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없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그래서 찾는 방법은 책 소개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고, 일주일에 한두번 서점에 들러 책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최근 눈에 띄는 서평집이 많은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 아예 책을 소개하는 시리지를 출판했다. 1차분으로 '교육', '20대', '중국'이 출간되었는데 '중국'에 관심이 간다. 중국을 주제로 한 책읽기를 할 생각인데 중국이라는 주제 자체가 너무 방대해 고민 중이다. 이 책이 이런 고민에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새로 나온 ‘앎과 삶 시리즈’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적합해 보이는 책공부 길잡이책이다. ‘한 주제 집중 서평’이란 새로운 방식을 들고나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를 먼저 정하고, 그 분야의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이 필독서인지 골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서평으로 소개한다. 1차분으로 먼저 ‘교육’ ‘20대’ ‘중국’ 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책의 선정과 서평을 주문해 각 30여권씩을 소개한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자 장점은 중요한 책들을 콕 집어주는 동시에 비슷한 범주별로 묶어 관련 도서들의 그물망을 짜주는 점이다. 1권인 <교육>편을 보자. 교육을 고민하는 책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눴다. 먼저 현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을 찾으려 하는 책들로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이범의 교육특강>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등을 요약 정리했다. 두번째 책들은 학교를 바꾸는 대안들을 다룬 것들.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처럼 정평이 난 필독서들과 남한산초등학교, 이우학교 등의 사례를 담은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등이 꼽혔다. 그다음은 교사와 부모 입장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고 이오덕 선생의 책, 그리고 교육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파울루 프레이리의 <프레이리의 교사론> 등을 묶었다. 마지막은 외국 사례를 알려주는 책들이다. 우리나라처럼 평준화가 흔들리고 있는 영국의 교육문제를 다룬 <위기의 학교>, 요즘 우리 교육계에서 주목할 대안으로 첫손 꼽는 나라인 핀란드 교육을 다룬 <핀란드 교육의 성공> 등을 골랐다.

전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세대간 갈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대’를 주제로 삼은 점도 눈길을 끈다. 논쟁의 당사자들인 20대 젊은 독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고민을 쓴 책들과 20대들을 응원하는 책, 충고하는 책들을 고루 꼽았다.

가깝지만 정작 잘 모르는 나라인 ‘중국’편은 무력 같은 물리적 힘이 아니라 호감과 문화적인 힘으로 상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인 ‘소프트파워’의 개념을 중국을 이해하는 열쇳말로 삼는다.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차이나>부터 <중국음식문화사>까지 중국에 대해 눈여겨볼 이슈들을 담은 다양한 책들을 선정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62.html 

         

젊은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시리즈가 있다.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다. 에세이시트 김현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출판마케터 김류미씨의 책 <은근 리얼버라이어티 강남소녀>는 담담하게 자조하면서 질긴 희망을 향해 나가는 젊은 여성의 진솔 발랄한 에세이다.

성장한 지역은 서울 강남이란 부유층 주거지지만 경제적 형편은 ‘부자’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스스로를 ‘판잣집 소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라고 정의한다. 계층 간 차별, 교육문제부터 종교, 경력쌓기 열풍과 취업난 문제까지, 여러가지 역설적인 것들이 뭉뚱그려진 삶을 되돌아보면서 사회의 위선을 콕콕 꼬집어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읽힌다.

