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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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세게 3대 전기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의 피뢰침이 작동하는 순간'이라고 묘사한 '어느 한 날짜 혹은 어느 한 시각'에 대한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모아 놓았다.

이 책의 제목도 몹시 매혹적이지만 츠바이크의 세련되고 뛰어난 문체를 접하는 즐거움도 이 책의 내용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이야기가 역사인지 소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역사적 순간들'이 드라마틱한 소설적 전개들을 보여준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에게는 또 불멸의 모범이라는 명예를 안겨주지만, 유순한 자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경멸하며 밀쳐 버린다. 지상의 다른 신이기도한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불 같은 팔로 대담한 자들만을 들어올려 영웅들의 하늘로 들여보내 주는 것이다."와 같은 표현들을 읽어보면 츠바이크의 문장력에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12 개의 흥미로운 역사 에피소드를 마치 단편 문학작품처럼 써내려 간 듯하다. 역사가 자칫 너무 어렵고 묵직하고 따분하게 느껴져 거북스러운 독자들이라도 츠바이크의 이 책 만큼은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을 읽다가 찰스 매케이의 『대중의 미망과 광기』라는 책을 발견하고 나서, 그와 비슷한 책들이 또 없을까 하고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츠바이크의 작품들이 여럿 있는 줄 알면서도 여태 더 읽어보지 못한 게 새삼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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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1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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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전쟁의 기술'을 다룬 책이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역사상 유명한 전쟁과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위대한 전략가들과 지휘관들은 과연 어떤 '기술'을 이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까?

저자는 전쟁의 기술을 크게 자기준비의 기술, 조직의 기술, 방어의 기술, 공격의 기술, 모략의 기술 등 모두 다섯가지로 범주화 한 뒤 모두 33가지의 전쟁기술을 아주 구체적이고도 실증적인 관점에서 책을 서술해 나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략가로는 손자와 나폴레옹과 클라우제비츠 등을 들 수 있으며, 일본의 숱한 사무라이들도 등장한다. 또한 이 책에서 든 전쟁의 사례들로는 고대 페르시아전쟁부터 로마제국의 숱한 전투 뿐만 아니라 제1,2차 세계대전에서의 유명한 전투들을 망라하다시피 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칸나이전투, 마렝고 전투, 벌지 전투, 포클랜드 전쟁, 예나 전투, 이산들와나 전투, 사막의 폭풍 작전, 마라톤 전투, 아우스터리츠 전투 등을 망라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쓰는 비유 가운데 '전쟁'만큼 자주 사용하는 경우도 별로 없을 것이다. 주식시장도 전쟁이요, 직장생활도 전쟁에 비유하며, 영업도 전쟁이고 마케팅도 전쟁이다. 심지어는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전쟁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전쟁'의 그런 폭넓은 쓰임새를 (이 책을 쓰기 전부터) 미리 간파하고 '그런 의도와 용도에 맞게' 이 책을 집필했음을 미리 밝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수많은 독자들을 폭넓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도 훌륭하지만 '전쟁'에 관한 책이라면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만큼 뛰어난 책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폴레옹의 군대와도 직접 맞닥뜨려 본 경험이 있는 프로이센의 장군이었던 클라우제비츠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책인 만큼 전쟁에 관한 책이지만 거의 '철학서'에 못지 않을만큼 깊이가 있는 책이어서 가끔씩 주위 분들께도 추천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나폴레옹의 전쟁 금언』, 『하가쿠레』, 『전쟁의 역사』등 세 권의 책을 새로 사 두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끝으로 철학자인 쇼펜하우어가 그의 저서에서 '인생을 기나긴 전투'로 비유하면서 남긴 글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온갖 협잡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이 세계에서 사람은 강철같은 의지를, 운명의 일격을 막아낼 갑옷을, 사람들을 밀치며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지녀야 한다. 인생은 하나의 기나긴 전투다. 인생의 매 단계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볼테르가 정확히 말했듯이,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때는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여록과 보유》,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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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0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읽다가 포기했어요.
넘 좋은 책이긴 한데 읽기가 좀 힘들더군요.
번역이 좀 안 좋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역사적 사건들을 가지고 싸움의 기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저자가 참 탁월하구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오렌님 리뷰를 폭풍같이 쓰셨네요.
이 많은 리뷰를 언제 또 다 쓰셨습니까?
간밤에 잠은 주무셨나요?
책들이 다 오렌님다운 책들이어요.ㅋ

oren 2012-02-06 00:08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자잘한 글씨들도 페이지마다 빼곡이 붙어 있어서 읽기가 그리 편치는 않더군요.
그래도 '전쟁'은 늘 재미있고 또 관심있는 분야여서 저는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답니다.

