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되자 언론과 SNS는 영국이 바보짓을 했다는 글로 채워졌다. 그리고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검색어는 EU가 무엇인지가 1위를 한 것을 두고 EU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과연 EU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90년대 후반 유로 통합통화를 검토할 때 쯤 유럽연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다. EU의 전신인 유럽석탄공동체 등 애초부터 영국은 가입하지도 않았다. 영국이 1970년대에 유럽연합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대륙과 영국은 서로간에 신뢰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영국은 자신들의 주도권을 잃을 유럽연합에 대해 불신이 강했고, 대륙은 영국을 미국의 앞잡이로 생각한다는 글도 읽었던 터다.

 

브렉시트에 몇권의 책을 찾아 읽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갑자기 발생한 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유럽연합이 생각하는 것처럼 민주적이지도 않은데다가, 독일-프랑스에 의한 횡포도 만만치 않다. 브렉시트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들 즈음 2차대전 후 경제재건과 전범국가인 독일을 견제할 필요가 강했다.

전쟁에서 패하지도 점령당하지도 않았던 영국은 유럽인과 주권을 공유할 의사가 없었으며, 미국이나 북대 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5쪽, EU매뉴얼)

 

왜 겨우 6개국인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유럽의 분열과 관련된 해묵은 사연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서)독일, 베네룩스3국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영국은 자신들의 미래가 영연방과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380쪽, 왜 지금 지리학인가)

사실 영국은 유럽연합 참여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해왔고 프랑스와 독일이야말로 유럽연합의 추진력이었다. 예를 들어 초기 5개국이 맺은 다자간 협정으로서 국경 절차를 간소화하고 여행 제한을 완화한 쉥겐 협정 Schengen Agreement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참여했지만영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391쪽, 왜 지금 지리학인가) 

 

사실 영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유럽연합에서 배제되었을때의 피해를 감안해 마지못해 가입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영국의 특수성을 인정해 파운드화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이 양보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지속적으로 유럽연합과 융합되지는 못했다. 종종 유럽연합의 조약에 대해 영국내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프랑스 체제에 대해 영국의 개혁안은 유럽연합내에서 무시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영국의 EU 탈퇴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브렉시트를 갑자기 일어난 일인냥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유럽에 대해 무지하고, 전문가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캐머런 본인은 그저 보편적인 개혁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EU 고용법과 사회정책, 형법, 지역별 재원확보 구조에서 실질적인 영국의 선택적 이탈을 노리고 있다. 캐머런의 동지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선택적 이탈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들이 보편적인 개혁의 종합적인 청사진에 합의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부 국가의 경우 조약을 재협상하려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에서도 실리적인 해법의 여지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64쪽, 유럽연합의 종말)

 

영국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수상이, 영국의 중요한 금융 산업에 대한 안전장치가 담기지 않았다며 유럽연합 조약의 개정안을 거부했다. 그는 금융거래세를 비롯한 유럽연합의 규제가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런던의 금융 중심지-옮긴이], 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보았다 유럽 금융거래세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런던의 심장을 겨냥한 총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캐머런이 밤샘 토론 끝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귀국하자 영국의 여론은 그의 결정을 환영했다.(395쪽, 왜 지금 지리학인가)

 

그리고 <차브>라는 책을 읽어보면 영국은 제조업이 존재하지 않고, 중산층은 사라졌다. 제조업 및 노동자를 적으로 생각하고, 노동자계층을 아예 없애버린 대처의 정책으로 현재 영국은 정상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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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매 2016-10-03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