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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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모리사와 아키오 / 샘터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나를 돌아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그 어느 곳이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중년에 들어선 남성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골방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다.

 

이 책은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가 노숙을 하며 일본 전국을 방랑하던 시절, 20대 초반에 겪었던 별난 사건을 모은 방랑 에세이집이다. 그 시절 그 만의 비밀의 공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이다. 그에겐 비밀의~’라 할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 있었다. 비밀의 골짜기, 비밀의 연못, 비밀의 폭포, 비밀의 와사비 채취 포인트 등등. 요컨대 자연 놀이를 위한 최적의 장소, 아무도 모르는 몇 군데. 알몸에 오리발만 착용하고 강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학생 때 우연히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바다 근처 숲의 덤불을 헤치면서 완만한 경사면을 영차영차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눈앞에 그 구멍이 떡하니 나타났다. 조심조심 들어가 보니, ! 컴컴한 동굴너머에 놀랍게도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바다가 펼쳐졌다.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방도 있다. 무려 네 개나 된다. 방이라는 것은 누워있을 만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발견이었다. 휴일이 되면 그 비밀의 장소로 향했다. 낚시도하고 밥도 해먹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그날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만의 장소를 찾았더니, 이런 누군가가 와서 미리 누워 있었다. 나이는 50정도, 텁수룩한 머리털, 반은 흰머리 등등. 전형적인 홈리스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 뒤로도 그 동굴에서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이젠 비밀의 장소가 아니다. 이년 쯤 지나갔을 무렵 다시 갔을 땐, 덤불숲이 치워지고 제대로 된 이 나있었다. 또 그로부터 10여 년 후엔 다시 갈일이 있었다. 동굴 앞에 다다른 순간 번쩍! 스트로브 라이트가 켜지면서 알몸에 하얀 가운밖에 걸치지 않은 요염한 젊은 여인이 동굴에서 나왔다. 누드 화보를 찍는 중이었다. 이젠 그리운 시절, 나만의 비밀장소는 지울 때가 되었다.

 

 

 

책엔 저자의 이런 좌충우돌 스토리가 이어진다. 함께 복싱을 하던 친구들과 어울려 낚시를 갔다. 찌개거리는 준비했지만, 고기를 잡아서 넣을 생각만 했다. 그러나 피라미밖에 잡은 게 없다. 더 이상 배고픔을 못 참고, 가까운 역으로 먹을 것을 사러갔다. 그러나 시간이 늦어서 열어놓은 집을 찾기 힘들다. 곰팡이 낀 빵을 먹었다.

 

 

 

어린 시절 UFO스토리는 한 편의 콩트다. 또래들과 어울려 놀던 중 묘한 물체를 발견했다. 그 물체는 주변 구름과 같은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쌀알 정도 크기였다. 점점 크게 다가왔다. 쌀알에서 땅콩으로, 땅콩에서 아몬드로, 그리고 달걀 크기로.... 겁을 먹은 아이들은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고타쓰안에 숨었다. 덥다. 숨쉬기도 힘들다. 밖에 외계인이 와 있을까봐 겁이 난다. 그러고 있던 참에 엄마가 왔다.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 것을 본 엄마는 마침 아이스크림을 사왔다고 건네준다. 그렇지만 친구들은 아이스크림을 쳐다보곤 겁먹은 시선을 남기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 아이스크림 이름은 UFO아이스였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그 당시의 사진과 일기를 끄집어내어 다시 보았다고 한다. 되새긴 추억들은 애틋하고 유쾌하고 정다웠지만, 생각할수록 쓸데없이 힘이 넘쳤던 시절이었던 것 같았다고 한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누구 안 그랬던 사람 얼마나 되겠는가?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그냥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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