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투어 로드맵


재치있는 프랑스 사람 몽테뉴는 여행을 무척이나 즐겼던 인물이다. 그가 '하늘나라에 가서 저 광대하고 거룩한 천체들 속을 산책한다고 해도 같이 갈 친구가 없으면 불쾌할 것'이라고 했던 어느 옛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말이 자신의 성미에도 맞다고 맞장구를 친 적이 있다. 그가 거기에 덧붙여 '어떠한 쾌락도 남에게 통해 주지 않으면 내게는 멋이 없다.'고 한 말은 내 성미에도 딱 맞다.
 
청산유수처럼 많은 말을 쏟아냈던 몽테뉴는 심지어 "예지를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 가진다는 조건으로 하기라면, 나는 그것을 거절하겠다."고 했던 세네카의 언급까지 곁들이며, '마음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난다고 해도, 그것을 나 혼자 지어냈고 아무에게도 말해 줄 사람이 없다면 화가 난다.'고까지 너스레를 떨었다.

결국 어떠한 즐거움도 '남에게 통해 주어야' 비로소 자기 자신도 즐거워진다는 몽테뉴의 재치있는 말은 인간사의 바탕에 깔린 묘한 이치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만드는 말임에 틀림없다. 하물며 머나먼 나라에서 마주친 낯설고 매혹적인 풍경들과 그 땅에 사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실컷 구경하고 돌아온 어느 여행객이, 그가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입'을 꾹 다물 남들에게 단 한 장의 사진조차 보여줄 형편이 되지 못한다면, 그 여행객은 또 얼마나 처지가 딱하고 속이 답답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렇게까지 딱한 처지에 놓인 여행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혼자서 지어낸 생각만으로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얘기를 쏟아내 왔던가. 그에 비하면 여행을 다니며 겪은 일들을 이야기나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일상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경험'을 얘기하는 일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경험을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순간들을 '렌즈를 통해' 조금쯤 달리 들여다볼 때마다 '결코 나 혼자만 즐겁자'고 셔터를 누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묘한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런 '기록에 대한 어떤 의무감' 비슷한 감정이 스며들 때마다 조금은 더 과감하게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도 느낀다. 하기야 누군들 그런 생각조차 없이 무작정 무거운 카메라를 거추장스럽게 들고 다닐 것이며, 가끔씩은 남들의 눈치까지 살펴가며 애써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풍경들'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겠는가.

어쨌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미지의 포착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커다란 즐거움이다."(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결국 여행에서 되돌아 오면 그리 흡족하지 못한 사진들만 잔뜩 쓸어담아 온 것으로 판명나고 말더라도, 그래도 늘 '사진은 오래도록 남는다.'는 알량한 위안이 그런 헛수고조차 힘겹게 느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사실이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훗날 언젠가는 반드시 그 여행을 되돌아볼 '함께 여행을 즐겼던 동반자들'을 위해서라면 사진을 많이 찍는 일이 도대체 무슨 허물이 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미래에 언젠가는 또 나와 비슷한 여행을 떠나기를 꿈꾸는 더 많은 사람들까지 고려할 경우, 결국 셔터를 부지런히 눌렀던 매순간들이 그다지 아깝게 여겨질 이유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늘상 반복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듣고 봐왔던 멋진 풍경들은 언제나 책 속에만 머물 뿐이며, 내가 카메라에 담은 풍경들은 언제나 결정적이지도 못하고 환상적이지도 못한 채 그저 밋밋한 현실 속을 맴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매번 아쉽다.