강남소녀의 치열한 생존기는 ‘어떻게 저렇게 힘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거지?’라고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인간극장식 다큐멘터리의 서술과는 다르다. ‘일하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를 좌우명 삼아 편의점부터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노동일기가 이어지지만 알맞은 재치와 알맞은 오기, 젊은 세대의 솔직한 감정이 담겨 처절함 일변도를 피해가며 공감하게 된다. 이제 막 30대가 된 남다른 직장 여성이 힘들지만 즐겁게 들려주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스러운 20대는 물론 왜 요즘 20대들이 주체적이지도 많고 사회적 관심도 없는지 불만스러운 기성세대들도 읽어봄직한 책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5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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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관심으로 책과 관련된 책에 대한 관심 역시 많은 편이다. 매주 책관련 신문기사를 열심히 살피고 한주에 한두번은 꼬박 서점에 들르곤 했다. 요즘은 로쟈의 저공비행 등 괄년 블로그를열심히 살피고 있다.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나 정혜윤의 글을 열심히 읽는 편인데, 얼마전에는 이권우, 장정일, 최성일 등의 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중에 최성일의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인문학 읽기의 길잡이로 삼고 있는 책이다. 책꽂이에는 1,2,3권 이렇게 세권이 꽂혀 있는데 얼마전 합본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투병중이라는 그의 소식을 신문에서 접할 수 있었다. 빨리 쾌차하시길 빈다.

"출판평론가 최성일(44)씨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커다란 판형에 800쪽에 육박하는 두께 때문에 처음 보면 전화번호부를 연상케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과거완료형’ 사상가들에서 21세기 최근의 현실과 맞닿은 사상을 펼치는 ‘현재진행형’ 사상가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학자와 저술가 218명의 사상과 주요 저작들을 소개한다. 제목에 ‘사상가’라고 썼지만 다방면의 지식인들을 총망라한 지성 교양 길잡이책이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나 에라스뮈스 같은 옛 사상가들부터 노엄 촘스키, 가라타니 고진, 들뢰즈/가타리, 아도르노 같은 지성사의 별들에, 리영희, 서경석, 김기협 등 한국의 주요한 지식생산자 10명도 함께 포함시켰다. 간디 같은 민족지도자, 가수 김민기 같은 음악가, 또 프란츠 파농 같은 혁명가 등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최성일씨는 출판계에서 ‘집요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출판저널>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최씨는 <한겨레>와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등에 글을 쓰며 지금까지 15년 동안 출판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이 중 13년 2개월을 지식인들의 학문 세계를 정리 소개하는 이 책 작업에 바쳤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가 얼마나 지독한 독서가인지 금세 실감하게 된다. 책 본문에 내용이 언급되는 책만 2000권이 넘고 간단한 서지 사항을 소개하는 책은 1만여권에 달한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꿰뚫고 정리해주는 이 책의 매력은 지은이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 국내에 소개된 주요 인문서를 거의 섭렵한 덕분일 것이다.

간디 편을 보자. 본문에 간디와 관련해 언급해 놓은 책이 18권이고 본문을 인용한 책이 5권이다. 서지사항으로 소개하는 간디 관련서는 83권. 함석헌 선생의 언급에서부터 시작해 간디의 많은 책 가운데 어떤 것이 그의 삶을 잘 요약해놓은 정수인지, 또 간디철학의 현대적 해석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미국의 진보 지식인 리오 휴버먼 편을 보면 <위, 더 피플>을 텍스트로 해 20년의 시차를 두고 번역되어 나온 휴버먼의 책 <가자 아메리카로>(2001년)와 <역사와 민중>(1983년)이 제목과 번역자가 바뀌었는데도 번역문은 완전히 똑같음을 지적한다. 처절할 정도로 책만 파고든 탓인지 지은이 최씨는 2004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회복되어 다시 날카로운 서평을 써갔다. 퇴원 이후 영국 출신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가 다리가 부러져 환자가 되면서 체험한 병원의 완고한 시스템과 환자의 수동적 지위를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통해 비판했던 것처럼 한국 병원 진료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씨는 또다시 뇌종양으로 쓰러졌고, 지금까지 병원에서 투병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사상가 10명에 대한 리뷰를 또 썼다.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주변에서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선배 출판평론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5권으로 나왔던 그의 분신 같은 이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을 한 권으로 묶어 다시 펴냈다. 인문학 입문 길잡이 책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평이 나있던 이 책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소식과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트위터 등에선 이 책의 초판을 빨리 소진시키자는 ‘최성일 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최씨는 평생을 인문서 읽기와 소개에 매진하면서도 종종 막막함을 느꼈다고 책에서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난한 작업을 결코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를 프랑스의 정통 우파 논객 레몽 아롱의 말을 따 설명했다. “나는 뛰어난 사상가들과의 대화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취미를 기르라고 권합니다. 학생들은 누구를 찬양하고 그를 흠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는 깐깐한 서평가다운 단서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가라 해도 그를 무작정 흠모하거나 무조건 찬양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5522.html 

