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관심으로 책과 관련된 책에 대한 관심 역시 많은 편이다. 매주 책관련 신문기사를 열심히 살피고 한주에 한두번은 꼬박 서점에 들르곤 했다. 요즘은 로쟈의 저공비행 등 괄년 블로그를열심히 살피고 있다.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나 정혜윤의 글을 열심히 읽는 편인데, 얼마전에는 이권우, 장정일, 최성일 등의 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중에 최성일의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인문학 읽기의 길잡이로 삼고 있는 책이다. 책꽂이에는 1,2,3권 이렇게 세권이 꽂혀 있는데 얼마전 합본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투병중이라는 그의 소식을 신문에서 접할 수 있었다. 빨리 쾌차하시길 빈다.
"출판평론가 최성일(44)씨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커다란 판형에 800쪽에 육박하는 두께 때문에 처음 보면 전화번호부를 연상케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과거완료형’ 사상가들에서 21세기 최근의 현실과 맞닿은 사상을 펼치는 ‘현재진행형’ 사상가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학자와 저술가 218명의 사상과 주요 저작들을 소개한다. 제목에 ‘사상가’라고 썼지만 다방면의 지식인들을 총망라한 지성 교양 길잡이책이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나 에라스뮈스 같은 옛 사상가들부터 노엄 촘스키, 가라타니 고진, 들뢰즈/가타리, 아도르노 같은 지성사의 별들에, 리영희, 서경석, 김기협 등 한국의 주요한 지식생산자 10명도 함께 포함시켰다. 간디 같은 민족지도자, 가수 김민기 같은 음악가, 또 프란츠 파농 같은 혁명가 등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최성일씨는 출판계에서 ‘집요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출판저널>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최씨는 <한겨레>와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등에 글을 쓰며 지금까지 15년 동안 출판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이 중 13년 2개월을 지식인들의 학문 세계를 정리 소개하는 이 책 작업에 바쳤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가 얼마나 지독한 독서가인지 금세 실감하게 된다. 책 본문에 내용이 언급되는 책만 2000권이 넘고 간단한 서지 사항을 소개하는 책은 1만여권에 달한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꿰뚫고 정리해주는 이 책의 매력은 지은이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 국내에 소개된 주요 인문서를 거의 섭렵한 덕분일 것이다.
간디 편을 보자. 본문에 간디와 관련해 언급해 놓은 책이 18권이고 본문을 인용한 책이 5권이다. 서지사항으로 소개하는 간디 관련서는 83권. 함석헌 선생의 언급에서부터 시작해 간디의 많은 책 가운데 어떤 것이 그의 삶을 잘 요약해놓은 정수인지, 또 간디철학의 현대적 해석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미국의 진보 지식인 리오 휴버먼 편을 보면 <위, 더 피플>을 텍스트로 해 20년의 시차를 두고 번역되어 나온 휴버먼의 책 <가자 아메리카로>(2001년)와 <역사와 민중>(1983년)이 제목과 번역자가 바뀌었는데도 번역문은 완전히 똑같음을 지적한다. 처절할 정도로 책만 파고든 탓인지 지은이 최씨는 2004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회복되어 다시 날카로운 서평을 써갔다. 퇴원 이후 영국 출신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가 다리가 부러져 환자가 되면서 체험한 병원의 완고한 시스템과 환자의 수동적 지위를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통해 비판했던 것처럼 한국 병원 진료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씨는 또다시 뇌종양으로 쓰러졌고, 지금까지 병원에서 투병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사상가 10명에 대한 리뷰를 또 썼다.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주변에서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선배 출판평론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5권으로 나왔던 그의 분신 같은 이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을 한 권으로 묶어 다시 펴냈다. 인문학 입문 길잡이 책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평이 나있던 이 책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소식과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트위터 등에선 이 책의 초판을 빨리 소진시키자는 ‘최성일 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최씨는 평생을 인문서 읽기와 소개에 매진하면서도 종종 막막함을 느꼈다고 책에서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난한 작업을 결코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를 프랑스의 정통 우파 논객 레몽 아롱의 말을 따 설명했다. “나는 뛰어난 사상가들과의 대화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취미를 기르라고 권합니다. 학생들은 누구를 찬양하고 그를 흠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는 깐깐한 서평가다운 단서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가라 해도 그를 무작정 흠모하거나 무조건 찬양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5522.html
7월에는 의미있는 책이 소개되었다. '책으로만난사상가들'을 펴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기획회의라는 책이다. 300호 기념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품절되기 전에 빨리 주문해야 하는데 게으름을 너무 부렸다.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격주간·사진)가 최근 발간한 통권 300호에서 특집기획으로 ‘한국의 저자’ 300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저자들은 문학을 제외한 인문·사회·문화 등 논픽션 부문에서 최근 5년 동안 단행본 저서를 1종 이상 펴낸 생존 필자들 가운데 뽑았다. 300명 명단에는 백낙청, 김우창 등 원로급부터 젊은 인터넷 논객 한윤형 등 대중적 저자들까지 고루 포함돼 있다.
저자들 면면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활성화로 책 생산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글쓰기의 장으로 활용해 책을 펴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회의> 발행인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최근 베스트셀러 동향을 분석한 결과 블로그 연재 글을 책으로 묶은 ‘블룩’(blook: 블로그와 책을 합친 말)의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쓴 이현우씨, <샤넬, 미술관에 가다> 등을 쓴 패션미술 저술가 김홍기씨 등이 이런 블로그 기반형 저자들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출간하는 ‘페북’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출간된 <페이스북 담벼락에 희망을 걸다>(권영민)와 출판기획자 이건범이 쓴 <내 청춘의 감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8458.html
장정일의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장정일의 독서일기 연장선으로 봐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가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고백한바 지난 몇 년 새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극히 개인적 쾌락’에서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현실에 눈감고 책 속으로 도피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현실과 만나는 독서다. 인권, 사회주의, 근대, 보편주의, 소설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뉜 이번 책의 편제만 보아도 그의 관심사를 짐작할 만하다.
아름다운 말로 상찬하는 서평도 좋지만, 가차 없이 비판하는 서평을 읽는 재미에 견줄 바가 아니다. 서평이 출판사의 홍보문과 구별되는 지점도 그곳일 테다. <정치의 발견>(박상훈)을 두고 “‘운동이냐 정당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확장하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며 “시민운동이나 대중의 정치적 욕구 분출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보는 것은, ‘전체주의적 의회주의’ 내지 ‘전체주의적 정당주의’”라 비판하는 것은 점잖은 편이다. 황석영 소설 <심청>에 대한 해설을 가리켜 “우리나라 문학 비평이 얼마나 ‘망쪼’ 났는지를 절단해서 보여주는, 스캔들로서의 사건”이라 야유할 때, <세계문학의 구조>(조영일)가 지닌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이 책을 땅바닥에 패대기치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기 때문”이라 개탄할 때 독자는 모종의 대리만족적 쾌감조차 느끼게 된다. <한겨레> <프레시안> <시사인> <녹색평론>, 웹진 ‘나비’ 등에 실었던 서평과 개인적 기록이 묶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06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