그런데도 왜 나는 스스로조차 그리 만족하지 못하는 사진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그리도 많이 찍어 왔을까. 그건 아마도 '내가 담은 순간들'은 내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누구도 완벽하게 똑같은 순간을 담아내지 못하리라는 '명백한 확실성'을 언제나 보장받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짜릿한 '희소성' 하나만으로도 사진은 누구에게나 '유일한 가치'를 항상 제공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가 아무리 자주 셔터를 누른다고 하더라도 그런 시도가 '매순간이 고유하다'는 자연법칙에 무슨 훼손이라도 가하려는 불순한 짓이라고 누가 감히 시비를 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여행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버릴 사진을 고르는 일'이 어느새 '밀린 숙제 해치우듯' 자연스런 일이 되고, 그런 '힘든 후공정'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미리 계산에 넣으면서 사진을 찍는 악습마저도 어느새 몸에 붙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내가 메모리 카드 몇 개에 나눠 담은 사진은 2,000 장을 훌쩍 넘었는데 며칠 동안 틈을 내어 부지런히 '삭제'와 '확인'을 반복하고 났더니 여태까지도 그런 '검열'에서 살아남은 사진들이 어느새 대략 900 장쯤으로 많이 줄어들었다.(여행 동반자들의 모습을 담은 인물사진까지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형편이니 그만하면 많은 진척을 본 셈이다.) 그 가운데 일부만 골라 '여행 후기' 대신 '미리보기' 삼아 먼저 정리해 봤다. 17일 동안의 여행 후기를 '사진과 함께' 쓸려면 당연히 적지 않은 시간을 요구할 테니, 그런 힘든 글쓰기는 여독이 충분히 풀리고 한가한 시간들이 밀려올 때까지 더 기다렸다가(?) 쓰더라도 결코 늦지는 않을 듯싶다.

남자 넷이서, 외국어도 좀 서툴고, 게다가 덩치도 제법 큰 자동차까지 빌려서 직접 몰고 다니며, 낯선 나라들을 여기 저기 자유롭게(?) 쏘다니다 왔으니 여행지에서 일어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어디 한둘로 그쳤을까. 당연히 아니다. 진땀을 빼는 순간들도 결코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애환'까지 길게 늘어놓기에는 이 글이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듯싶다. 아래에 올린 사진들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는) 간략한 소개로 그치고, 훗날 여행기를 맘먹고 쓰게 된다면 조금 더 디테일한 사연들과 더 많은 사진들로 보충하고 싶다. 사진을 올리는 순서는 '날짜 및 시간대 순'이다.


 * *


1. 여행 첫날, 뮌헨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 놓은 차를 빌려 호텔까지 이동. 체크인 뒤 저녁때쯤 시내로 나섰다.
    '마리엔 광장'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가 들려주는 흥겨운 선율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욱 북돋아 주는 듯했다.




2. 첫날 저녁 마리엔 광장 근처에서 독일 맥주와 함께 주문한 요리. 쏘세지와 감자와 오리고기 맛이 일품이다.



3. 뮌헨을 떠나 뉘른베르크로 이동. 여행 안내서에 쓰여진 그대로 '은근히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림없었다.




4. 뉘른베르크를 떠나 (점심은 차에서 '빵과 쏘시지'로 해결하고) 오후 늦게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까지 진출했다.





5. '드레스덴 잼퍼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 기나긴 '고난의 행군'을 거친 뒤 마침내 찾아온 휴식과 저녁은 달콤했다.
    배를 잔뜩 불린 뒤 '야경'을 즐기러 나서자 말자 길거리에서 '매혹적인 오페라 아리아'가 들려왔다. 끝나고 한 컷.





6. 독일 작센주의 주도이자 문화·예술의 도시로 유명한 드레스덴의 야경. 위도(북위 51.3도)가 높아,
    저녁 9시 30분이 넘도록 해가 지지 않았다. 뒤늦게 밤이 찾아와 엘베강변을 거닐며 '야경'을 즐겼다.





7. 여러 시간을 고되게 걷고 난 뒤에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나니, '드레스덴의 야경' 또한 한결 아름답게 보였다.




8. 드레스덴에서 1박 후 라이프찌히로 이동,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하'를 만났다. 여기서 바하가 직접 연주했던
    그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마침 실제 상황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 웅장한 연주를 무려 1시간 가까이 듣고 나왔다.




9. 라이프찌히는 여러모로 유서깊은 곳이지만, '독일 통일의 시발점' 역할을 떠맡았다는 자부심 또한 큰 도시라고.





10. 베를린에서 저녁겸 축구 경기(독일이 프랑스를 꺾고 4강에 진출)를 보고 나왔더니 시내가 온통 북새통이었다.





11.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통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날에 아리따운 미녀들이 빠질 순 없지.





