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배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김태환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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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들의 배 》 |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_제바스티안 브란트(지은이), 김태환(옮긴이)

    / 구텐베르크(2025-12-01)  _원제 : The Ship of Fools



“밤바다 위로 돛이 가득한 목선이 어둠 속을 떠돌고 있다.”


돛을 가득하게 세워놓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까? 배를 운전하는 데 미숙한 사람들은 오로지 돛에 의지해 험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목선은 낡았다. 목선에는 온갖 어리석음으로 무장한 별난 인간들이 잔뜩 실려 있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소중하다는 것을 품에 안고 있다. 어떤 이들은 죽으면 죽었지 이 물건들은 놓지 못한다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은 이 항해의 목적지가 천국 나라고니아(Narragonia)라 굳게 믿는다.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 ‘바보들의 땅’이다. 그러나 이 나라고니아는 지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어리석음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공허한 관념의 영토다. 그곳은 현명함을 조롱하고 무지를 숭배하며, 허영과 기만을 미덕으로 치장하는 자들만이 꿈꾸는 곳이다. 그리고 이 배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기도 하다.



이 책의 지은이 제바스티안 브란트(1457~1521)는 15세기 말 독일 인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우인문학(愚人文學)의 창시자다. 우인(愚人)은 어리석은 사람을 뜻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 첫 번째 바보부터 여든 번째 바보까지 소개한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바보들, 별별 바보들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나 여든 번째 바보들까지 모두 만나보는 동안, 내 모습도 종종 보이기에 뜨끔했다. _두 번째 바보〈법정과 관청을 오염시키는 부당한 조언가와 법률가〉: 수많은 바보들이 의회(또는 국회)에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지은이는 이들이 정의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마치 눈먼 장님처럼 벽이나 더듬으며 길을 걷는 자들이라고 평한다. 또 이런 말도 덧붙인다. 모든 사람은 죽은 뒤에, 자신이 이 땅에서 내렸던 모든 판결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가 남에게 던졌던 돌이, 결국 자신의 머리위에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땅에서 정의를 지키지 않는 자는, 저 너머에서 가장 가혹한 정의를 만나게 되리라.”



_서른다섯 번째 바보〈사소한 일에 크게 노하는 자〉: 내 주변에서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소위 뚜껑이 열리는 분노조절장애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면 나 역시 화가 나면서, 한편 안타깝다. 마치 그들은 그렇게 자신안의 광기를 겉으로 내놓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한다는 느낌도 든다. 특징적인 것은 그들은 혼자 있을 때는 얌전하다. 뚜껑도 잘 닫고 있다. 자신의 광기를 봐줄 사람, 관중이 있을 때만 요란하다. 그런데 왜 이 대목에서 ‘격노(激怒)’라는 단어가 생각나는지. 참. “진정 현명하고 차분한 사람이라면, 쉽게 화내지 않는다. 완고하고 쉽게 분노하는 성격은 오직 어리석은 이들의 특징이다.” 



80가지 바보들 중 겨우 두 개만 소개했다. 바보 타이틀 몇 가지만 더 올려본다. ‘탐욕과 낭비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외양 치장에 매몰된 허영의 노예’,‘헛된 부에 탐닉하는 자’,‘말 많고 수다스러워 신뢰를 잃는 자’,‘남을 꾸짖으면서 스스로는 더 큰 죄를 짓는자’,‘어른들의 나쁜 본을 그대로 좇는 아이들’(어른이 나쁜가? 아이들이 나쁜가?), ‘자기 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는 자’ 등등이다. 지은이는 당대 유럽사회의 허위와 맹목,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쓰기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중세말기의 최대걸작으로 꼽히는 이 책『바보들의 배』(1494)는 당대사회의 정치, 종교, 문화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사회 비판서이자 우인문학의 시초로 자리매김했다. 책은 고전문학과 성서, 신화, 역사서, 잠언집 등 다양한 문헌에서 인용했다. 독특하고 날카로운 해석으로 인문 교양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아마 지은이가 현시대를 같이 호흡하고 있었다면, 더 많은 바보들 이야기를 시리즈로 들려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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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배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김태환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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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바보들의 배』(1494)는 당대사회의 정치, 종교, 문화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사회 비판서이자 우인문학의 시초로 자리매김했다. 책은 고전문학과 성서, 신화, 역사서, 잠언집 등 다양한 문헌에서 인용했다. 날카로운 해석으로 인문 교양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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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 100문 100답 - 천 번의 강의에서 십 대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핵심 질문들
이동영 지음 / 다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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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인문 교육 강사인 저자가 강의 현장에서 십 대들이 실제로 던진 질문을 토대로 편집된 책이다. AI가 문장을 대신 만들어주는 이 시대에 글쓰기 교육은 어른, 아이를 불문하고 중요하다. 글쓰기를 멈춘다는 것은 생각의 문을 닫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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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미술관 - 그림과 연애하듯 살아가다, 감상X데이트코스X아트테크
김용임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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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더 깊이 있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 그림과 예술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인생 2막의 전환점을 미술관에서 찾았다고 한다. 작품 앞에서 다시 나아갈 길을 찾고, 감추어져 있던 내면을 밝은 곳으로 끌어낼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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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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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욕 》 _웨인 케스텐바움 (지은이), 김정아(옮긴이)

/ 문학과지성사(2026-03-23) 원제 : Humiliation



“나는 굴욕의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굴욕이라는 주제를 피하기보다는 이 주제와 정면으로 부딪히고 싶다.”



