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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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98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장석주 / 21세기북스

 

1. 나와 그대가 살아가는 삶에 정답이 있을까? 누구나 정답을 쓰며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시험지는 누가 체크할까? 신앙인이라면 자신이 믿는 신 앞에 가서 성적표를 받을 것이다. 이 땅을 떠나면서 마지막 긴 호흡을 들이마시며 자신이 쓴 삶의 답안지를 들여다볼 수도 있겠다. 쓰인 답은 사실 살아온 흔적들이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보고 느꼈던 단상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이들에게 준 상처들, 내가 받은 상처들, 넘어졌던 기억들, 아팠던 기억들 등이 빨리 보기로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

 

 

2.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가 더욱 좋아진다. 나의 삶의 20대 때 시를 참 좋아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썼다. 시를 썼다기보다는 시 비슷한 것을 쓰긴 했다. 지금도 가끔 시 비슷한 것을 긁적이곤 한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아온 것 같아 자책감이 들 때는 시를 쓴다. 함축의 언어로 내 마음을 그린다. 스쳐가는 느낌을 붙잡아놓는다. 때로는 한 권의 묵직한 책보다 한 편의 시가 가슴에 콕 박힐 때가 있다. 그 느낌이 나의 느낌이기도 할 때 더욱 그렇다.

 

 

3. 이 책의 지은이 장석주는 어떤 사람인가? 스무 살에 등단해서 여전히 시 쓰는 사람. 읽을 수 있는 것에서 읽을 수 없는 것까지 읽어내는 독서광. 읽고 쓰는 것에 모든 것을 건 문장노동자. 경기도 안성 호숫가의 수졸재주민으로 소개된다. ‘스무 살에 등단해서 여전히 시 쓰는 사람이라는 것과 사는 곳만 다를 뿐 나와 흡사하다. 이 책의 타이틀은 인생을 아는 나이 비로소 시를 읽다.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이다.

 

 

4. 지은이 장석주 시인이 소개하는 30편의 시()들은 대체적으로 쓰다. 달콤한 것만 찾던 입맛에는 더욱 쓸 것이다. 그러나 달디 단 약은 아이들에게나 먹일 일이다. 어차피 인생은 쓰다. 그리고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 아이들이 아프면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음식을 먹일 것이 아니라 잘 안 먹던 음식을 먹이라는 처방전도 있다. 몸의 균형을 맞추듯 영혼의 균형도 맞추며 살아야 한다. 쓰디쓴 약은 나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5.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_황인숙 전문

 

당신만 아픈 척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이고 당신은 피해자라는 생각도 말일이다. 따지고 보면 피차 가해자고, 피해자다. 쉽게 쓰는 말로 쌍방과실이다. 퉁 쳐야 할 일들 뿐이다. 이건 내 생각이다. 지은이는 이 시를 이렇게 풀어준다. “지금 이 시의 서정적 주체를 지배하는 것은 권태, 피로, 무기력이다. 이 시의 문면 뒤에 숨은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당신의 말함을 허락할 수가 없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다. 제발 나를 건드리지 말고 내게 아무런 응답도 요구하지 말고, 나를 응답 할 수 없음’, 즉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익명성에 그냥 머물게 놓아다오.”

 

 

6. “나 떠난 후에도 저 술들은 남아/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겠지//

나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술에 취해/ 몸은 땅에 가장 가까지 닿고/ 마음은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아/ 허공 속을 몽롱하게 출렁이겠지// 혀끝에 타오르는 불로/ 아무렇게나 사랑을 고백하고/ 술 깨고 난 후의 쓸쓸함으로/ 시를 쓰겠지// 나 떠난 후에도/ 꿀 같은 죄와 악마들은 남아/ 거리를 비틀거리며/ 오늘 나처럼 슬프게 돌아다니겠지/ 누군가 또 떠나겠지.”

