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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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리스본은 지리상 발견의 시대의 대표적인 도시였다. 스페인과 더불어 15,16세기 활발한 해외 탐험을 통해 교역로를 확보하고 신대륙의 많은 나라를 정복했다. 신대륙(브라질)에서 발견된 금광은 리스본을 17세기 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리스본은 또한 가장 강력한 카톨릭 국가의 하나였다. 막대한 부로 로마 교황청의 최대 후원자였으며 유럽내 가장 독실한 카톨릭국가였다. 이는 제2차 십자군 원정당시 이슬람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 리스본의 종교재판소는 많은 이들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화형에 처했던 곳이기도 하다.
 

1755년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축일이라 불리던 만성절이었다. 리스본의 모든 이들이 미사를 보려던 시점 땅은 크게 요동쳤다. 저 멀리 스코틀랜드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큰 지진은 90분 후 세차례의 큰 해일로 리스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처음 지진이 나고 사람들은 지진에서 안전해 보인 해안가로 몰려들었는데 이후 닥친 해일을 피할 수 없었다. 리스본의 모든 것들은 무너졌고 왕조차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직자들은 리스본의 타락을 이야기했고 신의 징벌이라 외치며 회개를 강요했다. 무너져 버린 왕궁탓에 천막으로 된 임시처소에 머문 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도를 옮겨야 된다는 이 부터 회개를 이야기하는 성직자들 틈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한 카르발류라는 대신이 왕을 알현했다 그는 왕에게 " 죽은자를 묻고 산자에게 먹을 것을 주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유일하게 현실적인 대답을 한 사람이었다. 카르발류는 곧 왕의 전권을 뒤에 엎고 지진 현장에 나타난다.

 

그는 곧 병력을 동원하고 피난한 건장한 남자들을 소집해 시신을 수습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는 전염병의 창궐을 막게 된 것이다. 이 후 무너진 리스본 재건에 나선다. 평민출신에서 리스본 도시 건설 최고 책임자가 된 마이아의 제안으로 수직으로 반듯한 도로, 대칭적인 건물, 거대한 광장으로 리스본을 재설계했다. 4층 높이의 건물과 넓은 도로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둔 리스본 재건계획은 곧 귀족과 성직자들의 반발을 산다. 집으로 평민들과 차별을 두어야만 했던 귀족들은 건축의 통일성속에 전복적인 평등사상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런 여러 이유로 리스본 재건계획은 더디어 갔지만 계몽주의를 실현하고자 한 카르발류의 독재덕에 리스본은 새로운 세계를 맞게 된다.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리스본의 아름다운 도시미학은 바로 이때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카르발류는 곧 지진의 피해를 조사하게 되는데 지금의 시각으로야 아주 단순한 질문이지만 지진이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지진의 피해는 어떤지, 그리고 지진에 의해 어떤 구축물들이 피해를 입었는지와 인명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종교적인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리스본의 재건 과정까지 살펴봤을 때 카르발류는 근대 재난관리의 장을 열었다.

 

사실 이 리스본 대지진은 단순히 지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유럽의 지성들에게도 큰 사건이었고, 유럽인들에게도 큰 일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도시가 지진에 의해 폐허가 된 것은 유럽에서는 처음 있는 일었다.  상식적이었던 유럽의 철학자들 눈에 신의 징벌이라는 소리는 말이 되지 않았다. 당시 리스본은 종교적인 도시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개신교와의 갈등이 있었긴 하였지만 철학자들이 보기에 신의 징벌이 될만한 도시들은 따로 있었다. 즉시 볼테르는 그이 낙관주의 철학을 버렸고 루소 또한 지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영국의 지질학자들은 지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리스본 대지진은 유럽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 당시 낙관적 계몽주의는 인간이 얼마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냐며 이성과 신학의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리스본 대지진으로 이런 낙관적 계몽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특히 성인의 축제일에 일어난 이러한 사건은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가져왔다. 바로 볼테르를 비롯한 철학자들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여전히 고집스러웠다. 개신교는 리스본 대지진을 카톨릭이 가지고 있던 무자비한 종교재판소와 종교적 차이에 의한 신의 징벌이라고 봤다는 점에서 카톨릭과 다름 없었다. 칼뱅파를 위시한 개신교와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이런 비판에 앞장섰는데 근본적으로 신의 징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런 종교적인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남아시아를 휩쓸었던 쓰나미에 이슬람은 그들이 코란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였고 비기독교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서 미국의 목사들은 신의 징벌임을 강조했다. 이번 일본 동북부지역의 지진에 대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목사들 또한 신의 징벌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1755년과 지금의 종교가 과연 어떤 점에서 다른지 궁금하다. 카톨릭과 개신교 모두 신의 징벌이라는 무지한 논리를 편 반면 영국성공회는 자연재해 보다 매일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오히려 더 놀랍다며 이런 광신도적인 접근에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접근을 보였다.

