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 성장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리처드 하인버그 지음, 노승영 옮김 / 부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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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에는 교과서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동안 어느새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경제학'분야에서 두드러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제학 분야가 다른 어떤 사회과학 분야보다도 더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을 동원해 논리적으로 이론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과연 앞으로도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단지 경제학 분야에만 국한 시킬 수는 없겠지요.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도움을 줄 수 있는 통합된 지식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요즈음입니다.


저자인 리처드 하인버그는 경제학자인 제임스 K. 갤브레이스의 거의 양심선언적인 말을 인용하면서 그의 생각과 논리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경제학계를 주도하는 학자들은 (...)중요한 정책 사안에서 매번 잘못된 선택을 했다.(....)이들이 예언하는 재앙은 결코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으리라 말하는 사건은 반드시 일어난다. 가장 기초적이고 타당하고 현명한 개혁에 반대하고, 그 대신 위약(僞藥)을 처방한다. 경기 후퇴처럼 곤란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언제나 화들짝 놀란다."


결론 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의 핵심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충격적입니다. 우리가 알던 경제 성장은 끝났다. 아니 결딴났다 입니다. 물론 지역이나 국가나 산업에 따라 당분간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이나 국가나 산업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가능한 성장은 '상대적 성장'뿐입니다. 세계 경제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으며 승자들이 나누어 가질 몫은 줄어만 갑니다.


저자는 앞으로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합니다. 

@ 화석연료와 광물을 비롯한 주요 자원의 '고갈'.

@ 자원의 채굴과 이용 - 이를테면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 - 으로 인한 '부정적 환경 영향'의 확산.

@ 기존의 통화, 금융, 투자 시스템이 자원 고갈과 치솟는 환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20여년 동안 쌓인 막대한 정부, 민간 부채가 도를 넘어 - 경제가 위축하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 발생하는 '금융 붕괴'.


