수 있도록 애썼다.

그때의 서술원칙이 ‘연관과 비교’다.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역사가 중심이지만 주제에 따라 필리핀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나 인도까지도 ‘연관’되고 ‘비교’된다. 예컨대 필리핀에서 2차대전 뒤 독립과 계급해방을 위해 싸운 세력들이 미국의 제국주의적•냉전적 필요에 의해 제거당하고 우익보수 친미•친일세력이 주류로 등장하는 과정은 광복 뒤의 한국 현대사 과정과 흡사하다. 하지만 한국처럼 미완의 토지개혁조차 달성할 수 없었던 필리핀이 오늘날까지 대지주들이 지배하는 반봉건적 후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비교점이다. 문인 사대부들이 권력기반을 이룬 중국•조선•베트남, 그리고 무사가 권력기반이 된 일본은 다른 근대의 길을 걸었다. 전후 일본 개조에서 재무장(역코스)으로 바꾼 미국의 대일정책 선회에는 인도의 간디 암살과 제3세계의 등장도 영향을 끼쳤다.

그리하여 동아시아라는 ‘지역’ 안에서 ‘국가’ 및 ‘민중’(민간사회) 상호간의 의존•연관과 대립•갈등을 아울러 파악하도록 하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해가는 노력을 부각시킨다”고 집필자들은 밝혔다. 지역•국가•민중의 교직이 서술 방법상의 원칙이라면 이 연대와 협력, 자유와 평등은 이 책을 관통하는 서술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선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이 붕괴된 지 20여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는 동아시아, 그 현실을 떠받치고 있는 정신구조, 진보를 가로막는 그 수구적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지은이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61201.html

아울러 중국사를 개괄할 수 있는 책이 소개되었다.

천추흥망 1~8
거지엔슝 총편집•이지연 외 옮김/따뜻한 손•각 권 1만8000원

 
“중국 역사를 책 몇 권으로 압축하려는 시도는 무모하거나 무용할 것이다. 아득한 천추(千秋)의 시간이고, 그 세월이 지나온 내용의 두께를 책이란 물건이 온전히 감당해 내기엔 버거운 일이다. 중국 역사학자 거지엔슝 푸단대 교수의 지휘(총편집)로 중국 역사가 <천추흥망> 8권의 책에 담겼다. 중국 대륙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부터 마지막 왕조 청까지의 중국사를 여덟 칸(진, 한, 삼국•양진•남북조, 수•당, 송, 원, 명, 청)으로 나눠 들여다본 이 책은, “무모했지만,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란 거지엔슝 교수의 겸손한 자평과는 달리 “신해혁명 후 중국 학계가 이룩한 최고의 연구 성과”라는 소리를 들었다. 통사 형식이 아니라 그 시대나 왕조의 특징과 의미를 잘 드러내는 10여개의 주제를 뽑아 다루는 방식이어서 방대한 분량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중국에서는 2000년에 모두 출간됐지만, 우리나라에선 2008년 1권이 나온 뒤 이번에 마지막 8권이 나오면서 완역됐다. 4권 당나라 태종을 다룬 ‘봉건시대 치세의 모범’ 부분을 보자. 그 시대 ‘정관의 치’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규모 농민봉기가 일어난 뒤에는 어김없이 훌륭한 황제가 출현했다. 태종도 수나라를 무너뜨린 농민들의 봉기를 보고 백성 무서운 줄 알았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침몰시킬 수도 있다’는 두려운 마음이었다.” 선정을 베풀던 군주도 말년엔 초심을 잃고 어김없이 폭정으로 갔다. 지은이는 그것이 바로 역사가 보여주는 아이러니요, 권력의 속성이라고 썼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8894.html

지젝은 낯선 이름은 아니다. 데리다, 푸코, 장 보드리야르 등 모든 이름 솔직히 익숙하다. 독서보다 책 정보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은 쓰는 나로서는 이런 현대철학자들은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읽어보았느냐고 한다면 시뮬라시옹 등 극소수의 책을 제외하곤 손도 대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읽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폭력을 주제로 한 지젝의 책이 나왔다 하여 소개글을 관심있게 읽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슬라보예 지젝 지음•이현우 외 옮김/난장이•1만5000원

