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연애조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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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랑 봤다. 아직은 이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갈래를 몰라 탐색하던 중 무난하다 싶어 택했는데, 무난한 반응이다. 김현석 감독의 전작인 <광식이 동생 광태>를 썩 의미 있게 봤는데 이 영화도 연애와 사랑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 꽤 묵직하다.  

  믿음과 사랑 가운데 남녀 관계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 지 영화는 묻는다. 베드로가 말했다는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는 복음서풍의 전언이 영화의 주제일텐데 달리 논할 게 없는 맞는 얘기다. 믿음과 사랑에 성경은 소망을 더하는데, 나는 남녀관계를 놓고 보자면 나머지 하나로 존중을 덧붙이고 싶다.   

  사실 남녀관계만이 아닌 인간관계 전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존중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다툴 일이야 숱하지만 한 존재를 귀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면 다툴 일이 좀 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가 '심히 기뻐한' 존재로, 남의 집의 귀한 딸과 아들로, 공화국의 주인인 한 시민으로 존중해주면 믿음과 사랑을 좀 더 튼실히 해주지 않을까 한다.  

  영화를 보곤 난 한 아름 고민거리를 안고 왔는데, 여자친구는 '훗!'하는 표정이다. 표정만 그런지 정말 영화의 전언을 다 이해하고 뛰어넘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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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2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다니엘을 좋아라 하기에 꼭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이 감독이 스카우트 도 연출했다네요. 그 영화 은근히 매력만빵이었는데 말이죠.

광식이동생광태 는 아직 못 봤는데 그 영화를 본 동생 은 볼만하다고 하더군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7 15:18   좋아요 0 | URL
최다니엘은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보여준 어리바리함을 맘껏 보여주더군요. 좋은 배우입니다.
감독과 제작사의 캐스팅이 꽤 뛰어난 듯 합니다. 조연으로 박철민, 김지영, 권해효가 나오는데 다들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죠.
<광식이 동생 광태>도 흥미롭게 보았는데, 이 영화도 못지 않았어요.

다이조부 2010-09-2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해효 도 나오는 군요~ ㅋ

그 아저씨는 언제부터인가 영화계에서 자신을 잊어버린것 같다고 시나리오 안 들어온다고
투덜거리던데~

중학교때 지금처럼 뚱보가 아닌 시절 권해효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다이어트 하면 다시 닮아보일지는 모르겠지만 ㅋ 그때는 달갑지 않았는데 지금은
영광일듯 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7 18:33   좋아요 0 | URL
권해효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요.
권해효를 닮았다니 트위터에선 볼 수 없는 '매버릭꾸랑'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만^^
영화에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재미나게 말이죠.
 
<하찮은 인간 호모라피엔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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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그레이라는 철학자는 처음 접한다. 책을 읽어가며 이 사람이 철학의 지형도에서 어디쯤 자리잡고 있을까 궁금했다. 반(反)휴머니즘의 입장에 선다는데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자주 인용하는 걸 보니 지형도가 대충 그려지는 듯 하다. 눈길이 더 갔던 건 저자가 지적 친밀도를 과시하는 제임스 러브록이란 사람이다. 책의 뒷 면을 보니 러브록은 이 책의 서평을 쓰기도 했다. 받아 적어 본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계몽된 휴머니즘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우리를 깊은 잠에서 깨웠다면 존 그레이의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는 우리로 하여금 거울을 보고 스스로를 직시하게 한다."

  일종의 상찬인데, 러브록은 '가이아 이론'을 주창한 과학자이자 생태학자이다. 한국에선 <녹색평론>이 공들여 소개하는 사람이다. 나도 평소 좋아하는 <녹색평론>을 통해서 러브록의 생각을 접했다. 참고로 <녹색평론선집1>에는 러브록의 '가이아를 위하여'를 비롯해 '가이아의 경제학' 등 가이아와 관련한 글들이 실려있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이 내게는 에콜로지를 거쳐 다가와 거부감이 덜했다면 직설적인 그레이의 주장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이런 대목이다. "기독교는 역사란 죄와 구원의 드라마라고 파악했다. 휴머니즘은 구원에 대한 이 기독교 교리를 보편적 인간 해방이라는 기획으로 바꾼 것이다. 진보라는 개념은 신의 섭리에 대한 기독교적 믿음의 세속 버전인 셈이다. 고대의 다신교 철학자들 사이에 진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진보에 대한 믿음에는 또 다른 원천이 있다. 과학은 인간의 힘을 증대시키면서, 인간 본성이 가진 결점들도 확대시킨다."(11면) 그레이는 기독교, 휴머니즘, 진보주의, 과학을 싸잡아 비판한다.  

