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7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7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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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 트렌드코리아를 읽었을 때는 재미있었다. 경제연구소와 경제신문들이 연말이면 히트 상품이며, 트렌드를 이야기하곤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보고서가 나오지 않거나 비중이 줄어들면서 <트렌드 코리아>가 그 빈 공간을 잘 채워준 느낌이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신조어(바로 사라질 용어들도 많다)와 개념들. 이젠 피로감이 든다. 새롭다고 게속 쏟아부어주는데, 과연 그런 내용이 트렌드인지도 모르겠다. (한달전쯤 읽었는데, 후기는 지금)

 

SNS에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를 표시하는 사람들을 꽤 보 수 있다.

욜로족을 달관족의 진화한 형태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달관족(트렌드 코리아 2016,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키워드 참조)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도전의식과 열정을 포기하고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는 안분지족의 삶을 택한 이들이다. 일본에서 흔히 관찰되는 사토리족은 덜 벌고 덜 일하고 덜 써도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발적 미취업자가 되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최소의 삶에 안주한다. 여기서 이 달관이라는 표현은 득도처럼 깊은 육체적·정신적 수양 끝에 비로소 얻는 수양의 개념이 아니다. 일본이 오랜 세월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이를 버티면서 탄생한 사토리 세대가 우리나라식으로 변형되어 등장한 개념이다. 

 

욜로족들 중에는 달관족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욜로족과 달관족은 구분되어야 한다. 경쟁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포기하고 적은 수입으로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달관족과 달리 욜로족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형태로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 모할지라도 도전하고 실천하는 이들이다. 달관족이 포기한 세대라면 욜로족은 꿈꾸는 세대다. 욜로족도 달관족처럼 시대에 대한 반감과 자포자기의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꿈마저도 대량생 산되는 것처럼 엇비슷해지는 세상에서 욜로족의 행보는 달관족처럼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나갈 가능성이 더 크다. (213쪽)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욜로 라이프는 도전이라는 긍정적인 모티브를 품고 바랜 꿈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 실천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 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욜로라는 주문의 가지를 갖는다. 직접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고 꿈만 꾸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체험경제의 시대, 누구보다 적극적인 욜로족을 만족 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지향적 경험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 질 것이다. (214쪽)

 

욜로족은 부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나가는 사람으로 칭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인 김난도는 몇해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썼다가 비난을 받았다. 지금 젊은이들의 상황에 대한 몰이해에서 되도 않는 조언을 했다. 그런데 욜로족에 대한 설명을 보다 보니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받은 비난을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욜로족.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말하는 젊은이 상이 아닌가. 김난도는 여전히 현실과 괴리되어 트렌드라고 포장하면서 다시 되도 않는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닐까.

 

B+프리미엄이라는 트렌드에 대한 설명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야기하는 B+ 프리미엄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부유층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선망하던 일반 대중들의 소비태도 역시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에서는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프리미엄을 더한 제품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는 ‘집중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 역시 핵심은 낮은 가격이 아니라 높은가치에 있으므로B+ 프리미엄이 성장하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결국 소비자의 인정에 의해서 발현되는 B+ 프리미엄이 가문과 역사를 통해 부여받은 럭셔리의 자리를 하나씩 대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230쪽)

이처럼 고급커피시장이 반응을 보이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각종 커피전문점들도 콜드브루 메뉴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원재료의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아예 별도의 매장을 내는 전략도 유효하다. '스타벅스 리저브', '탐앤탐스 블랙', '엔제리너스 스페셜 티', ‘ 이디야 커피랩', '투썸플레이스 로스터리'등은 저가 커피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맛과 향을 강조한·스페셜티 커피 Specialty Coffee'만을 취급하는 별도 매장을 운영하며 B+ 프리미엄을 실현하고 있다. (234쪽)

B+ 프리미엄은 그동안 견고했던 고급제품 vs 대중제품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동안 경쟁의 법칙은 고급 제품은 고급 제품끼리, 중저가 제품은 중저가 제품끼리의 경쟁이었다. 반면 B+ 프리미엄은 대중제품이 고급제품에 도전장을 내밀 며 새로운 시장을 하는 전략이다. (236쪽)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관심있게 봐 왔는데, 커피 프랜차이즈를 B+프리미엄으로 엮는 것은 뜬금없다. <트렌드 코리아>의 단점중에 하나가 굉장히 작위적이라는 것인데, 항상 단어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묶다 보니 서로간에 hierachy도 이상하다. 커피문화의 확산을 B+ 프리미엄으로 보는 것은 커피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듯 싶다. 단순히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고, 에스프레소 바탕의 커피를 마시던 것에서 벗어나 점점 더 커피문화가 다변화, 전문화되고 있다. 카페만 하더라도 기존 카페는 특정 로스터리에서 받은 원두를 사용하다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생겼고, 전문 카페도 로스터리에서 더 확장된 커피 랩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커피 문화가 바뀌고, 그 수요에 맞게 커피업체들이 대응했다고 봐야 할 것인데, B+프리미엄으로 엮으면서 커피 프랜차이즈가 새롭게 커피 문화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한다. 보다 큰 사회,경제,문화 현상을 단순한 소비트렌드에 담으려다 보니 <트렌드 코리아>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단점이 아닌가 싶다.

 

영업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의아했다.

영업이 중요해지는 첫째 이유는 한국 경제가 바야흐로 저성장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어 려워졌을 때 마케팅이 등장했다”고 하지만 고도화된 마케팅에 더 이상 설득되지 않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기업의 본연의 업이라 할 수 있는 고객과 기업을 연결하는 영업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기획부서와 마케팅부서, 기술부서 등 다른 부서에 이리저리 치이는 영업이지만 회사의 활동 중 유일하게 매출을 내는 부서가 바로 영업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다른 부서는 미래를 위해 현재 돈을 쓰지만, 영업은 언제나 그렇듯 기업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 (288쪽)

물론 영업 분야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추천 서비스와 얼굴을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수록 영업의 양극화도 심화될 르소도 가능성이 크다. 인적 자원에 근간한 면대면 영업 서비스가프리미엄 컨시어지 서비스로 거듭나 오직 부 를 많이 소유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되고, 일반 대중들은 저가로 공급되는 빅데이터 기반의 차가운 서비스만 제공받게 될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304쪽)

 

영업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트렌드 코리아>는 그 영업을 대면 영업이라는 한계속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기존의 영업스타일은 바뀐지 이미 오래다. 단순히 영업만 하던 패턴은 많이 변했다. 물론 여전히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영업-기술, 영업-생산이 융합되어 있다. 만들어진 물건,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기획, 생산과정에도 영업이 함께 한다.

 

<트렌드 코리아>를 읽으면서 갖게 되는 가장 큰 불만은 제목에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단순히 소비 트렌드만 이야기한다.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요즘을 보면 경제전망이나 미래트렌드보다 이들의 더 권력화 되어 있다. 사실, 저자들이 경제, 경영 전문가도 아니고 소비자행동 전문가들 아닌가.

 

그리고 계속 <트렌드 코리아>에 대한 지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은 소비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만 보면 소비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비절벽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소비절벽으로 소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점에 <트렌드 코리아>의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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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우향님 견해에 동감입니다. 특히 민간소비지출이 감소되는 시장축소가 일어나는 현실에서 1년 단위 유행을 분석하는 작업의 효용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雨香 2017-01-08 14:36   좋아요 1 | URL
게다가 요즘은 사전 설명회 등 점점 권력화되는 것 같아 우려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