7월에는 의미있는 책이 소개되었다. '책으로만난사상가들'을 펴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기획회의라는 책이다. 300호 기념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품절되기 전에 빨리 주문해야 하는데 게으름을 너무 부렸다.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격주간·사진)가 최근 발간한 통권 300호에서 특집기획으로 ‘한국의 저자’ 300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저자들은 문학을 제외한 인문·사회·문화 등 논픽션 부문에서 최근 5년 동안 단행본 저서를 1종 이상 펴낸 생존 필자들 가운데 뽑았다. 300명 명단에는 백낙청, 김우창 등 원로급부터 젊은 인터넷 논객 한윤형 등 대중적 저자들까지 고루 포함돼 있다.

저자들 면면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활성화로 책 생산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글쓰기의 장으로 활용해 책을 펴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회의> 발행인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최근 베스트셀러 동향을 분석한 결과 블로그 연재 글을 책으로 묶은 ‘블룩’(blook: 블로그와 책을 합친 말)의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쓴 이현우씨, <샤넬, 미술관에 가다> 등을 쓴 패션미술 저술가 김홍기씨 등이 이런 블로그 기반형 저자들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출간하는 ‘페북’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출간된 <페이스북 담벼락에 희망을 걸다>(권영민)와 출판기획자 이건범이 쓴 <내 청춘의 감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8458.html 

장정일의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장정일의 독서일기 연장선으로 봐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가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고백한바 지난 몇 년 새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극히 개인적 쾌락’에서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현실에 눈감고 책 속으로 도피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현실과 만나는 독서다. 인권, 사회주의, 근대, 보편주의, 소설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뉜 이번 책의 편제만 보아도 그의 관심사를 짐작할 만하다.

아름다운 말로 상찬하는 서평도 좋지만, 가차 없이 비판하는 서평을 읽는 재미에 견줄 바가 아니다. 서평이 출판사의 홍보문과 구별되는 지점도 그곳일 테다. <정치의 발견>(박상훈)을 두고 “‘운동이냐 정당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확장하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며 “시민운동이나 대중의 정치적 욕구 분출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보는 것은, ‘전체주의적 의회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정당주의’”라 비판하는 것은 점잖은 편이다. 황석영 소설 <심청>에 대한 해설을 가리켜 “우리나라 문학 비평이 얼마나 ‘망쪼’ 났는지를 절단해서 보여주는, 스캔들로서의 사건”이라 야유할 때, <세계문학의 구조>(조영일)가 지닌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이 책을 땅바닥에 패대기치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기 때문”이라 개탄할 때 독자는 모종의 대리만족적 쾌감조차 느끼게 된다. <한겨레> <프레시안> <시사인> <녹색평론>, 웹진 ‘나비’ 등에 실었던 서평과 개인적 기록이 묶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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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와 에너지 정책의 미래
김수진 외 지음 / 도요새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5개월 전 일본의 원자력 사고로 전 세계의 원자력 위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자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많은 안전사고를 냈지만 지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할 즈음 원자력과 관련된 책 목록을 만들었었다. 아쉽게도 시간이 흐른 뒤 이 책만을 읽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환경전공, 기자 등 총 7명의 저자들이 모여 몇가지 주제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원자력의 안전성, 경제성 그리고 원자력 문제를 다루는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다루는 종합서적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이 각광받는 가장 큰 원인은 무한에너지라는 희망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재추출 할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게 되면 약 95~96%의 우라늄을 다시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원자력 발전에 활용 가능하다는 논리인데, 문제는 재처리 과정에서 약 1%의 플루토늄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핵확산 금지조약 등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이슈가 되는 것도 바로 이 원자력폐기물 재처리 과정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원자력핵협정과 한반도비핵화선언에 의해 원자력폐기물 재처리를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사실 원자력폐기물 재처리는 원자력의 재사용보다는 플루토늄 보유를 통한 핵무기 보유를 실제 목적으로 하고 있어 무한에너지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다. 

