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1~2주치 신문과 잡지를 몰아서 본다. 이번 주엔 북섹션이 아니라 <안녕하세요>를 다룬 토요판 대중문화 관련 기사다. 이번 주 안녕하세요(4.1)에는 중학교에 들어가자 자퇴를 선언한 모범상 딸의 이야기가 나왔다.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종종 가족 구성원들이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는 식, 혹은 억지 감동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 <안녕하세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와잎이 진지하게 보고 있길래 슬쩍 슬쩍 프로그램을 봤다.
처음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흐르다 결정적인 이유가 등장한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여학생은 장애 오빠를 두고 있던 것.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군가가 장애가 있다는 것은 온 가족을 피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몇 년은 온 가족이 사랑과 정성으로 헌신하지만, 가족이기 전에 나라는 존재가 어느 덧 장애 가족의 삶에 매몰되어 버린다. 사회생활이 필요한 부모와 비장애 형재자메는 그 사회에서 배제된다. 아니 스스로가 배제된다.
토요일자 기사
‘나도, 여기 있어요’…장애인의 형제자매로 산다는 것 에 거의 동의한다.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의 토요판 연재기사는 이 프로그램을 다루며 비장애 형제자매를 다룬 영화와 책 장면을 끄집어 낸다. 그냥 지나쳤을 <말아톤>의 한 장면, 그리고 다른 영화, 책의 장면들.
그리고 기사에는 없지만 연초에 읽었던 <바람을 가르다>라는 책이 바로 떠올랐다. <바람을 가르다>는 비장애 친구, 비장애 남매, 그리고 장애 학생을 둔 선생님이 나온다. 이 책이 훌륭한 점은 장애의 옆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이다. 두번째 단편 <천둥 번개는 그쳐요?>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장애 오빠를 둔 해미가 나온다. 항상 오빠를 찾아 복지관에 갔던 해미는 그날 잠시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그 때가 유일하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다.) 그만 복지관에 데려다 줘야 하는 시간을 놓쳤다. 그리고 오빠는 어디론가.....
엄마가 내 눈 을 빤히 보더니 나를 다시 꼬옥 안았 습니다˝ 오빠 가 널 얼마나 찾고 있는지 몰라 . 해미 없어요 없 어요 이러면서 . ˝ 엄마 말이 따뜻해져 가던 내 마음 을 순간 얼어 붙게 했습니다.
“ 오빠 가 날 찾으 니까 엄마 도 나를 찾으러 나온 거야 ? ˝
나는 엄마 품 에서 몸 을 빼며 말했습니다 .
˝ 무슨 말이야 , 그게 ? ˝
˝ 엄마 한텐 항상 오빠 가 제일 중요 하니까 뭐든지 오빠 위해서 오빠는 아프니까 오빠는 장애가 있으니까 … 오빠가 찾아달라 해서 오빠를 돌봐야 하니까 나를 찾은 거냐 구 … ”
˝ 해미야 , 그런 말이 어디 있어 ? ˝
엄마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았습니다 . 엄마 손이 뜨거웠습니 다 . 나는 엄마 손을 뿌리쳤습니다.
“ 집에 불 난 것도 내 잘못 이고 오빠 잃어버린 것도 내 잘못 이고 나는 늘 잘못만 해 . ”
“해미 야 … ˝
엄마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맺혔습니다 . (65쪽)
기사에서 황진미 평론가가 이야기하는 부분을 꼭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의 소녀는 위에 언급된 책들에 나오는 ‘비장애 형제자매’의 고민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모범생 콤플렉스’를 지닌 채 오빠를 돌보고, 엄마의 자존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명문대에 진학해 특수학교 교사가 되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놀고 싶고, 마카롱 가게 주인이나 예능 피디가 되고 싶다는 또래다운 꿈을 꾼다. 엄마와 오빠를 사랑하기에, 힘들다는 감정은 사치이거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침 장애인 형제를 둔 신동엽의 사려 깊은 질문으로 소녀의 억눌린 감정들이 조금씩 풀어져 나오고, 이영자의 통찰력 있는 질문으로 엄마가 딸에게 가해온 압력과 모순된 욕망을 깨닫고 눈물을 터뜨린다. 성공적인 상담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기적의 순간이다.
흔히 장애인의 가족이라고 하면 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를 떠올린다. 하지만 ‘비장애 형제자매’들도 복잡한 갈등을 느끼며, 자신을 장애인 형제자매의 최종적인 보호자로 여긴다는 점에서 장애문제의 당사자이다. 이들의 존재에 주목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엄마의 헌신주의로 대표되는 시혜와 동정의 시각이 아니라, ‘나는?’ 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나 자신의 결핍을 돌아보면서 장애인들과 시민적 연대를 이루어나가는 평등의 시각으로 관점이 전환되기 때문이다. “우선 네가 행복해야 돼”라는 출연자들의 조언처럼, 더 많은 지지가 ‘비장애 형제자매’들에게 이어지길 바란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88973.html#csidxf1ff8e25bbaa54bba3a8f017197f4de
그리고 거의 동의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장애 가족의 문제는 관심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감동이라는 것, 관심이라는 것이 그 생활을 이겨낼 힘이 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국가와 사회의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족 구성원이 잠시 시간을 갖도록 '활동 보조 제도'를 확대한다든지, 사회에서는 비장애형제자매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 아래 동영상은 KBS 유투브중에서 가져 오긴 했지만, 장애 오빠를 가진 속내를 담은 부분을 뽑았으면 좋았을 텐데, 프로그램 홍보의 한계상 교과서적인 조언이... 그래도 앞부분에서 상황을 이애할 수 있을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