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전혀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값비싼 클래식 공연에 돈을 쓰고, 새로운 맛을 찾고자 하는 개인적인 습성은 개인주의적 보수주의 가깝다. 특히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그런 보수성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러나 2MB가 청와대에 들어선 후 점점 더 비판을 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고, 뉴스를 믿지 않고 있다. 얼마전 이지아-서태지 사건도 BBK건과 관련된 건을 감추려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퍼뜨리지 않았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참은 늦어보이지만 대한민국을 퇴행시키고 있는 2MB정권을 비판하는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김세균·강정구·장상환 등 지음/메이데이ㆍ1만8000원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는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교수들이 각자 전공 분야의 현실을 고발하는 비상궐기대회 같은 책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3대 교수·학술단체가 참여한 대형 기획으로, 정치 사회 노동 경제 문화 언론 사법 등 15개영역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만에 최악 수준의 퇴행이 이뤄졌고, 이런 퇴행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은 단 한 가지, 이명박 정부의 독단 때문임을 각종 자료와 분석으로 논증한다.

기획 의도상 책은 강하고 날선 비판이 이어지지만 독자들에겐 유명 학자들이 어떤 부분을 문제로 포착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현상들이 문제라고 경고하는지를 보면서 분야별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과 의미있는 지표, 개념들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양서처럼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대중들이 그냥 간단하게 “세상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하는 현상의 이면과 너머에 있는 구조적 문제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분야별로 문제로 꼽히는 것들을 읽다 보면 비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분야의 기본 흐름과 상식을 요약해 훑어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필자 중 한 명인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그 심정을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주의의 후퇴나 대미 종속 심화로 인한 국익 훼손, 외교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국제 고립, 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예술과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종교까지 권력의 파트너가 되는 ‘퇴행의 종합선물세트’보다 더 심각한 퇴행은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이 “물신·탐욕공화국으로 전환”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를 맞아 자발적으로 장롱에서 금붙이를 꺼내 나라에 헌납하고, 충남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자 100만명 넘게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던 국민들이 지금은 “나만이 경쟁에서 이기고 나만이 잘살자”는 소시민으로 바뀌게 되고, 그리고 “그런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 부조리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아무런 소통도 없이 강력히 집행”하는 점이야말로 가장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이 책과 같은 ‘기억투쟁’이 필수라는 것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93.html

인지과학이 점점 영역을 확장하는 느낌이다. 인지심리학, 인지철학, 인지언어학을 넘어서 자본주의를 인지적관점에서 연구한 책이 출간되었다.  

인지자본주의
조정환 지음/갈무리·2만5000원
  

"서로 다르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복합체인 ‘다중’, 새로운 것을 함께 창조하는 관계를 맺는 ‘공통되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향해 약동하는 자기생성적 힘인 ‘삶정치’ 등 지은이가 즐겨 구사해온 개념어들 가운데에서도, 제목에서 나타났듯 ‘인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인지는 “생명체가 지각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의지하는 등의 활동에 포함되는 정신적 과정을 총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인지생물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인지가 여러가지 감각운동 능력을 지닌 신체의 경험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진화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지은이는 이런 인지의 개념을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과 연결시킨다. 자본은 처음엔 자연력을 무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회적 노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축적 체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투쟁에 부딪힌 자본은 기계를 늘리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추방하는 길을 택했다. 결과물을 물질로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육체노동과 다르게, 말을 하거나 모니터를 보는 등 결과물을 물질로서 규정할 수 없는 인지활동이 노동과정의 주축이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보화, 탈산업화 등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은이는 이를 “노동의 인지화”라 부르며 이런 노동형태의 변화가 모든 자본주의 영역에서 ‘인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에 이은 제3기 자본주의로서의 ‘인지자본주의’다. 지은이는 노동형태와 자본형태, 시간과 공간, 정치와 계급, 지성 등의 문제를 인지적 관점으로 재구성하며,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탈산업사회, 정보화사회 등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다양한 분석의 틀을 인지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폭넓게 아우른다. 노동시간으로 물질적·신체적 노동을 착취했던 이전과 달리 인지자본주의에선 비물질적·인지적 노동과 노동시간 척도 사이에 심각한 부조화가 일어난다.

이에 따라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주체와 생산관계’ 자체를 생산하며, 이 생산 알고리즘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축적 체제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다중의 인지활동들에 자유와 효율성을 부과하면서 그 분산된 활동들을 집중시키고 연결시키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다. 구석구석 연결된 삶 전체가 점차 하나의 ‘공통적인 것’으로 변하고, 자본은 그 자체를 착취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사회연결망서비스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75.html

작년 부터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본, 중국에 대한 책 소개를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중국에 대한 색다른 책이 나와서 목록에 올려둔다.  

 자본전쟁 랑셴핑,홍순도 옮김/비아북·2만원.

"세계를 장악한 중국산 제품들 때문에 중국산 제품 없는 세상을 뜻하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를 외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 지 오래다. 이처럼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국이 스스로를 ‘서양 자본 침탈의 피해자’라고 외치는 것은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국제금융학)는 자신의 책 <자본전쟁>에서 “중국은 ‘현대판 동인도회사’의 각축장”이라고 말하며, 현실은 거꾸로라고 한다.