  비판의 틀거리는 인간중심주의이다. 이 정도의 주장은 러브록의 사상이 서 있는 에콜로지와 별 다르지 않은데, 내게 반감을 갖게 했던 건 기독교에 대한 피상적 이해 때문이다. 또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동양 종교에 대한 편애로 대체하는데 그가 도교를 이해하는 정도도 깊지는 않은 듯 하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Straw Dogs(짚으로 만든 개)>인데, 이 단어는 <도덕경> 영문판에 등장한다.  

  노자에게 덧씌어진 자연주의와 신비주의에 대해선 강신주가 비판한 적도 있다. 노자 역시 여느 유가와 다르지 않게 국가라는 시스템 속에서 사유한 철학자라는 게 강신주의 주장일텐데 이 주장에 동의하는 나로선 그레이가 갖는 도교에 대한 생각에 수긍하기가 힘들다. 또한 기독교가 인류-저자는 인류란 말도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역사를 망쳐놓은 주범이라 주장하는 저자의 생각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기독교의 죄악사에 대해선 그레이를 통하지 않고서도 배울 수 있고, 배웠던 자리가 많은데 성긴 주장으로 과한 비판을 하는 저자의 주장은 자꾸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책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걸로 아는데, 또 만남을 갖는다면 좀 더 의미있는 책읽기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John N. Gray(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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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2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고 있나요?~ 저는 천안에 기도원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주인장의 리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4 22:05   좋아요 0 | URL
부모님 따라 가신 건가요?교회 안 다니시는 걸로 아는데 말이죠.
저는 교회 다니면서도 기도원 가는 걸 무지 싫어해요.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 말이죠.
<나는 행복합니다> 리뷰는 영화 보곤 블로그 영평란에 올려놨어요. 원작 소설과 비교해본 짤막한 글이구요^^
 
평화의 얼굴 -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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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식이란 사람을 좋아하고, 그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평화의 얼굴>을 읽는 데는 적잖은 망설임이 있었다. 한국에선 소위 '이단'이라 불리는 종파의 교인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게 이 책의 큰 줄기이니 이 책 읽기만큼은 미루고, 미뤄뒀다. 나는 김두식과 같은 장로교에 속한 교회를 다닌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책의 주장인 반전(反戰)에 대한 내 자신의 생각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기독교 작가 C.S.루이스가 <영광의 무게>에서 '나는 왜 반전론자가 아닌가? _ 전쟁에 대한 태도'란 꼭지를 빌어 반전론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는데 사실 난 그의 주장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 어쩌나? 그래도 읽고 싶은 마음이 승하여 책을 읽어간다.  

  이단에 대한 기억은 둘 있다. 동생이 어느 교회를 잠깐 다녀왔다는데 어딘지 말을 하지 않길래 궁금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화들짝 놀라 이유를 말하며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평소의 동생은 그렇지 않는데 고집부리며 계속 나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고집스레 말하는 동생이 평소완 너무 달라 무서웠다. 동생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게 말을 하는 듯 했다. 가족이 총동원해 말리니 이후 동생은 더 이상 그 단체에 나가질 않았다. 대학 때는 선교회에 있었는데 한창 세를 확장하던 이단 종파와 싸운 적이 있다. 쫓고 쫓기며 몸싸움도 했는데, 지금도 그들의 무서운 눈이 기억난다.   

  C.S.루이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에 옥스퍼드 반전론자 협회에서 '나는 왜 반전론자가 아닌가?'란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루이스는 자신의 경험과 성경을 근거로 주장을 펼친다. 주장의 대종은 이렇다. "반전론자들은 전쟁이 언제나 유익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친다는 그들의 주된 주장을 사실로 내세울 것입니다. 전쟁이 아무 유익을 끼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과 너무 거리가 먼 주장이라서 역사적 견해로 볼 수도 없습니다. 1914년, 유럽이 독일의 수중에 들어가는 상황을 '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악을 방지한 전쟁은 그 부분에서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예수의 언행을 제외하곤 베드로나 바울 같은 예수의 제자들은 폭력 사용을 승인한다는 것이다. 루이스도 문제는 예수의 언행이라는 것을 인정하는데, 반전론자들의 주장처럼 예수가 폭력 사용을 강고하게 거부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란 구절을 해석하며 이 말이 '위해 일반'에 대한 무저항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향후 나타날 '특정한 위해'에 대해서까지 무조건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선 고마웠던 건 정통과 이단을 말하기에 앞서 평화를 먼저 말하는 게 기독교의 정신에 맞다는 사실을 알게 해줘서이다. 싸우는 사람들을 향해 싸움을 멈추라는 말을 건네기보다 외려 더 부추기고 싸움에 뛰어드는 기독교는 비종교인들 앞에서 정통과 이단을 말할 자격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실제 참전 중에 대학 친구를 잃고 남겨진 친구의 가족들을 평생 거뒀던 루이스다. 그는 반전주의가 곧 평화주의가 아님을 말한다. 전쟁 안에 가로놓인 명분과 이익도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의 주장이 평화주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용서는 말하고 있음을 난 발견한다. 이 것만으로도 난 그에게 고마움을 갖는다. 물론 김두식에겐 더한 고마움을 갖지만 말이다.