12. 독일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으며 '베를린 장벽'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 문




13. 체크포인트 찰리.(동·서독 분단시 연합군과 외교관들이 동 베를린과 서 베를린을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관문)





14. 시티투어를 너무 즐기느라 그만 깜빡 버스에서 두고 내린 '비싼 카메라 렌즈'를 불과 2시간 만에 되찾아준
      몹시도 고마운 '베를린 시티투어' 운전기사 아저씨와 함께. 독일 사람들의 정직성을 실감한 좋은 기회였다.





15. 베를린 대성당. 외관도 멋지지만 내부 또한 베드로 대성당을 연상케 할 만큼 웅장했다.





16. 무거운 카메라와 생수 등을 배낭에 잔뜩 담고 대성당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 내려다본 '베를린 시내 풍경'





17. 날은 저물고 '책에 나온 식당' 찾아 삼만리를 헤매며 걷고 있는데 웬 아가씨들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한 컷. 




18. 함부르크로 이동 중 '주유소'에 들렀다.(검은색 밴)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주유소 지붕은 몹시도 빨갛다.





19. 오늘은 날이 저물기 전에 함부르크까지 가야 하니 '점심'은 '주유소에 딸린 휴게소'에서 '최대한 간단히'





20. 저녁을 손수 지어 먹고 시티투어에 나섰다. 저녁때면 홍등가로 유명한 함부르크 선창가.(버스 안에서 찰칵)





2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고흐 미술관'에 들렀다.'미술관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만 찍을 수밖에.



22. 고흐 미술관을 나와서 '안네 프랑크의 집'으로 서둘러 이동하였으나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관람 포기.





23. 암스테르담 시내를 여러 갈래로 관통하는 운하. 단풍이 예쁘게 드는 '가을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뿐.




24. 암스테르담을 떠난 지 몇 시간 후 벨기에의 안트페르펜의 중심 광장에 정말이지 '우연히' 닿았다.





25. 벨기에 브뤼셀에서 여장을 푼 뒤 맨처음 달려간 곳은 당연히 이곳 그랑 플라스.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장 콕토가 '화려한 극장'이라고 극찬했던 곳이다.




26. 현지 발음으로는 '그헝 쁠러스'로 불리는 브뤼셀 중심 광장의 눈부신 야경. (삼각대 이용, 노출시간은 5초)





27. 벨기에에서 이틀째. 브뤼셀에서 브뤼헤로 가다가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의 어느 카페. 벨기에 스타일이 느껴진다.




28. 쏟아지는 비를 뚫고 북해쪽으로 거슬러 올라간 브뤼헤의 어느 식당. 맛의 나라 답게 음식 맛이 일품이었다.





29. 축구를 보러 브뤼셀에서 이틀째 밤에도 전날 들른 맥주집을 찾았다. 루마니아에서 이주해 왔다는 맥주집 사장님.



30. 아르헨티나가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날 밤. 브뤼셀 광장을 들썩거리게 만든 아르헨티나 팬들.





31. 벨기에를 떠나 뤽상부르를 거쳐 다시 독일로 이동 중에 잠시 차에서 내려 '인적이 드문 울창한 숲'에서 잠시 휴식.





32. 독일의 휴양 도시 '트리어'로 이동하다가 잠시 차에서 내려 휴식 중 만난 풍경. 밀밭과 푸른 하늘이 잘 어울렸다.



33. 로마 시대의 유적이 유난히 많은 도시 트리어. 룩셈부르크와의 국경 가까이 모젤강(江)에 접해 있다.
     기원전 15년경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하여 로마의 마을이 건설되었다고.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황제의 목욕탕.




34. 석양이 깔리는 초저녁. 지팡이를 들고 구부정한 허리로 그늘진 광장을 조심스레 천천히 걸어가는 노신사와,
     그를 세심하게 부축하며 곁에서 따라 걷는 멋쟁이 할머니의 모습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었다. 한참이나 멍했다.




35. 트리어 중심 광장의 야경. 저녁때까지 사람들로 몹시 북적거렸는데 밤 10시가 가까워 지니 무척이나 고요했다.





36. 모젤강변 도시 트리어에 온 만큼 오늘 밤은 '모젤 와인'으로 마무리. 맛과 향기가 '너무나 그윽했다.'





37. '길이 544km에 걸쳐 흐르는' 모젤강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백포도주로 유명한 '모젤 와인'의 주산지.




38. 하이델베르크에 와서 이번 여행중 처음으로 들른 한식당.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니 더 바랄 게 없다.