_문정희 나 떠난 후에도전문

 

이 시를 읽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아파트 창을 통해 밖을,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가슴이 더 무너졌다. 내 아이는 죽어 없는데 해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떠오르고, 아빠의 출근길을 배웅하는 엄마 품 아가의 손짓은 여전하고, 등굣길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활기 넘치는 번잡스러움은 여전하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고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었단다. 그래서 두꺼운 커튼으로 창을 닫은 후 상당히 오랫동안 두문불출 했단다. 세월호 건져 올리는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라고, 아직 못 올라온 아이들을 가슴에 묻으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마라. 네 새끼 아니라고. 그저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시적 화자가 상상적 죽음에 이른 이런 순간들은 존재의 고갈이면서 고갈이 아니고 덧없음이면서 덧없음이 아니다. 죽음은 운명의 견고함을 마침내 완성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적 화자의 죽음은 미래의 것 즉, 아직 오지 않은 죽음이다. 여기서 기묘한 안도감과 함께 살아 있음에 쏟아지는 신적인 시선과 빛으로 우리를 이끈다.”

 

 

7. 내가 시()를 읽는 법 ; ‘단 숨에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한 번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는 결코 쉽게 쓰이는 법이 없다. 때로 A4 용지에 시를 그대로 옮겨본다. 워드로 두드려보기도 한다. 연의 구분, 끊김과 이어짐, 숨표 하나도 임의로 하지 않고 그대로 그린다.

그 부분들도 시의 일부분이다. 시인의 호흡을 따라 시를 읽고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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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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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94

 

마음의 미래미치오 카쿠 / 김영사

 

1. 마음의 위치가 어딘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다. 물론 오래 전 이야기다. 아무래도 가슴(심장)에 가깝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살아 있는 한 심장은 늘 따뜻한데 어찌 한 순간에 온대와 한대를 오가는가에 대해선 아무도 답을 못한다. 머리는 이성, 가슴은 감성이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이젠 이런 주제를 놓고 논한다는 것이 다소 유치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의 뇌는 속속들이 그 정체를 드러내놓고 있다.

 

 

2. 인류가 생명력을 유지해가면서 꾸준히 공통과제로 올려놓을 만한 주제 중 우주인간의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둘은 극과 극이면서 공통점도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을 소우주의 개념으로 이해한 사람들도 많다. 먼 옛날부터 우주와 인간의 정신은 미신과 마술의 대상이기도 했다.

 

 

3. 이 책은 인간의 정신 곧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고 깊은 성찰로 전해주고 있다. ‘마음과 의식’. 마음을 해독한다는 것은? 물리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의식. ‘마음으로 육체 극복하기’. 텔레파시, 염력, 아인슈타인의 뇌. ‘변형된 의식’. 꿈 이야기, 마음 조종하기, 인공정신, 두뇌의 역설계, 미래와 연결되는 인간의 마음, 외계인의 마음을 읽고 싶다 등등이다.

 

 

4. 망원경이 천문학에 일대 혁명을 불러온 것처럼, 1990년대~2000년대 사이에 개발된 MRI는 신경과학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지난 15년 동안 인간의 두뇌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의 양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식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과거엔 과학적으로 접근할 엄두도 못 내던 인간의 정신세계가 지금은 신경과학의 주된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학이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모두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과학의 이름으로 모두 그려줄 수는 없다는 말이다.

 

 

5. 과학의 발달 중 로봇도 함께 진화한다. 로봇은 어느 정도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담기 힘든 부분이 감정이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의식의 핵심이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는 전전두엽(논리적 생각을 관장하는 부분)과 감정중추(대뇌변연계)의 연결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가치판단에 혼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동일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선택을 해야 할 때조차(물건을 살 때나 약속시간을 잡을 때, 또는 펜의 색상을 고를 때 등)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문득 드는 생각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마마보이들이 여자 친구를 만나 뭘 먹고 어디 가서 놀아야 하나 엄마한테 물어보고 움직인다고 한다. 내 아들의 전전두엽의 기능 장애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없애기 위해선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의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이론물리학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독보적인 미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평행우주》 《비전》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미래의 물리학등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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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 진화를 꿈꾸는 대한민국 최고 크리에이터 4인방의 이야기 CJ Creative Forum 2 2
나영석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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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92

 

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나영석외 / 자음과모음

 

1. 콘텐츠 산업 중 방송 분야는 날이 갈수록 경쟁, 아이템이 더 커지고 급증하리라 예상된다. 고정된 상자인 TV 박스가 아닌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여러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의 수요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 무한 도전시대가 온 것이다. 살아남는 프로그램이 있고, 일회성으로 그칠 프로그램도 있을 것이다. 살아남는 프로그램. 좋은 프로그램은 국내뿐 아니라 온 지구를 돌며 수많은 인프라를 형성한다. , 돈이 된다. 고용창출 효과도 생긴다. 물론 모든 일이 처음부터 그리 계획된 것은 아니다. 그저 좋은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보자는 열정이 그런 결과를 불러 온 것이다.

