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종말 - EU는 운을 다했는가
얀 지엘론카 지음, 신해경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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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물론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연합 탈퇴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 몇 해 전 그리스 때 부터였다.  결국 그렉시트 대신 브렉시트가 결정되었고,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드러났지만, 사실 유럽연합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리스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 전부를 스스로 자초한 것은 아니다. 강대국 회원들 편에 서서 약소국 회원들을 도울 장치도 하나 없이 공통 통화를 계획한 유럽경제통화동맹의 불완전한 구상 뒤에는 그리스가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가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그리스를 매력적인 투기 대상으로 만든, 2008년 국제 금융 붕괴의 책임을 져야 할 주체도 그리스 은행이나 그리스 규제당국은 아니다. 유로 위기가 시작된 초창기부터 그리스의 정책을 담당한 이는 그리스가 아니었으니, 가혹한 긴축과 내부적 가치절하 탓에 벌어진 참혹한 사회적, 정치적 효과를 놓고 아테네를 비난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33)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근면한 독일인, 게으른 그리스인을 이야기하지만 통계자료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이 참 이상한게 저녁이 있는 독일인의 삶을 생각하면서도 일벌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의 이미지에 속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리스는 유럽에서 손 꼽히게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다. 반대로 북유럽 복지를 감안해보면 형편없는 복지정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게으르고, 복지병에 빠진 그리스라 생각하고, 보수언론들이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사실 유럽연합은 굉장히 착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EU에 정책수립자와 정책수용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는 데, 전자는 채권국이, 후자는 채무국이 좋은 예가 된다.(36)

유럽통합은 무엇보다 먼저 힘의 정치를 제거했어야 했다. 크고 부유한 국가들이 더 이상 작고 빈곤에 빠진 국가들을 따돌리지 않게 해야 했다. 무엇보다 유럽은 독일에 의해 지배되지 않 아야 했다. 오늘날 소수의 A+, 국가들이 독일과 같이 운전석에 앉아서 유럽을 굴리고 있다. 회원국들 사이의 평등은 사라졌다. 새로운 조약들이 일부 국가들만 염두에 두고 서명되고, 외부로 부터의 (제멋대로인)내정간섭이 넘쳐난다. 정책들이라곤 대체로 지원과 동기부여보다는 처벌에 관한 것들이다.

 유럽통합은 또한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인 시장을 창출해야 했다. 거기다 유럽통합은 유럽 북부에서만이 아니라 동부와 남부에서도'스톡홀름 컨센서스가'워싱턴 컨센서스를 누르고 성 공하도록 만들 거라는 의도를 가졌다. 공통 통화와 단일시장은 이런 야심찬 경제 목표들을 성취할수있도록 해주는 핵심수단 이었다. 지금 공통 통화는 곤란에 빠졌고, 곤란에 빠진 공통 통화는 단일시장의 성과를 잠식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경제들마저도 성장을 일으키는 데 실패하고, 유럽의 복지 제도들은 무너지고 있다. 유로는 유럽통합을 도왔어야 하지만 그 반대 결과를 얻었다. 유로는 흑자국과 적자국 간, 수입국과 수출국 간, 북과 남 간의 차이와 대립을 강화했다. (68-69)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남유럽에 대해서는 가혹한 정책을 강요하지만, 실제 2000년대 독일-프랑스가 유럽연합의 기준을 지키지 못했을 때 정작 자신들에게는 그 정책을 가동하지 않았다. 유럽내 강대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에 대해 공평하게 정책이 지켜지지 않는다.

 

독일은 한 10년 전쯤이었으면 먹혔을지도 모르는 정책들을 추진했지만 지금의 채무국들이 보기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비참한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그리스 정부가 통계들을 '주물렀을수도 있지만, 결점이 있는 유로 체제를 (프랑스와 함께)계획한 것은 독일이다. 재정 규율과 관련해 유로존 규정을 (역시 프랑스와 함께)처음으로 깨뜨린 것도 애초에 바로 그 규정들을 제안했던 독일이다. 독일은 자국 재정을 통제하는 데 마침내 성공했고, 이는 분명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리스는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구조적 적자를 12%나 감축했는데, 이는 독일이 더 나은 조건하에서도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낸 성과의 두 배에 이른다. (114)

 

그럼에도 저자는 유럽연합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다소 알아듣기 힘든 다성악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며 하나의 유럽연합 공동체가 아닌 각 분야의 연합공동체가 하나의 공동체처럼 보이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유럽연합을 좀 우려스럽게 본다. 유럽연합의 구조상 독일은 앉아서 돈을 벌 수 밖에 없고,(반대로 남유럽은 뭘 해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 손해와 독일의 이익은 같다) 유럽연합내에서 힘의 독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위치가 저절로 만들어지고 있다.

독일은 두 번의 전쟁을 이룬 전범국가이다. 물론 그래서 스스로 조심하고 있지만, 그리스에 대한 태도 등을 보면 예전 제국주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유럽연합이라는 대 제국의 우두머리.... 어떻게 보면 영국이 잘 떨어져 나간 것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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