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미래, IT 빅픽처>는 주요 IT 기업들의 흐름을 보면 크게 4개의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사양길에 들어선 PC 시장,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시장의 다음 단계로 드론, VR-AR, AI, 자율주행 자동자를 꼽고 있다. 일단 공부차원에서 정리를 해 본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들인 글로벌 IT 기업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자 차세대 먹을거리를 빠르게 찾아가 모양새다. 대형 IT 기업들의 M&A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과거와는 다르게 이런 IT 기업들의 M&A 및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가장 큰 공통 점은 현재 영유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보완 투자가 전체 투자 의 약 20-3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나머지 60-70%는 대부분 드론 VR (Virtual Reality, 가상현실)-AR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와 같은 신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19쪽)

그 중에서도 주요 기업들의 행방은 어떨까.

 

먼저 구글. 구글은 M&A를 통해 IT업계의 공룡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계속 기업을 사들이고 있는데, 사실 구글은 M&A의 DNA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구글은 만들어준 안드로이드 OS, 유투브 등이 초기 M&A 작품이다.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구글의 M&A 실력은 최고인 셈이다. 구글이 갖춰 뫃은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이제 어지간한 비즈니스는 구글이 가져가서 벌려놓으면 저절로 돈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었다. 이 같은 구조는 구글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매년 사상 최고치로 이끌어 내어 곳간을 두둑히 채우게 만들었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구글의 곳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덕분에 좀더 적극적인 신기술 또는 신사업을 향해 쏠 실탄은 두둑해져서 완벽한 선 순환 구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33쪽)

 

 그래서 구글은 더 무섭다. 구글은 최근 알파벳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M&A 회사들을 관리하기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미래에 대응한다.

 

구글이 로봇을 직접 제작해 상용화할 것인가에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구글 행태를 보면 단순히 완제품(set)을 만드는 것보다는 플랫폼(platform)을 만드는 일에 더 집중했고,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 구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대에서도 구글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딴 넥서스폰을 출시했지만, 말 그대로 레퍼런스(reference) 제품을 만들었을 뿐이다. 


구글 자신이 스마트폰 제조를 통해 수익을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로봇 기업들을 인수한 것도 직접적 제조보다는 레퍼런스 차원의 제조, 그리고 제조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사전에 파악한 후 향후 자기 플랫폼을 전파하며 다른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에 제공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43쪽)


앞으로 구글이 진행하려는 AI 적용 프로젝트 및 상품에는 알파고의 이름이 붙거나 여기서 파생한 이름이 붙을 수 있다. "알파고가 완벽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 할 수 있는 당신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라는 식의 판단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각 상품에 적용시킬 것이다. 그 시발점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및 '자율비행드론' 등에 빠르게 적용하며, 인간의 판단 없이도 완벽하게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시대를 구글이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47쪽)


구글의 X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 프로젝트 룬(project loon) 과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이 있다. 프로젝트 룬은 2013년부터 구글이 시작한 프로젝트로서 높이 띄운 열기구를 열기구에서 LTE 신호를 발생시켜 오지에서도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업이다. 다만 열기구의 한계로 인해 구글은 열기구를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드론이다. (47쪽)


이 시점에서 왜 구글이 VR 시장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는 일단 VR 시장이 기존 3D 시장과는 다르게 성장 가능성이 높고, 향후VR 시장이 커졌을 때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이 바로 구글 자신이라는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은 현재 VR 시장의 CPNT(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터미 널) 중 CPT를 이미 장악하고 있다, 2016년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이미 카드보드 앱을 설치한 사용자가 5천만 명을 초과했고, 유튜브에 VR 콘텐츠가 이미 수십만 건이 등록되어 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80%에 가까운 터미널, 즉 스마트폰 OS를 장악하고 있어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할 VR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구글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은 더욱 커진다.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해 모바일 OS로 영역을 확대하고, 이제 VR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평가된다.(57쪽)

 