이 정도로 그치면 다행인데, 살아가면서 당장 몸으로 부딪는 일들이 더욱 문제입니다. 더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 기후변화 때문에 국지적 가뭄, 홍수, 심지어 기근이 일어난다.  - 에너지, 물, 광물이 부족해진다.  - 은행 도산, 회사 부도, 주택 압류가 속출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암담한 소식만 접하게 되면, 그나마 삶의 희망과 의욕을 잃을까 염려가 되는지 그래도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장이 계속 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우울해진다. 하지만 이 심리적 장애물을 넘으면 꽤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 성장이 종말에 이르렀다고 해서 반드시 삶의 질마저 종말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더라도 신나고 안전하고 보람 있게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성장이 끝장난다고 해서 변화나 개선까지 끝장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성장하지 않는 경제 또는 평형 경제에서도 손재주, 예술적 표현, 기술 등은 끊임없이 발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에서의 삶보다 평형 경제(equilibrium economy)에서의 삶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성장은 일부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경쟁을 부추기지요. 누군가는 완승하고 또 누군가는 완패하는 와중에 공동체 안의 인간관계가 허물어 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는 점입니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낫게'를  추가하는 삶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경제 활동을 증가 시킬 것이 아니라 소비를 부추기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경제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7 챕터로 나누어 그의 논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사와 경제학의 기초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경제 성장이 휘청거린 이유를 세계 통화,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 찾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하여 다시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금융 시스템 외부에서도 찾고 있습니다. 효율과 대체 논리.  세계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인구 통계, 세계 발전, 화폐 전쟁, 지정학적 경쟁 등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파헤칩니다. 그 다음엔 성장 의존형 경제에서 위축하는 경제 또는 정상 상태 경제로의 불가피한 전환을 무난히 수행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상황 변화를 대비하고 탈성장, 탈탄소 경제와 생활 방식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합니다. 희망적인 신호이자 기회로서 전환 운동과 공동안보클럽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 유동성 증가'와 '자산버블' 그리고 금융위기의 확산과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가 그것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인한 국제유동성 증가는 훗날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자산 버블의 매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감독 및 평가 체계의 미흡으로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주요국들의 금융 시스템과 리스크 고려가 미흡한 다양한 파생상품들의 양산이 자산 버블의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내실에 기반하지 않은 자산의 버블은 결국 붕괴로 이어졌고, 이와 연관된 많은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되거나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된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이러한 원인이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로 이어지게 되면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 '금융불안과 실물경제 위축'의 진행 과정이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외국의 전문가들이 보는 금융 위기는 어떨까요?  마이클 쿰호프와 로맹 랑시에르는 국제통화기금 보고서 [불평등, 레버리지, 위기]에서 금융 위기의 단순한 모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1) 불평등이 커지면 중산층의 소득이 감소하고 부유층의 소득이 증가한다.  (2) 중산층은 소득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도 생활 수준을 계속 향상시키려고 부자들의 돈을 빌린다.  (3) 이를 중개하려고 금융 부문이 팽창한다.  (4) 결국 신용 위기가 발생한다.  이 역학 관계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삶은 속도를 올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 모한다스 간디 (민족 운동 지도자)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에서 암울한 경제 전망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면 참으로 한숨만 쉬다 말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대안과 희망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미래의 경제적, 환경적 위기를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고 합니다. 공동체의 연대를 다지고 지켜 내기가 사실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정치, 종교, 문화를 공유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힘든 시기가 닥칠 때 서로 기댈 언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웃과 안면을 트고 신뢰를 쌓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정자나무 가지치기를 어떻게 할지 묻거나 텃밭에서 남은 채소를 나눠 주는 등 무난 한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는 충고를 주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복원력"을 위해서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 운동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화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뜻이 모아져서 '공동 안보 클럽(Common Security Club)'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점차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채택한 클럽이 많아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이 공동 안보 클럽은 세 갈래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 공동 학습.  - 상호 부조.  - 사회 참여  등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정치 지도자들이 단타성으로 제시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손자, 손녀가 맞이할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지금 그 누구도 선명하게 그려 낼 수 없을 것입니다. 한시적인 우리 삶에서 그저 내가 숨쉬다 가는 그런 세상으로 마감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 후까지도 좀 더 평안하게 살게 되는 지구별이 되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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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의 일본어 클리닉
이동근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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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한자로 써 있는 것을 보면 대충 그 뜻이 감이 잡히지만, 막상 그것을 발음할 때 혼란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한자가 같으니 그 뜻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발음이 안 좋아서 그런가 했더니 경우에 맞지 않는 표현을 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일본어 교재와 차별화된 편집이 되어 있습니다.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군요. 같은 단어 다른 뜻, 일본에는 없는 단어, 약어 및 외래어 등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다른 교재에선 챕터와 챕터 사이 쉬어가는 코너 형식으로 본 기억이 납니다만, 이 책에선 이 세 기둥을 통해 좀 더 일본어와 친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의료계 종사자이기 때문에 의료 계통의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몸의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것'을 "건강검진", "성인병 검진" 또는 "건강진단"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몸의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일을 "建康珍斷"이라고 표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건강검진이란 진찰 및 각종 검사를 통하여 건강상태 전체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지요. 다른 말로 "健珍" 혹은 "建康審査"라고 표현 한다는군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檢診"이란 암검진과 같이 처음부터 일부 장기에 대하여 이상 유무를 체크하여 정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라고 일본인들도 자주 쓸 것이다라는 생각 자체를 주의해야겠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교복(校服)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선 학생들이 입는 옷을 "制服"이라고 합니다. 물론 일본어 사전에 엄연히 校服이 있지만,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말이랍니다.  "교복"의 사전풀이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입도록 정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약어 및 외래어. 인터넷의 광역화로 축약된 단어들이 마구 양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셀폰의 문자 보내기와 맞물려서 점점 약어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본어의 특징 중 하나는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며, 나아가 그 외래어를 줄여서 사용함으로 독특한 자신의 언어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이 책의 장점은 일본인들의 일상 생활이 우리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설명해줌으로 실제 일본을 여행하거나 잠시 거주를 하게 될 때 유용한 tip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TV에서 일본의 음식문화와 그 언저리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우리하곤 다르구나 하는 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부부와 아들 즉, 가족들이 운영하는 장어집을 봤는데, 새삼 알게 된 것이지만, 일본에선 우리나라 만큼 배달음식이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 프로그램에선 배달이 일반화되지 않은 메뉴인 장어를 그 식당의 아들을 통해 배달을 하면서 매출이 몇배로 향상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일본인들은 주로 피자나 소바, 꼬치 등이 대표적인 배달 음식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실제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유용한 표현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일본어의 기초가 잡히신 중급 수준 정도의 분들에게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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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러스 마너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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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초반, 사일러스 마너라는 이름의 리넨 직조공이 지금은 버려진 채석장의 바위 웅덩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즉 래블로라는 마을 근처의 멋진 덤불 사이에 있는 오두막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소설의 무대인 래블로는 새 시대의 조류에 물들지 않고 아직도 구시대의 메아리가 많이 남아 있는 마을입니다. 그렇다고 이 마을이 문명 세계 밖에 있어서 말라빠진 양떼나 목동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런 쓸쓸한 교구는 아닙니다. 그와 반대로 이 마을은 '살기 좋은 영국(Merry England)'이라 불리는 비옥한 평원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영적인 면에서 보자면 내실 있는 십일조를 내는 농가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사일러스 마너가 래블로에 온 지도 15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그는 그저 툭 튀어나온 갈색 근시안의 창백한 젊은이였지요. 그의 외모는 평범한 교양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이주해 살게 된 마을 사람들에게는 직조공이라는 특이한 직업이나, 그가 미지의 '북쪽'지방 출신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뭔가 신비하고 특이한 느낌을 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래블로에 오기전 사일러스 마너의 삶은 활발한 육체적 활동과 정신적 활동, 그리고 친밀한 우정으로 나름대로 풍성한 삶을 살고 있었지요. 그러나 다윗과 요나단 같은 친구 사이로 불리웠던 믿음의 형제 윌리엄 데인에게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윌리엄 데인은 그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고, 그의 약혼자까지도 가로챕니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게 되었지요. 그가 래블로에 와서도 마을 사람들과 융화를 못하는 이유는 그의 마음 상처가 그 만큼 깊기 때문일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사일러스 마너가 마법의 힘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는 사건이 생깁니다. 어느날 신발 한 켤레를 고치러 나갔다가 불가에 앉아 있는 구두장이의 아내가 심한 심장병과 수종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측은지심으로 그 여인을 바라보던 그는 같은 증상을 갖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게 됩니다. 그는 간단히 조제한 디기탈리스 풀을 먹고 그의 어머니가 효험을 봤던 기억이 난 것이지요. 결국 사일러스 마너의 '신비로운 약'을 먹고 여인의 병이 회복되는 사실이 온 마을에 퍼집니다. 


