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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평점 :
개인적으론 학제간 연구에 관심이 많다.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interdisciplinary study'라고 하는데, 접두사로 'inter-'가 붙은 걸 보니 둘 이상의 학문이 마주치는 학문이란 뜻이겠다. 대학(大學)이란 이름과는 달리 크고 종합적인 학문을 하기 힘든 곳이 요새 대학이다. 근대의 분절화된 학문은 그 속으로 들어가 코 박고 있어야 전문가란 이름을 얻는다. 다들 스페셜한 자신을 원한다. 전문가를 '스페셜리스트'라고도 하니, 모두들 전문가가 되기를 원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스페셜리스트에 딴지를 거는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주장이 '제너럴리스트'이다. 제너럴리스트 앞에 '높은' 같은 말들을 덧붙일 뿐이지 이 말을 사용하는 피터 드러커, 다치바나 다카시의 주장은 대동소이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마츄어리즘'을 주장하는 에드워드 사이드도 있다.
건축학이란 학문은 보통 공과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잔뜩 사족을 깔았던 건 이 학문이 학제간 연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의 <자연스러운 건축>은 건축학이 학제간 연구임을 뚜렷이 보여주는 책이다. 미술과 음악,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한 데 뭉쳐 새로운 건축물 하나를 짓게 한다. 저자는 이 과정 속에서 했던 고민들을 찬찬히, 그리고 생생히 보여준다. 그 고민의 결실로 한 건축물을 바라보며 확인하는 게 이 책을 대하는 한 즐거움이리라.
제목으로 삼은 '자연스러움'은 저자가 지니는 건축 정신의 밑절미이다. 건축물은 자연과 자연스레 어울려야 하며, 인간과 또한 자연스레 만나야 한다. 결국 앞서 말한 학문간 종합 정신이 자연과 건축물, 인간과 건축물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발휘된다. 그 자연스러움을 발견하는 게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隅硏吾(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