현재 IT 업계를 대표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고, 그 안에서 급격한 성장을 한 것이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IT 신세계를 연 애플이지만, 애플이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폰으로 새로운 세상을 연 것처럼, 무언가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대감은 걱정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애플도 M&A에 본격적인데, 흐름이 있다. 물론 I-Car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의 행보는 자동차산업을 지속할 것인지, 그만둘것인지 애매한 행보를 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아이폰, 아이TV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애플은 이 같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글처럼 적극적인 M&A로 신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 2015년 이후에는 신사업 중심의 M&A가 집중적 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VR이다. (66쪽)


애플이 링스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단순히 듀얼 카메라 내지는 좀더 높은 해상도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향후 행보까지 모두 되짚어볼 때 VR 시장에서 콘텐츠 생성에 가장 중요한 듀얼 카메라를 가장 먼저 확보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70쪽)

 

애플이 인수한 페이스시프트는 인식한 사람의 표정을 디지털화해서 다른 기기 또는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모션 캡쳐 전문 기업이다. 이후 2016년 1월에는 얼굴 표정 인식 기업인 이모션트를 인수해 페이스시프트와 같은 선상에서의 기업을 추가적으로 인수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애플이 이 두 업체를 인수해서 정확히 무엇을 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다만 현재까지 추측되는 바로는 첫째, 얼굴 인식 잠금이다 둘째, 얼굴 인식을 통한 사진 매칭이다. 셋째, 모션 인식을 통한 명령어 전달이다. 넷째, 게임이다. 다섯째, 페이 스타임의 아바타다 여섯째, 애플 TV 프로그래밍이다 하지만 최근 VR 기업들을 향한 애플의 과감한 행보까지 감안해보면 VR-AR 시장으로의 응용도 충분히 가능해보인다. (74쪽)

 

페이스북은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그들의 행보를 보면 굉장히 큰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글 못지 않게 드론을 이용한 인터넷 보급을 하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세계의 인터넷과 정보, 빅데이터를 페이스북으로 모아들이려 하는 것이라면, 그 미래가 어떨지 모르겠다.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M&A의 초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현재 영위하는 SNS 사업의 성능 강화다 둘째, VR이다 셋째, 드론이다 여러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VR과 드론에 초점을 맞 추어 진행하고 있으나 결국에는 현재 주력 사업인 SNS의 소비 자흡입력을 높이고 사용자를 확대하기 위한 좀더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82쪽)

페이스북 사용자는 매우 다양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개인들은 친목, 자기 홍보,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주로 이용할 것이고, 기업들은 소비자와의 교류나 홍보 등을 목적으로 한다. 결국은 자기가 지닌 생각과 콘텐츠들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것이 페이스북에 정보를 싣는 사람 들의 주요 목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은 어떤가? 텍스트나 사진 그리고 약간의 동영상을 이용해 개인 사용자는 콘텐츠들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그 사이사이에 얹혀서 광고를 하거나 기업 계정들에게서 이용료를 받게 된다. 동영상의 경우 굳 이 구분하면 다차원적이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2차원 화면으 로 보게 되는데, VR을 사용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87쪽)

 

PC 시장의 최강자였던 인텔은 모바일 시장의 펼쳐지면서 IT 강자로 불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의 모습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 IT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예전의 CPU로 PC시장의 숨은 강자였던 것 처럼 모바일 시장에서도 같은 포지션을 점하려는 것 같다. 모바일시장으로 변하고, AI의 등장과 더불어 CPU와 메모리 등 반도체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인텔이 장기적으로 드론, loT 등을 통해 AI를 실제로 구현할 수도 있겠으나, 인수한 Al 스타트업을 통해서 Al CPU와 GPU 시장을 다시 한 번 장악하기 위해서 AI 분야에 투자를 감행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이에 더해 인텔은 29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재진입할 것을 천명했는데, 10T-AI로 시장을 확 대하면서 필수 요소인 메모리 반도체를 자신들이 직접 제작해 CPU와 GPU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파악된다. (97쪽) 

 

 

아마존은 IT기업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드론 배송이라는 분야에선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킨들을 내놓는 등, IT에서 언뜻 보이지는 않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여준다.