 

인간은 아직도 지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직 지진에 대한 완벽한 이론도 없다. 하지만 리스본 대지진 이후 더디지만 지진 연구의 괄목할 성장을 보였다. 단순히 지진에 대해서만 알아간 것은 아니다.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라는 인간에 대한 이성에 대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 뒤에 리스본 대지진을 통해 신중심주의와 결별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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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매티스 레비 외 / 기문당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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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5년 11월 1일 리스본을 쑥더미로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지진이었다. 이 지진은 저 멀리 스코틀랜드에까지 충격이 있을정도였다. 특히 '성인의날(카톨릭종교의 날)'에 발생한 이 지진에 성직자들은 타락한 세상에 대한 신의 경고라 하였고, 많은 이들이 성직자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마르쿠에스데 폼발이라는 사람에 의해 건물들은 다시 수리되었고, 전염병이 돌기 전 죽은자들을 매장하도록 하였다. 신의 징벌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진은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강조한 그에 의해 리스본은 재건되었다. 그리고 이 때 부터 지진이 문서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진학의 시초가 되었다.


리스본 지진이 일어난 후 캠브리지대학의 지질학자에 의해 지진파가 제시되었고 이후 연구를 통해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던 P파와 S파가 발견되었다. 지진파의 발견은 지구내부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지진의 신비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진원이 어디인지 지진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지진에 위험한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이다

 

판구조론.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그리고 작은 필리핀판의 경계에 있어 지진 및 화산에 취약한 곳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인지적한계 때문에, 지구과학시간에 배웠음에도 불구하고,지구는 멈춰있는것으로 지각은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무식하게도 일본동북부 지역의 지진에 대해서 신의 징벌 운운하는 목사들이 있다. (우스운 점은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목사라 하는 자들이 불법, 헌금횡령, 돈선거 등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인데 신이 징벌하려고 했다면 과연 누구를 했을까.) 아직 지구에 대해서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일부분이다. 아직 지구 내부까지 관찰도 못했다. 그럼에도 여러 실험으로 지구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일단 지각은 핵과 맨틀위에 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지각에 대해서 대륙설, 대양설등이 있었는데 1950년대 태평양 및 대양에 해령(해저산맥)이 발견되면서 판구조론이 받아들여졌다. 판구조론으로 지진과 화산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판과 판이 마주하는 곳에서는 쉼없이 지각운동이 일어난다. 물론 인간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지만. 그 태평양판의 양쪽 끝에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가 존재한다. 지진에 의한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지진의 예측에 많은 연구를 쏟아붇고 있지만 지구는 쉽게 그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은 지진을 경험하면서 지진에 대비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진을 예측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지진과 건물의 진동주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지진시 건축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내진설계를 하게 된다. 콘크리트 기초구축물을 강화해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는 노력에 진동에 건물이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지하를 이용하거나 인위적인 가력기를 통해 지진시 건물에도 동일한 진동을 강제하는 방법 등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여러 면진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림. 미국의 경우 보통 1층을 차고로 사용하면서 약한 벽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지진 발생시 집이 그대로 주저앉게 되었는데 여기서 면진의 한 방법을 찾게 되었다. 1층이 찌그러지면서 2층 이상의 부분이 안정적인 형태로 그대로 주저 앉았는데 지하층에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건물의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이렇게 지구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진학의 탄생, 지진 그리고 면진 및 대처방안까지 지진에 집중된 이야기를 한다.  특히 다양한 도표와 그림이 사용되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L.A 지역의 지진의 위험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주변에는 3개의 단층과 숨겨진 1개의 단층이 있는데 1994년의 지진에 숨겨진 단층이 수평단층을 노출시켰는데 과거와는 다른 큰 지진피해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절판되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후기를 남기며 조회해보니 다시 판매가 되고 있다.)


또한 아쉬운 점 중에 하나는 1923년 관동대지진 설명 말미에 지진과 화재 후의 공포상황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불을 질렀다 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체포되었지만 질서가 회복되어 풀려났다고 한 부분이다. 실제로는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에 대한 대학살이 있었는데 단순히 일본측 자료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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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 지진과 해일은 예측이 가능한가 고정관념 Q 12
크리스토프 부아쟁 지음, 한정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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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각은 항상 움직이고 있다. 지구상에는 하루에 수차례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거대한 지진 역시 며칠에 한번씩 발생하는데 지표면에서 멀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친다. 그러나 바로 얼마전 일본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발생은 해구형지진으로 대규모 쓰나미를 일으켰고 쓰나미에 의한 피해가 무엇보다 크다.


