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영화를 보러 갔다. 완전히 즉흥적으로...
집 근처에 영화관이 있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갔다가 자유롭게 - 피곤하지 않게- 집에 올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아무튼 꼼짝거리기 싫어지는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암튼,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우리 나라에도 드디어 이렇게 탄탄한 시나리오로, -보는 것이 아닌 말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영화가 나왔구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느낀 것은 <오아시스>를 보고도 느낀 것이지만, 그런 종류의 감동과는 다른, 뭔가 통쾌하면서 시원하고도 복잡한 느낌이다.
외국 영화로도 이런 영화야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말로, 우리나라 사고방식으로, 우리나라 욕으로 하니까 더 재미있고 실감났다. 맛있는 영화라고나 할까?
시나리오는 구성력이 뛰어났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괜찮았다. 늘 나오는 추적씬도 괜찮았다. 내용의 전개를 무겁지 않게 풀어가는 스타일이 참 편했다.
다만 몇가지 꼬투리를 잡자면, 역시 사건 설명이 간간이 너무 많고, 빨르고, 음악이 커서 잘 안들렸던 부분이 있었다. 2시간 내내 정신을 집중해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어야 이해가 잘 된다.
그리고, 여자. 아무래도 마지막에 염정아가 박신양과 함께 사기를 치는 부분까지 이어지기에는 뭔가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 첫사랑이라는 정인숙(?)양- 형과 싸우고, 가출해가면서 까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정리, 염정아와 박신양의 사랑(?)의 정체성..? , 특히 염정아라는 존재의 가치. 과연 사기꾼인가, 그냥 놀고 먹는 백존가, 아님 자유연애(?)를 즐기며 돈만 사랑하는 여인인가. 혹은, 정말 사랑에 가치를 두는 여인인가. 참으로 그 존재가 애매하기 그지없다. 이를 테면 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극에 필요한 장면장면에 소스처럼 그 모습을 바꾸며 등장하는 일인 다역과도 같다!
마지막으로 이건 가장 중요한 꼬투리인데, 항상 이런 도둑(?) 영화가 나오면 등장하는 그 도둑의 도둑질 정당화다. 형에대한 복수를 위해 50억 사기를 치고, 앞으로도 평생 사기를 치며 산다? 이건 정당화다. 그런데 마치 영화에서는 그래서 더욱 그 주인공 도둑놈 사기꾼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최종혁(박신양)은 그저 사기를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고, 형은 그저 사기를 당해 자살한 것 뿐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형의 자살이 또다른 더 큰 사기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순 없다. 사기는 나쁜 거니까. 그런 식의 정당화, 주인공 미화는 좀 피하는 쿨~한 영화는..
재미가 없을까?
암튼, 이러저러 저러이러한 이류를 막론하고 모처럼 참 재미있게 봤다.
누가 본다고 하신다면 기꺼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