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육필시집
백무산 지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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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 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 가

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 치던 다섯 살/ 첫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

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찬바람 깔고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

도//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

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소리// 아, 마음도 없는데// 몸 홀로 일어나네/ 몸도 없는데/ 마음 홀

로 일어나네// 천지 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 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 '초심' 전문

 

....첫눈을 초심으로 받아 들인 시인의 마음이 맑습니다. 올해 역시 첫 눈이 내리자 SNS에선 난리

가 났었지요. 시니컬한 사람들은 별걸 갖고 호들갑을 떤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내 단점과 결점을 덮어주고 위로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뭏든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해줍니다. 시인은 한 술 더 떠 눈오는 아침이 설날 아침 같다고 합니다. 눈과 초심을

한 마음에 담습니다.

 

우리 살아가며 마음도 없는데 몸이 앞서가거나, 몸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마음이 앞서 일어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다는 말이 백미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에게 새 아침은 내가 아직 못 가본 길이고 못 살아 본 삶입니다.

비록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시간은 어제의 그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늘 새롭게 시작해야겠지요.

 


2.  모내기를 끝낸 들판에 어둠이 내립니다/  저녁뜸에 자던 바람이 문득 우수수 벼를 쓸고 갑니

다/ 국도를 바삐 달리는 키 큰 화물차들의 꽁지에/  하나둘 빨간불을 켭니다/ 논공단지 여공들이

퇴근 버스를 기다리는 길가/ 들을 가로질러 뜸부기가 뜽뜽 울며 납니다/ 베트남에서 온 여공 하나

가 작업복 잠바에 손을 찌르고/ 고향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 하늘

에 주먹별 하나 글썽입니다// 서녘 먼 곳으로 가 버린 사람아/ 그대 없는 이곳이 내게도 먼 이국

입니다                     -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전문


모내기를 끝낸 들판을 바라보며 웬지 마음 한 켠이 무겁습니다. 어찌 그렇게 매정하게 싹뚝 잘라

버렸는지 모릅니다. 논흙이 뒤집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어여 눈이라도 내려

서 덮어주면 따뜻하려나 생각합니다. 타국에서 온 여인이 이국에서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 짓

는거나 아무리 기다려도 올 수 없는, 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곳이나 그저 먼 땅입

니다. 마음에서 찬바람 일며 눈가가 뜨가워지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3.  지난주에 읍내 장에 나가 하나뿐인/ 쬐그만 책방에 가서 이상국 시집 한 권/ 주문을 하고 오

늘 장날에 들러기로 하였는데/ 일을 보고 나니 남은 돈이 책값뿐이다// 책방 옆에는 묘목장이 열

렸다/ 꽃샘추위 황사 바람 부는데/ 앵두나무 사천 원, 자두나무 오천 원/ 홍매화 육천 원 계수나

무 만 원/ 꽃사과 목련 배나무 사천 원/ 시집 한 그루 오천 원//  한 그루밖에 살 돈이 없는데/

무얼 어디다 심을까/ 나는 이미 속이 상해 있었다/ 지난번에 사다 읽은 나무들 때문에/ 마음 밭을

버리고 봄을 버렸다// 나무들은 땅에다 심지만 우리들 마음과/ 대지 사이에서 뿌리내리고 꽃을 피

운다// 천지 사방 흩어진 몸들은/ 나무를 통해 마음으로 돌아오고/ 세상에 지천으로 흘린 마음들

은/ 나무를 통과해 몸으로 돌아오는데             - '마음에 심는 나무' 전문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있는 곳 겨울은 눈도 많이 안 오고 그리 춥지도 않게 지난 듯 합니다.

