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부터 잡고 갑시다 - 잘나가는 사람들의 최강 컨디션의 비밀
송영민 지음 / MY(흐름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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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3

 

자세부터 잡고 갑시다송영민 / 흐름출판

 

1. 자세가 안 좋아서 몸이 아플까? 몸이 안 좋아서 자세가 나빠질까? 이 질문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따지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바른 자세를 갖고 지낸다는 것은 우리 몸의 근육과 골격을 잘 관리 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덜 아프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이 바라보는 ET의 이미지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무직 근로자의 작업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ET의 앞으로 튀어나온 머리와 얼굴 정면에 크게 달린 눈은 모니터를 잘 보기 위해 애쓰고 살아가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진화된 모습이며, 손끝이 길고 뭉툭한 것은 키보드를 빠르게 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또한 ET의 배가 볼록한 것은 거의 움직이지 않아 내장지방이 쌓인 것이며, 짧은 다리 역시 앉아서만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로 그렸을지 몰라도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3. 요즘 거의 종일을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하는 근무자들이 몸 이곳저곳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자 서서 일하는 자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헤밍웨이도 허리 디스크 때문에 소설을 쓸 때 서서 타이핑을 했다고 한다.

 

4. 이 책 자세부터 잡고 갑시다는 모든 이들이 만성 통증에서 해방되고,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세전문가 송영민이 공을 들였다.

 

5. 책은 총 6챕터로 나눠진다. 당신의 자세는 정상인가? 왜 다리를 한쪽으로만 꼬고 앉을까? 업무 환경이 당신의 자세를 만든다. 바른 자세를 위한 1분 오피스 운동법. 하루 10, 21일 리프레시 자세 교정운동법. 내 몸에 맞춘 11 자세 트레이닝 등이다.

 

6. 바른 자세와 그렇지 못한 자세를 잘 못 쌓여진 상자라고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든다. 발목, 무릎, , , 머리 등의 각 상자들이 제 위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몸이 불안정하고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7.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찰되는 전신자세 유형은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거북목과 새우등, 일자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굽은등 전신자세’. 두 번째로는 거북목과 일자등, 일자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자세로 편평등 전신자세’. 세 번째로는 일자등과 과전만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과전만 전신자세가 있다. 그리고 거북목과 새우등, 과전만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후만전만 전신자세등이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불량자세를 우량자세로 교정하는 방법을 글과 사진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8. 근육과 골격은 쓰기 나름이다. 젊어서 관리를 제대로 못한 근육과 골격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해마다 달라지는 몸의 상태가 아니라 어제 오늘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바른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몸의 통증과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편한 자세에 적응되어있던 몸이 그렇게 쉽게 협조를 해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잘못 쌓은 벽돌을 다시 쌓는 것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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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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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2

 

해변 빌라전경린 / 자음과모음

 

 

이상한 동행

 

나의 이야기는 노부인과 나(유지)와 고모인줄 알았더니 나의 생모라는 이린과 내가 다니던 여중학교의 생물교사 이사경과 함께 떠난 해삼 잡이로 시작한다. 생뚱맞다는 것은 안다. 해삼을 잡으러가는 그림이라기엔 분위기가 어색하다. 나이 드신 분까지 낀 여자 셋에 남자 하나. 그날 해삼 잡이는 허탕 쳤다. 그날 배운 것은 노부인의 말마따나 세상도 바다도 꽃도, 해마다 조금씩 미묘하게 금을 벗어나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사 운이 필요한 것이라는 말도 이해가 된다.

 

 

피아노와 나의 존재감

 

(유지)의 벗은 피아노다. 나는 하교 후에 피아노 교습 가는 날을 제외하곤 곧장 집에 와서 부엌을 정돈하고 마루를 닦은 뒤 내 방에서 악보 책을 읽거나 그림 건반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연습을 하거나 숙제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피아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내 딴엔 맹랑한 음모를 벌였다. 내가 생부라고 확신하는 이사경 앞에서 말이다. 그즈음 나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세상의 중력이 내게만은 작용하지 않는 것 같았고 사람들 눈에 내가 보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특히 그에게 나의 존재감을 더욱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의 일

 

그 일(내가 꾸민 의도적인 돌발 상황)이후로 내 주변의 일상이 많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과 많이 부딪게 된다. 그들의 질문은 한결같다. “왜 그랬니?”

 

 

피아니스트

 

그 후로도 한참 나 유지는 피아노를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누가 피아니스트로 살아남을까?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야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연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피아노에만 해당될까?

 

유성

 

혹시 유성을 본 적이 있나요? 어느 날 밤 베란다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자다 깼을 때, 여전히 깊은 밤이었지요. 그날 난생 처음으로 유성을 보았지요. 그것은 하늘에 일어난 일 아니라, 내 눈 속에 일어난 사건 같았어요. 삶이란 바깥세상이 아니라, 모두 내 몸 안에서, 내가 일으키는 사건 같았지요.