이야기는 독일 문예비평가 발터 베냐민(1892~1940•사진)이 1920년에 쓴 짧은 에세이 <폭력 비판을 위하여>에서 시작된다. 당시 유행하던 조르주 소렐의 <폭력에 대한 성찰>을 지적 배경으로 깔고 있는 이 에세이는 폭력을 ‘신화적 폭력’과 ‘신적 폭력’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베냐민이 말하는 신화적 폭력의 ‘신화’는 그리스 신화를 가리키고, 신적 폭력의 ‘신’은 유대교의 신, 곧 야훼를 가리킨다. 베냐민은 그리스 신화 속의 ‘니오베 이야기’를 사례로 든다. 테베의 왕비 니오베는 아들 일곱명과 딸 일곱명을 두었는데, 그 다복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니오베는 자기가 여신 레토보다 더 훌륭하다고 뽐냈다. 레토에게는 아들(아폴론), 딸(아르테미스) 한명씩밖에 없었다. 화가 난 레토는 아폴론을 시켜 니오베의 아들들을 죽이게 하고 아르테미스를 시켜 딸들을 죽이게 하였다. 자식을 모두 잃은 니오베는 울며 세월을 보내다 돌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레토의 분노가 바로 신화적 폭력이다.

베냐민은 신적 폭력의 사례로 <구약성서> 민수기의 ‘고라의 반역’을 든다. 고라는 모세의 사촌이었는데, 무리를 지어 모세의 지도력에 반기를 들었다. 모세가 분수에 넘치도록 교만하고 독선적이라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같은 레위지파 후손으로서 모세에게만 영광이 돌아가는 데 대한 질투가 진짜 이유였다. 모세에 대한 반역은 모세에게 권위를 준 야훼에 대한 반역과 다르지 않았다. 모세가 야훼의 공정한 심판을 요청하자, 땅이 갈라지고 불길이 솟아 고라의 무리는 한꺼번에 소멸당했다. “신은 레위족 사람들(고라의 무리)을 경고도 위협도 하지 않은 채 내리치고 주저없이 말살했다.” 이것이 신적 폭력이다. 그렇다면 신화적 폭력과 신적 폭력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베냐민은 신화적 폭력이 법을 정립하고 보존하는 폭력, 다시 말해 지배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는 폭력인 데 반해, 신적 폭력은 그런 법을 파괴하고 해체하는 폭력이라고 말한다. “신화적 폭력이 법 정립적이라면 신적 폭력은 법 파괴적이고, 신화적 폭력이 경계들을 설정한다면, 신적 폭력은 경계를 파괴한다.” 베냐민은 이 신적 폭력을 ‘순수한 폭력’이라고 옹호한다.

………
지젝은 베냐민의 신적 폭력의 구체적 사례로 프랑스 대혁명의 자코뱅 공포정치, 그리고 1919년 러시아 내전 때 붉은 군대의 ‘테러리즘’을 거론한다. “신적 폭력을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현상과 등치시키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모호함을 피할 수 있다.”

이렇게 지젝의 이 책은 신적 폭력이라는 이름의 ‘순수한 혁명적 폭력’을 변호한다. 이 폭력은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저지르는 거대한 구조적 폭력에 맞서는 대항 폭력이다. 이 신적 폭력은 그 내부에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고 지젝은 단언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8960.html

아울러 미술에 대한 입문서가 하나 소개되었다.

미술은 똑똑하다
리처드 오스본•댄 스터지스 글•나탈리 터너 그림•신성림 옮김/ 서해문집•1만1900원.

○○○이란 무엇인가? 무언가의 정의를 묻는 질문은 언제나 힘들다.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수천수만 갈래로 나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질문의 대상이 추상적인 것일 때, 문제는 더욱 골치 아파진다. 미술 개괄서인 <미술은 똑똑하다: 오스본의 만화 미술론>이 읽기 만만치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입문자를 위한 이론서’라는 서문의 주장만 철석같이 믿고, 혹은 책 곳곳에 삽입된 키치풍의 만화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 속에 뛰어든 독자들은 책을 읽어갈수록 당혹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미술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짜여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미술 이론이란 결국, 특정시대들이 미술에 관해 품은 다양한 문답들을 정리한 것이다.

고대 동굴 벽화부터 시작해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미술’ 이라는 개념은 수많은 변화를 겪는다. 특히 지은이들은 근대 미술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산업화가 시작된 근대•현대의 대격동은 미술의 기존 개념과 정의 역시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초현실주의•미니멀리즘 등 다양해진 철학의 스펙트럼은 그대로 미술에 반영된다. 구태의연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모더니즘 예술은 더더욱 추상적, 전위적, 그리고 철학적인 논쟁을 키워가며 현재에 이르렀다. 깡통수프, 좌변기가 예술작품의 소재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도 이런 시대의 변화가 깔려 있다. 런던 미술대학의 캠버웰 칼리지에서 진행된 미술 입문 강좌를 정리해서 묶어냈다. 리처드 오스본•댄 스터지스 글•나탈리 터너 그림•신성림 옮김/ 서해문집•1만1900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566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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