이 쯤에서 이 소설의 저자인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1819~1880)을 소개하겠습니다. 19세기 영문학 사상 중요한 작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흔히 [황무지]를 쓴 T. S 엘리옷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지 엘리엇은 19세기의 영국 소설가이고,  T. S 엘리옷은 20세기 미국의 시인이지요.  조지 엘리엇은 여류 작가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편견 때문에 본명인 메리 앤 에번스(Mary Ann Evans)라는 이름 대신 조지 엘리엇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합니다.  조지 엘리엇은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국내엔 이 책 외에도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미들 마치], [아담 비드] 등이 번역 출간 되어 있습니다. 


사일러스 마너와 그 주변에 많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마포 직조일로 벌어들인 금화를 혼자 밤마다 세어보며 불빛에 비춰보는 일이 그에겐 큰 낙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그 금화를 도둑맞게 됩니다. 한 쪽 문이 닫히면, 어느 결에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대로, 은둔형 외톨이나 다름 없던 그에게 마을 사람들이 살갑게 대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잃어버린 금화를 잊지 못해 마치 금화가 제 발로 문을 열고 들어오길 바라는 그런 심정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불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장작을 다시 모으려고 몸을 구부린 순간, 희미한 그의 눈에 벽난로 앞 마룻바닥에 금화 같은 것이 보였다. 금화다!  내 금화가 돌아왔다! (....) 금화 더미는 혼란스러운 그의 시선아래 빛나면서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침내 앞으로 몸을 구부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에 익은 테두리의 딱딱한 금화 대신에, 부드럽고 따뜻한 곱슬머리가 그의 손가락에 닿았다.(...)그것은 잠이 든 아기였다. 온통 부드러운 금발 곱슬머리의 동그랗고 예쁜 아기였던 것이다."


