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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월간 샘터 2017년 12월호 ㅣ 월간 샘터
샘터편집부 / 샘터사 / 2017년 11월
평점 :
【 샘터 】 2017.12
_샘터 편집부 (지은이) | 샘터사(잡지) | 2017-11-06
‘맺음달’ 12월이다. 2017년을 보낸다. 기억할일만 기억하고 모두 보내버린다.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 끄트머리 달’이다. 12월엔 올해 마무리 할 일을 생각하고 정리하련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낸다.
몇 장을 들추자 눈이 잔뜩 충혈 된 한 사람의 사진이 나온다. 「이달에 만난 사람」이란 꼭지의 글이다. 인터뷰이는 인명구조 전문가 경광숙이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느 은퇴 소방관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정리되어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년퇴직을 4년이나 남겨놓고 그는 왜 34년 7개월 동안 이어오던 소방관 생활을 접었을까? 아직도 미결로 남은 ‘세월호’ 사건이 계기였다. 그는 1979년부터 소방관 생활을 시작해서 삼십 년 넘게 크고 작은 재난 현장에서 맹활약했다. 인명구조 베테랑의 눈에 그날의 인재(人災)는 도저히 이해불가였다. 세월호 사고가 난 하루 종일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도봉소방서에서 TV화면으로 진도 앞바다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경광숙씨는 속절없이 흘러가는 골든타임 앞에서 침이 바짝 말랐다. “현장에 바로 출동했던 119 구조대마저 해경의 진입허가가 없어 근처에서 대기만 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는 얘길 듣고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 그 일 이후 그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 후배들에게 목숨 걸고 재난 현장에 뛰어들라고 말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심한 자책감과 자괴감, 울화통이 뒤섞인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결국 조기퇴직을 하고 말았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이다. 그걸 왜 당신이 책임져야 하느냐며 조기퇴직을 만류하는 아내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사회는 같은 재난 사고가 다시 반복된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속절없이 수많은 인명이 숨을 거두고, 우리는 한 사람의 유능한 전문가마저 잃고 말았다.
언젠가 어느 북 리뷰를 보니까 이해인 수녀님이 고인이 되신 것으로 써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새 돌아가셨나? 아니다. 수녀님은 아직 살아계신다. 매달 샘터에 올리시는 글로 당신이 건재하심을 알려주신다. 「이해인 수녀의 흰 구름 러브레터」는 ‘12월의 반성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내 마음 속에 있는 일곱 개의 하얀 문으로 잠시 들어가려합니다.” 수녀님은 감사의 문, 용서의 문, 기쁨의 문, 인내의 문, 사랑의 문, 겸손의 문, 기도의 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와 기쁨을 전해주던 ‘이해인 수녀의 흰 구름 러브레터’가 2017년 12월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친다고 한다. 아쉽다. 암투병 중이신 수녀님이 차분하게 주변정리를 하시는 마음이 전달되어 애틋해진다. 이 땅에 남은 삶의 시간 속에서 육신의 큰 고통이 없으시길 기원한다.
“올해도/ 잘해왔습니다// 있는 힘껏/ 달려왔습니다// 쉰 살 넘어 도전한 검정고시/ 끝내 놓을 수 없는 작가의 꿈/ 견디기 힘들었던 유산의 아픔/ 지독했던 물 공포증에서 벗어나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잘 견뎌줘서 고마워!”
12월호의 특집은 ‘나에게 고맙다!’ 이다. 보통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결혼을 앞두고 혼사 문제를 의논하던 아들이 혼자 남을 엄마가 걱정되어 한다는 말이 “엄마는 꿈같은 것도 없어요?”하며 군소리를 했다. 그 순간 엄마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야했다. “여자 혼자 몸으로 널 키우느라 엄마한텐 꿈꾸는 것도 사치였어!” 얼마 후 결혼한 아들이 분가해 나가자 별다른 취미도 없는 생활이 무료하고 의미 없는 나날로 이어졌다.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그녀는 라디오에서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 할머니의 사연을 접하고 자극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중,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을 하게 된다. “여러 난관들을 딛고 얻어낸 결과라 더욱 기쁘다. 평생의 꿈을 이루게 해준 나 자신의 용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살아가며 나를 보듬어 안아 주고, 도닥여주는 시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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