 

 

사랑 그 후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 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 어느 물리학자가 그랬지. 사랑의 법칙은 푸앵카레의 비가역적 에너지론에 지배를 받는다고.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사랑의 끝은 생각지 않은 곳으로 삶을 옮겨 놓을 수 있다는 의미야.”

 

 

책장을 덮으며

 

전경린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아니, 뭐 꼭 표현해야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무엇을 느꼈나. 어느 폐해수욕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본다. 때로는 정물화처럼 움직임이 없다. 진짜 그 사람은 모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분명한 실상이 감춰져 있기도 하다.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정황만 있을 뿐 별 사건이 없는 소설.” 그러나 사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라 이름을 붙였다 떼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긴 한다. 갈등은 있으나 애틋하다. 진실은 있으나 굳이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시적이다. 그저 내 곁에 앉고 일어서는 이에 대해 관대하다 못해 무심하다. 그래도 그닥 나빠 보이진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을 작가가 담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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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앙리 베르그손 지음, 김재희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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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29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앙리 베르그송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닫힌사회열린사회가 있다. 베르그송에 의한 열린사회는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의 본성에 기초하여 사회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타자에 대한 개방과 포용을 허용하는 인류 전체로 열린사회를 의미한다.

 

2. 닫힌 사회는 한 사회의 보존과 이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집단 이기주의에 기초하며 이를 강화하는 닫힌도덕과 정적 종교에 의존하기에 결국 다른 사회와 전쟁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힌다.

 

3. 정적 종교와 동적 종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정적 종교는 닫힌 사회의 종교라고 한다. 억압의 수단이나 방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많다. 인간은 참으로 묘한 동물이다. 동물보다 더 미혹되기 쉽다. 그러한 점을 악용하는 권력자들이 문제다. 베르그송은 정적 종교는 억압의 도덕과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존속을 목표로 하며 닫힌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4. 그렇다면 동적 종교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동적 종교는 열린사회의 종교이며 인류애를 지향하는 열망의 도덕을 강화한다. 정적 종교가 자연적 본능에서 유래하는 비합리적 미신의 성격을 지닌다면, 동적 종교는 깨어난 직관에서 유래하는 신비주의의 성격을 지닌다.

 

5. 신비적 체험은 생명을 나타나게 한 창조적 노력과 접촉하면서 존재의 근원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한다. 베르그송은 그리스 신비주의(디오니소스교), 동양의 신비주의(자이나교, 브라만교, 불교), 기독교 신비주의를 객관적인 관찰 자료로 분석한 후, 기독교야말로 가장 역동적이고 실천적인 종교라고 평가한다.

 

6. 책은 총4장으로 되어있다. 도덕적 의무, 정적인 종교, 동적인 종교, 기계적인 것과 신비적인 것 등이다. 4장은 닫힌사회와 열린사회를 총괄적으로 비교하면서 전쟁의 불가피성과 극복 가능성에 대해 해명하고, 지성에 기초하는 기계적인 것과 직관에 기초하는 신비적인 것의 관계 속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7. 두말할 나위 없이 전쟁의 기원은 소유욕이다. 인류가 그 구조상 소유에 매인 운명이기 때문에 어쩌면 전쟁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도 보인다. 베르그송도 인간사회에서 전쟁을 불가피한 일로 보고 있다. 전쟁 본능은 인구증가, 산업화, 기계문명의 발달 등으로 가속화되며 물질적 안락과 사치에 물든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 한 뿌리치기 어렵다. 따라서 인류의 미래는 베르그송이 표명한 열망의 도덕과 동적 종교로 특정 지어지는 열린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인류 자신의 노력과 결단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8. 이 책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은 앙리 베르그송이 1932년도에 발표한 마지막 주요저서이다. 베르그송은 19세기 말의 근대로부터 20세기의 탈근대로 이행하면서 새로운 사유의 물꼬를 열어놓은 위대한 철학자다. 이 책 외에 주요저서로는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 《물질과 기억》 《창조적 진화》 《정신적 에너지》 《사유와 운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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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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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1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박현숙 / 자음과모음

 

혼자된다는 것

 

강태산. 16. 3이다. 졸지에 혼자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혼란스럽다.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를 치룬 후 전화번호가 적힌 사진 한 장을 보게 된다. ‘태산아. 꼭 여기를 찾아가라.’ 아버지 글씨다. 어느 날 태산은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태산의 아버지도 태산도 모르겠단다. 기억에 없단다.

 

 

잘려나간 기억

 

살아가며 기억 전선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축복이다. 그렇지 않고 시시콜콜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고 재생하고 산다면 그 또한 큰 문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잊지 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유쾌하건 불쾌하건 지우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기억에 대해 작중 인물을 통해 이런 표현을 한다. “잘라나간 기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반쪽짜리 기억을 과감히 잘라버리는 거는 어떨까요?” 한편 수긍이 가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시냇물에 떠내려 보낸 신발짝은 마저 버림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기억은 그렇지 못하다는 안타까운 점이 남을 뿐이다. “....더는 기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어요. 잃어버린 지나간 날들은 묻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기로 결심했죠. 자신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옛날 기억이 하나하나 살아가기 시작한 겁니다.”

