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되자 언론과 SNS는 영국이 바보짓을 했다는 글로 채워졌다. 그리고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검색어는 EU가 무엇인지가 1위를 한 것을 두고 EU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과연 EU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90년대 후반 유로 통합통화를 검토할 때 쯤 유럽연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다. EU의 전신인 유럽석탄공동체 등 애초부터 영국은 가입하지도 않았다. 영국이 1970년대에 유럽연합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대륙과 영국은 서로간에 신뢰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영국은 자신들의 주도권을 잃을 유럽연합에 대해 불신이 강했고, 대륙은 영국을 미국의 앞잡이로 생각한다는 글도 읽었던 터다.

 

브렉시트에 몇권의 책을 찾아 읽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갑자기 발생한 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유럽연합이 생각하는 것처럼 민주적이지도 않은데다가, 독일-프랑스에 의한 횡포도 만만치 않다. 브렉시트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들 즈음 2차대전 후 경제재건과 전범국가인 독일을 견제할 필요가 강했다.

전쟁에서 패하지도 점령당하지도 않았던 영국은 유럽인과 주권을 공유할 의사가 없었으며, 미국이나 북대 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5쪽, EU매뉴얼)

 

왜 겨우 6개국인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유럽의 분열과 관련된 해묵은 사연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일, 베네룩스3국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영국은 자신들의 미래가 영연방과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380쪽, 왜 지금 지리학인가)

사실 영국은 유럽연합 참여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해왔고 프랑스와 독일이야말로 유럽연합의 추진력이었다. 예를 들어 초기 5개국이 맺은 다자간 협정으로서 국경 절차를 간소화하고 여행 제한을 완화한 쉥겐 협정 Schengen Agreement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참여했지만영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391쪽, 왜 지금 지리학인가) 

 

사실 영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유럽연합에서 배제되었을때의 피해를 감안해 마지못해 가입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영국의 특수성을 인정해 파운드화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이 양보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지속적으로 유럽연합과 융합되지는 못했다. 종종 유럽연합의 조약에 대해 영국내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프랑스 체제에 대해 영국의 개혁안은 유럽연합내에서 무시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영국의 EU 탈퇴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브렉시트를 갑자기 일어난 일인냥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유럽에 대해 무지하고, 전문가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캐머런 본인은 그저 보편적인 개혁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EU 고용법과 사회정책, 형법, 지역별 재원확보 구조에서 실질적인 영국의 선택적 이탈을 노리고 있다. 캐머런의 동지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선택적 이탈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들이 보편적인 개혁의 종합적인 청사진에 합의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부 국가의 경우 조약을 재협상하려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에서도 실리적인 해법의 여지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64쪽, 유럽연합의 종말)

 

영국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수상이, 영국의 중요한 금융 산업에 대한 안전장치가 담기지 않았다며 유럽연합 조약의 개정안을 거부했다. 그는 금융거래세를 비롯한 유럽연합의 규제가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런던의 금융 중심지-옮긴이], 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보았다 유럽 금융거래세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런던의 심장을 겨냥한 총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캐머런이 밤샘 토론 끝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귀국하자 영국의 여론은 그의 결정을 환영했다.(395쪽, 왜 지금 지리학인가)

 

그리고 <차브>라는 책을 읽어보면 영국은 제조업이 존재하지 않고, 중산층은 사라졌다. 제조업 및 노동자를 적으로 생각하고, 노동자계층을 아예 없애버린 대처의 정책으로 현재 영국은 정상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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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매 2016-10-03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제주밥상 표류기
양희주 지음 / 스타일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제주밥상 표류기>는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음식을 중심으로 제주를 이야기한다. 음식과 관련한 생활이 있고, 식당을 찾아과는 과정에 제주의 관광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때로는 가슴아픈 제주의 과거를 들려준다.

 

워낙 제주 음식이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제주밥상 표류기>가 소개하는 음식명이나 유래의 독보성은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는 들을 것이 많다.

