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질린 날은 일본 요리
김정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회사에서 바이어를 대접할 때 손님의 중요도에 따라 그저그런 손님에겐 미국 본토의 스테이크를, 꽤 중요한 손님에겐 이탈리아 요리를, 상당히 이문을 남겨 줄 우수 고객에겐 프랑스 요리를, 가장 극진한 귀빈용으로는 일식 요리를 대접한다는 말을 들었다. 서양요리 다 제치고 동양음식이 최고급 요리로 인정받고 세계화되는 것에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라면 까칠한 알러지가 돋는 한국백성으로서 나는 묘한 '배아픔'과 안타까움도 느꼈다. 우리나라 한국음식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는 세계화에 진작에 노력을 쏟았더라면 일식보다 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식과 우리음식 조리 방법이 크게 생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식요리를 할 줄 알고 집에서 해먹는다'고 하면 왠지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대단한 일 같지만  김정은씨의 『김치찌개에 질린 날은 일본 요리 』를 보면 작은 관심만 기울인다면 누구라도 가능하다. 김정은씨는 일본에서 자라고 요리 공부를 하여 관련 칼럼과 광고도 제작하다가 현재 귀국하여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전임교수에 재직하며 각종 요리 잡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일본 요리들도 친숙하게 느끼도록 레시피를 만든 것은 그녀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있다. 한국실정에 맞는 일본요리를 위해 수년간 정성을 쏟아 만든 레시피들이다.  


원래 일본 요리를 '눈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할만큼 예쁜데 게다가 이 책엔 사진도 얼마나 잘 나왔는지! 금방이라도 군침 돌게 만드는 음식 사진이라 이 책은 야밤에는 보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 포토리뷰가 적절했는데 촛점 흐릿한 내 카메라로는 감당 못할 것 같아서 말았다. 음식 차린 것을 보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 먼저 감으로 오는데 레시피와 사진만 봐도 '맛있는' 요리책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요리책을 봤으면 요리실력도 늘어야 책 본 보람이 있다. 따뜻한 두부샐러드, 따뜻한 버섯샐러드, 주먹밥구이, 삼치데리야키조림은 당장 따라 해먹어 보았다.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미 익숙한 맛이다. 대합맑은국, 스키야키, 아귀맑은전골, 해물볶음우동, 일본식안심스테이크와 양파소스 등은 재료를 구입해서 해먹어 볼 작정이다. 제대로 맛 낼 자신있다.흐흠..과연? 그러나 앞서서도 말했지만 일식요리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으니까,까잇그, 레시피대로 자신있게 따라해보자. 


오사카식 오코나미야키 같은 건 우리나라 '전'과 비슷하다. 동래파전과 비슷한데 채소와 해물들을 넣어 굽는 것까지는 같고 위에 소스들을 좀 더 다양하게 뿌린다는 점이다. 보니까 한때 우리애들이 짱구만화를 보면서 만들어 달라고 조르던 문어빵(타코야끼) 위에 얹는 소스다. 돈가스소스처럼 거무스름한 오코노미야키소스를 바르고 마요네즈, 가츠오부시를 솔솔 뿌리고, 오징어와 새우, 김가루로 장식하면 끝. 해물샤브샤브란 것도 평소에 우리집에서 자주 해먹던 음식이었다. '한국실정'에 맞추기 위해 저자가 노력한 덕분인지 아무튼 우리음식 조리방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일식요리도 그리 낯설지는 않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 받았던 부분은 생선조림 부분이다. 생선을 달군 팬에 식용유로 굽다가 데리야키소스를 끼얹어 조리는 방법(삼치데리야키조림), 무와 함께 조리는 방법(우럭무조림)-이때 무를 쌀뜨물로 미리 삶는 소소한 팁이 실제 요리에 얼마나 맛이 깊어지는지! 


