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매뉴얼 - 유럽연합이란 무엇인가 한겨레지식문고 6
존 핀더.시몬 어셔우드 지음, 도종윤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EU매뉴얼>의 뒷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우리는 유럽연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은 한-EU FTA가 체결될 때 쯤 유럽연합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소개한 책의 번역본이다. 유럽연합에 대해 알려주는 책인데, 브렉시트가 발생한 2016년에 읽어도 손색이 없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때 언론이나 SNS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 영국이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럴까? (<차브>라는 책이 영국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브렉시트 뒤에 영국에서 구글검색어는 "유럽연합", "유럽연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들어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유럽연합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말을 하는 걸까? 유럽에는 문외한인 우리나라에 과연 유럽연합 전문가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있을텐데 미국전문가들에 밀려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유럽연합에 잠깐 접할 기회가 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레포트), 그 때 알게 된 것이 유럽연합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당시 읽은 내용 중에는 대륙(독일-프랑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을 영국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대륙 역시 영국을 미국의 첩자 정도로 불신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2016년 다시 EU를 다룬 책을 몇 권 들었다. <EU매뉴얼>은 그 중에서도 유럽연합을 이해하는 텍스트, 교과서에 가깝다. 비록 작은 판형에 두께는 얇지만 포스트잇으로 표시한 곳만 서른 곳이 넘을 정도로 공부할만한 책이다.

 

유럽연합은 왜 만들어졌을까? 유럽에서는 유럽 연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해왔다. 그렇지만 국가의 주권이라는 부분에서 협의점을 찾기 힘들었다. 유럽연합을 주도했던 프랑스도 드골대통령 체제에서는 연방주의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초창기(1950년대)에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연합체의 성격을 가졌다. 일단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프랑스-독일 국경의 석탄을 개발하기 위한 유럽석탄공동체가 그 시초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1차대전후 프랑스는 독일 관리에 실패했고, 독일에 의해 2차 대전이 발생했다. 프랑스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독일을 관리하기 원했고, 2차 대전 후 경제 복구는 서유럽의 공동의 숙제였다. 독일 입장에서도 전범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유럽과 손을 잡기는 힘들었다. 유럽공동체라는 우산아래 자연스럽게 유럽에 포함되고 싶어했다.

 

그런데 영국은 달랐다.

전쟁에서 패하지도, 점령당하지도 않았던 영국은 다른 유럽인과 주권을 공유할 의사가 없었으며,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5)

영국은 처음부터 유럽연합에 부정적이었고, 유럽연합에 일원이 되어서도 계속 유럽연합과 갈등을 일으킨다. 경제를 보는 관점자체가 영미식과 대륙식이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결국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겉돌게 만들고, 궁극에는 브렉시트로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

 

(다시 유럽연합 이야기로 들어가면) 유럽공동체를 구속력이 있는 체제로 만드려는 노력은 수십년간 계속되었다. 로마조약이 체결되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체결되지만 각 조약들은 어떤 나라에서는 부결되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소련의 해체다.

 

89년의 사건은 전대미문의 격변이었다. 소비에트블럭이 해체되어 공동체가 동유럽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고, 독일의 통일 또한 가능해졌다. 그러나 콜 총리는 미테랑 대통령의 지원이 필요했다. 공식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프랑스가 점령국으로서 독일 통일을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브란트 의해 시작되고 추구되던 정책, 즉 유럽공동체와 프랑스-독일의 동반자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동유럽 관계를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미테랑은 단일통화가 독일이 공동체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될 것이므로, 따라서 독일 통일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마스트리트 조약이었다. 마스트리트 조약은 유로화,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뿐아니 라, 다른 권능과 제도 개혁도 규정했다. 공동체에는 교육, 청소년, 문화, 공공 보건 같은 분야와 관련해 일부 권한이 주어졌다. 각료이사회에서 가중다수결 투표의 범위를 더 넓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가 강화됐다. 유럽의회의 기능은 여러 분야의 법률에서 각료이사회의 결정뿐 아니라, 유럽의회의 승인까지 요구하도록 하는 '공동 결정' 절차를 통해 향상됐다. 또한 유럽의회는 신임 집행위원 임명에 관한 승인, 불승인 권한도 확보했다. 공동체와 더불어 새롭게 두 개의 기둥(pillar)이 마련됐는데, 하나는 공동 외교안보정책(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CFSP) , 이고 다른 하나는 사법 및 내무 협력(Cooperation in Justice and Home Affairs, GJHA, 암스테르담 조약에서 범죄 문제에 관한 경찰 및 사법 협력'으로 명칭이 바뀜)' 이라고 불리는 자유로운 이동, 역내 치안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두 기지는 공동체 제도와 연관되긴 했지만, 정부간주의가 그 기초를 이루고 있었다. 