여러 편의 리뷰들을 '폭풍'같이 쓴 건 맞습니다. 무슨 '숙제'를 하듯이 하루 이틀만에 삼십여 편을 썼으니까요. 그 덕분에 이벤트를 진행한 주최측으로부터 '리뷰왕'에 해당하는 상금도 받았었는데, 어찌보면 순전히 '돈'에 눈이 멀어 어거지로 쓴 리뷰인 셈이지요.

리뷰들이 모두 '부실공사'처럼 허접스러워서 그냥 몇달간 썩혀두고 있다가 지난 '주말밤'에 야음을 틈타 몰래 한꺼번에 올렸답니다. 혹시라도 '책'을 고르는데 '불량한 리뷰'나마 참고가 될 지도 모르겠다 싶고, 제가 이곳에 리뷰를 올린 지도 오래 되었구요.

『종의 기원』과 같은 몇몇 걸작들은 나중에 '제대로 된 리뷰'를 다시 써볼까 싶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노고가 담긴 작품들에 대해 날림공사하듯이 쓴 리뷰를 올리자니 그 책의 저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더라구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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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가 후세를 위해 남겨놓은 주옥같은 명문들을 천병희님이 다시금 되살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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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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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서문 중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네이스』의 위대함은 로마의 앞날에 대한 숭고한 전망을 제시하고 찬미하는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통치 기구가 갖는 목표와 그 성취를 인간의 좌절된 희망, 쓰러져가는 인간의 비극적 흐느낌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뽑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로마'는 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찾아가고 있는 이름이 된다.

후세의 시인들은 『아이네이스』의 장려한 필치에서 시 예술의 최고 경지를 발견했고 기교와 구성, 어법, 운율 등의 모범을 찾았으며, 『아이네이스』에서 표방한 가치관에 따라 이상적 인간상을 찾았을 정도로 이 작품은 지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이 작품은 처음 씌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2030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읽혀지고 있으며, 베르길리우스를 '서양 문화의 어버이'로 칭송할 만큼 서양인들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4년 10월 옮긴이 천병희




이 위대한 시인의 훌륭한 작품을 읽느라 개인적으로 얼마간 힘겨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끝까지 읽는 데 가장 애를 먹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는데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복잡한 '신들의 계보'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일일이 노트에 적어가며 부지런히 따라가 봤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신들과 등장인물들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흔히들 느끼는 고비(?) 쯤에 이르렀을 때 읽기를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숨이 벅찬 고개를 넘기고 나니 끝까지 술술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지 4년도 넘었는데 무엇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작년에 단테의『신곡』<신곡 - 지옥편>,<신곡 - 연옥편>,<신곡 - 천국편>
생각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안내(『아이네이스』를 미리 읽어두면서 익혀두었던)가 없었더라면,
결국 길을 잃고 지옥에서 천국에 이르는 수많은 계단들을 오르내릴 때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도 많이 차올랐을 것이다.

이 작품은 또한 오비디우스의『변신』(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를 읽는 데 꼭 필요한 책이어서,
여러모로 안내자 역할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리뷰글을 쓸까 말까를 얼마 동안 고민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포토리뷰라는 좋은 대안이 생겨난 만큼,
책 내용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리뷰를 쓰지 못한 부담에서 벗어나 본다.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마우스를 사진 위에 대고 클릭~)





이다 산 위의 윱피테르와 유노(부분)





베누스의 탄생





에트루리아의 암늑대 청동상(기원전 5세기)
고대 로마인들의 사회 생활의 중심지였던 포룸 노마눔





부상을 치료받는 아이네아스, 폼페이의 프레스코화





아버지를 업고 트로이아를 빠져나가는 아이네아스 상





제2권-화염에 싸인 트로이아 (108쪽)





제4권-디도와 아이네아스의 사랑 (167쪽)



"소문은 세상의 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녀는 움직임으로써 강해지고 나아감으로써 힘을 얻는다.
그녀는 처음에는 겁이 많아 왜소하지만 금세 하늘을 찌르고,
발로는 땅 위를 걸어도 머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지의 여신이 신들에게 화가 나
코이우스와 엥켈라두스의 누이로서 그녀를 막내둥이로
낳았다고 한다. 그녀는 발이 빠르고 날개가 날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괴물로 몸에 난 깃털만큼 많은
(들어도 믿어지지 않겠지만) 잠들지 않는 눈과 혀와 소리 나는 입과
쫑긋 선 귀를 그 밑에 갖고 있다. 밤마다 그녀는
어둠을 뚫고 하늘과 대지 사이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한시도 달콤한 잠으로 눈을 감는 일이 없다.
또한 낮에는 지붕 꼭대기나 높은 성탑들 위에 앉아
망을 보며 대도시들을 놀라게 한다. 그녀는 사실을 전하는 것
못지않게 조작된 것들과 왜곡된 것들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제6권-저승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다 (281쪽)