39. 하이델베르크에서 이틀째. 카를 테오도르 다리와 하이델베르크 고성은 십여 년 만에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40. '1인당 20유로'라는 믿기 어려운 가격으로 티켓 4장을 확보,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멋진 음악연주회를 들었다.
      특히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드보르작의 교향곡 8번 가운데 3악장을 들을 땐 감동에 젖어 거의 울 뻔했다.





41. 밤 10시 경 음악연주회를 마치고 나서니 하이델베르크 고성의 매혹적인 야경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42. 고성에서 내려다본 하이텔베르크 시내 풍경. 이날 밤 여기서 불꽃놀이도 볼 수 있었다. 마침 축제기간이었다.



43. 남부 독일의 퓌센에 도착하던 날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다.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44. 통독후 처음으로 '월드컴 우승'에 도취된 독일 사람들. 아무에게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다들 '의기양양'했다.
     이번 여행에서 새삼 느꼈지만 독일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으로 '정말 강하고 튼튼하다' 싶었다.





45. 미국의 디즈니랜드가 '모델'로 삼았다는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일명 '백조의 성')
      문학과 오페라에 심취했던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 작품『로엔그린』의 파르지팔을 떠올리며 지었다고 한다.





46. 독일 퓌센을 떠나 오스트리아 잘츠감머굿으로 가는 길. 알프스 산자락이 자못 웅장하다.





47. 잘츠감머굿 알프스 산자락에 피어난 야생화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에델바이스'가 절로 떠오른다.




48. 일행들은 쉬겠다고 해서 나홀로 자동차를 몰고 빗길을 뚫고 드라이브에 나섰다. 비가 쏟아지다가,
      금새 햇볕이 환하게 비춘다.
햇살에 비친 빗방울들이 파스텔 톤의 건물벽들을 희뿌옇게 채색한 듯하다.




49.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였던 잘츠감머굿. 인적은 드물고, 마을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앙증맞기만 하다.





50. 잘츠감머굿의 백미로 불리는 할슈타트. 방금까지 내렸던 비가 그치고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있다.





51. 할슈타트의 호수 반대편 산자락엔 아직도 물안개가 가득 머물러 있다. 여기가 알프스의 깊은 산 속임을 실감.




52. 이 아름다운 곳까지 머나먼 길을 자동차로 달려왔으나 우린 여기서 고작 30분밖에 머물 시간을 내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여기에 올 땐 꼭 시간을 넉넉히 할애해서 이곳에서 '물놀이'도 좀 즐기고 갔으면 싶은 생각뿐.




53. 오스트리아를 떠나 다시 독일 뮌헨으로 이동하는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림같이 예쁜 풍경.



54. 어느새 기나긴 여행도 고작 이틀밤 밖에 남지 않았다. 밤 12시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각 뮌헨의 슈바빙 거리.





55. 50년 전 독일로 이민오신 민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예정에 전혀 없었던 '골프'까지 즐겼다.
      운동을 끝낸 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마시는 '바이스 비어' 맛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각 2잔씩 마셨다.





56. 골프 라운딩 도중 우연히 '민사장님'을 알아본 한국 교민들과 이날 저녁 식당에서 다시 조우했다.
      저녁 식사 자리가 새벽 1시를 넘겨 겨우 끝났고, 이 분들과 자리를 옮겨가며 새벽3시까지 술자리를 즐겼다.





 * * *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래에 나열한 10권의 책을 샀다. 워낙 급작스레 떠나게 된 여행이라 저토록 가벼운(?) 책을 읽을 시간조차 별로 없어서 이 가운데 겨우 두 권만 달랑 읽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 두 권은 사진작가 백상현 님이 쓴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 남기기』와 『유럽에 취하고 사진에 미치다』였는데, 두 권의 책 속에 담긴 멋진 사진과 글들이 정말 '이번 여행'에 더없이 좋은 참고가 되었다.

네 권의 책은 정말이지 너무 무거워서 여행용 트렁크와 카메라 가방에 나눠 넣었다. 그 가운데 『BEST of Europe 230』과 『네덜란드/벨기에 미술관 산책』은 뮌헨에 착륙하기 전까지 다 읽었고, 나머지 두 권 『Just go 독일』과 『Just go 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프라하』는 여행을 다니며 틈틈이 찾아 읽었다. 'Just go' 시리즈는 여행 현장에서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가령 저녁을 먹을 음식점을 찾거나, 숙박할 호텔을 뒤질 때 등) 정말 유용했다.

