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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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지만 잘못된 나쁜 행위(rational bad behavior)'란 '나에겐 좋지만 너,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해로운'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기적'인 행위다.-584쪽

이해 충돌의 한 가지 특별한 형태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죄수의 딜레마(the prisoner's dilemma)' 혹은 '집단 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와 유사하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나 공동 목초지에서 양을 방목하는 목동들처럼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기로 하자. 만약 모든 이들이 자원을 과다하게 소비한다면, 즉 어부가 남획을 하거나 목동들이 너무 많은 풀을 양에게 뜯게 한다면 해당 자원이 고갈되어 결국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며, 이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각 소비자가 절제를 발휘하여 과다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준다. 하지만 각 소비자가 가져갈 수 있는 자원의 최대량을 제한하는 등 효과적인 규제가 없다면 각 소비자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잡지 않거나, 내 양에게 풀을 뜯어 먹게 하지 않는다면 다른 어부나 목동이 나 대신 가져갈 것이다. 그러므로 자제심을 발휘해봤자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비록 결과적으로 공유 자원이 파괴되어 모든 소비자에게 해가 될지라도, 다른 소비자가 가져가기 전에 자원을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위가 된다.-585쪽

공유의 비극을 막는 마지막 해결책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공동 이익을 인식해 스스로 현명한 자원 채취량을 설정하고, 준수하고, 강제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하다. 1) 소비자들이 동질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을 것, 2) 그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할 것, 3) 구성원 간에 공통의 미래를 공유할 수 있고 후계자에게 자원을 물려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을 것, 4) 스스로 치안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있을 것, 5) 소비자가 공유하는 자원의 경계가 잘 정의되어 있을 것.-5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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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3-2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담긴 책으로 보입니다.

oren 2006-03-2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의 말씀처럼, 철학적인 내용도 꽤나 담겨 있습니다. 부피에 걸맞게 워낙 방대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어서, 심지어는 도미니카 공화국이 왜 야구 강국인지에 대한 얘기조차 풍성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야구 선수들 이름만도 스무명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사이영상을 '3회'나 수상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비롯하여,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물론 '홈런 왕' 새미 소사까지 히스파니올라섬(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더군요.

심술 2007-04-2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님의 리뷰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는 처지라 이런 글 올리기는 죄송스럽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이 왜 야구 강국인지에 대한 얘기는 없던대요.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냥 도미니카공화국은 우리에게 익숙한 야구선수도 많이 배출했다라고 쓰고 그들이 누군지 이름을 나열했지만 '왜 도미니카공화국이 야구강국인가'에 대한 답은 주고 있지 않던대요.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oren 2007-04-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께서 제 댓글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해주셨군요. 저 또한 이 책 내용 가운데 '도미니카 공화국이 왜 야구 강국인지에 대한 얘기조차 풍성하게 펼쳐져 있다'고 댓글을 쓰고 나서, 혹시라도 나중에 어떤 분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까 하고 일말의 염려스러운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제 덧글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드린 말씀은 이 책을 읽는 분들마다 약간씩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일 테니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과 야구 강국을 연결시켜 이해했던 부분은 이 책의 여러 대목을 종합해서 판단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대목만 되짚어 보고 싶군요.

oren 2007-04-3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도미니카 공화국은 역사적으로도 아이티와 달리 외국인 이민자들을 환영했으며 에스파냐어를 사용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유럽과 미국에서 자본을 도입하여 수출 경제를 발전시켰던 점이 아이티와 달랐으며, 미국은 또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카리브 해 지역의 정치적 소요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지켜내기 위해 1916∼1924년까지 도미니카 공화국에 군대를 주둔시켰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이 '야구'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배경이 되었으리라고 제 스스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oren 2007-04-3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한 469쪽에 나온 내용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트루히요 암살 사건 및 1965년의 내전 이후 미국에서는 해군을 파병하게 되는데, 이와 더불어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의 대규모 미국 이민이 시작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도미니카인은 100만 명쯤 되는데, 이들은 주로 미국에 살면서 번 돈의 일부를 고향으로 송금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어느 시점인가에 이르러서는 도미니카 출신 가운데 한 사람 쯤은 야구 선수로 엄청난 대성공을 거둔 수퍼스타가 탄생했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박세리 선수 혹은 박찬호나 박지성 선수 같은 스포츠 스타가 탄생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같은 성공 사례는 도미니카의 어린 꿈나무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도미니카인들에게 '미국 메이저 리그의 수퍼 스타'를 열망하도록 부추겼으리라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ren 2007-04-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책에서 도미니카와 아이티와의 양국 경제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 여러 요인들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 원인으로서 수출 경제와 해외 무역을 발전시킨 점을 꼽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 책에서 제시한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다섯 가지 요인'들 중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무역국'이라는 요인은 결국 야구 강국이라는 오늘날의 도미니카 공화국의 모습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지요. 저자는 또한 도미니카인들이 해외 여행과 외국인 관광객들 및 TV를 통해 푸에르토리코와 미국의 높은 생활 수준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외국에 거주하는 도미니카인들의 송금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지리적으로 불과 960킬로미터 바깥에 있다는 점도 얼마간의 영향을 끼쳤으리라 봅니다. 뉴욕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인 산토도밍고에 이어 두 번째로 도미니카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심술님의 덧글에 대해 대략 이 정도 수준에서 변명 아닌 변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심술 2007-04-3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크, 이렇게 정성들여 반론을 해 주시니 황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공들인 답글 고맙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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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변동으로 인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는 현상을 정치학자들은 '잠행성 정상 상태(creeping normalcy)'라고 부른다. 경제 문제, 교육 문제, 교통 체증 문제, 혹은 그 어떤 문제가 매우 천천히 악화되고 있을 경우 한 해의 평균 수준이 그 전 해에 비해 아주 약간 낮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힘들며, 따라서 미세하지만 한 사람이 정상(normalcy)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도 매년 조금씩 변동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사람들이 깨닫는 순간까지 수십 년간 계속 진행되어 어느 순간 몇십 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으며, 현재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가 사실은 악화된 상태임을 알게 되고는 갑자기 놀라게 되는 것이다.-581쪽