제6권-저승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다 (284쪽)





제8권-아이네아스가 로마에 가다 (357쪽)





제8권-아이네아스가 로마에 가다 (361쪽)





제9권-니수스와 에우뤼알루스 (391쪽)





제9권-니수스와 에우뤼알루스 (394쪽)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24쪽)



그대들이 기구하고 바라던 것이 나타났으니 맞부딪쳐 쳐부수시오.
전사들에게 전쟁은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는 법이오.
이제 각자는 제 아내와 제 집을 생각하고,
이제 각자는 선조들의 위대한 영광을 되새기도록 하시오.
적군이 허겁지겁 상륙한 직후 아직 발걸음이
불안정할 동안 우리가 먼저 달려가 그들을 맞도록 합시다.
행운의 여신은 대담한 자를 돕는 법이오 · · ·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28쪽)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32쪽)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33쪽)





제11권-여전사 카밀라 (480쪽)





제12권-운명의 결투 (527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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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이자 마지막 시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가
    from Value Investing 2013-08-11 11:47 
    (밑줄긋기) 가장 탁월한 인물들에 대하여누구든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특출한 인물을 골라 보라고 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게 탁월한 인물 셋을 들 수 있을 것 같다.하나는 호메로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바로가 그만큼 박식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고, 예술에서 베르길리우스가 그에게 비교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이 판단은 그들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 둔다. 한편밖에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단지 내가 아는 한도로 시신(詩神)들까지
 
 
양철나무꾼 2010-09-1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병희님의 번역도 훌륭하지요.

근데,님의 수고로움도 훌륭하십니다요~^^

oren 2010-09-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보다 쉽다고 셔터를 너무 많이 눌렀나 봅니다.
사진이 가리키는 페이지와 책 속의 페이지를 매치시키느라 애를 좀 먹었답니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인 데다가,
문학작품에 대한 서평을 쓰기엔 여러모로 턱없이 벅찬 일인 것 같아,
리뷰를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진으로나마 얼렁뚱땅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나마 홀가분해서 좋네요.

마녀고양이 2010-09-24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곡과 변신이야기를 다 읽으셨군요.
저는 신곡 첫권 읽다가 포기하고, 아직도 계속 그 상태입니다.
집에 모두 구매해놓고는... ㅠㅠ. 정말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요. 아이고.

oren 2010-09-24 13:34   좋아요 0 | URL
신곡은 오랫동안 염두에 뒀다가 작년 여름엔가 단숨에(워낙 꼼꼼히 읽는 성격이라 그래도 두어달은 걸렸을듯) 읽었었구요. 그 옛날 어릴 때 많이 상상해봤던 '지옥'이나 '천당'의 모습을 꼭 빼닮은 삽화도 많고 운문율의 시 형식이라 책의 여백도 많아서 생각보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더라구요.

변신 이야기는 '신곡'처럼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는 책인데 아직까지도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읽을 준비만 하고 있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하 범우고전선 32
투키디데스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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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보다 중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행위의 원천이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가 사실보다 사람의 심리를 중시한 이유가 있다. 그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체험을 통해 도달한 생각 중에서 사람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의 행동 동기란 부의 추구와 명예욕과 공포로부터 도피하려는 세 가지 동기로 집약된다고 그는 생각했다.-404쪽

그리고 이 세 가지 원망(願望)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은 힘을 얻으려 한다. 게다가 사람이 힘의 획득을 노리는 한 다툼은 끊이지 않고, 사람의 안전은 언제나 위협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사람은 그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한 힘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그는 체험했던 것이다. 이러한 끊기 어려운 악순환은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그는 심각한 비관론자가 되었을 것이다.-404쪽

그렇다고 세상을 비관한 그가 왜《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써서 후세에 남기려 했을까? 그것은 이러한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역사의 흐름을 지식으로 파악한 자와 그에 무지한 자 중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안전하게 이 위험스럽기 짝없는 세상 속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후자를 자기 작품으로 계몽하고 그 수를 되도록이면 적게 만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리라고 그는 생각했을 것임에 틀립없다.-4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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