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튀드는 연습곡이라는 뜻이다.

연습곡이란 말그대로 기교적인 연습을 위한 곡으로서, 자신의 감정, 느낌, 악곡의 형식 보다도 손의 유연한 움직임, 특정 손가락의 연습, 특정한 아티큘레이션의 표현 등에 중점을 두어 작곡한 곡이다.

기교적인 연습곡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하농, 체르니, 바이엘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연습곡들은 주로 손가락의 기계적인 움직임에 주력하게 하며, 물론 음악적인 요소가 아주 없진 않지만 연주곡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단순한 리듬과 선율이 이어진다. 여기에 조금더 음악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 부르크뮐러의 연습곡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르크뮐러의 25개 연습곡을 많이 사랑한다. 길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나 분명히 음악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으며, 모든 곡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제목도 많은 것을 연상하게 되어 있는 재미있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설명해 줄 때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으이구~ 귀여운 것들!!"

이런 곡들은 초급용에 해당하고, 굳이 에튀드라는 이름을 붙여 연주회에서 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에 반해 쇼팽에 이르면, 연습곡에 단순한 기계적인 의미가 아닌, 음악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테크닉과 음악은 함께 가는 것이라는 진리에 동의하는 나의 견해로 보면, 쇼팽의 연습곡은 체르니나 하농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기계적인 훈련을 꾸준히 오랜 시간해야 잘 칠 수 있는 곡이 쇼팽의 에튀드지만, 또한 그 안에는 무궁한 음악이 숨어있고, 살려야 할 멜로디, 반드시 말해 주어야 할 메시지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재미있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사실 음악을 하면서 나는 쇼팽의 곡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나는 색채가 강한 라흐마니노프나, 리듬감과 파괴적인 화성이 살아있는 프로코피에프,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선율의 뿔랑 등 현대나 러시아의 곡들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쇼팽은 약하고, 여리고, 부드러우며 졸렸다.

그러나 계속 연주하고 공부하면서 왜 사람들이 그토록 쇼팽의 곡에 매료되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그의 곡은 선율적으로 아름답고 화성은 안정감 있으면서도 도전적이다. 그러면서도 쇼팽의 음악은 학구적이다. 연주하기도, 듣기도 까다로운 곡이 쇼팽이다.

쇼팽의 상상력은 연습곡에도 음악을 가미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처절한 혁명의 외침을 때로는 귀여운 나비의 춤을, 때로는 차갑고 매서운 겨울 바람을, 때로는 넓고도 깊은 대양을, 때로는 양떼들의 넓은 들판을.  때로는 검은 건반으로반, 때로는 3도로만, 때로는 6도로만... 그의 다양한 음악적 상상력을 대체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그는 졸립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음악가였던 것이다.

학부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고 나자,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이 음악을 공부하면서 쇼팽의 에튀드를 여유를 가지고 연습하고 있는데, 한 곡 한 곡 칠 때마다 새로운 노래와 새로운 테마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쇼팽의 음악사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쇼팽이후로 많은 작곡가들이 연습곡을 만들었지만, 과연 쇼팽만큼 체계적인 기교의 연습과 음악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곡이 있을까 싶다. 대체로 그의 이후의 연습곡들은 지나치게 기교적이거나, 지나치게 노래적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도 쇼팽의 에튀드를 연습할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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