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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와 에너지 정책의 미래
김수진 외 지음 / 도요새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5개월 전 일본의 원자력 사고로 전 세계의 원자력 위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자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많은 안전사고를 냈지만 지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할 즈음 원자력과 관련된 책 목록을 만들었었다. 아쉽게도 시간이 흐른 뒤 이 책만을 읽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환경전공, 기자 등 총 7명의 저자들이 모여 몇가지 주제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원자력의 안전성, 경제성 그리고 원자력 문제를 다루는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다루는 종합서적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이 각광받는 가장 큰 원인은 무한에너지라는 희망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재추출 할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게 되면 약 95~96%의 우라늄을 다시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원자력 발전에 활용 가능하다는 논리인데, 문제는 재처리 과정에서 약 1%의 플루토늄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핵확산 금지조약 등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이슈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원자력폐기물 재처리 과정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원자력핵협정과 한반도비핵화선언에 의해 원자력폐기물 재처리를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사실 원자력폐기물 재처리는 원자력의 재사용보다는 플루토늄 보유를 통한 핵무기 보유를 실제 목적으로 하고 있어 무한에너지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다.
원자력을 무한에너지로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다에 녹아있는 우라늄 등을 활용할 수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라늄 역시 다른 천연자원처럼 확보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원자력을 주목하는 두번째 이유는 경제성이다. 원자력 생산이 화력, 수력 발전 등 기존의 발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소 건립, 유지 관리를 위한 비용을 간과한채 생산비용만 따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은 민간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일본이나 핀란드 등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원자력 개발 등 상당한 부분을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두번째는 우라늄 채광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우라늄을 쉽게 채광하던 시절과과 달리 이제는 상업성이 있는 우라늄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90년대 까지 우라늄의 가격은 파운드당 10달러 미만으로 안정적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 한 때 136달러까지 치솟는 등 예전처럼 싼 가격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중국 등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늘어날 계획이기 때문에 우라늄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30~40달러 수준 이하로는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우라늄 보유 역시 석유와 마찬가지로 몇 몇 나라가 독점하고 있어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았던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쉽지 않은 틈을 타 원자력을 청정하다는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화력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기본적으로 안전하지 않는 원자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단순히 탄소배출량을 이유로 친환경적이라 주장하지만 이번 일본 원자력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자력은 환경자체에 큰 위협요소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원자력 르네상스라 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원자력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위험성을 무시하고 있고, 중국은 새로운 원자력 강국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원자력 르네상스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1950년대에 장밋빛 과학을 바탕으로 인류의 에너지를 해결해줄 것으로 원자력이 대두되었었다. 특히 핵폭탄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인류에 과학에 대한 무한 신뢰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원자력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기후변화의 해법으로 원자력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는 50년전의 유행과 크게 다를바 없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것이라는 믿음 등이 그것이다.
원자력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위험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불감증'이라는 원인도 있겠지만, 정보를 왜곡하고 감추기도 하며 때로는 애국주의를 내세운다. 실제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원전 사고에 대해 국가적인 행사를 이유로 숨겨왔고, 최근에는 원자력 수출이라는 미명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의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원자력에 대한 무지이다. 원자력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달리 실생활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식품중에 방사선 조사 식품이 있다.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는 방사선 물질에서 방출되는 빛으로 멸균처리된 제품을 말한다. 방사선은 식품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통해 물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형, 손상시킨다. 식품 속의 병균이나 공팡이 등은 모두 죽게 되고 다시는 식품에 생물이 번식하지 못할 상태로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사선 조사 식품은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상하거나 싹이 나지 않고 상온에서 몇 개월을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133쪽) 우라나라의 경우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고추가루, 건포도 등의 경우까지 방사선을 쐬고 있어 방사선에 노출된 식품과 상당히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경우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까다로운 규정을 가지고 있다. 2003년 6월 스위스에서 한국산 라면의 판매가 중단되었다.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스위스 보건성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표기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여 판매가 금지되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지금 현재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당장의 대체 에너지를 찾기 힘든 현실과 원자력이 갖는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결정이 너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원자력 정책은 어떻게 해 나갈지 과학적인 접근 외에도 정치, 사회적 접근 없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의 문제는 에너지에 대한 문제이자,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원자력발전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꼭 상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와 안전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 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못합니다. .... 결국은 수명이 아주 긴 방사는이 남게 됩니다. .... 100만 년이 지나도 아직 1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 독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이러한 불을 만들었다는 것은 에너지 기술을 만든 게 아닙니다. 인간이 만든 불이라면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어야죠.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 마음대로 못하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이건 완전한 기술이기는 커녕 인간이 의존할 기술도 아닙니다."(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