날씨가 포근해지니까 개구리들이 때를 잘 못 알고 경칩 보름전부터 동면에서 깨어나 그새 짝짓기

를 해서 알을 낳았더군요. 묘목상들도 바쁜 나날을 보낼 때가 온 듯 합니다. '시집 한 그루 오천

원'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머뭅니다. 책을 읽는 것은 내 마음밭에 씨를 뿌리고 어린 묘목을 심는

것과 한 가지겠지요. 더러는 그 씨앗이 말라붙고 더러는 잎을 티우고, 묘목들도 자라겠지요. 살아

가며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나를 보듬어 안아주겠지요. '천지 사방 흩어진 몸들은/ 나무를 통해

마음으로 돌아오고/ 세상에 지천으로 흘린 마음들은/ 나무를 통과해 몸으로 돌아'온답니다.

 

4. 시인 백무산은 1955년 경북 영천 출생입니다. 1984년에 [민중시]紙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

습니다. 시인의 시는 농촌의 서정과 노동자의 일상을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롭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 날카로움은 독자의 의식을 해치려는 의도보다는 깨어있길 바라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마음자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시인은 상(賞)에 무심하리라 믿지만 어쨌든 시인은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더군요. 이 시집 외에 7권의 시집이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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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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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도 출세하고 성공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런 조직문화에서 어떻게 해야 원하는 자리에 오

르죠?"  아무리 남녀평등 문화가 곳곳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할지라도 여성들이 직장과 사회에서

받는 불편과 불이익은 여전하다.


2. 1980년대 초반부터 직장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한 저자는 그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당

시엔 남성들이 여직원들을 대할 때 잠시 머무르다 가는 존재로 생각했기에 관대했다." 그런데 지

금은 어떤가? 대등한 동료, 심지어 상사가 된 여성들의 입지는 물론 남직원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

을 것이다.


3. 저자는 직장 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고참 선배로서, 또 20대 후반의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

서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똑똑하고 유능하고 예쁘고 체력도 뛰어난 알파걸들이 직장에 들어와선

알파레이디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4. 이런 마음의 동기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일차적인 이유는 우선 여성들이 직장이나 조직사

회의 룰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운동경기에선 동료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고 감독의 사인도 봐야 하

는데 대부분의 여성은 그저 자기 앞의 공만 보고, 무조건 혼자 그 공을 몰아 골대에 넣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동료들은 불만이 생기고 감독은 자기 지시를 무시한다고 화를 낸다.


5. 저자는 자신의 딸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에게 여왕이 아니라 여신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 언제 왕관을 뺏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여왕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

는 여신이 되길 바라고 있다.

 

6. 굳이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회학자들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즉,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삶에선 전체 생애주기 중 꼭 한가지 직업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하긴 살아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이런 일 저런 일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열려있다. 그러니 직장

에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아예 일을 접고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좀 더 탄력적으로 내가 몰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살아가는 방법이 되겠다.

 

 

 


7.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은 내일이 다르다'.  메모하는 습관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 잘 못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다. 그래도 가급적 생각날 때 기록을 해놓으려고 한다. 스맛폰에 메모앱을

깔아놓고 수시로 적고 있다. 저자 역시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21세기는 창의성과 아이디어

의 시대다. 거리를 걷다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하늘을 보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수첩에 기록해

서 발명품을 만들기도 하고 작곡이나 작사를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의 모티프로 삼기도

한다."

 

8. '불평 불만이 너의 발목을 잡는다'. 사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천국에 데려다놔도 불평불만

을 늘어놓을 것이다.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짜증을 낸다. 혼자만 짜증내고 말면 그만인데

그 안 좋은 기운은 전파력이 몹시도 강하다.  데일 카네기의 3C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3C

를 뺀 일상이라면 평화주의자이다. Criticize(비판), Condemn(비난), Complain(불평).


9. 리더와 팔로워들에 대한 이야기는 공동체에 몸을 담고 있는 남녀노소 모두 마음에 새길 내용이

다. "어떤 조직에서 팀장이나 리더로 나서서 훌륭하게 업무 수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

이 리더로 결정된 후에 따르는 자세도 중요하다. 일단 팔로워들은 리더의 목표나 지시를 냉철하게

검토하고 좀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하려 노력하며, 결정이 내려지면 최선을 다해 완수해야 한다."

