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온통 『폭풍의 언덕』과 함께 보냈다.
줄이고 또 줄여서 28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드는 데도,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대본 쓰고, 녹화(주로 녹음이지만) 하고, 알맞는 이미지 찾아 해당 장면에 넣고, 책 속 문장들을 타이핑 하는 과정까지는 나름대로 '영상 창작의 재미'가 느껴지는데, 맨 마지막 마무리 작업으로 자막을 집어 넣는 작업은 진짜 고역이다.
30분에 가까운 동영상을 만들다 보면, 내 입으로 쏟아낸 '말들'이 정말 이렇게나 많았나 싶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 많은 말들을 알맞은 타이밍에 딱딱 맞게, 길이도 영상의 흐름에 적당하게 맞춰 가면서 제자리에 딱딱 집어넣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다.
30분짜리 동영상을 하나 만들자면 자막을 타이밍에 맞게 짜넣는데도 최소 30분 ×5회 = 150분은 그냥 잡아 먹는 것 같다. 먼저 순차적으로 영상을 틀어 보고, 알맞는 자막 길이를 집어 넣고, 다시 그 화면의 시작부분으로 되돌아 가서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고, 끝나는 부분에 맞춰 자막을 자르고, 다시 그 다음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에 맞춰 다음 자막을 짜 넣고, 다시 제대로 정확하게 타이밍에 맞는지 또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다시 처음부터 쫘악 재점검하고.. 등등)
내 목소리를 갑자기(!) 이토록 자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런 '과잉 친절'만 생략하더라도, 동영상 만들기는 얼마나 수월할 텐가. 그런데 요즘 가만히 보면 방송 프로그램조차 '자막'을 일일이 뿌려 주고 있다. 빤히 들리는 명확한 대사나 말인 경우에도 그렇다. 그것도 매번 자막 폰트까지 바꿔 주고, 크기와 색깔과 모양까지도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런데 초보 유튜버가 무슨 배짱으로 감히 '자막'을 생략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발음'도 부정확한 주제에...
어쨌든 동영상 제작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며칠 만에 뚝딱 30분짜리 동영상 하나 만들어 '업로드'하는 보람이 적지는 않다. 이렇게 올린 영상은 '이론적으로는' 전세계 20억 명에 가까운 유저들에게 완전히 공개되는 셈이니까. 그리고 내가 억지로 그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삭제하지 않는 한 그 영상은 오래도록 살아서 계속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즐겁게(?!) 할 테니까.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apGaXXvz-r0)
『폭풍의 언덕』에 대한 폭풍(!) 같은 작품 소개를 다 끝낸 뒤에 <에필로그> 삼아 차분하게 두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랑을 반추할 겸 『소란한 무덤(The Unguiet Grave)』이라는 애잔한 시를 하나 덧붙였는데, 이 가사에 붙은 음악인 <The Unguiet Grave>라는 음악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음악은 무려 600년 전부터 전승되어 온 '유서 깊은' 노래라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끝내 사별하고 난 뒤에 '무덤가'에서 나누는 대화가 가슴을 후비도록 애절하고 통절한데, 그 시에 딱 맞는 이 유명하고도 가슴 저린 노래를 '저작권'이 무서워 BGM(일명, 브금)으로 깔아드리지 못한 게 내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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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여, 오늘 바람이 불고,
몇 방울의 비도 내리는구려;
진정한 사랑 외에 내 가진 것이 무엇이겠소,
차디찬 무덤 속에 그녀가 누워 있으니,
내 진정한 사랑을 위하여서는 무엇이든 하겠소.
그 어떤 젊은 연인보다도;
그녀의 무덤 앞에 앉아 언제까지나 서러워하리오.
열두 달 하루라도.
열두 달 하루가 끝나자
죽은 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오 내 무덤 앞에 흐느끼며
그리하여 날 잠들지 못하게 하는 분은 누군가요?"
"내 사랑, 그대 무덤 앞에 앉은 자는 나요.
그대 잠들지 못하게 하는 자는:
진흙처럼 차가운 그대의 입술로 한 번의 키스를 해 주길 갈망하오.
그것이 내가 구하는 전부일 테니."
"그대 진흙처럼 차가운 내 입술로 한 번의 키스를 받고 싶어하는군요.
하지만 내 숨결에는 진한 흙 냄새;
내 진흙처럼 차가운 한 번의 키스를 받는다면
그대의 삶도 오래지 않아 끝나고 말 거예요."
"저 건너 아래 초록의 정원,
사랑, 우리가 걷던 그곳에,
이전에 보았던 그 멋진 꽃도
시들어 줄기만 남으리니."
"줄기가 시들어 마르듯, 내 사랑,
그렇듯 우리의 심장도 썩어갈 거예요;
그러니 내 사랑, 이제는 단념하세요.
신이 그대를 부를 때까지."
- 「소란한 무덤」중에서.
(『교양인의 책 읽기』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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