'잠행성 정상 상태'와 관련 있는 또 다른 용어는 '풍경 기억 상실(landscape amnesia)'이다. 이는 변화가 매년 매우 느리게 진행됨으로써 50년 전의 풍경이 지금과는 얼마나 달랐는지 깨닫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몬태나 빙하 및 설원의 용해 현상을 그 예로 들 수 있다.-5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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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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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그린란드에 수출한 물질적 상품만큼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이며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이라는 심리적 수출품이었다. 여기에서 그린란드 사람들이 그린란드의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붕괴라는 비극을 맞게 된 이유가 찾아지는 듯하다. 또한 그들이 가혹한 조건에서도 450년 동안 기능적인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설명된다.-341쪽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이외에, 그린란드 사람들은 유럽인이라는 정체성도 유지하려고 애썼다. ...... 빗과 의복 등 사소한 것에서도 예외 없이 유럽 모델이 모방되었다. 노르웨이 빗은 1200년경까지 한쪽에만 살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이런 빗이 사라지고 양면에 살을 가진 빗으로 바뀌었다. 그린란드의 빗도 거의 같은 시기에 이런 형태로 바뀌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가『월든Walden』에서 멀리 떨어진 땅의 패션 디자이너가 최근에 발표한 스타일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사람들을 "파리에서 왕 원숭이가 여행자 모자를 쓰면, 미국에서는 모든 원숭이가 따라한다"라고 빈정댔던 말이 떠오를 지경이다).-345쪽

그린란드 사람들이 유럽의 패션을 예의 주시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따라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모방에는 "우리는 유럽인이다. 우리는 기독교인이다. 누구도 우리를 이누이트족과 동일시하는 것은 하느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무의식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내가 1960년대 처음 방문했던 오스트레일리아가 영국보다 더 영국처럼 보였듯이, 유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그린란드도 감정적으로 유럽에 속해 있었다.-345쪽

그 감정의 끈이 양면의 빗이나 시신의 팔 위치로만 표현되었다면 애교로 보아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럽인이다"라는 집착은 그린란드의 기후에서도 고집스레 소를 키웠고, 건초를 수확해야 할 여름에 사람들을 노르드르세타 사냥터로 보냈으며, 이누이트족의 유용한 처세법을 끝까지 거부하면서 결국 굶어 죽는 비극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 요컨대 유럽인보다 더 유럽인처럼 처신한 까닭에,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생활 방식의 파격적인 변화를 거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리라.-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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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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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이 고향을 떠나 목숨을 걸고 전쟁을 벌이거나 그린란드처럼 가혹한 환경의 땅에서 살았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수천 년을 살았던 스칸디나비아 땅을 떠나서 793년 이후에 해외로 내달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로부터 3세기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중단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그 역사를 어떤 식으로 설명하더라도 그 이유가 내부의 '척력'(斥力, 인구 압력과 기회의 부족)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의 '인력'(引力, 무한한 기회와 빈 땅)이었는지, 아니면 둘 모두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역사에서 영토 확장에는 인력과 척력이 동시에 작용해 왔다.-262쪽

자기촉매적 확장력이 힘을 잃고 고갈될 때까지, 요컨대 획득한 이점으로 그들에게 가능한 모든 땅을 차지할 때까지 이런 연쇄 반응은 계속된다. ...... 전리품을 안고, 새로운 섬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바이킹들은 고향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따라서 더 많은 바이킹들이 더 많은 전리품을 노리고 더 많은 무인도를 찾아서 고향을 떠났다.-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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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 대광서림 / 2003년 11월
절판


그러나 정점에 있는 일이 오래 계속되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그 지위가 가져다주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의 흥망, 가문의 성쇠 등, 어느 쪽에서도 역사는 이것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로마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자기 자신들을 원래가 우수 민족이라고 생각한 바, 유구한 옛날부터 바로 그러했던 것처럼, 현재의 지위를 당연한 일로 믿는 나머지, 주변의 민족들을 멸시했던 것입니다.
대저 멸시는 방심을 낳고, 방심은 정보의 결핍성을 가져옵니다. 그 결과로 새로운 사태에의 대응을 치졸한 것으로 만듭니다. 동시에 방심은 훈련을 태만케 하여, 자신의 힘을 상대적으로 저하시킵니다. 만족이 가진 잠재력을 얕보고, 그에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근본을 말하면, 그런 로마인의 오만성에 기인되는 것입니다.-4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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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8-2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시대의 종언을 꼭 오만이나 타락 등으로 결론짓는 글은 언제나 좀 거북한 느낌이... ^^; 그냥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성자필쇄' 등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마는 그래서는 학문적 연구가 될 수 없겠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