 

 

 

 


10. '감사'의 생명력은 영원하다. 감사하다고 느끼고 표현하는 순간부터 더욱 행복해지기 때문이

다.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 일기는 검박하다. "오늘도 거뜬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

합니다. 유난히 눈부시고 파란 하늘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심 때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

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얄미운 짓을 한 동료에게 화내지 않았던 저의 참을성에 감사합니다. 좋

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합니다."


11. 모든 직장인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서로를 알기 위해서 필요한 책이다. 저자의 딸이 '혼자

듣기엔 아까웠던 엄마의 따뜻한 조언들'이라는 추천사에 이런 말을 남겼다.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정말 다행인 게 뭐냐면 말야'인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긍정적인 우리 엄마의, 여든 살을 바라보는

친구부터 스페인에 있는 이십대 조카까지 진심으로 사랑하고 대할 줄 아는 따뜻한 우리 엄마의,

경험과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듣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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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엘리트는 왜 이슈를 말하는가
아타카 가즈토 지음, 곽지현 옮김 / 에이지21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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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조직이건 문제가 없다는 말은 곧 큰 문제가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문제가 뭔지도 모른다

는 말이기도 하다. 하긴 문제라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나에겐 문제거리지만

그대에겐 아무 일도 아닐 수가 있다.

 

2. 전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이 책은 일을 할때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저자 아타카 가즈토는 이쪽(경

영, 자기계발)에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생물화학을 전공한 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

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경영의 세계를 떠나 과학자가 되어 뇌신경과학(Neuro

-Science)을 연구했다. 그리고 저자는 귀한 깨달음을 얻는다. '정말로 훌륭한 지식 생산에는 공통

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3.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핵심인가? 저자는 그것을 이 책의 제목에도 실려 있는 '이슈'라고 한

다. 저자는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생각하다'와 '고민하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고민하다'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는 척을 하는 것이고, '생각하다'는 '답이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건설적인 생각을 조립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민하지 않기,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생각하기'.


4. 저자는 덧붙여 한 마디를 더한다. '고민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는 곧바로 휴식을 취하도록, 고

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한다. 책은 5파트로 구성된다. 이슈 다루

기, 가설 다루기(1)(2), 아웃풋 다루기, 메시지 다루기등이다.

 

5. 무엇이든 채우기전에 비워야한다. '상식 버리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판단하기.  - 해답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이슈의 질을 높이기.  - 알면 알수록 지혜

가 샘솟기보다는 너무 많이 알면 바보가 된다는 것.  - 하나하나를 빨리 하기보다는 할 일을 줄이

기.   - 숫자의 자릿수에 집착하기 보다는 답을 구할 수 있는지에 집착하기.


6.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슈'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즉 '무엇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하는가

'가 관건이다. 좋은 이슈라 불리우기 위해선 세가지 조건이 붙는다. 1) 본질적인 선택지가 있다.

2) 깊은 가설이 있다.  3) 답을 구할 수 있다.


7.  "유리 구두로 잘 알려진 신데렐라 이야기는 신데렐라가 계모의 딸들보다 압도적으로 매력적이

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성립한다. 이렇듯 모든 스토리에는 핵심 전제가 있다. 사업 방

침을 전환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대로라면 해당 사업은 크게 침체한다'든가. '판매 대수 증가만

을 고집하면 적자가 된다'는 것이 전제가 될 것이다. '하늘, 비, 우산' 방식의 '하늘' 단계가 가

장 중요한 전제 부분이며, 대개의 경우 이 부분이 논리의 큰 분기점이 된다."