着語 : 책 가운데 이스라엘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제도를 다루는 장이 있다. 병역 거부를 지지하던 인사들 중 한 사람이 <나와 너>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이다. 결국 부버가 전쟁을 반대했다는 말일텐데 이 얘기가 쓸쓸히 다가왔다. 이유는 그가 1948년 팔레스타인으로 귀국할 수 있었던 것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전투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가족이 살던 집을 전쟁을 통해 차지한 그가 '병역 거부'와 '사랑', '나와 너'를 말함이 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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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1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주인장 글 길이가 압축적이고 짤막했는데 언제부터 인가 분량이

많이 늘어난것 같은데 그 시점을 모르겠어요~ ^~^

김두식 아저씨도 트위터를 하더군요. 팔로잉 하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9-17 00:23   좋아요 0 | URL
요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인가봐요^^;
저도 김두식 선생 팔로우 하는데 말이죠. 이 책 읽고 물어볼 게 있어 트윗 남겼는데 대답해 주시더라구요.
우린 트위터에서도 친구이군요^^

다이조부 2010-09-18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위터에 가입은 작년에 했는데

아시다시피 컴맹에다가 기계치여서 활동은 전혀 없어요 ㅋ

그냥 구경하는 정도~

파고세운닥나무 2010-09-18 15:02   좋아요 0 | URL
가입은 일찍 하셨네요. 저는 아이폰 사용하면서부터 이용했는데 말이죠.
뭐,저도 좋아하는 분들의 일상과 생각을 눈팅하는데 이용할 따름입니다^^

다이조부 2010-09-1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 유저군요 ^^ 저는 전화중독 증세가 심해서 당분간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ㅇ ㅏ요~ 전화기를 달고 살다가 없으니까 처음에는 허전했는데 시간 좀 지나니까

주변에 친구 몇 명이랑 가족은 불편하다고 투덜대도 저는 편하네요~ 살짝 이기적인가?

파고세운닥나무 2010-09-18 19:54   좋아요 0 | URL
친구 하나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안쓰럽기도 한데 한편으론 부럽기도 해요^^;
공부 하시는데는 당분간 없는 게 나을듯 합니다만. 행시 축소가 백지화 되지 않았나요?

2010-09-2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09-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주인장 블로그에 가게 됬어요~

어떻게 주인장 얼굴 보게 됬네요~

김두식샘 블로그 구경하다가 어째 그렇게 됬네요. 아무튼 반가워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0 14:51   좋아요 0 | URL
아,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말이죠? 졸 때 후배가 몰래 찍은 사진인데요^^;
트윗 아이디가 뭐예요? 팔로우 하려구요^^

반딧불이 2010-09-2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나무님. 비가 와서 보름달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구름뒤에서 달은 빛나고 있을거에요. 그런 달처럼 환하고 넉넉한 명절 보내시기 바래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1 02: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마음만이라도 정말 풍성한 한가위였으면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갖기가 너무 어려운 요즘인 것 같아 감히 저와 반딧불이님께 그런 행운이 있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늘 힘과 도움이 되는 말씀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이조부 2010-09-2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niqyahoo 입니다.

가입한지는 1년이 넘었는데 규모는 주인장거보다 더 작아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9-21 02:04   좋아요 0 | URL
팔로우했습니다. 사진도 한번 봤으면 합니다만^^

2010-09-26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연스러운 건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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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학제간 연구에 관심이 많다.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interdisciplinary study'라고 하는데, 접두사로 'inter-'가 붙은 걸 보니 둘 이상의 학문이 마주치는 학문이란 뜻이겠다. 대학(大學)이란 이름과는 달리 크고 종합적인 학문을 하기 힘든 곳이 요새 대학이다. 근대의 분절화된 학문은 그 속으로 들어가 코 박고 있어야 전문가란 이름을 얻는다. 다들 스페셜한 자신을 원한다. 전문가를 '스페셜리스트'라고도 하니, 모두들 전문가가 되기를 원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스페셜리스트에 딴지를 거는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주장이 '제너럴리스트'이다. 제너럴리스트 앞에 '높은' 같은 말들을 덧붙일 뿐이지 이 말을 사용하는 피터 드러커, 다치바나 다카시의 주장은 대동소이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마츄어리즘'을 주장하는 에드워드 사이드도 있다.  