날씨도 예보를 하는데 지진은 왜 못할까? 여기에는 사실 결정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에도 큰 문제가 있지만 과학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오류를 감안한 예측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진학자들은 언제든 특정 오류를 범한 채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 주민들의 반응 역시 지진 자체보다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재난의 예고는 광범위한 불안을 유발하고 인간성 상실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학력이 높은 주민들은 군소리 없이 도시를 떠난다. 과학자들의 예측의 불확실성은 첫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날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주일 후에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마을로 다시 돌아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밖에서 기다릴 것인가? 결정은 훨씬 어렵다."(100쪽~101쪽)

 

이와 관련된 중요한 예가 있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쓰나미 경보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커다란 지진이 쓰나미 상습 발생 지역에서 일어났음이 확인된 후 하와이에 지진이 예고되었다. 경보가 발령되었고 주민들은 대피했다.
많은 지진이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이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특히 1957년 북태평양 알레우티엔트 섬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는 희생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 칠레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하와이의 소규모 항구 힐로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미리 통고를 받았다. 하지만 1958년과 1959년에도 해일 경보가 발령되었지만 해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지 않았던 것이다."(90쪽~91쪽)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문제는 사람들은 지구를 멈춰있는 것으로 느끼지만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있고, 그 정체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지구'는 고정관념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이다. 지진과 해일은 지구의 활동이라는 3부에서 설명되는데 지진, 화산, 해일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한다. 이외에 지구의 생성과 변화 등 지구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판구조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냥 쉽게 읽어나가기에 괜찮은 책이다. 문제는 조금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은 찾기가 힘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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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를 남긴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독서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덜 하지만 후기를 남긴다는 것은 일단 자리 잡고 앉아야 한다는 심각한 제약이 있다. 그래서 요즘 생각해보는 것이 아이폰을 이용해 보는 것인데.... 

4~5월 지진 관련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사실 3월, 4월에 있어 집안과 회사일에 물리적인 변동이 있어 책 읽기에 많은 시간을 쏟지는 못하고 있지만.. 후기를 기다리는 책들을 정리해보자. 

 

 

 

 

 

 

 

 

 

 

 

 

 

 

 

 

 

 

 

 

 

 

 

 

 

 

 

 

이 중 다음블로그에 올려놓은 것들은 별도로 옮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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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전혀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값비싼 클래식 공연에 돈을 쓰고, 새로운 맛을 찾고자 하는 개인적인 습성은 개인주의적 보수주의 가깝다. 특히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그런 보수성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러나 2MB가 청와대에 들어선 후 점점 더 비판을 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고, 뉴스를 믿지 않고 있다. 얼마전 이지아-서태지 사건도 BBK건과 관련된 건을 감추려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퍼뜨리지 않았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참은 늦어보이지만 대한민국을 퇴행시키고 있는 2MB정권을 비판하는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김세균·강정구·장상환 등 지음/메이데이ㆍ1만8000원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는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교수들이 각자 전공 분야의 현실을 고발하는 비상궐기대회 같은 책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3대 교수·학술단체가 참여한 대형 기획으로, 정치 사회 노동 경제 문화 언론 사법 등 15개영역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만에 최악 수준의 퇴행이 이뤄졌고, 이런 퇴행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은 단 한 가지, 이명박 정부의 독단 때문임을 각종 자료와 분석으로 논증한다.

기획 의도상 책은 강하고 날선 비판이 이어지지만 독자들에겐 유명 학자들이 어떤 부분을 문제로 포착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현상들이 문제라고 경고하는지를 보면서 분야별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과 의미있는 지표, 개념들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양서처럼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대중들이 그냥 간단하게 “세상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하는 현상의 이면과 너머에 있는 구조적 문제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분야별로 문제로 꼽히는 것들을 읽다 보면 비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분야의 기본 흐름과 상식을 요약해 훑어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필자 중 한 명인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그 심정을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주의의 후퇴나 대미 종속 심화로 인한 국익 훼손, 외교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국제 고립, 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예술과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종교까지 권력의 파트너가 되는 ‘퇴행의 종합선물세트’보다 더 심각한 퇴행은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이 “물신·탐욕공화국으로 전환”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를 맞아 자발적으로 장롱에서 금붙이를 꺼내 나라에 헌납하고, 충남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자 100만명 넘게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던 국민들이 지금은 “나만이 경쟁에서 이기고 나만이 잘살자”는 소시민으로 바뀌게 되고, 그리고 “그런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 부조리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아무런 소통도 없이 강력히 집행”하는 점이야말로 가장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이 책과 같은 ‘기억투쟁’이 필수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93.html

인지과학이 점점 영역을 확장하는 느낌이다. 인지심리학, 인지철학, 인지언어학을 넘어서 자본주의를 인지적관점에서 연구한 책이 출간되었다.  

