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오미야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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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_오미야 에리 (지은이) | 이수미 (옮긴이) | 샘터사 | 2017-07-07


 

 

요즘 날씨가 무척 좋다. 대낮부터 맥주 한잔 마시고 싶어질 정도로 쾌청하다. 공원에 드러누워 뒹굴고 싶은 기분. 날씨가 좋으니까요....., 그런데 날씨와는 상관없이 한겨울 어느 날 길거리에 드러누운 적이 있는 모양이다. 기억에는 없지만....”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사람이다. 때로는 자신의 아이폰에 담긴 사진을 확인해보고, “내가 지난밤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자신에게 묻는다.

 

 

이 책의 지은이 오미야 에리는 40초반의 여인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연출가, CF감독, PD, 라디오 진행자 등등의 직업 소유자로 소개된다.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글을 읽다보면, 미소와 함께 나....소리가 절로 나온다. 작가의 민낯을 본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보여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재미있다. 이 훗훗한 여름에 가볍게 읽을 만한 에세이집이다.

 

 

싱글이라는 것은 부제에 공개되었고, 유일하게 나오는 그녀의 가족은 오캉이다.(오캉이란 엄마라는 뜻의 간사이 지방 방언인데, 나는 엄마를 오캉이라 부른다). 그녀의 오캉도 이 책에서 한 몫 단단히 한다. 살인적인 스케쥴로 집에선 겨우 잠만 자고 나가는 그녀의 오캉(작가의 집 근처에 사심)이 출동했다. 퇴근하고 와 보니 거실, 침실, 냉장고 등 문손잡이마다 젖은 팬티가 걸려있다. 오캉에게 이유를 물으니 빨래건조대 꺼내기 귀찮아서 그랬단다. 마침 문손잡이 숫자와 팬티 숫자가 맞았다나...“애인이 있고, 오늘 그를 집에 데려왔다면? 물론 망상이지만...팬티를 문손잡이에 걸어둔 걸 보고도 귀여워! 하고 안아줄 수 있는 마음 넓은 남자가 아니면 결혼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모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간 지방에서, 그곳 명물 도시락을 득템한 후, 함께 참여한 사람들과 식사예약이 되어있었지만, 기어이 그 중간에 국물을 요란하게 뎁혀주기까지 하는 도시락을 5분 만에 해치운 에피소드를 남의 이야기하듯 전해주기도 한다. 지인의 소개로 5일간 단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꼭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며칠 단식과 요가(또는 체조)로 몸을 재정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숙변을 제거하지 못하면 혈액은 탁해질 수밖에 없고, 순환기나 소화기가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상이 아닌 각종 질병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다. 내가 만든다고 봐야한다. 며칠 꼼짝 않고 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지라 나는 계속 미루기만 하고 있다. 지은이는 단식 수련 중에도 맥주를 핥았다(고 했지만 마신 것으로 읽는다). 빅 사건이다.

 

 

책 제목을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라고 지었다고 해서 지은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오히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고 보인다. 작가는 후기를 이렇게 적었다.“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왠지 죄송하네요....읽을 만한 이야기였나요?” 약대를 졸업했지만 약사 국가고시를 보는 날이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이 시작되는 날이라 시험을 포기하고 그곳으로 날아간다. “친구들이 열심히 시험을 치는 동안 나 혼자 지구 반대편에서 춤을 춘다면 얼마나 멋질까?”. 춤이 불러서 간 것이 아니라,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그녀를 브라질로 데려간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 후 지은이는 종합상사, 자동차 제조업체, 가스회사 등 33개사에 지원했다가 모조리 떨어졌다고 한다. 어떤 직업이든 좋으니 회사원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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