 

제주도 육개장에는 한라산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다. 소고기 대신 돼 뼈를 푹 삶아 오래도록 고아 진하게 육수를 우려낸다. 여기에 고사리 듬뿍 넣고 되직하게 끓인다. 고사리가 뭉개져 실고추처럼 찢어질 때 까지 끓인 후에 메밀가루를 폴폴 푼다. 고사리와 함께 뭉근하게 저어가며 끝을 알 수 없는 돼지육수의 밑바닥을 끌어올린다. 걸쭉해진 국물에 삶은 돼지고기를 손으로 가늘게 쭉쭉 찢어넣고 다시 한참을 끓인다. 어느 게 고사리인지 돼지고기 인지 서로가 얽히고 설키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스튜와 흡사한 제주도 고사리 육개장이 완성이다. 전에 알던 육개장과 전혀 다른 비주얼이다. 이름만 같을 뿐이다. 맛은 더 딴판이다. 수저를 넣어 휘휘 저으면 처음엔 이끼 같은 고사리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곧 이어 포근하고 달콤한 단내가 올라오고 큼큼한 나무 껍질향이 뒤를 따른다. 무엇보다 베이스를 좌지우지하는 중심에는 돼지 뼈국물의 진중함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굳건한 의지에 포용력이 더 해진다. 산속에서 웅크리고 자란 고사리향과 뒤섞이며 차원이 다른 개성을 획득한다. 이 육개장은 숟가락으로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실처럼 가늘어진 돼지고기와 부들부들한 고사리를 젓가락으로 건져 가닥가 음미하며 먹어야 제맛이다. 고사리 육즙이 퍼지면서 국물은 더욱 진해지고 구수해진다. 여기에 향이 진한 봄부추를 새콤하게 무쳐서 함께 곁들인다. 돼지기름에 두툼하게 지진 녹두부침개와 막걸리 한사발을 더 하면 봄날의 소풍처럼 기쁨이 번진다. 고사리 육개장의 맛이라니, 세월 의 탓을 하지 않고 나이든 여인은 더 이상 조급하지 않다. 눈가의 주름과 함께 촘촘히 웃는다. (32-33)

 

다루는 음식들은 흑돼지, 육개장, 꿩메밀국수, 말고기, 토종닭, 방어, 은갈치, 오분작, 물회, 생선회, 생선조림, 멸치, 몸국과 돔베고기, 갱이죽, 보말죽, 보리빵, 빙떡과 옥돔구이, 오메기술, 전복죽, 순대, 성게, 고기국수, 회국수, 밀면, 짬뽕이다.

 

제주 제사상에 카스테라가 올라온 배경을 빵과 엮어낸다던지, 전복을 모두 착취당해 오분작이 향토음식으로 남게 된 과정 등 제주의 음식문화에 대한 설명이 꼼꼼하다.

 

게다가 제주에 대한 설명은 주재료 같은 덤이다.

제주에는 네 곳의 곶자왈이 있다. 9km에 이르는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과 북부의 애월 곶자왈, 최대 30km에 이르는 조천-함덕 곡자왈지대와 25.8km에 이르는 동부의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이다. (39쪽)

 

그에 더해 안타까움도 전해온다. 개발로 망가져가는 제주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여름이 삼나무숲이라면 가을에는 억새밭이다. 서부의 새별오름과 마라도, 산굼부리는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물결 친다. 교래리 억새는 예전부터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서 매해 억새꽃잔치가 열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다 아는 그 생수공장이 들어서며 주변의 억새를 깡그리 베어 버렸다. 그후로 억새꽃축제는 애월읍 새별오름으로 자리를 옮겨 치르다가 그마저도 2010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94쪽)

 

잘 모르던 제주의 눈물 젖은 역사도 알려준다.

