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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
이형석 지음 / 북오션 / 2013년 7월
평점 :
【 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 】
_이형석 (지은이) | 북오션
문화를 B급으로 칭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A를 의식해서 그러할 것이다. [헤럴드경제]문화부에 재직 중인 이형석 기자가 실체를 갖지 못하고 수사로서만 존재했던 'B급 문화'의 개념 규정과 형성의 조건 및 역사 분석을 시도했다. B급 문화는 우리 사회 속 다양한 계급과 세대의 욕망이 충돌하고 갈등하며 연대한 결과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마디로 'B급 문화'로 읽고 보는 우리 사회의 욕망이자, 대한민국의 풍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책은 4부로 구성된다. 'B급, 넌 뭐냐'. 'B급으로 읽는 대중문화 : 소외된 욕망의 목소리', 'B급, 거대 서사와 엄숙주의에 파산을 고하다', 'B급 정치하다, 99%의 목소리' 등이다. 프롤로그에선 싸이의 [젠틀멘]을 다루고 있다. 싸이는 시종일관 장난기 가득한 '악행'을 연출하고 있다. 저자는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젠체하는 신사에 대한 단순한 조롱이나 풍자, 해학, 코미디가 아니라 B급이라 낙인찍히고 저주 받았던 욕망의 주체를 호출하는 작품이다." 라고 쓴다.
아니 디 프랑코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B급 영화다. 그것은 어리석고 이상하며 갈피 없는 이야기이며 비틀대는 대화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거기에 충분히 귀를 기울인다면 이런저런 말 속에서 종종 詩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옮겨놓고 보니 B급도 괜찮다. 저자는 B급의 정체를 이렇게 표현한다. "B급을 의도적인 '싼티, 촌티, 날티'를 통해 주류 문화에 대해 냉소와 저항, 조롱을 보내는 개성의 양식이자 태도이며 스타일로 규정한다. 주류로부터 배제된 욕망과 좌절한 주체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개성의 양식으로 정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급한 문화를 지칭하는 '하위문화'라는 표현이 있다. 문화에 상위와 하위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들지만, 그렇게들 부르기도 한다. 하위문화란, 한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 전체구성원을 아우르는 표준 입맛의 문화를 일컫는 '전체문화'와 달리, 다양한 지역, 인종, 세대 종교, 집단 등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인된 가치와 규준에 의한 범생이 같은 생활양식이 '전체문화'이다. 반면 하위문화는 전체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집단과 조직의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를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오히려 하위문화가 글로벌하다. 아마도 인간의 원초적이며 내재된 욕망과 분출에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B급이 '쿨'한 이유는 지배적인 가치와 생활양식, 태도를 조롱하며 가치를 전복시키고 '통쾌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B급은 통쾌하다. [무한도전]이 통쾌한 이유는 공식적인 표준에서 벗어난 캐릭터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혹은 '고귀하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도전한다는 데 있다." 우연히 같은 TV 프로그램을 봐도(때로 채널권을 뺏기는 경우엔 아예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겠지만) 각기 받아들임이 다르다. 정신과 의사 하지현은 예능프로에서 얻은 에너지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풀어서 [예능력]이라는 책도 썼다. 그는 그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정신과 의사라는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볼수록 예능이란 허투로 볼 것이 아니었다. 이 힘든 세상을 잘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최적의 삶의 태도를 실시간으로 알려 준다. 예능만큼 사회의 '지금, 여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없었다. 이를 통해서 충분히 배우고 익히고 마음의 튜닝을 할 수 있었다."
저자는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B급 문화,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플랜 B로 진화해야 한다." B급 문화는 광산의 카나리아가 될 수도 있고, 노아의 비둘기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다만, 지금 여기 없는 것을 상상하고 실천하며 새로운 미학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점령하라.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상상력은 기존의 틀을 깨고, 어느덧 선입견과 관념에 매여 사는 우리의 자유로운 정신에 날개를 달아주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겉으로는 온갖 폼과 무게를 잡으면서 오만가지 악취 나는 일들만 계획하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무리들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B급 문화가 더욱 확산 될 것이라는 예감이 온다. B급 문화가 Best급 문화로 성장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