원자력을 무한에너지로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다에 녹아있는 우라늄 등을 활용할 수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라늄 역시 다른 천연자원처럼 확보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원자력을 주목하는 두번째 이유는 경제성이다. 원자력 생산이 화력, 수력 발전 등 기존의 발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소 건립, 유지 관리를 위한 비용을 간과한채 생산비용만 따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은 민간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일본이나 핀란드 등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원자력 개발 등 상당한 부분을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두번째는 우라늄 채광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우라늄을 쉽게 채광하던 시절과과 달리 이제는 상업성이 있는 우라늄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90년대 까지 우라늄의 가격은 파운드당 10달러 미만으로 안정적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 한 때 136달러까지 치솟는 등 예전처럼 싼 가격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중국 등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늘어날 계획이기 때문에 우라늄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30~40달러 수준 이하로는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우라늄 보유 역시 석유와 마찬가지로 몇 몇 나라가 독점하고 있어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았던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쉽지 않은 틈을 타 원자력을 청정하다는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화력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기본적으로 안전하지 않는 원자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단순히 탄소배출량을 이유로 친환경적이라 주장하지만 이번 일본 원자력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자력은 환경자체에 큰 위협요소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원자력 르네상스라 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원자력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런 위험성을 무시하고 있고, 중국은 새로운 원자력 강국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원자력 르네상스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1950년대에 장밋빛 과학을 바탕으로 인류의 에너지를 해결해줄 것으로 원자력이 대두되었었다. 특히 핵폭탄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인류에 과학에 대한 무한 신뢰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원자력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기후변화의 해법으로 원자력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는 50년전의 유행과 크게 다를바 없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것이라는 믿음 등이 그것이다.  

원자력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위험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불감증'이라는 원인도 있겠지만, 정보를 왜곡하고 감추기도 하며 때로는 애국주의를 내세운다. 실제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원전 사고에 대해 국가적인 행사를 이유로 숨겨왔고, 최근에는 원자력 수출이라는 미명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의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원자력에 대한 무지이다. 원자력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달리 실생활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식품중에 방사선 조사 식품이 있다.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는 방사선 물질에서 방출되는 빛으로 멸균처리된 제품을 말한다. 방사선은 식품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통해 물체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형, 손상시킨다. 식품 속의 병균이나 공팡이 등은 모두 죽게 되고 다시는 식품에 생물이 번식하지 못할 상태로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사선 조사 식품은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상하거나 싹이 나지 않고 상온에서 몇 개월을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133쪽) 우라나라의 경우 가공식품 뿐만 아니라 고추가루, 건포도 등의 경우까지 방사선을 쐬고 있어 방사선에 노출된 식품과 상당히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경우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까다로운 규정을 가지고 있다. 2003년 6월 스위스에서 한국산 라면의 판매가 중단되었다.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스위스 보건성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표기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여 판매가 금지되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지금 현재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당장의 대체 에너지를 찾기 힘든 현실과 원자력이 갖는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결정이 너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원자력 정책은 어떻게 해 나갈지 과학적인 접근 외에도 정치, 사회적 접근 없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의 문제는 에너지에 대한 문제이자,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원자력발전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꼭 상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에너지와 안전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 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못합니다. .... 결국은 수명이 아주 긴 방사는이 남게 됩니다. .... 100만 년이 지나도 아직 1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 독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이러한 불을 만들었다는 것은 에너지 기술을 만든 게 아닙니다. 인간이 만든 불이라면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어야죠.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 마음대로 못하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이건 완전한 기술이기는 커녕 인간이 의존할 기술도 아닙니다."(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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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망이 있다. 입안 가득하게 풍겨나는 두부를 맛보고 싶다. 두부에 대한 이런 작은 소망이 든 것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두부' 때문이다. 평소에 두부를 즐겨먹는 편이었지만 '두부'에 대한 그의 이글을 읽고는 두부를 먹을 때 마다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맛있는 두부는, 입 안에 넣었을 때 약간의 콩 비린내가 받으면서 입천장 가득 고소함이 확 번져야 한다. 끝에 남는 것은 콩의 향이어야 한다. 부드러움의 정도는, 두부 조각을 혀 위에 올리고 입천장 쪽으로 밀어 올렸을 때 별 저항감 없이 풀어져야 한다. 또 덩이 진 것이 입 안 여기저기 흩어지지않아야한다. 다 삼키고 난 다음에는 혀와 입천장에 이물감이 없어야 한다."(미각의제국 117쪽) 