8. 저자는 다소 복잡한 이론과 도표를 제시하며 '이슈'를 다루는 법을 소개한다. 이슈 탐구를 표

현한 부분이 소프트하다.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영상을 보아도 그 맛을

알 수 없다. 자전거를 타보지 못한 사람은 탔을 때의 느낌을 알 수 없다. 사랑해본 적이 없는 사

람은 사랑할 때의 기분을 알 수 없다." 어찌 이슈 탐구에 국한되랴. 오래 공감이 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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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침묵의 거리에서 (전2권) 침묵의 거리에서
오쿠다 히데오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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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1. 일본의 지방도시 구와바타 시립 제2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 나구라 유이치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콘크리트 도랑에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된다. 이미 숨진 뒤였다. 그 옆에는 100년도 넘은 큰

은행나무가 있었다. 경찰은 그 학생이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2. 나구라는 성격이 소심한 편이다. 이미 학교에선 공인 왕따이다. 그런 그가 담력이 큰 아이들이

나 가끔 하는 운동부실 지붕에서 은행나무로 건너뛰기를 했다는 점이 의문점으로 남는다. 자의가

아닌 타의라면 과연 누구의 짓인가.

 

3.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는 관점으로 수사가 시작된다. 사인은 두부 손상에 의한 출혈사로 되어

있지만 소년의 등에 시꺼먼 내출혈 자국이 물방울무늬처럼 수없이 남아 있었다. 꼬집힌 자국으로

판명된다.

 

4. 교내에서 학생이 변시체로 발견된것에 대해 교사들과 학생들은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아니 온

도시가 술렁이게 된다. 경찰의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일단 꼬집힘이 누구에 의한 것인가가 관건

이다. 그 행위는 폭력으로 분류된다.

 

5. 처음엔 일부 학생들이 그리고 뒤이어 전교생을 상대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된다. 그런 과정 중

에 폭력혐의로 몇 명이 체포, 아동 상담소로 보내졌다. 13,14세의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법적 기준

때문이다.

 

6.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겐 '종횡무진하는 이야기의 천재'라고 닉네임이 붙어있다. 인간 군상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게 조명하면서 한편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며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일본의 크로스오버 작가로 꼽힌다.

 

7.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고? 언젠가 공중파 9시 뉴스 시간에 중2 문제

를 스치듯 다룬 것을 봤다. 복도에 누군가 커피를 흘렸는데 학생들이 치울 생각은 안하고 비껴 지

나가거나 밟고 지나다니자 선생님이 학생에게 저것 좀 치우라고 지시한다. '그걸 왜 내가 치워요

.' 라는 반응이 들린다. 그 화면을 보면서 오히려 저런 보도가 아이들의 기를 쓸데없이 올려주는

것은 아닌가 염려했다. 이 소설의 테마 그룹도 중2다.

 

8. 하루 하루가 지나면서 죽은 아이의 부모와 가해자로 몰린 학생들의 부모도 속이 까맣게 탄다.

특히 죽은 아이의 엄마는 혼이 나간 상태다. 어렵게 얻은 아이인 만큼 금지옥엽으로 키웠기에 더

욱 그러하다.

 

9. 작가는 이런 기류를 매우 세심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려주고 있다. 왕따 문제, 아이들이 학교에

서 적응하는 문제.  "중학생이 되자 같은 학생들 사이에도 어렴풋이 계층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인기가 많은 아이, 없는 아이, 인정받는 아이, 무시당하는 아이, 모두 자신의 위치에 무관심할 수

없어졌다. 어떤 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서도 학교생활이 180도 달라진다."    
"중학생이란 생물은 연못 속의 물고기 같은 존재야. 모두 같은 물을 마실 수 밖에 없어."