  건축학이란 학문은 보통 공과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잔뜩 사족을 깔았던 건 이 학문이 학제간 연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의 <자연스러운 건축>은 건축학이 학제간 연구임을 뚜렷이 보여주는 책이다. 미술과 음악,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한 데 뭉쳐 새로운 건축물 하나를 짓게 한다. 저자는 이 과정 속에서 했던 고민들을 찬찬히, 그리고 생생히 보여준다. 그 고민의 결실로 한 건축물을 바라보며 확인하는 게 이 책을 대하는 한 즐거움이리라.  

  제목으로 삼은 '자연스러움'은 저자가 지니는 건축 정신의 밑절미이다. 건축물은 자연과 자연스레 어울려야 하며, 인간과 또한 자연스레 만나야 한다. 결국 앞서 말한 학문간 종합 정신이 자연과 건축물, 인간과 건축물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발휘된다. 그 자연스러움을 발견하는 게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隅硏吾(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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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1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정학 수업 시간에 공채를 제너럴리스트 특채를 스페셜리스트 로 비유하더군요~


궁금한게 있는데요 가스펠 이 뭔지? 인터넷을 검색하니까 기독교복음 복음성가 이런게

뜨던데 말이죠~ 가스펠송 가스펠송 하는데 감이 잘 안와서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9-15 11:37   좋아요 0 | URL
가스펠은 God과 Spell의 합성어라고 해요. 신의 말 정도가 되겠죠. 보통 복된 소식이란 뜻의 복음이라고 번역하구요. 가스펠은 고대영어인데 현대어로는 good news정도가 되겠죠. 좁은 의미로는 신약성경의 4복음서만을 말하기도 하구요.
가스펠송은 복음성가라고 하는데, -송을 붙이지 않아도 가스펠을 그냥 복음성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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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고형욱은 미술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한다. 피렌체가 지금은 이탈리아의 한 도시일 뿐이지만, 중세엔 유럽 예술의 중심지였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세 도시 이야기'란 제목으로 연작 소설을 쓰는데, 세 도시로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를 다룬다. 시오노 나나미가 역사를 중심에 두고 서술하는 작가라면, 고형욱은 당대 피렌체의 미술과 예술가들을 만나게 해준다. 미술이라지만 어떤 그림이든 당대 사회와 마주치지 않은 그림이 없으니 역사와 문화도 함께 만나게 해 주는 셈이다.  

  음악보다는 미술을 더 좋아한다. 살아있는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서경식을 꼽겠는데 이 분을 처음 접한 것도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통해서였다. 후로도 서경식은 <청춘의 사신>, <고뇌의 원근법> 등속의 미술 관련 책을 펴내는데 덕분에 서양 미술과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다. 독서장학생이란 걸 하면서도 주관한 출판사가 미술 관련 책을 많이 낸 터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전문가의 책(<르네상스 미술 기행>)도 있었고, 그림 보기를 즐기는 이의 책(<나도 타오르고 싶다>)도 있었다. 띄엄, 띄엄 미술 책들을 보며 그림과 친해져 간 듯 싶다.  

  고형욱의 이 책은 명화라 불리는 그림들을 톺아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카라바조, 티치아노 등의 그림과 조각들이 예술가들의 일대기와 더불어 독자 앞에 펼쳐진다. 전기와 맞물려 펼쳐지는 그림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렌체란 도시 자체를 사랑하는 저자는 마치 가이드처럼 독자를 피렌체로 안내한다.  

  피렌체에서 마주친 그림과 조각, 건물들에 녹아 있는 예술가들의 삶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저자는 그 감흥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말쑥하고 단정한 글투는 조용히 독자들의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저 그림과 조각을 한 번 마주쳤으면 하는 마음이 인다. 나는 그런 마음이 굴뚝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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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9-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가기전에 꼭 한번 봐야할 것 같은 책이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9-10 22:09   좋아요 0 | URL
여행을 계획한다면 유용할 책인 듯 해요. 저자가 피렌체 여행 때 겪었던 일들도 간간히 나오는데, 참고가 될 듯도 하구요.
저도 언젠가는 이런 책 들고 여행을 가봤으면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