알뜨르 비행장 근처의 섯알오름이야말로 한맺힌 사연으로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림·대정 지역의 무고한 주민 200여 명이 예비검속이란 이름 아래 무차별 적으로 학살당한 곳이다. 예비검속이란 어떤 상황에 대하여 아직 어떤 짓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곧 일을 벌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를 물어 구속하는 법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당시 제주는 이미 4·3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른 후였다. 4·3에서 살아남은 얼마 되지 않는 양민들마저 마구잡이로 끌려갔으며 좌익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참혹하게 희생되었다. 남은 가족들은 공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시체조차 수습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6년이 지난 후에야 유족들에게 시체를 찾아가라 허락하였지만 이미 132구의 유구들은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구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별도리 없이 유구를 한데 모아 '백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는 뜻의 백조일손 묘역을 만들게 되었으며 매년 위령제를 열고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110쪽)

 

제목은 밥상, 즉 음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제주에 대한 기본이 잡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제주의 현재, 과거 그리고 음식을 둘러싼 문화와 제주인들의 삶을 크게 한번 훑어 볼 수 있는 책이다.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세번째는 제주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었고,

 이번에 네번째로 음식을 다룬 책들을 좀 들춰봤다. 태그는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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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맛보다 - 제주사람들이 즐겨 찾는 제주의 대표 맛집 탐방기
강석균 지음 / 넥서스BOOKS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제주를 맛보다>는 여행전문가의 책이라 내용도 적당하고, 지역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제주 여행길에 들고 가기에 제격이다. 지역별 유명 혹은 전통있는 식당을 중심으로 제주음식 이야기를 풀어낸다.

 

요즘이야 제주의 음식들이 익숙하고, 서울에도 제주음식 전문식당들이 생겼지만, 2000년대 초반 제주에 갔을때만 해도 생전 처음 듣는 음식명칭들이 많았다.

 

몸국은 제주도에서 잔치 때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육지나 제주도나 잔치에서 돼지 한 마리는 잡아야 제대로 손님을 대접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육지에서는 돼지사골을 끓인 육수에 푹 삶은 돼지 고기를 넣은 돼지국밥이나 돼지김치찌개가 대표적인 잔치음식이 라면 제주도에서는 몸국이나 고기국수가 대표적이다. (24-25)

화성 식당의 접짝뼈국 역시 제주도민의 삶이 녹아든 음식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서는 국물이 있는 음식에 대개 국을 붙인다. 갈치국, 성게국, 옥돔미역국, 각재기국, 고등어국 등이 그것이다. 화성식당의 인기 메뉴인 접짝뼈국은 생긴 모양새가 도가니탕과 비슷해 접짝뼈탕으로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으나 접짝뼈국에 머물고 있다. (32)

 

이외에도 보말, 각재기, 객주리, 어랭이 등 여러 제주에서 특별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소개된다. 식당도 깔끔한 약도로 보여주고, 주변 관광지 소개도 잊지 않는다.

 

 

음식을 설명하면서 제주의 삶도 놓치고 있지 않다.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바위에 붙은 보말을 떼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렇게 떼 온 보말의 속살을 빼내야하는데 이것 역시 끝 없는 고역이다. 작은 소라를 하나씩 집어 꼬챙이 (옷핀 등)로 일일이 속살을 빼야 하니 말이다. 이런 수고를 생각하면 보말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오히려 예전에 보말이 풍성했을 때 너무 소홀히 대접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보면 보말에는 제주 할망의 진득한 땀이 서려 있다고 할 수 있다. (188-189)

 

그렇지만 중간 중간 저자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거나,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섭지코지를 가지 않고, 섭지코지도 가지 말라고 말리는 정도이다. 2000년대 방문했을 때 넓게 펼쳐진 들판 앞에 가슴 화안하게 드러낸 바다는 놓치고 싶지 않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발로 인해 번잡하기만 하다. 게다가 안도 타다오의 최악의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글라스하우스는 시야를 막아버린다. 마치 스포츠경기장에서 중요한 장면에서 앞사람이 일어서 버려 시야가 막힌 느낌이랄까.