나머지 네 권의 책은 외관만 보더라도 무척이나 예쁜데 아직까지 제대로 펼쳐보지 못해 뭐라고 말할 형편이 못 된다.

워낙 두서없이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라 무엇보다 '예습 부족'을 몹시도 절감했던 여행이었다. 심지어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갈 때 꼭 필요한 '비넷'을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도 '현장에서' 물어보며 해결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다닌 여행지가 한둘이 아니었음은 불문가지였고, 일상다반사처럼 당연시 여겼었다.

비싼 비용과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떠나는 게 '여행'인 만큼 다음엔 이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그렇더라도 이번 여행 일정을 처음부터 구상하고, 우리가 움직이는 동선까지도 미리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호텔 등 숙박 장소를 싼 값에 예약하고, 또한 국내에서 미리 준비한 네비게이션에 숙소와 방문 예정 도시를 일일이 '즐겨찾기'로 등록해 두는 등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무척이나 많은 준비를 해주신 분이 계셨다. 그 교수님의 숨은 노고조차 없었더라면 우린 정말 엄청난 고생을 겪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던 데다가 다소 무모했던 여행 일정이었지만 별다른 난관없이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그 교수님의 꼼꼼한 준비 덕분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어느 누가 불쑥 '어디로 함께 여행가지 않을래?' 하고 물으면 그땐 또 생각이 달라질 게 틀림없겠지만. 아무래도 여행은 준비가 많을수록 더욱 알찬 여행이 되기 쉽다. 더구나 '여행 준비' 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분임과 아울러 여행의 즐거움을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며 끌어올릴 수 있는 때가 바로 여행 준비 단계에서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이다. 그러니 많이 준비할수록 여행의 즐거움 또한 더욱더 커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일 터이고.

언제든 멋진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시는 분들은 부디 평소에 미리 미리 많은 여행서를 두루 읽고 떠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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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일이면 동유럽으로...
    from Value Investing 2015-05-18 00:06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동유럽을 여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게 올해 3월 초순쯤 되었던 듯하다. 그런데 그동안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여태 아무런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내일이면 뮌헨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타야 한다. 속절없이 흘러간 두어 달의 세월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작년 7월에 감행했던 '17일 동안의 유럽 자유 여행 경험'이 이번 여행에 대한 준비 소홀에 크게 한 몫을 한 듯하다. 작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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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가 회상시키는 힘은 그렇게도 크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의 그 힘은 무한히 크다. 어디를 걷든지 우리는 역사의 유적 위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키케로) 나는 그들의 용모와 자세와 의복을 고찰해 보기가 재미난다. "나는 이런 위대한 이름들을 내 입에 올려 보며, 그것을 내 귀에 울려 오게 한다. 나는 그들을 숭배하면 이런 위대한 이름들 앞에 일어선다."(세네카) - 몽테뉴 * * * 사흘 전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내한 공연을 보고 왔다. 연주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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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들_모젤 강에 얽힌 짧은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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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란 쿤데라의 소설 몇 권과 그가 쓴 에세이 『배신당한 유언들』을 읽다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 · 팡타그뤼엘』까지 단숨에 넘어 왔다. 이 기이한 '초기 소설'을 읽다 보니 문득 예전에 사 두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가 궁금해졌다. 라블레의 소설에 등장하는 '엄청난 리스트'가 혹시 그 책에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과연 그랬다. 그 책에 나오는 수많은 목록들 가운데에서도 '라블레의 리스트'는 단연 독보적인 데가
 
 
세실 2014-07-2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17일간의 여행이라니요^^ 멋진 풍경에 제가 막 설레입니다~~
트리어, 브뤼셀, 하이델 베르크 야경이 환타스틱합니다.
오스트리아도 꼭 가보고 싶네요.
고흐미술관이랑 암스테르담 운하는 가본 곳이라 조금 위안이 됩니다.