아마존은 IT 트렌드 중 드론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드론을 통해 배송을 완성하리라는 것이 일반인의 생각인데, 저자는 그 뒤에 숨어있는 아마존의 드론 배송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사실 여기까지가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비행 가능 거리가 제한적인 드론을 위해서 드론 배송 터미널을 시내 모처에 두고 물류에 활용하거나, 드론의 충전을 통해 지속적으 로 비행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방법 말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 2016년 7월 19일 미국의 각종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은 드론을 머물게 할 수 있는 도킹 스테이션과 관련한 특허를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이하 미특허청)을 통해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111쪽)


 

특허는 드론이 도킹 스테이션에서 배터리 팩을 전달받거나, 연료 탱크를 채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드론의 경우 재충전 스테이션에 곧바로 착륙해 소진된 배터리를 버리고 충전된 배터리를 장착한다. 액체 연료 를사용하는 드론도 똑같은 방식으로 연료를 채운다 또한 아 마존의 첨단 도킹 시스템은 하나 이상의 드론을 착륙시킬 수 있으며, 태양광을 이용해 이 배터리를 재충전하게 된다. 


드론들은 도킹 스테이션에서 서로 만나기도 한다 한 드론이 화물을 내려놓으면 완전히 충전한 드론이 이 화물을 최종목적지까지 운송한다. (112쪽)

 

아마존은 몇 해전에 미 정부에 항공법 개정을 요구하며 드론 비행관련 법률을 제정하라고 요청했다. 자신들의 가이드도 함께 제출할 정도로 단순히 드론을 만들어서 배송하는 것을 넘어서 드론 배송의 제도, 시스템까지도 건들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것은 아마존의 도킹시스템이었다. 도킹스테이션은 핵심으로 한 아마존의 구상은 통신용기지국, 교회첨탑, 통신탑 등 수직구조물 혹은 대규모 야외주차장을 활용하여 드론 스테이션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드론의 기술을 향상시킬 때 아마존은 이미 그 드론이 어떻게 움직이고,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항상 아마존이 무섭다.

 

IT 미래가 꼭 이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주요 IT 기업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큰 그림을 가지고 그 그림에 맞춰 기본적인 기술부터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라고 이런 큰 그림에서 뒷쳐지진 않는다. 이미 20년전에 삼성전자, 엘지전자는 IOT를 이용한 홈 가전 시스템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 그림을 그리는데 부족해보인다.

 

쫌..... 앞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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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12-24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전자, LG전자, 등등 우리나라 기업은 선도적이고 모험적인 기업하고는 거리가 너무 멀죠. 한국인들이 선도적이고 모험적인 측면에선 너무나 모자라니까요. 남이 닦아놓은 안전한 길로 안전하게/편안하게 따라가겠다는 게 전형적인 한국인들, 한국 기업의 속성이 아닌가 합니다. 남보다 튀는 것, 남과 다른 것, 남보다 도발적인 것, 남보다 삐딱하고 까칠까칠한 것, 등등 따위를 그 무슨 금기처럼 대하죠. 아니 남들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게 대부분 한국인들 아닌가요? 남들에게 밉보이는 걸 무척이나 공포스러워하죠. 그 무슨 계모임/동아리/패거리/친목 모임에 끼지 못하면 불안스러워들 하죠. 이런 국민성/민족성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여태까지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까닭 중 하나 아닐까요? 한국에서 과연 혁신적인 발명과 발견이 있었던가요? 제 생각으론 금속활자 발명과 한글 창제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요. 정신적으로는 식민지 노예 의식에 쩔어 있어서 정작 자신들이 노예인 줄도 모르고 있고요. 한국/한국인/한민족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것은 단순한 느낌뿐만이 아니고 필연적인 결론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雨香 2016-12-25 09:01   좋아요 1 | URL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렇진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의 선행기술이나 미래기술관련 부서는 세계적으로 밀리지 않았구요. 현재 IOT와 홈가전이 연결된 아이디어도(스마트홈) 삼성, 엘지가 이미 20여년전에 청사진을 내었고, 그 청사진내에서 거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나, 메모리반도체 관련해서는 아직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요. 디스플레이는 이제 중국과의 격차가 나지 않지만, MP3 플레이어도 한국은 90년대에 이미 상용화하여 제품을 만들어냈는데, 시장을 너무 앞사갔죠.