성산읍에서 남동쪽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반도가 섭지코지 이다. 섭지는 재사(才士 )가 많이 배출되는 곳이란 뜻이고 코지는 제주도어로 '곶'을 말한다. 현재 섭지코지에는 휘닉스아일랜드라는 리조트가 들어서 있고 리조트 안에 세계적인 건축가 아미타 준이 설계한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아고라 같은 멋진 건물이 있다. (138)

* 그리고 나중에 수정되었는지는 모르겟지만 심각한 오류가 있는데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아미타 준이 설계한 건축물은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책이지만, 여행지에서 참고할만한 책으로는 제격이 아닌가 싶다.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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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발견 : 제주의 맛 식당의 발견 시리즈
김영진 글, 한상무 사진 / 타이드스퀘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식당의발견>은 독특한 책이다. 기존의 맛집을 소개하는 책들과는 다르다.

게다가 책 초반 도발적으로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맛집의 기준은 가성비가 되고 말았다 배고파 환장했나? 많이 만 주면 다 맛집 이란다.

맛의 기준 또한 엄연히 개인적이어서 정작 맛이 있다해도 그것은 나의 맛집일 뿐'우리의 맛집은 아니다. 

맛만큼 음식을 대할 때 허망한 것도 없다 맛은 복합적인 감각의 영역이며 다양한 감각이 어우러져 작용한다. 

맛은 미각하나로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다 넓고, 방대한 편견이 만들어 낸 관용구가 '맛집'이다. 

제주 음식을그런 하찮은 단어로 소개할 수 없다. <식당의 발견>은 가장 단순하고 명징하게 식당을 다루고자 시작됐다. 그 첫 번째 시작이 제주다. (10쪽)

 

인터넷이 만들어낸 제주의 음식은 제주의 본질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제주를 여러 번 가면서 느낀 것은 점점 서울 교외지역과 다를바 업다는 것이다. 인터넷 혹은 육지인이 만들어낸 허상이 실상이 되어 가는지도

 

그렇다면 제주 음식은 무엇일까

 

제주가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육짓 것들에게 고기국수와 갈칫국, 몸국은 낯설고 황당한 음식이었다 육지 사람들은 그랬다. 

“제주 음식, 맛없지 뭐 별 거 있어?"그렇게 우린 제주의 맛에 무례했고 무심했다.

지금 제주는 뜨겁다. 사람이 몰리고 돈이 꼬인다 제주는 딱히 한 것이 없다. 

길을 좀 터주고 자신들의 밥상에 수저 한 벌 얹어줬을 뿐인데, 세상은 난리다. 

갑자기 생 긴 것도 아닌, 제주의 토속 음식에 호들갑이다 본래 제주의 자리 물회에는 날된장을 기본 으로 한 토장 양념장을 곁들인다. 그런데 요즘엔 새콤한 고추장과 고춧가루 양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제주의 음식은 조금씩 뭍에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본래 제주는 척박한 동네였다. 역사는 모질고 땅은 각박했으며 기후는 사나웠다. 소출은 적었고 물은 귀했다. 특별히 요리 라 할만한 것도 없었다. 제주의 아낙들은 자연이 주는 재료로 소박한 밥상을 차렸다. 봄에 나는 양하의 새순과 투박한 보리밥과 톳냉국은 그렇게 제주 사람들의 일상을 지탱해줬다(5쪽)

 

지금이야 돼지 육수로 만든 제주 국수가 익숙하지만, 2000년대 초반 제주를 방문했을 때 고기국수를 주문하자 육지에서 온 사람중에는 고기국수를 먹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식당 주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돼지 육수를 사용하는 일본라멘의 영향인지 아니면 예전만큼 진하게 끓여내지 않아서인지(육지화)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고기국수를 부담감 없이 주문하는 듯 하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교래리 토종닭 마을에 대한 설명이다.