중앙 기둥, 공동체 등으로 불리는제1기둥과 다른 두 기둥 을 합쳐 거대한 전체 구조를 유럽연합이라고 이름 붙였다. (48-50)

 

물론 유럽연합이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마스트리히 조약이 거부된 국가들이 있으며(수정후 통과), 많은 나라들이 간신이 통과되기도 했다. 유럽내에서도 유럽연합 반대가 심했다.

 

이렇게 유럽연합이 만들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럽연합은 조약이고, 그 조약에 합의한 나라의 연합체에 불과할 뿐이다. (?) 그런데 이 유럽연합의 힘이 커졌다. 마스트리히 조약은 기본적으로 유로 단일 통화 체제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가 자체적인 화폐권 그리고 통화 조절을 통한 경제정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단일통화에는 독일의 영향력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안정적인 통화관리가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국가 재무건전성에 대한 기준이 많다. 이 점이 지속적으로 유럽연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단일 통화 자체가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단일 통화로 인한 남유럽의 경쟁력 상실이 그대로 독일의 경쟁력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협약이 유럽내 힘의 권력과도 관계가 있다. 실제 독일-프랑스가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을때 두 나라는 리스본 조약을 통해 조약을 개정해 버렸지만, 남유럽 국가들에게는 그런 자비는 전혀 없었다. 유럽연합이 제도 보다는 힘의 균형에 의해 운영된다. 

(관련해서는 <유럽연합의 종말>이라는 책이 잘 지적한다. http://blog.aladin.co.kr/rainaroma/8724206 )

 

이외에도 <EU매뉴얼>은 유럽연합이 돌아가는 원리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중요한 지적 중에 하나는 바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이다. 터키는 1990년대 부터 유럽연합 가입 협상중이지만, 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터키의 정치, 민주 문제이지만,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이 지지부진한 것은 다른 이유이다. 유럽연합은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인구수에 비례해 의석수를 갖는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고, 그 다음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독일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가진다. 그런데 터키가 들어오게 되면 의석수 배분에 문제가 생긴다. 독일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지게 되는데 거기에 무슬림 성향이 강한 동유럽 국가들과 연합하게 되면 기존 독일-프랑스의 장악력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유럽연합에 긍정적인 것은(브렉시트를 비난하는 것은) 국제 헤게모니의 균형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중 패권 사이에 유럽이 기능을 해주는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그 기능을 분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럽연합은 생각보다 약한 공동체 연합이다. 내부적인 문제는 심각하다. 독일의 안정적인 경제와 복지는 남유럽 국가들의 고난과 노동착취 위에 서 있다. 특히 그리스 위기 이후 유럽연합의 힘이 독일로 쏠리는 느낌이다. 실제 유럽집행위원회 요직 중에 하나가 미르켈 총리의 아바타 같은 사람이 선정되었다.

사실 나는 유럽연합을 우려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독일 제국주의적 성격을 갖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범국이라는 딱지 때문에 군사력은 절대 갖고 있지 않지만... 어쨌거나 유럽연합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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