일본요리에선 국물맛을 내는 몇가지 소스를 알아두면 좋은데, 사실 내겐 별스럽진 않았다. 왜냐면 그동안 일본에서 살던 동생이 건네준 '혼다시'나 '가츠오부시'라는 훈제가다랑어 얇게 포 뜬 것을 이미 써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요리소스는 대부분 가츠오부시와 다시마 등의 '낭낭한'그 맛이 기본이다. 그래서 소스 마다 그 둘이 약방의 감초처럼 꼭꼭 들어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정종(맛술)도 그렇고. 일부러 일식 소스를 메모하지 않더라도 멸치,다시마,표고버섯,새우 등으로 다신 물을 우려낼 때, 가츠오부시만 더 넣으면 웬만한 일본 국물은 흉내낼 수 있을 것 같다 - 물론 요 부분을 김정은씨가 본다면 다소 기가 막힐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 머릿속에는 그렇게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중요한 몇가지 소스를 메모하자면, 

<가츠오부시국물>
대부분의 국물요리에 많이 쓰며, 기름들어가지 않는 샐러드드레싱에도 깊은 맛을 낸다.
1)물과 다시마를 넣어 중불에 끓인다 
2)끓을 때 가츠오부시를 넣고 불을 끈다
3)가츠오부시가 가라앉으면 체에 거른다 

<데리야키소스>
생선,닭고기,쇠고기,돼지고기 등을 구울 때 주로 쓴다. 주먹밥에 발라먹음.
1)냄비에 간장,표고버섯,대파,설탕,물엿,정종,맛술을 넣고 중불에서 15분 졸인다
2)졸여지면 가츠오부시를 넣고 불을 끈다. 식으면 체에 거른다. 

<쯔유>
가장 많이 쓰이는 일본의 대표소스.메밀국수,튀김의 소스, 감자조림,생선조림,스키야키소스,우동국물에 넣는다.
1)물 2리터에 큼직하게 썬 양파,마른표고,다시마를 중불에서 끓인다
2)끓을 때 가츠오부시 60g을 넣고 가라앉으면 황설탕, 정종, 맛술을 넣어 20분 정도 끓인다
3)다시 가츠오부시25g을 통후추,마른고추와 함께 넣고 10분 끓여 식혀 체에 거른다.  

*책에는 초밥물 등 몇 가지 더 있지만 평소에 김밥, 초밥 쌀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가츠오부시가 얇은 대팻밥처럼 생겼기 때문에 우려낸 후엔 꼭 걸러야 한다. 처음에 나는 이걸 몰라서 다 풀어지고, 맛도 버렸다. 가츠오부시가 오래 퉁퉁 불으면 씁쓸한 맛이 난다.

 

 <갖춰두면 좋은 조리도구>에 '오토시부타'라는 조림용 뚜껑이 맘에 들었다. 어디 있으면 구입하고 싶다. 조림할 때 냄비 속으로 뚜껑이 쏙 들어가도록 디자인 되었고 구멍도 적당히 조절하며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진 좋은 아이디어 제품이다.  


전체요리와 후식에도 먹음직하고 예쁜 요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벚꽃차가 인상적이었다. 벚꽃봉우리를 소금에 절였다가 다른 요리에도 가끔 쓰이는데 차로도 마신다고 한다. 투명한 잔에 담긴 연분홍 벚꽃차는 너무 예뻐서 마시기 아깝지 싶다. 벌겋게 양념한 고춧가루로 입안이 얼얼하게 먹는 우리나라 음식도 좋지만 개운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고 싶다면 이 책의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요리에도 고춧가루 쓰지 않고 개운하고 담백한 맛 내는 요리 많지만. 암튼, 갖고 있으면 유용한 요리책이다. 신혼부부에게 선물해도 좋겠다.

2009.1. 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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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3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당장 생각나는 일본국물의 조리법은 아주 단순합니다.'가쯔오부시이빠이데쓰요'입니다.
근데 일본 본토 음식은 제법 심심하기에 한국사람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하더라고요.

진주 2009-01-31 20:23   좋아요 0 | URL
ㅋㅋ맞아요~가츠오부시의 그 낭낭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바로 일본음식의 핵심? ㅎㅎ 우리끼리 하는 말


그나저나, 이 조용한 서재에(댓글도 추천도 없다죠^^; 그저 모두들 조용히 소리없이 다녀가시기만 해요)그것도 요리책 리뷰에 메피님께서 추천과 댓글을 주셨군요! 역시 신세대! 마님이 쌀밥을 주는 덴 다 이유가 있다니깐~ 쌀밥 많이 드시겠어요ㅎ

서연사랑 2009-01-3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사고 싶어지고, 먹고 싶어지는 리뷰예요^^
포토 리뷰였다면 이 야밤에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진주님을 원망했을지도..ㅎㅎ

진주 2009-02-02 19:14   좋아요 0 | URL
제가 사진 올리지 않길 잘 했죠? ㅎㅎ
서연사랑님 억수로 오랜만이네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