교래리에서 닭백숙이 시작된 건 지역민을 대상으로 시작한 장사였다. 도시 근교의 별미 요릿집 정도로 시작됐다. 제주에서 소문난 먹거리란 회를 비롯한수산물, 그리고 돼지고기와 돼지고기가 첨가된 면 요리 일색이다. 닭은 귀했다. 제주라는 지역적 특색 때문인데, 유목인에게 가장 귀한 가축은 낙타도, 말도, 소도, 심지어 야크도 아니다. 닭이다. 닭은 곡류를 먹여 키워야 한다.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곡류도 없던 유목인이 닭을 키울 수는 없었다. 제주도도 귀했다. 화산토가 토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주에서 논농사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 귀한 곡식을 먹여 키우고, 그렇게 귀하게 키운 닭을 육고기로 잡아먹는다는 것은 춘향전의 변사또,쯤 되어야 가능했다. 그렇다고 25년 전의 제주도 얘기는아니다. 익숙해진 식습관 때문에 닭을 잡아 먹기  한육고기로 키우던 농경문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역민이 닭고기를 먹기 위해 즐겨 찾던 도시 근교 유원지가 바로 교래리였던 셈이다(34-35쪽)

닭백숙의 조리 방식은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시간을 달래기 위해 화투를 치던 독특한 문화가 우리의 식문화이다. 하지만 제주에 관광온 관광객에게 한시간은 매우 귀한시간, 다음 여행 코스로 바삐 이동해야 하는 그들에게 화투나 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닭백숙을 더 빨리 조리해 먹을 방법이 없을까?' 새로운 메뉴가 필요했다. 닭샤브샤브는 이렇게 탄생했다. 끓는 육수에 고기를 바로 익혀먹는 것, 지방이 적고 근육 양이 많은 토종닭을 샤브샤브로 익혀 먹는 것도 쉬운 건 아니었다. 가장 조직이 연한 가슴살을 생선 횟감을 뜨듯 얇게 썰어내 방법을 찾았다. 심한 노린 내는 인삼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닭 샤브샤브 요리가 된 것이다. (36쪽)

 

토종닭 마을이 생긴 건 불과 25년이다. 제주민들이 외식을 시작한 시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제주민들을 위한 닭백숙이 관광객을 위한 닭 샤브샤브로 변한 과정을 설명한다.

 

이렇게 이 책은 제주 음식에 대해 역사를 찾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찾는다. 여타 맛집 책과는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맛집이 소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색있는 그리고 의미있는 식당들이 소개된다.

 

한손에 잡힐만한 책이다. 조금 특별한 제주의 맛을 기대하고 제주를 방문한다면 들고 갈만하다. 물론 관광객들이 찾는 식당을 찾는다면 굳이 이 책이 필요없겠지만,

 

그리고 책 앞뒤에 있는 일러스트가 독특하다.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세번째는 제주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었고,

 이번에 네번째로 음식을 다룬 책들을 좀 들춰봤다. 태그는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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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트래블 : 제주 미식을 여행하다 푸드 트래블 Food Travel 1
고연경.론리플래닛 코리아.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뭔가 좀 애매하다. 기존 단순 맛집 책하고는 사뭇 다른 듯한데, 맛집 소개책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징이라면 컴팩트하게 추려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애매한 점은 130여쪽 정도로 얇지만 넓은 판형을 써서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하다.

 

 

초반에 나오는 표현이다. 사진과 제주음식에 대한 설명. 그런데 이게 전부

 

제주 음식에 대해 일러스트로 알려주는 페이지는 좋았다. 단순 설명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항상 헷갈리는 돔베고기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고, 지슬, 감저처럼 낯선 단어를 배우는 것은 반갑다.

 

그리고 소개되는 맛집들이 노포도 몇개 있지만, 대체로 현재 유행하는 식당들이어서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다. 제주음식에 대한 책을 한권 보고, 이 책을 보조용으로 들고 다니는 점에서는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어차피 많은 식당을 알려준다 해도 다 방문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책도 유용할 수는 있겠다. 게다가 론리플래닛에서 기획했으니..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세번째는 제주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었고,

 이번에 네번째로 음식을 다룬 책들을 좀 들춰봤다. 태그는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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