누군가 혼자 사는 그의 집안에 아기를 두고 간 것입니다. 금화가 아닌 금발 머리 아기를 말입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갈앉히며 상념에 젖습니다. 어쩌면 이 어린애가 그의 저 머나먼 과거 삶에서 그에게 보내진 메시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외감과 신비감에 젖어듭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아이가 내 집에 들어왔나 살피던 중, 아이의 엄마가 그의 집 근처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가 제 발로 그의 집을 걸어왔던 것입니다. 어쨌든 사일러스는 아이(에피)를 키우면서 그의 상실된 마음도 치유되어 가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제는 돈 버는 일에 목표를 갖게 해 주던 돈더미 대신에 다른 무언가가 찾아와서, 그의 희망과 기쁨을 끝없이 돈 이상의 다른 것으로 이끌고 갔다."


그는 에피를 통해 이웃들, 즉 레블로 마을 공동체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 및 공통체와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16년 전 마을에서 행방불명 되었던 던스턴이 채석장 옆 물웅덩이에서 발견되면서, 사일러스의 금화를 훔친 것으로 판명됩니다. 그 외에도 어린 아이 에피 주변의 사실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개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류층과 하류층, 19세기 초 발전하는 산업도시와 조용한 농촌사회 등의 대조 등입니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게 서술 했습니다만, 여러 인물들의 등장과 배경 속에서 나타나는 것, 특히 사일러스의 정신적 회복은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인간관계가 갖는 치유력'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권선징악적인 도덕적 해석으로 귀결됩니다. 옮긴이인 한애경 교수는 엘리옷의 이러한 점이 워즈워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공감합니다.


낭만주의자인 워즈워스는 그의 시 [마이클(Michael)]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어린아이는 쇠락해가는 사람에게, / 세상이 줄 수 있는 모든 선물보다 더 많은 것, 

 즉 희망과 미래 지향적인 생각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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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하여 - 자유와 탄생편
김유정 지음 / 자유정신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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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남]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이야기한다고 할 때 듣는 사람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저 내멋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들일 것이라는 착각말입니다.


저자와 함께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사흘의 여정에서 변화된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멀리서 한 사람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조용히 오두막 카페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삶의 예지자(叡知者), 붉게빛남으로 불리고 있었다."


여기서 '붉게빛남'은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열심히 달려가고는 있으나, 그 방향이 맞는지 어떤지 확실하게 생각되지 않는 세 사람이 '붉게빛남'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 온 것입니다. 저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들의 표정과 대화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내기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양쪽의 모습을 잘 관찰하고 있습니다. 장기판과 다른 점은 훈수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들으며, 바라보며 조용히 느낄 뿐입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잘 살다 가는 삶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그대 지금 잘 살고 있으신지요?  돈 걱정 없이 산다면 잘 사는 것일까요? 같은 이야기지만, 성공적인 삶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붉게빛남'이 이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은 대부분 부도덕적이고 어리석은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보통 그들을 성공했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부도덕이 통용될 정도로 권력과 재력을 갖추어야 하고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빠야 한다. 그러므로 성공한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적용되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산다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성공가도에 있는 사람 또는 성공했다는 사람(사실 본인은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겠지요. 욕심은 끝이 없기에..)들은 타인의 눈과 마음에 억지로 투영을 시키지요. 그 모습이 본인의 맘에 안들게 비쳐지면 본색이 드러나게 되지요.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러는거야!"


다른 사람들을 다 속여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속이는 나와 그것을 알아채는 나 중에서 누가 [나]인가.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장소가 옮겨집니다. 멘토 주변에 멘티들이 더욱 많아집니다. 보다 깊은 질문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자인 나는 저자보다 조금 더 떨어진 위치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습니다. 가끔 저자의 표정도 살펴가면서 말입니다. 고등학생 때 철학의 내음을 풍기기 위해 "군중속의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뜻도 깊이 생각안하고 입으로 떠든 적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진정한 '고독'의 의미도 모른 채 말입니다. 감옥에서 독방에 가둘 때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지요. 겁에 질려 있다가 결국 미치던가 또는 깊은 사색의 즐거움에 잠기던가 둘 중 하나라지요. 요즘 스맛폰 덕분에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그것을 그 손에서 뺏고 아무것도 없이 혼자 며칠씩 가둬놓으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그래도 혼자서 잘 놀 자신이 있으신지요? 