책의 목차에서 푸가1, 푸가2....푸가 11까지 이어지는 ‘푸가’를 주목한다. 푸가는 익히 알고 있듯이 음악용어이다. 여러 성부가 주제를 모방하며 동시에 전개되는 다성(대위)형식의 악곡 구조이다. 바로크 시대에 주된 악곡형식으로 쓰였다. 지은이는 ‘굴욕’을 주제로 책을 완성하는 것을 포기하고 역설적 단상의 병렬의 배치를 이어가는 데 만족할 것이라고 적었다. 왜? 굴욕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가는 데 지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굴욕이라는 논제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굴욕의 복잡한 특징들을 포괄하려는 목소리를 서서히 손상시키는 것이 굴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독자는 실제상황, 영화, 문학 등에서 발생하고 만들어진 온갖 굴욕의 사례를 줄줄이 만나게 된다. 때로 자려고 누웠다가 자신의 부끄러운 기억이나 흑역사가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이불 킥을 하던 사람들에겐 “내 굴욕사는 별것 아니었네”하는 마음도 들법하다.



‘굴욕(屈辱)’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억눌리어 업신여김을 받음’이라고 되어있다. 뜻은 간단하지만, 억눌리고 업신여김을 받는 정도와 양상은 글로 표현하기 곤란할 정도로 매우 위중하고 심각한 경우가 많다. 푸가1은 지은이가 생각하는 ‘굴욕’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적었다. 지은이 웨인 케스텐바움은 미국의 시인,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 문화비평가로 소개된다. 미국의 퀴어 연구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문학, 예술, 음악, 대중문화 등 경계를 넘나들며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관심 분야가 많은 만큼 글의 소재도 다양한 곳에서 넘어온다.



굴욕에는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의 삼각관계가 포함 된다. 목격자는 때로 가해자와 공범이 되기도 하고, 피해자입장에 서기도 한다. 통계는 본 적 없지만, 목격자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만 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지은이에게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교도소)에서 이라크 포로들에게 행한 사건의 충격이 꽤 컸던 모양이다(반복해서 나온다). 미 육군 헌병대 소속 린디 잉글랜드 일병이 발가벗겨진 이라크 남자들의 ‘피라미드’옆에서 음흉한 표정의 동료들과 함께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찍은 사진은 국제적인 ‘굴욕’의 상징이 되었다.(사건이 여론화된 후, 해당 군인들은 법정에서 “치어리더들처럼 피라미드 모양 쌓게 한 것인 고문이냐?”로 항변해서 공분을 자아냈다). 지은이는 “그녀의 포즈, 거리낌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장난기라는 미국식 모욕의 본질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 했다. ‘우리는 유쾌한 대량 학살자들이야’.” 라고 적었다.



마지막 푸가11은 지은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접 겪고 아직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개인적 굴욕 목록과 지은이가 목격했던 굴욕 사건들을 적었다. 그는 목록을 작성하면서 줄거움(그 역시 다른 사람의 굴욕사를 보면서 재미를 만끽했다고 한다)과 역겨움 사이에서 분열되는 마음을 느꼈다고 적었다. 지은이는 자신이 출간한 시집 두 권을 따뜻한 헌사와 함께 어느 중견 시인에게 증정했다. 그로부터 수년 뒤에 지은이의 후배 한 사람이 중고서점에서 난처할 정도로 열렬한 헌사가 적힌 책 두 권을 발견했다고 알려주었다. 바로 그 책들이었다(아마도 그 후배는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국내 SNS에 어느 여류작가가 내심 존경하는 어느 문인에게 역시 정성스런 문장을 적어 자신의 책을 증정했는데,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경악했다고 적었다. 굴욕이라는 표현을 못 봤지만, 굴욕 아니면 무엇이었겠는가? 



이 책『굴욕』을 읽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타인의 고통을 이미지로 바라보는 행위가 ‘관음증’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손택이 이 책을 읽을 때 은근 재미있어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한 세상 살다가면서 굴욕은 가급적 당하지 말아야 한다(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타인에게 절대로 굴욕감을 주지 말아야한다(공감력을 내던지거나 정신줄을 놓지만 않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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