2000년대 초반에는 뛰어난 벤처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소규모 벤처는 삼전,엘전 엔지니어들이 옮겨갈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10년단위)을 지나며 그 씨가 확 말라 버립니다. 리먼도 한 역할을 했지만, 삼성, SKT, 네이버 등이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을 뺏아가거나, 투자를 빌미로 회사를 통째로 삼키는 등 IT생태계를 완전히 집어 삼켰습니다. 그걸 정부는 방치했고요.

qualia 2016-12-27 17:51   좋아요 1 | URL
雨香 님 의견에 일부 동의합니다. 雨香 님 얘기대로 삼성이 디스플레이나 메모리 반도체, LG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세한 내역을 들여다보면, 그게 그렇게 압도적인 의미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이나 LG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기술(즉 LCD와 OLED 기술)은 둘 다 완전치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삼성/LG의 LCD 기술은 일본 Sharp의 IGZO-TFT 기반 LCD 기술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그리고 삼성의 OLED 기술은 중소형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지만 대형은 RGB 방식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 못해 양산에 실패, 결국 거의 포기 단계고요. 또한 LG의 OLED 기술은 삼성과 반대로 중소형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대형만 그런대로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중소형과 대형을 아우르는 완전한 OLED 기술을 삼성과 LG 모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형 OLED의 경우, 세계 최고 해상도 시제품은 중국 에버디스플레이가 2015년 08월 세계 최초로 출시해서 추월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에버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세계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용 AMOLED 시제품은 6인치 크기에 해상도는 4K(3840×2160) UHD급이고 인치당 화소수는 734ppi였는데요. 그때까지 삼성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AMOLED는 5.1~5.7인치 크기에 해상도는 2K(2560×1440) QHD급이고 인치당 화소수는 518~577ppi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소형 LCD의 경우도 일본 Sharp가 2015년 초에 이그조(IGZO) 방식으로 5.5인치 806ppi의 4K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삼성과 LG를 이미 앞섰더랬습니다. 물론 상용화와 대량 생산에서는 한국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만, 최초/최고의 자리는 이제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한테 자꾸 빼앗기고 있어서 문제라는 얘깁니다. 2017년에 삼성이 갤럭시 S8에 800ppi를 넘는 4K AMOLED를 채택하고, 2018년 평창올림픽까지 11K(2250ppi) AMOLED를 개발하겠다고 했는데요. 함 기대해보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크게 만족스럽거나 안심할 수 있을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메모리 분야는 전체 반도체 분야 가운데 겨우 30% 정도밖에 안 되고요. 기술의 첨단성, 고급성, 난이도도 (삼성과 LG, SK 하이닉스가 잘하지 못하거나 거의 하지 못하는) 시스템 반도체나 CPU, GPU 분야보다 훨씬 떨어지죠. 게다가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으로 신개념 메모리 반도체 기술인 3D Xpoint Technology를 2015년 발표했는데요. 이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는 비휘발성인 데다 데이터 접근 시간과 내구성이 기존 메모리보다 각각 1000배씩 뛰어나다고 하죠. 그래서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과 SK 하이닉스한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단순히 기존 기술을 개선하거나 계속 정교하게 다듬어나가는 일종의 ‘땜빵(tinkering)’ 기술에 가까운 것으로서, 기존의 판을 갈아엎거나 새로운 문을 열어젖히는 혁신 기술은 아니라는 게 제 요지입니다. 제 생각엔 미국 기업 HP에서 추진하는 The Machine Project의 핵심적 구성 요소의 하나인 멤리스터 기반(memristor-based) 메모리 반도체 개발 같은 것이 (만약 성공한다면) 혁신 기술이라고 봅니다. 삼성은 이런 혁신적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시도하지 않는다/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물론 단순히 반도체 미세 공정을 18nm → 14nm → 10nm → 7nm → 5nm → 3nm → ... 이렇게 향상시켜 나가는 것도 분명히 세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놀라운 신개념을 제시하거나 판을 갈아엎는 혁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이 댓글을 제 블로그에도 올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