'붉게빛남'은 우리 삶의 고귀함을 유지하기 위해 "현 시대에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쓸모없는 말들에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이제 우리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잘못된 지식으로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도록 하는 것이다. 사유의 시간을 주기 위해, 중요한 것, 고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기 위해." 내 입부터 막아야겠습니다. 


'붉게빛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 스스로는 쓸모 있는 말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때 귀를 막아야하는지(또는 눈을 감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러 진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캘때 다이아보다 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책을 보면서 다이아를 발견하는 심정으로 봅니다. 


"친구들이여! 인간 일반이 즐거움을 느끼는 원인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함에 기원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보다 자신의 존재를 표출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러나, 자기 표출을 통한 만족은 지속성이 결여된 순간적 자기 만족임을 잊지 말라. 자기 표출을 통한 자기 만족(즐거움)은 타자(표출대상)로부터의 도움 없이는 성취 불가하다는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얼떨결에 따라나선 '나'를 찾는 여행. 참 버겁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다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우아함, 예술, 의지, 창조적 힘, 교육, 통합 세계, 지식, 학문, 권력, 미(美),이상, 음악과 감성, 철학, 시, 시인, 인식 등등 단어 하나만 갖고 씨름 하기에도 힘이 딸립니다. 이틀 째쯤은  그만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저자와 함께 또 다른 청자가 되어 자리를 지켰지요. 끝까지 자리 하기를 잘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회복력''항상성'입니다. 나의 마음,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없이 무너져 내렸다가 일어서곤 합니다. 단지 내색을 안 하고 지낼 뿐이지요. 무너져 내린 마음은 때로 맥없음으로, 때로는 짜증으로 주위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지요. 다시 일어서지 못하면 정말 힘든 상황, 어둠의 골짜기로 스스로 걸어갈 수도 있기에 꼭 일어나야만 합니다. 회복되어져야만 합니다. 여인의 곱고 아름다운 가슴을 잘 감싸주고 있는 그 무엇처럼 형상을 기억하는 합금이 내 마음에도 자리를 잘 잡고 있어야 합니다. 원래부터 그렇게 힘든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지를 잘 해야겠지요. 지금까진 순전히 나의 생각이었고..'붉게빛남'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보시겠습니까.


"나의 벗이여! 우리 인간에게는 두 가지 고귀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회복력과 항상성이다. 인간은 자신의 자아가 파괴되는 듯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더라도 자아는 자기 회복력에 의해 다시 복원된다. 이 회복력에 대한 근원적  힘은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자기 보존의 본능이다. 자아 파괴의 순간, 인간은 이 생존 본능에 의해 자기 자신을 복원시켜, 그 파괴의 소용돌이로부터 출구를 스스로 찾아낸다.(.....) 인간의 독특한 개성과 성상 유지의 근원은 바로 회복력과 항상성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다녀왔습니다만, '나' 를 찾았다고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이 여정은 이 땅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동안 계속 가야할 길입니다. '불게빛남'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나에게 던져주는 숙제입니다. 그대도 한 번 떠나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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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 -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의
김진만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도 이런 말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방송국의 PD를 칭할 때 한글의 '피디'를 적용해서 (피)곤하지만 (대)단한 직업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물론 '대단한'이라는 부분은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PD의 영역과 역량은 대단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 김진만 PD는 대학 재학중 고시에 패스해서 모범적이고 착한 법관이 되려던 꿈을 접고, 보다 가슴 뛰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불현듯 피디가 됩니다. MBC에 입사해서 예능국, 교양국, 시사제작국, 편성국 등을 두루 거칩니다. 그가 다큐멘타리 피디로 지내는 동안 정글 한복판에서 원시의 삶을 살아가는 조에족과 남극 대륙에서 홀로 겨울을 견디는 황제펭귄을 만납니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하나인 [아마존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타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합니다. [남극의 눈물] 역시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 극장판 3D 영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로 재탄생됩니다. 


