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랑 봤다. 아직은 이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갈래를 몰라 탐색하던 중 무난하다 싶어 택했는데, 무난한 반응이다. 김현석 감독의 전작인 <광식이 동생 광태>를 썩 의미 있게 봤는데 이 영화도 연애와 사랑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 꽤 묵직하다.
믿음과 사랑 가운데 남녀 관계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 지 영화는 묻는다. 베드로가 말했다는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는 복음서풍의 전언이 영화의 주제일텐데 달리 논할 게 없는 맞는 얘기다. 믿음과 사랑에 성경은 소망을 더하는데, 나는 남녀관계를 놓고 보자면 나머지 하나로 존중을 덧붙이고 싶다.
사실 남녀관계만이 아닌 인간관계 전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존중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다툴 일이야 숱하지만 한 존재를 귀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면 다툴 일이 좀 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가 '심히 기뻐한' 존재로, 남의 집의 귀한 딸과 아들로, 공화국의 주인인 한 시민으로 존중해주면 믿음과 사랑을 좀 더 튼실히 해주지 않을까 한다.
영화를 보곤 난 한 아름 고민거리를 안고 왔는데, 여자친구는 '훗!'하는 표정이다. 표정만 그런지 정말 영화의 전언을 다 이해하고 뛰어넘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