 

 

2. MAMA(Mnet Asian Music Award)〉 〈슈스케(슈퍼스타K)〉 〈댄싱9〉 〈해피 선데이

응답하라 시리즈〉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12등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문명세계와 단절하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나처럼 TV보기를 대낮에 별 구경하듯 하는 사람도 이 프로그램 중 몇 가지는 폭 빠져 보기도 한다.

 

 

3. 이 책은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이 대한민국 방송사에 길이 남을 만한 굵직한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주도했던 크리에이티브 사인방. 네 명의 방송 제작자들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그들이 어떤 계기로 어떤 생각으로 창조적 가치를 지난 새로운 트렌드 문화를 탄생시켰는가를 들어본다. 창의력은 단지 방송 분야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모든 분야에서 창의력이 갑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뇌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잠들고 있던 창의가 기지개를 펴고 일어날지도 모른다.

 

 

4. “다음 세대의 산업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화다! 영감의 경제로 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문화 강국이 곧 선진국이다!” 신형관의 말이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만들 것인가? 결국 사람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았다. 그것이 차별점이었다.”_슈스케의 김용범.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하기 위해 각 연령층별로 각기 다른 추억의 소재를 떠올리도록 만든 것이 주효했다.” _응답하라시리즈의 이명한.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제일 잘 이해시키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장치는 바로 웃음과 재미다. 꽃할배들에게는 진리나 정답을 향해 재지 않고 직선으로 가는 힘이 있다!” _나영석.

 

 

5. 나영석 PDKBS에서 tvN으로 옮길 때 나는 나 PD가 그 끼를 최대한 발휘할 마당으로 옮겼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지상파 특히 KBS는 예능프로그램이 대세를 잡기는 힘들 것이다. 수신료로 운영하는 애로점이려니 하고 이해하련다. PD는 새 일터인 케이블에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는 자율성 덕분에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었다고 한다. 창의력도 토양이 필요하다.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태양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맛을 내기 위해서 애쓰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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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데이브 램지 & 레이첼 크루즈 지음, 이주만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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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87

 

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데이브 램지 외 / 흐름출판

 

1. 진부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 부모의 말투, 행동, 습관 그리고 생각까지도 그러하다. DNA가 그 답을 줄 수 있다. 더러 부모와 반대되는 행동으로 반발심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근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것은 일단 미뤄놓자. 돈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념이 크게 다르진 않다. 단지 지금 부모와 아이들이 따로 놀기에 달라 보일 뿐이다. 혹시 아이들의 경제관이 지금 내가 바라보기에 마땅치 않다 생각이 들면 나는 아이들 나이 때 어땠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 “부를 쌓은 사람들, 그리고 부에 대해 건전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돈에 집착하거나 돈을 숭배하지 않는다. 대신 돈을 경계하고, 자녀들에게 돈을 다루고 관리하는 법을 확실히 가르친다. 이는 부자들의 집안 전통이다. 샤론과 내가 파산으로 모든 재산을 잃고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냈을 때 우리는 스물여덟 살이었고, 집에는 아장아장 걷는 큰 딸과 갓 태어난 둘째 딸이 있었다.” 큰 희생을 치루며 빚더미에서 빠져나와 한 숨 돌리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리고 이들 부부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뼈에 새기도록 훈육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집안 전통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이 책의 지은이 데이브 램지(아빠)의 이야기다.

 

 

3. 책은 여러 주제를 쉬우면서도 알차게 설명해주고 있다. 노동, 소비, 저축, 기부, 예산, 부채, 학자금, 자족, 가족, 유산 등 경제를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르는 단어들이다. 파산의 경력을 딛고 재무관리 및 사업 상담 전문가로 미국인에게 가장 신뢰받는 라디오 진행자이자 강사인 데이브 램지와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램지 가문의 자녀로 성장하며 직접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미국 전역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돈을 올바로 관리하는 법과 부채 없이 생활하는 법, 그리고 노동과 소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교육하고 있는 데이브 램지의 딸 레이첼 크루즈가 함께 쓴 책이다. 부녀 합작이다.