10. 스토리엔 20대의 젊은 검사와 역시 20대의 여기자의 시각이 담겨진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아

직 충분히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 점이 오히려 사건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11. 작가가 작품에 그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주요 테마는 '중학생의 왕따'문제를 다

양한 시점에서 풀어낸 것이다. 그렇지만 중학생 그룹이라는 성장기이자 과도기를 바라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이다. 선과 악의 존재. 진실과 거짓의 문제. 공동체의 삶속에서 어떤

빛깔을 내고, 그 빛깔이 주변과 어떤 조화를 이뤄 나가야하나를 생각하는 스토리다. 사실 아이들

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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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I 리더십
나이젤 니콜슨 지음, 방영호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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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9.11 사태로 시작을 한다. 그날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읽기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그 시간에 비행기 한대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충돌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사고로 인식했다. 그러나 그 뒤에 다시 대형 항공기가 쌍둥이 빌딩을 뚫고 지나가면서 3,000명 가량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2. 부시는 중대한 고비를 맞이한다. 모두 부시의 반응에 집중한다. 표정과 일거수 일투족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길 원한다. 방향을 잡기 바란다. 이러한 결정적 순간에 사람들은 리더의 모습을 지켜보고 반응을 살핀다. 이 순간 사람들은 중립적인 관점에서 벗어난다. 오로지 리더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굴러가고 있을까 궁금할 뿐이다. 사람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것은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3. 모두가 두려움에 얼어붙는 순간. 조직 구성원 모두가 불안에 휩싸이는 그 순간 리더는 특별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한다. 특별한 책임이란 위기에서 오는 충격의 여파를 저지하고 그 방향을 전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정적인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어떤 결정을 하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가 바로 "I 리더십"이다.


4. 이 책의 저자 나이젤 니콜슨은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행동학 교수이다. 비즈니스와 리더십에 진화심리학을 적용한 선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리더십, 가족기업, 경영자 교육, 위험관리, 의사결정, 대인기술 등 비즈니스 전반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5. 저자는 리더로 임명된 사람 또는 자칭 리더라고 하는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리더와 함께하며 고민하고 애쓰는 사람들이 눈 앞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리더로 인해 주변에 벌어지는 사건을 분석하고 역사상 리더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보며, 리더의 역할이 변화하는 과정과 그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길 원하고 있다.


6.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많을 수밖에 없지만 눈앞의 위험을 극복하고, 먼 이후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리더의 능력(리더십의 목표)이 포함된다. 저자는 이를 세 단계로 풀어나간다. 역사, 전략, 자기관리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역사상 리더가 수행한 역할을 과학적으로 종합, 분석한다. 리더십은 또한 전략과 직결된다. 대성공을 이뤄놓고 우뚝 서야 할 지점에서 무너져버리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기관리의 실패다.


7.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그 중 '나는 누구인가?'가 눈에 띈다. 리더의 자질을 이야기한다. "경험은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을 의미한다." 올더스 헉슬리가 한 말이다. 천둥 번개가 치고 지나간 것을 기억하는 것이 경험이 아니라, 그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가 진정한 경험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8. 자기 자신을 깊게 성찰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지낸 사람들에게 주는 축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은 스스로를 깊게 성찰하는 사람들이다. 오바마는 그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기억의 덤불을 헤쳐가며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관한 물음에 답해나간다. 클린턴도 술만 먹으면 가족을 구타했던 새 아버지에 대한 정신적 상처를 담담하게 떠올리며 자신의 진정한 가치와 사명을 깨닫는다.


9. 델포이 신전 입구에 걸려있는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우리는 성찰한다고 하지만 그 의지가 매우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길게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안한다.

- 우리는 세상일을 폭넓게 바라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스스로는 물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두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 늘 스스로를 성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력해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살다 가야 할까?


10. 그렇다면 이런 생각은 어떤가? 리더가 과연 꼭 필요할까? 권력의 맛을 본 리더들은 그 유혹에서 좀체로 벗어나지 못하고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길로 더욱 깊이 들어가는 경우를 본다. 혼자만 들어가버리고 말면 그만이지만 조직을 들러리로 끌고 다니니 문제다. 구성원과 조직원들은 악세사리에 불과하다. 요즘은 수직관계보다 수평관계를 더 따지는 조직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도하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리더의 모습은 한 가지다.

 

"원대한 비전을 품고 현실을 직시하는 리더, 또 조직 구성원들과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조직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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