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66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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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에 대한 관심이 시인의 아버지가 동화작가 마해송이라는 사실보다 늘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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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66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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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266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_마종기 저 | 문학과지성사

 

 

1.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메아리전문

 

강과 호수는 완전히 다르다. 강은 흐름이 있다. 소리가 있다. 반면 호수는 조용하다. 물의 흐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수면(水面)상으로 잘 감지가 안 되는 것뿐이다. 낚시광 친구가 있다. 그 친구 따라서 호수, 양어장 낚시를 종종 간 적이 있다. 내 낚싯줄엔 어쩌다 교통사고로 걸린 물고기가 가끔 있을 뿐이었다. 낚시보다 호수를 덮는 안개가 좋았다. 시인의 표현처럼 진한 안개였다. 안개의 두께를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보니 나도 물의 노래 소리를 들은 듯싶다. 아침 안개는 그리 오래 안 간다. 해와 교대한다. 새벽안개가 진짜 안개다. 새벽 공기가 안개를 지나 나의 뇌를 적시며 지나갔다. 이 시의 끝부분 눈부신 물의 메아리라는 표현이 참 좋다. 시각과 청각이 한 줄에 담겨있다.

 

 

2.

봄밤에 혼자 낮은 산에 올라/ 넓은 하늘을 올려보는 시간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별들의 뜨거운 눈물을 볼 일이다/ 상식과 가식과 수식으로 가득 찬/ 내 일상의 남루한 옷을 벗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밤/ 별들의 애잔한 미소를 볼 일이다// 땅은 벌써 어두운 빗장을 닫아걸어/ 몇 개의 세상이 더 가깝게 보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느린 춤을 추는/ 별밭의 노래를 듣는 침묵의 몸/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당신/ 맨발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_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전문

 

두렵고 떨리는 마음. 두려워서 떨리는 것이 아니라, 떨려서 두렵다. ()보다 신()이 먼저 반응한다. 신체적인 반응이 더 빠르다. 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시인은 신()을 생각하며 두렵고 떨린다. 그가 유난히 죄를 많이 지어서가 아니다. 상식과 가식과 수식으로 가득 찬 시인의 일상이라고 했지만, 그 나쁜 증상이 주변에 너무 많이 퍼져있기 때문에 안타깝다. 별밭의 노래를 듣노라면,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그분이 곁에 와 있는 것을 느낀다. 신을 벗어야한다.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거룩한 장소가 되어야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은 더욱 평화로운 호흡을 하게 될 것이다.

 

3.

마종기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1970년대 초로 기억된다. 문학잡지에서 시인의 시를 처음 만나고, 그 뒤로 평균률이라는 독특한 판형의 시집을 통해서 다시 만났었다. 시인은 젊었고, 나는 어렸었다. 평균률은 결혼 후 몇 번의 이사과정 중 사라졌다. 독특한 판형 탓이었을까? 서가에서 언제나 좀 튀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사라진 이유가? 시인은 그동안 미국에가 살면서도 시심(詩心)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타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에 대한 관심이 시인의 아버지가 동화작가 마해송이라는 사실보다 늘 먼저였다. 각 나라 언어마다 빛깔과 향기가 다르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생활하던 시인에게 모국어로 시를 쓰는 것은, 일제하 시대에 목숨 걸고 모국어로 시를 쓰던 시인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 시()들이, 시심(詩心), 시인을 살리는 글자가 되고, 글이 되고, 심상(心象)이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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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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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통해 ‘비운 만큼 채워진다.’는 소중한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저자의 가훈(家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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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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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_서영남 저 | 샘터

 

 

1.

때로는 어둠 속에 방황하다가도 다시 돌아 올 수 있는 집. 외로울 땐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랑의 손길이 되어요. 서로에게 앉아서도 멀리 가는 들판의 노오란 민들레처럼 웃고 또 웃어요.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함께 가요, 우리이해인(수녀, 시인)

 

2.

안정된 직업, 수입, 거처가 있는 사람들에겐 하루하루가 기대감으로 채워질 수 있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이 버거운 현실이다. 어떤 이는 무조건적인 베풂이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의존도만 높인다고 탓을 하지만, 우선 오늘을 살아내야 내일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3.

TV(인간극장)에서 본 기억이 난다. ‘민들레 국수집’. 인천 화수동 고개엔 민들레 국수집이 있다. 자그마한 국수집에서 시작된 나눔의 홀씨가 퍼져 민들레 마을이 만들어졌다. 민들레 국수집 식구들이 서른 명이 넘고, 아이들 공부방, 어린이 밥집, 어린이 도서관, 진료소, 가게 등 가히 마을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4.

민들레 마을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서영남(노숙인을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 국수집대표)과 마음 따뜻한 이(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바보’)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천주교 수사생활을 오래했다(25). 교도소 장기수들과 출소자들을 돕는 일을 해왔다. 2000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살기위해 수도복을 벗었다. 이 책에 저자가 그간 걸어온 길을 기록했다. 민들레 국수집의 이력서가 들어있다. 과거와 현재만 있다. 미래는 그 분이 인도해주심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5.

저자는 국내 봉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2014년에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나보타스, 말라본, 칼로오칸 세 곳에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을 열었다. 더불어 필리핀 다문화가족 모임, 필리핀 엄마들을 위한 한글 교실도 열고 있다. 필리핀과 인천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이제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은 작은 민들레 학교가 되었습니다.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마당에서 뛰어놉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나눔과 베풂은 내가 여유로울 때 하려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편하면, 다른 이들의 고통과 불편함이 잘 안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좀 어렵고, 부족할 때 다른 이들의 부족함도 함께 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글을 통해 비운 만큼 채워진다.’는 소중한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저자의 가훈(家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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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혼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올가 토카르추크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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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부재‘라는 표현을 종종 쓰긴 하지만...가끔 제정신으로 사는 듯..그렇게 빈 머리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하는 책..내 몸과 마음(영혼)이 서로 가깝게 잘 지내는 것이 잘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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