 

 

4. 아이들에게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마도 전 세계적인 현실 아닐까? 부모는 자녀가 어려서부터 돈과 노동의 상관관계를 깨우치도록 돕기 위해 용돈이라는 개념을 배제하라고 권유한다. 아이들도 돈 얘기를 할 때 용돈이라는 말을 쓰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수고비라는 말을 써서 노동을 통해 돈이 생긴다는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

아이들이 인과관계를 이해 할 수 있는 연령이 되면 돈과 노동의 관계를 가르쳐도 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연령별로 적용이 가능한 노동수고가 자세하게 적혀져 있다.

 

 

5. ‘돈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 기부챕터에 실린 글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돈을 벌어 축적하는 데만 목적을 두다보면 결국 방종에 이르게 되는데, 나 역시 나만 아는 놈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대목에서 청지기 정신이 나온다.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이라는 말은 기독교계에서 많이 쓰이다보니 기독교에서 나온 용어라고 생각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청지기 정신은 킹 제임스 판본의 성경이 나오던 무렵에 쓰인 고대 영어단어다. 봉건 시대에 청지기, 스튜어드란 지역 영주의 장원과 그 사무를 총괄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스튜어드는 멋진 주택과 아름다운 의복과 산해진미를 누렸지만, 그의 소유는 아니었다. 그는 영주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온갖 편익을 누렸는데 그 재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지은이는 이렇게 권유한다. “저 중세의 스튜어드처럼, 우리 역시 다른 누군가의 돈을 관리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삶의 목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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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바꾼 휴대폰 - 환경을 위협하는 기업들의 음모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우리들의 선택
위르겐 로이스 외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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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84

 

지구와 바꾼 휴대폰위르겐 로이스 외 / 애플북스

 

1. 질김의 대명사인 나일론이 너무 질겨 소비가 늘지 않아 손톱만 스쳐도 올이 나가게 만들었다는 것은 이미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스마트 폰이 고장 나면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이참에 바꿔버려?’ 고민하게 만든다. 대리점에선 당연히 그렇게 바람을 넣는다. 이미 계획된 계산이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은 수명이 있다. 문제는 점점 그 수명이 빨라진다는 것에 있다. 다른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출고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고 한다. 부품을 그 상품에만 들어갈 정도밖에 생산을 안 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을 고쳐 줄 변명 거리가 있는지? 생산자들이여.

 

 

2.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전구부터 시작하여 현대인의 필수품인 컴퓨터와 휴대전화기 등의 각종 사례를 들어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경제성장, 소비자심리, 광고, 마케팅, 에너지 등의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쓰레기가 발생하는 이유와 환경 파괴, 자원고갈 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주고 있다.

 

 

3. 토머스 핀천이 쓴 중력의 무지개바이론이라 불리는 전구가 있다. 보통 1,000시간이 지나면 타서 끊어지는 일반적인 전구의 필라멘트와 달리 바이론의 필라멘트는 1,000시간이 지나도 멀쩡하다. 그런데 이 전구가 연구개발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태어난 것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 전구의 수명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조직의 실체도 들어난다. 소설 속 상황이 아닌 실제로 110년째 꺼지지 않고 켜있는 전구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모어 시의 한 소방서에 있다. 그러니까 100년 이상은 아니더라도 전구를 교체하는 시간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4. 이 지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남을 못 살게 하면 너도 못살게 된다. ‘작은 연못노래가 생각난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전기전자 폐기물의 80퍼센트는 중국, 파키스탄, 인도 또는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간다. 국제연합환경계획은 이 수치가 앞으로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전자 폐기물은 2007년 대비 중국과 남아프리카에서는 네 배로, 또 인도에서는 다섯 배로 증가하리라는 것이다. 또 세네갈이나 우간다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여덟 배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남의 집 뒷마당이라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천만에. 그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 먹는 것은 괜찮고?

 

 

5. 그렇다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개선해나갈 것인가? 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희생시켜야 할 부분이 많다. 물건을 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새로운 모델로 바꾸기 위해선 더 필요하다. 더 벌어야 한다. 더 일해야 한다. 결국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냉정히 생각해봐야한다. 환경에 대해선 녹색경제가 답이다. 녹색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기본 골격은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면서도 원자재와 에너지는 더 적게 쓰고 쓰레기도 더 적게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뜻을 변질시키지 말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계속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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