인지자본주의
조정환 지음/갈무리·2만5000원
  

"서로 다르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복합체인 ‘다중’, 새로운 것을 함께 창조하는 관계를 맺는 ‘공통되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향해 약동하는 자기생성적 힘인 ‘삶정치’ 등 지은이가 즐겨 구사해온 개념어들 가운데에서도, 제목에서 나타났듯 ‘인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인지는 “생명체가 지각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의지하는 등의 활동에 포함되는 정신적 과정을 총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인지생물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인지가 여러가지 감각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의 경험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진화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지은이는 이런 인지의 개념을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과 연결시킨다. 자본은 처음엔 자연력을 무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축적 체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투쟁에 부딪힌 자본은 기계를 늘리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추방하는 길을 택했다. 결과물을 물질로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육체노동과 다르게, 말을 하거나 모니터를 보는 등 결과물을 물질로서 규정할 수 없는 인지활동이 노동과정의 주축이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보화, 탈산업화 등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은이는 이를 “노동의 인지화”라 부르며 이런 노동형태의 변화가 모든 자본주의 영역에서 ‘인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에 이은 제3기 자본주의로서의 ‘인지자본주의’다. 지은이는 노동형태와 자본형태, 시간과 공간, 정치와 계급, 지성 등의 문제를 인지적 관점으로 재구성하며,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탈산업사회, 정보화사회 등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다양한 분석의 틀을 인지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폭넓게 아우른다. 노동시간으로 물질적·신체적 노동을 착취했던 이전과 달리 인지자본주의에선 비물질적·인지적 노동과 노동시간 척도 사이에 심각한 부조화가 일어난다.

이에 따라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주체와 생산관계’ 자체를 생산하며, 이 생산 알고리즘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축적 체제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다중의 인지활동들에 자유와 효율성을 부과하면서 그 분산된 활동들을 집중시키고 연결시키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다. 구석구석 연결된 삶 전체가 점차 하나의 ‘공통적인 것’으로 변하고, 자본은 그 자체를 착취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사회연결망서비스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75.html

작년 부터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본, 중국에 대한 책 소개를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중국에 대한 색다른 책이 나와서 목록에 올려둔다.  

 자본전쟁 랑셴핑,홍순도 옮김/비아북·2만원.

"세계를 장악한 중국산 제품들 때문에 중국산 제품 없는 세상을 뜻하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를 외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 지 오래다. 이처럼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국이 스스로를 ‘서양 자본 침탈의 피해자’라고 외치는 것은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국제금융학)는 자신의 책 <자본전쟁>에서 “중국은 ‘현대판 동인도회사’의 각축장”이라고 말하며, 현실은 거꾸로라고 한다.

랑셴핑 교수는 중국 관료·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서슴지 않아 ‘미스터 마우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미국 유학파’이면서도 최근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제3세계를 잠식해 가는 것을 ‘신제국주의’라고 정의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그 대표적 사례로 식용유 원료인 ‘대두’를 꼽는다. 중국은 대두 생산량도 많고, 식용유 소비도 높다. 이를 노린 미국 종자회사 몬샌토는 2000년 중국에서 몰래 빼낸 대두 유전자로 전세계 특허를 따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거의 대부분에 대해 몬샌토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 월스트리트의 ‘엄호사격’을 받은 미국 금융 투기꾼이 대두 값을 높여 중국의 대두가공업체들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파산 직전에 몰린 이 업체들을 미국의 거대 식품업체들이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89.html 

2년전 쯤인가 조지 오웰 읽기를 했던 적이 있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었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버마시절'을 읽으면서 '1984'와 '카탈로니아찬가'를 찜해 두었었다. '1984'는 원서로 준비한 까닭에 초반 몇 페이지 읽다가 말았고, '카탈로니아찬가'는 다른 르포문학과 함께 읽으려 잠시 보류해 두었었는데 이제 조지 오웰 독서목록이 완성되었다. 최근 조지 오웰의 번역본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3000원