랑셴핑 교수는 중국 관료·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서슴지 않아 ‘미스터 마우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미국 유학파’이면서도 최근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제3세계를 잠식해 가는 것을 ‘신제국주의’라고 정의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그 대표적 사례로 식용유 원료인 ‘대두’를 꼽는다. 중국은 대두 생산량도 많고, 식용유 소비도 높다. 이를 노린 미국 종자회사 몬샌토는 2000년 중국에서 몰래 빼낸 대두 유전자로 전세계 특허를 따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거의 대부분에 대해 몬샌토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 월스트리트의 ‘엄호사격’을 받은 미국 금융 투기꾼이 대두 값을 높여 중국의 대두가공업체들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파산 직전에 몰린 이 업체들을 미국의 거대 식품업체들이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89.html 

2년전 쯤인가 조지 오웰 읽기를 했던 적이 있다. 동물농장을 다시 읽었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버마시절'을 읽으면서 '1984'와 '카탈로니아찬가'를 찜해 두었었다. '1984'는 원서로 준비한 까닭에 초반 몇 페이지 읽다가 말았고, '카탈로니아찬가'는 다른 르포문학과 함께 읽으려 잠시 보류해 두었었는데 이제 조지 오웰 독서목록이 완성되었다. 최근 조지 오웰의 번역본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3000원

"<숨 쉬러 나가다>의 주인공은 마흔다섯 살 먹은 ‘뚱보’ 조지 볼링. 18년차 보험영업사원인 그는 적당히 세속적이고 현실 순응적인 인물이지만, 그가 놓여 있는 1938년 런던의 현실은 파시즘의 대두와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 때문에 숨 막힐 듯 암울하기만 하다. 그가 우연하게도 경마에서 딴 돈을 쓸 궁리를 하다가 20년 전에 떠나온 고향을 떠올린다. “험악한 시절이 시작되기 전에” “숨 쉬러 나간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찾지만, 고향은 더 이상 그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이 아니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쓰레기통 세상의 오염은 성층권에까지 도달해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 <숨 쉬러 나가다>는 제목과는 정 반대로 매우 우울하고 비관적인 결론으로 나아간다. 오웰이 여기서 예견했던바 “폭탄, 식량배급 줄, 경찰봉, 철조망, 무슨 색 셔츠단, 슬로건, 거대한 얼굴 포스터, 침실 창 밖으로 갈겨대는 기관총”과 같은 것들은 이 책이 출간된 지 석 달 뒤에 터진 2차대전으로 현실이 되었다. “생존자는 열아홉 명인데 구명튜브는 열네개밖에 없는 난파선”으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소외의 징후, 그리고 낚시로 대표되는 유년기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은 이 책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전자로부터 입은 상처를 후자의 힘으로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 주인공과 작가의 바람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307.html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을 내놓았다. 한기호 소장은 몇 해 전 국제도서전시회에서 뵌 적이 있었다. 물론 인사를 한 것은 아니고 출판마케팅연구소 부스에 계셨는데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 세 권을 그 자리에서 구입했었다.

<베스트셀러 30년>
한기호 지음/교보문고·1만8000원


"30년 동안 출판계에서 일해온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쓴 <베스트셀러 30년>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또다른 거울인 이 베스트셀러의 흐름과 면면을 정리한 책이다. 교보문고의 30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토대로 해마다 어떤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런 독자들의 선택에 담긴 의미가 어떤 것인지 풀어보고 큰 흐름을 잡아나간다. 어느새 ‘역사’가 된 연도별 베스트셀러 책들의 목록에서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꾸었던 꿈을 반추해보게 된다.

..... 

베스트셀러 목록만 살펴봐도 시대의 변화가 느껴진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는 민중과 역사를 반영했고, 1990년대는 개인주의, 2000년대에는 절대 고독의 개인으로 열쇳말을 바꾸었다. 베스트셀러는 이처럼 시대와 그 시대의 욕망을 담고 있다.

한 소장은 한발 더 나가 “베스트셀러는 시대를 앞서간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가 탁월한 사상적 비전을 제시하든 혹은 은밀한 욕망을 반영하든 현실보다 앞서간다는 것이다.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먹고 마시는 관광버스 중심의 집단여행에서 직접 차를 몰고 다니는 가족 여행으로 바뀌는 분위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93년 선보인 <반갑다 논리야>는 청소년의 철학적 통찰력을 키워주는 책이지만 1994년 본고사 부활과 논술고사 도입으로 대박이 났다. 1996년 여성의 성적 자유를 다룬 <표현하는 여자가 아름답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1998년 젊은 여성들의 성적 담론을 다룬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유부녀와 연하남의 파격적인 성애를 다룬 영화 <정사>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소장은 베스트셀러를 어두컴컴한 탄광의 갱도 안에서 산소 부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구슬프게 우는 ‘카나리아’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카나리아는 몇 번이나 울었을까? 지은이는 우리나라 출판계에 큰 영향을 준 큰 사건이 10년 주기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전두환의 군사독재, 1989년 동구권의 몰락,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략 10년 주기로 일어났다는 것. 1980년대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인문사회과학책이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이 주류였다. 또 <타는 목마름으로> <노동의 새벽> 같은 민중시도 인기였다. 1990년대는 자기분출의 시기였다. 많은 베스트셀러에 ‘나’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그런 책이다. 구제금융 체제에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따위의 자기계발과 재테크 책이 유행했다.

한 소장은 수많은 사건 가운데 우리 출판계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금서 해제와 출판사 설립 붐을 가져온 1987년 6월 항쟁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 체제 △동아시아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위기임을 증명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3가지를 꼽았다. 이 세 사건을 겪으면서 대중의 욕망은 현실개혁에서 자기계발로 그리고 희망 없음으로 급변했고 베스트셀러들은 이런 변화를 포착해 왔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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