oren 2014-07-25 23:42   좋아요 0 | URL
몇 년 전에 세실 님께서 암스테르담에 가셨을 때 올려주신 글과 사진을 저도 봤더랬습니다.
그땐 세실 님이 무척이나 부러웠었지요. ㅎㅎ

여러 도시들의 아름다운 야경도 뺴놓기 어려운 볼거리였지만, 자동차를 몰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마주친 끝없이 스쳐가는 여러 풍경들도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달라서, 먼 데서 찾아간 여행객에겐 참으로 커다란 볼거리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낯선 곳, 낯선 도시에서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일이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듯하구요~~

라로 2014-07-2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께서 찍고 남기신 900여장의 사진을 다 보고싶은 걸요!!!
저는 예전 배낭여행 선두자로써 유럽 여행을 한 달동안 한 적이 있어서 가봤던 곳이지만
이렇게 오렌님의 사진으로 보니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기억조차 흐릿하네요~~~~.^^;;
오렌님 여행정보 공유하실 수 있으세요??? ^^
혹 가능하시다면 부탁드려요~~~~. 저도 열심히 돈 모아서 가족들이랑 차 렌트해서 유렵여행 하고 싶네요~~~~.^^
아~~~그 생각 만으로도 가슴이 뛰어요!! 사진 정말 잘 찍으세요!!

oren 2014-07-26 15:36   좋아요 0 | URL
아롬 님께서 예전에 한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다니셨다니, 그 때가 언제쯤이었을까 무척 궁금하네요. 아마도 까마득한 옛날 꿈많던 처녀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 때 바라봤던 세상과, 지금 또다시 유럽을 여행하시게 되면 마주치게 될 세상은 무척이나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저 역시 13년 만에 유럽을 다시 가 본 셈인데, '세상'은 비록 많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내 자신이 적잖이 변했음을 실감했으니까요.

여행 정보를 아롬 님께 알려드리는 데는 아무런 장애도 있을 수 없겠지요. 여행 후기의 full-version을 써 볼 생각이니까요. 저도 이번에 여행을 다니며 '네이버 블로그 검색'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아 활용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런 여행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이 무척이나 고마웠답니다.

아롬 님께서 가족들과 자동차를 렌트해서 유럽을 여행하신다면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아주 즐겁게 다니실 수 있을 듯해요. 제가 이번 여행지에서 마음에 들어 추천해 드리고 싶은 음식점이나 호텔 혹은 팬션 등에 대한 정보를 아롬 님께서 나중에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하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transient-guest 2014-07-2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ㅎ 사진으로 눈이 정화되는 것 같구요, 꼭 제가 다녀온 것 같네요. 운동 후에 마시는 시원한 바이스 비어는 또 얼마나 좋았을까요?ㅎㅎ 미국 서부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유럽 스케줄은 쉽게 생각을 못하구요. coast를 따라서 위/아래로 다녀볼 생각합니다.

oren 2014-07-29 11:07   좋아요 0 | URL
저도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일정'으로 무려 17일 동안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자동차를 직접 몰아가며 여행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지요. 쉽지 않은 기회다 싶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오게 된 것이구요.

미국 서부지역은 캘리포니아 해변을 따라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여행하기 아주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난 곳이니 님께서도 가끔씩 틈을 내어 여행을 다니시면 너무나 좋을 듯해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도 들어가면서 말이지요. (저는 1995년에 와이프랑 '절반쯤 자유일정'으로 미국 서부지역을 8박 9일 동안 여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서부 해안길은 겨우 LA에서 San Diego 까지만 가 봤을 뿐이네요.)

라일락 2014-08-0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보았던 곳들이 여러 곳 보이네요. 할슈타트는 정말 좋지요.
사진도 정말 잘 찍으시네요.

oren 2014-08-11 10:28   좋아요 0 | URL
라일락 님도 여행을 아주 좋아하시니 안 가 보신 데가 별로 없으실 듯싶어요.
할슈타트는 정말 아름다운 곳인데, 오래 머물다 오지 못해서 너무 아쉬운 곳이었어요..

오후즈음 2017-06-24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넘 즐겁게 읽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독일이 너무 기대됩니다. ^^

oren 2017-06-24 21:40   좋아요 0 | URL
제가 가 봤던 몇몇 장소에도 틀림없이 가 보실 테지요.
즐겁고 유쾌한 독일 여행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