속초가는길 미시령터널을 넘자 학사평 콩꽃마을이 나왔다. 장마 뒤 연이은 비에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되었다는 김영애할머니순두부 집에 차를 세우고 들어섰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이미 많은 이들로 식당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일단 한 수저 입안에 넣었다. 살살 풀어오르는 두부 향내가 입안에 머물렀다. 이 기분 놓치기 싫어 양념장 넣지 않은 채 반 그릇 정도를 먹었다. 마트에서 팔던 포장된 두부와는 차원이 달랐다. 작은 희망에 절반 정도의 만족을 주었다. 새벽녘 모락 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막 만들어낸 두부에 대한 희망이 조금 더 커졌다. 

속초에서 다음날 들른 곳은 아바이마을이다. 1박2일의 영향인지 곳곳에 1박2일 플랭카드며 사진이 붙어 있었다. 허기진 배앞에 단천식당의 긴 줄은 일찌감치 접고 입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함께 나오는 모듬순대를 주문했다.    

어떻게 돼지 창자에 고기와 온갖 채소를 넣어 만들 생각을했을까 순대를 볼 때 마다 감탄하게 되는 바다. 그 소재가 돼지 창자에 그치지 않고 속을 채울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낸것이 참 신기하다.  

황교익은 미각의 제국에서 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선지라고 지적한다. "신선한 돼지 피를 익히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신선도를 잃은 것은 익혀도 쇳내가 심하다. 따라서 순대의 맛은 바로 이 돼지 피의 선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119쪽) 앞으로 순대를 대할 때면 이 선지맛에 주목해 봐야 겠다. 그러나 이런 지적도 한다."순수한 선지의 맛을 내는 순대가 많지 않다. 신선한 선지를 구하고 관리하는 일이 버겁기 때문이다. 선지를 살짝 바른 정도의 당면에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순대가 일반적이다."(119쪽) 

그리고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미시령 터널을 넘어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황태구이 정식을 거하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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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개월된 둘째와 네살짜리를 데리고 다니는 생활이 편하지는 않다. 아이가 없을 때야 여행에세이 등은 심심찮게 읽었었는데, 이제는 꼭두새벽부터 정신없이 준비해야 겨우 어딘가를 다녀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행서적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된다.  