"<숨 쉬러 나가다>의 주인공은 마흔다섯 살 먹은 ‘뚱보’ 조지 볼링. 18년차 보험영업사원인 그는 적당히 세속적이고 현실 순응적인 인물이지만, 그가 놓여 있는 1938년 런던의 현실은 파시즘의 대두와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 때문에 숨 막힐 듯 암울하기만 하다. 그가 우연하게도 경마에서 딴 돈을 쓸 궁리를 하다가 20년 전에 떠나온 고향을 떠올린다. “험악한 시절이 시작되기 전에” “숨 쉬러 나간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찾지만, 고향은 더 이상 그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이 아니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쓰레기통 세상의 오염은 성층권에까지 도달해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 <숨 쉬러 나가다>는 제목과는 정 반대로 매우 우울하고 비관적인 결론으로 나아간다. 오웰이 여기서 예견했던바 “폭탄, 식량배급 줄, 경찰봉, 철조망, 무슨 색 셔츠단, 슬로건, 거대한 얼굴 포스터, 침실 창 밖으로 갈겨대는 기관총”과 같은 것들은 이 책이 출간된 지 석 달 뒤에 터진 2차대전으로 현실이 되었다. “생존자는 열아홉 명인데 구명튜브는 열네개밖에 없는 난파선”으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소외의 징후, 그리고 낚시로 대표되는 유년기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은 이 책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전자로부터 입은 상처를 후자의 힘으로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 주인공과 작가의 바람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307.html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을 내놓았다. 한기호 소장은 몇 해 전 국제도서전시회에서 뵌 적이 있었다. 물론 인사를 한 것은 아니고 출판마케팅연구소 부스에 계셨는데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 세 권을 그 자리에서 구입했었다.

<베스트셀러 30년>
한기호 지음/교보문고·1만8000원


"30년 동안 출판계에서 일해온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쓴 <베스트셀러 30년>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또다른 거울인 이 베스트셀러의 흐름과 면면을 정리한 책이다. 교보문고의 30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토대로 해마다 어떤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런 독자들의 선택에 담긴 의미가 어떤 것인지 풀어보고 큰 흐름을 잡아나간다. 어느새 ‘역사’가 된 연도별 베스트셀러 책들의 목록에서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꾸었던 꿈을 반추해보게 된다.

..... 

베스트셀러 목록만 살펴봐도 시대의 변화가 느껴진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는 민중과 역사를 반영했고, 1990년대는 개인주의, 2000년대에는 절대 고독의 개인으로 열쇳말을 바꾸었다. 베스트셀러는 이처럼 시대와 그 시대의 욕망을 담고 있다.

한 소장은 한발 더 나가 “베스트셀러는 시대를 앞서간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가 탁월한 사상적 비전을 제시하든 혹은 은밀한 욕망을 반영하든 현실보다 앞서간다는 것이다.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먹고 마시는 관광버스 중심의 집단여행에서 직접 차를 몰고 다니는 가족 여행으로 바뀌는 분위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93년 선보인 <반갑다 논리야>는 청소년의 철학적 통찰력을 키워주는 책이지만 1994년 본고사 부활과 논술고사 도입으로 대박이 났다. 1996년 여성의 성적 자유를 다룬 <표현하는 여자가 아름답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1998년 젊은 여성들의 성적 담론을 다룬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유부녀와 연하남의 파격적인 성애를 다룬 영화 <정사>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소장은 베스트셀러를 어두컴컴한 탄광의 갱도 안에서 산소 부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구슬프게 우는 ‘카나리아’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카나리아는 몇 번이나 울었을까? 지은이는 우리나라 출판계에 큰 영향을 준 큰 사건이 10년 주기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전두환의 군사독재, 1989년 동구권의 몰락,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략 10년 주기로 일어났다는 것. 1980년대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인문사회과학책이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이 주류였다. 또 <타는 목마름으로> <노동의 새벽> 같은 민중시도 인기였다. 1990년대는 자기분출의 시기였다. 많은 베스트셀러에 ‘나’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그런 책이다. 구제금융 체제에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따위의 자기계발과 재테크 책이 유행했다.

한 소장은 수많은 사건 가운데 우리 출판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금서 해제와 출판사 설립 붐을 가져온 1987년 6월 항쟁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 체제 △동아시아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위기임을 증명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3가지를 꼽았다. 이 세 사건을 겪으면서 대중의 욕망은 현실개혁에서 자기계발로 그리고 희망 없음으로 급변했고 베스트셀러들은 이런 변화를 포착해 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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