 

 

양파 껍질

 

사람은 말이다. 양파 같은 거다. 여러 개의 껍질로 쌓여 있단다.(....) 지금 보이는 네가 전부가 아니다. 나는 네가 너에게 주어진 양파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며 성장하길 바란다.”

태산의 담임선생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다. “어려움을 벗겨내면 그와 반대가 기다리고 있고 슬픔을 벗겨내면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이 슬프다고 내일까지 슬픈 법은 없고 지금이 힘들다고 네 앞날이 계속 그렇지는 않을 거야.”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상실감과 지속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내 눈앞에서 숨을 거두어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인데,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죽음이 있다. 실종이라고도 표현한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어느 날 그 또는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다. 그래서 문을 못 잠그고 잔다는 사람도 있다. 언제 어느 때 올지 몰라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나 내 곁을 떠난 사람이나 끝이라는 생각을 밀어낼 일이다. 어딘가에서 그 이야기는 이어질 것이다.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네버엔딩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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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으로 널 사랑해 - 철학자들이 말하는 사랑의 모든 것
올리비아 가잘레 지음, 김주경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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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0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올리비아 가잘레 / RSG(레디셋고)

 

1. 사랑에 빠진다(fall in love)는 것은 무슨 뜻인가? 사랑이 달콤하기만 한가?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어떤 시튜에이션인가? 결혼은 왜 하는가? 사랑이라는 주제는 남자와 여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가?

 

2. 위의 질문들은 어쩌면 사랑에 관한 영원한 숙제이리라. 위의 질문들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의문점들에 대해 철학, 문학, 종교, 역사,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 등 모든 분야의 시각으로 답을 풀어나간다.

 

3. 문제풀이를 위해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 키에르케고르, 스탕달, 프루스트, 쿤데라, 프로이트 등 각 분야에서 나름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들이 초대되었다.

 

4.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사랑을 말하다’ ‘사랑을 배우다등이다. 사랑을 말하기 위해 여러 이슈들이 등장한다. 유혹, 욕망, 금욕, 결혼, 이혼, 쾌락, 사랑, 섹스 등이다. 사랑을 말하기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상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사랑에 열광할까? 왜 사랑은 고통스러울까? 사랑이 식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있을까?

 

5. 사랑은 야누스다. 기쁨과 희열, 슬픔과 절망이 함께한다. 사랑에 대한 인식과 정의는 동, 서양에서 극명한 대립을 보였다. 인도나 중국이 감상주의, 부부관계, 죄책감 등에 초연한 에로틱 예술을 탄생시킨 시기에 유럽은 일부일처제를 확립하고, 죄의 개념을 만들어내며 부부간의 사랑을 근본으로 삼았다.

 

6. 이 책이 기반을 두고 있는 서유럽의 전통을 보면, 에로스의 문제에 관해 모든 시대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질서와 이성의 일치라는 식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던 유럽의 이성론은 사랑과 성 본능에 대한 상대적이고 모호한 개념들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념들을 확실하게 체계화하고, 정의(定義)하는 것에 집착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랑의 학설이라는 것들이 탄생한다.

 

7. 남녀 간 사랑에 관한 견해 중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갑이다. “남자들은 언제나 여자의 첫사랑이 되길 원한다. 여기에 그들의 어설픈 자만심이 있다. 반면 여자들은 좀 더 확실한 본능을 갖고 있다. 여자들이 바라는 것은 한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 되는 것이다.”

 

8. 여성을 열등한 성이 아닌 제2의 성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고, 여자들이 직업을 가지며, 결혼과 모성을 부인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 것은 20세기 후반부터다. 이 점에서 여성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들이 남성 위주의 문화에 의해 남자에게 복종하도록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2의 성사랑하는 여자라는 장에서 자발적 노예 상태에 대한 심리를 분석했다.

 

9. 사랑이 식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까? 클레망 로세가 리얼하게 표현했다. “사랑의 본질은 영원토록 사랑하길 바라는 것이지만, 사랑의 실상은 한동안만 사랑하는 것이다.”

 

10. 여러 철학자들이 그려준 사랑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나는 이를 신성(神性)’이라고 본다. 사랑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 안에서 몸과 마음을 잘 지탱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마음속 사랑에 대한 태도와 정의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너 죽고 나 살자의 사랑이 아닌 상대방을 살리고 나도 사는 사랑을 해야 한다. 현존하는 대상의 무한과 영원, 부재까지 사랑하고, 유한과 죽음까지 사랑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하늘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너무 어렵다. 심플하게 가본다. ‘끝까지 잘 가는 사랑을 만나는 것이 이 땅에 사는 동안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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