기차로 만나는 여행은 어떨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유명한 첫 장면,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췄다”를 읽었을 때는 그저 좋은 문장으로만 생각했지 그 풍경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몇 년 전 노르웨이의 뮈르달로 가는 기차 속에서 <설국>을 느꼈다. 해발 2m의 플롬에서 해발 866m의 뮈르달로 가기 위해서는 눈 쌓인 계곡을 통과해야 했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나는 그게 눈의 터널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보아도 눈뿐이었다. 눈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어떤 나라가 나올까.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기차를 타보았지만 노르웨이의 산악기차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세계기차여행>(윤창호 외 지음, 터치아트)이라는 책이 있는데, 노르웨이의 산악기차를 포함해 스무 개의 낭만적인 기차여행이 나온다. 사진이 아름답고 풍경은 너무 아득해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차의 덜컹거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스무 개의 루트를 모두 다녀볼 생각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반갑다. 가수이자 글도 잘 쓰는 오지은씨의 책 <홋카이도 보통 열차>(북노마드)를 보고 동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철덕후’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는데, 철덕후란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철덕후 중에서도 철도 여행을 사랑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철도 노선과 기차 시간표, 차량 부품 등을 사랑하는 부류도 있다는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랑이 있구나 싶었다. 나는 철도 노선을 사랑하긴 힘들 것 같고, 기차 여행을 사랑하는 철덕후로 남을 것 같다. <홋카이도 보통 열차>에는 제목과 달리 열차에 대한 얘기가 많지 않다. 당연하다. 열차여행이란 열차를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열차를 통해 창밖의 ‘나’를 보기 위한 것이니까. 기차를 사랑하는 이유는 느리게 달리는 기차 창밖의 풍경을 통해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나게 되고, 나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기차가 타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거린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데 일본에는 ‘청춘 18티켓’이란 게 있다고 한다.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발매되는, 5일간 무제한으로 보통열차를 탈 수 있는 기차표다. 청춘이 아니어도 18살 이상이어도 표를 살 수 있단다. 이름이 너무 멋져서 소설 제목으로 쓰고 싶을 지경이다. ‘청춘 18티켓’ 외에도 일본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차표가 있어서 다양한 경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김혜원 지음, 씨네21북스)이나 <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심청보 지음, 테라출판사) 같은 책을 읽어보면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6.html  


"이 세상에는 공항서적이라는 게 있다. 이 특수한 목적의 서적들은 전세계 모든 공항에서 똑같이 발견된다. 세계 어디를 가나 공항서점의 규모는 가판대 수준인데, 그 이유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악조건을 견딜 수 있는 책은 겨우 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행안내서와 회화책과 지도와 잡지를 제외하고 이들 공항서적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공항소설이라는 게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공항소설이란 매우 두껍지만 빠르게 읽히는 모험, 혹은 음모에 관한 소설로 공항서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공항과 기내에서만 읽고는 버리는 흥미 위주의 소설이다. 한가한 사람들의 말재간에서 나온 용어인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장르의 역사는 오래됐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소설을 ‘철도소설’(romans de gare)이라고 불렀다. 비슷하게 우리에게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할인판매하는 ‘휴게소 소설’이 있다.
 

 


전형적인 공항소설로는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시공사),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조디 피콜트의 <19분>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말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공항 대합실과 기내에서 책을 읽는 일은 혼자 집에서 책을 읽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가능한 한 두꺼워야만 한다.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환승에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페이퍼백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다 읽고 나면 바로 버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항철학서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일 것이다. 여객기에서 바로 옆에 앉았다는 인연으로 시작되는 연애를 다룬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여객기 창의 풍경을 표지로 삼은 <여행의 기술>, 혹은 더 노골적으로는 영국 히스로 공항의 호의에 힘입어 쓴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 등은 공항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책으로 느껴지리라. 너무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말아야만 한다는 원칙과 명색이 철학서라는 이 책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합일하는가는 직접 책을 펼쳐보면 알 수 있으리라. 하이데거도 좀 노력해서 알랭 드 보통처럼 썼더라면…. 그런 상상이 가능한 것도 다 이코노미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석에만 앉았어도 반대로 생각했을 텐데.
 

             


마찬가지로 공항서점에 가면 공항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들은 무엇보다도 두껍다. 공항여행기의 대표적인 작가들이라면 폴 서루, 빌 브라이슨, 세스 노터봄 등을 들 수 있다. 서루의 경우에는 <중국기행>과 <유라시아 횡단 기행>이 나와 있다. 세스 노터봄 역시 <산티아고 가는 길>(민음사)과 여행소설에 더 가까운 <이스파한에서의 하룻저녁>이 나와 있다. 

              

           


빌 브라이슨은 상대적으로 많은 책들이 번역됐다. <나를 부르는 숲>과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을 비롯한 ‘발칙한 산책’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폴 서루와 빌 브라이슨은 전세계의 어느 공항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여행기는 공항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두 사람 모두 시니컬한, 혹은 유머러스한 여행자로서 자신이 목격한 이국의 관습들을 기록했는데,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65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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