이 책은 저자가 다큐멘터리 피디로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 특히 지구상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방송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던 사연들, 화면 뒤편에 숨어 있는 웃음과 눈물, 고난 등을 일기 쓰듯이 솔직하게 드러내며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애초에 계획한 대로 실현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무수한 선택의 순간이 주어졌고 그 순간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슴 뛰는 일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저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대의 권력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최고 스타들의 삶을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감동적인 사람들은 바로 우리의 이웃들이었다고 합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남을 위해 헌신하고 세상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감동이고 교훈이었다고 합니다. 


아마존의 많은 부족들이 문명화에 휩쓸려 그들의 역사마저도 상실되어가는 시점에, 자신들의 전통을 꿋꿋이 지켜가며 올곧게 살아가는 조에족. 사냥을 해도 절대 무리하게 하지 않는다. 딱 먹을 만큼만 합니다. 시간 약속을 할 땐 손으로 태양의 고도를 가리킵니다. 하늘의 중간을 가리키면 낮 12시지요.


아마존의 또 다른 부족 자미나와족의 무궁한 약재 활용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름 그대로 생약입니다. 단적인 예일 수도 있겠지만, 알라시아라는 자미나와족 여인의 이야기는 문명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문명인가 그 반대인가 말입니다. 알라시아는 페루에서 온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합니다. 도시에 가서 생활하던 중 자궁암에 걸립니다. 죽더라도 고향에 가서 죽겠다고 친정 아버지곁으로 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전통 치료, 약초치료로 병을 깨끗이 고친 후 새 추장이 됩니다.  그리곤 본인처럼 도시로 향한 부족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귀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촬영팀은 눈을 질끈 감고 악어 고기도 먹습니다. 그들의 만찬에서 인상을 쓰고 앉아 있을 수가 없지요. 

 

비록 언어가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은 어디나 똑같습니다. 진심과 진실이 있으면 안 될 것 같던 일도 됩니다. "소통을 하려면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리고 연애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가식적인 모습은 상대가 귀신처럼 알아챈다. 진심이 통하면 기대 이상으로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훨씬 깊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김피디는 '열바다'에서 '썰렁해'로 무대를 옮깁니다. 남극으로 날아갑니다. 이미 남극에는 여러 나라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각 나라들은 언젠가 나눠 가질지 모를 남극의 영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군요.  이 중 아르헨티나가 막대한 국가지원으로 이미 1952년부터 사람이 살기 힘든 땅 남극에 유일한 인간 마을 에스페란사를 건설한 것은 참 선견지명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극에 간 김피디는 아델리 펭귄과 황제 펭귄들을 밀착 취재합니다. 특히 황제 펭귄들이 암수가 만나 짝을 짓고 알을 부화시키고, 키우는 과정은 정말 눈물겹습니다. 아마도 사람은 그렇게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들은 알을 발등으로 받아 4개월 동안 눈만 먹으며 암컷들이 바다에 가서 영양보충을 하고 다시 돌아 올 때까지 키워야합니다. 바닥에 떨어뜨리면 다시 발에 올리지도 못하지만 수 분 내로 알이 얼어버린답니다.

 

책을 참 재밋게 봤습니다. 촬영팀은 취재 기간 300일 동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겠지만, 프로그램을 보고, 책을 읽는 재미는 참 쏠쏠합니다. 제법 많은 사진들이 글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글도 잘 쓰네요.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부분이 제법 많았습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 적은 부분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때론 사람이 세상의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역시 사람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

황제펭귄이 황제펭귄답게 살아가려면 조에족이 조에족답게 살아가려면 사람들이 저마다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오늘 내가 기록한 조각들이 누군가에게, 그리고 세상에 자그마한 희망과 치유의 힘이 되어 주길 바랄 뿐이다."

 

지구는 여전히 둥급니다. 제목으로 쓰인 '세상 끝'은 사실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원의 특징이자 장점이지요. 굳이 이 책을 읽기 전이라도, 힘들고 어려운 지금 그 자리가, 그대가 다시 시작하는 '스타트 라인'이 되길 소원하는 마음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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